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최근 2년 동안 호이안 다낭 나짱에 댓번 들락거리다가
여름 휴가 9일을 갖게 됐다.
또 벳남을 간다는 건 너무 심하지 않아?
그래서 라오스 티켓을 일찌감치 준비 하고
여름 휴가만 기다리면서
육아에 올인 했다.
드뎌
딸램은 시누이네 들이랑 나짱 가고
아직은 할매라 하기엔 어설픈 나는 감귤 타고
밤 늦은 시간 왓따이 공항에 도착했다.
익숙하게 택시 부스에서 택시 기사 배정 받고
숙소에 도착
첫날 밤을 보냈다.
그 와중에 루앙파방이 태풍 영향 권이라 해서
기차티켓, 루앙 숙소 취소했다.
나란 할매...
초긍정 dna 보유자 아닌가
뭐 할까 8.5박 9일이란 날 동안.
그래, 뭐 비엔 9일 살기 하자
훗날 3개월 살기 맛보기 라고나 할까.
아침에 일어나서
숙소에서 주는 밥 먹고
사브작 사브작
카페 가서 커피 한잔 느릿하게 하고
맛사지 가서 발 맛사지 한 시간 받고
그리고
숙소 와서 잠시 낮잠 자고
점심인듯 저녁인듯
먹어 주고
또 밤에는 비어라오 한잔 해 주고...
이렇게 나름 만족스런 9일 살기 하던 한 날.
그 날도 맛사지 받고 점심 먹으러 한식당 기웃대고
있는데
한쿡 아저씨
그도 아직 할배라 하긴 덜 된 할배님
나를 보더니
혼자 밥 먹으러 왔냐고 물으신다.
그렇다고 하니
자기도 혼자 밥 먹으러 왔는데
좀 그렇다고
같이 먹지 않겠냐 하신다.
아마 혼자 먹기 민망하셨나...
어차피 메뉴가 달라서 같이 먹기는 그렇지만
같은 테이블 합석은 괜찬다 하니
그러자 그러신다.
어쩌다 생판 모르는 한국 아저씨랑
나는 김치찌게
그는 염소탕을 주문했다.
가볍게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맛사지집을 찾으시길래 vip 맛사지 집을 모셔다 드리고
나는
그 아저씨 한테 허브 사우나를 소개 받았다.
아니
라오스를 십년 넘게 열 번은 온 거 같은데
나는 왜 허브 사우나를 몰랐을까...
허브 사우나 영업 시간이 오후 1시.
왠지 여자 보다는 남자가 많을 듯 해서
1시 땡 맞춰 갔다.
80은 되 보이는 할매가 계신다.
고무줄 롱 통치마 한개, 이상한 스카프 같은거 한장,
꼬질 꼬질한 나무패에 달린 쇠키, 그리고 스텐 컵
이렇게 주신다.
사우나비 4만낍
수건, 옷 해서 1만낍.
메케한 연기에 콜록 대면서
수증기 가득한 사우나실에 들어 가니
이미 왠 남자 한분이 계신다.
심히 불편 하긴 하지만 어쩌겠어
온통 꼬질 꼬질한 시설이 영 그랬지만
후끈하면서 풀향 그윽한 냄새에
제법 괜찮았다.
서너번 들락 날락 하고
할머니가 주신 스텐 물컵에
나뭇잎 우린 차를 마시다 보니
꼬질한 환경이 그럭 저럭 괜찮아졌다.
사우나에 맛사지도 있어 한 시간 받기로 했다.
허름한 방에 할부지 맛사지사 분이 계신다.
들어 가자 마자 열심히 설명한다.
그랜파덜,
저 요기 요기 왼쪽 갈비뼈 6개 부러졌었어요
그러니까
요기 왼쪽은 살살 해주시구요
요기 왼쪽 어깨 요기 회전근
요기 찢어져서 아프니깐 요기는 아예 하지 마세요
엄살 좀 섞어 최대한 아프니까 손대지 말으시라
설명했다.
할부지 맛사지는 대충 알아 들으셨는지
알았다는 시늉을 하신다.
요리 조리 누르고 하시더니
부황을 뜨시려는거 같아서
바늘로 찌르고 부황 하는 줄 알고
안하겠다 하는데도
할부지가 알콜에 솜방망이 붙붙여
부황컵에 휙 두르시더니
내 등짝에 쫙~~ 붙여 나간다.
왼쪽 갈비뼈에 붙일땐 아파서
아야! 나도 모르게 소리가 나왔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붙이신다.
암튼 이래 저래 다 마치고
할부지
오늘 밤 굿 슬립 이란다.
우연히 만난 한국 국민 만나서
정보 교환하고
얻은 정보로 허브 사우나
첨엔 온통 의심스런 기분이었지만
다 마친 후 기분은
아주 아주 괘안타.
비엔 9일 살기
이보다 더 좋은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