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기적을 지나친다.
길이 있어서 가는 건지
가다 보니 길이 되는 건지
길이 길이 아닌 건지도 모를 길을 따라
살아있는 것이 기적처럼 보이는 삶을 지나쳐
한 때 라오스의 속살 같았던 므앙히암에 이른다.
지난날의 길 위에서 쌓인 먼지와 피로를 온천수로 씻어내고
새로운 속살을 엿보기 위해
길이 길이 아닌 건지도 모를 길을 따라
살아가는 것이 기적처럼 보이는 삶을 지나치며
심도를 깊게 하고 고도를 올린다.
리마사이트는 라오스의 속살을 갈기갈기 찢었다.
해발 1400미터의 나꿋 마을에는 리마사이트 36이 있었고
36에서 이륙한 전폭기는 이미 성한 것이 없는 라오스를 폭격했다.
속살은 상처에 덧대어서도 생겨난다.
기적처럼 푸안 사람들은 전란을 이겨가며
기적처럼 높고 춥고 외로운 땅에서 삶을 이어가고
기적처럼 속살을 짓고 키우고 퍼트린다.
상냥하고 친근한 속살을 만난 것을 기적이라 여기고
길이 길이 아니어도 가다 보니 길이 되는 길을 따라 다시 내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