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 끄르아’를 지나 태국인들에게 나름 인기 있는 ‘난’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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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 끄르아’를 지나 태국인들에게 나름 인기 있는 ‘난’에 대하여

고구마 1 61


‘뿌아’를 떠나서 소금마을까지 이르기까지도 꽤나 험난한 산길 여정이었다. 사실 이 여로는 50km도 채 안 되는 짧은 거리이긴 했는데 ‘도이 푸카’산을 넘어가는 길 모양새가 완전 꼬불꼬불 곱창길인데 다가 폭우가 엄청 내리기 시작했다.

지금에 와서 후회가 되는 건 ‘버 끄르아’에서는 숙박을 하지 말걸... 하는 거였다. 뿌아에서 버끄르아까지 대략 50km를 달려 와보니 여전히 내리는 비 덕분에 소금마을 관광은 날씨가 좋은날에 비하자면 돌아보기에 좀 맥이 빠지는 감이 없잖았고, 원래는 소금마을에서 살짝 북쪽에 있는 싸빤 마을도 가보려고 했었으나 세차게 내리는 비는 우리의 기세도 꺾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쯤되면 기세가 문제가 아니라 안전이 제일이니까 이런 빗속에서는 무리하고 싶지 않은 것도 있었고...

이 마을은 산속에서 소금이 나오는 신통방통한 마을이어서 난 지방을 오는 여행자라면 꽤 흥미를 가지고 와볼만 하다. 그런데 난에서 여기까지는 어떻게 온다? 차량을 대절해서? 또는 정기적 교통편이 있긴 할 텐데 시간은 잘 모르겠구먼...


여기서 조금 북쪽에 있는 싸빤 마을도 평소에는 그 전경으로 유명세가 좀 있기는 하고해서 태국현지인들에게는 꽤 어필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그런가 그 근방의 숙소들은 저렴한 편도 아니다. 

싸빤 마을은 숙박 어플을 통해서 연결되는 곳들이 그래도 많았는데, 여기 버끄르아 숙소는 대부분 예약어플에는 나오지 않았다.

지금 보니 1박에 4만원대에 묵을 수 있는 곳들도 몇 있었는데... 대부분의 태국 현지인들은 이곳에서는 페북이나 라인 등을 통해서 예약을 하나보다. 

우리가 묵은 숙소 역시 구글 지도의 전화번호로 문자메세지를 보내 연락을 주고받았다. 하루에 600밧(아마 이 마을에서 제일 방값이 저렴할 듯 싶다)하는 현지인 민박집에서 머무르면서 방 앞에 있는 자그마한 베란다에 앉아서는 쏟아지는 비가 들판을 적시는 것만 바라보고 있었다. 

저녁에 비가 좀 잦아든 틈을 타, 숙소에서 걸어서 20분 정도 거리의 밥집에 밥 먹으러 가는데 그 길 중간에 동네 토박이 개들이 덤벼들어서 대략 공포의 산책길...

숙소의 개는 우리를 친절하게 맞아줬지만, 이 길거리 개들은 낯선사람 잡을 기세로 그르렁 거린다. 

이런 태국 시골의 개는 방콕이나 치앙마이 같은 도시의 개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 외지인들을 사냥하려는 눈빛으로 적대적으로 보면서 빙빙 돌다가 뒤쪽에서 사람을 몰 듯 으르렁 거리는데, 이날 밥 먹으러 가는 길에서 만큼은 정말이지 이 시골에서 내가 이 고생을 왜하고 있나 싶었다. 



버 끄르아 중간을 흐르는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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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 끄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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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서 식당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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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소금마을에서 1박을 하고 드디어 도착한 태국의 도시 ‘난’

소금마을에서 난까지 오는 길에는 몇몇개의 랜드마크라 될 만한 도로 모양들이 있는데 지나면서 잠깐 서서 사진 찍는 포인트 정도. 요술왕자님 게시물을 참고...^^


대략 80km에 이르는 이 여정 사이에 ‘발리 난’이라고 불리는 회색 구조물도 하나 있는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발리의 사원문을 카피해서 만들어놓은 곳이었다. 차타고 지나오면서 보기만 해도 상당히 허술한 모양새였지만... 어쨌든 이 길 선상에는 그 외에도 뭔가 볼만한 포인트들이 좀 있긴했다. 날만 좋았다면 이 산속 꼬불길에서 보이는 전경들이 그래도 아주 목가적으로 다가 왔을 듯하다. 


연이어 시골 마을에서 지내서 그런가 난에만 와도 대단한 도시에 온 거 같은 인지부조화 현상이 들었다. 사실은 이곳 난도 어지간히 시골이긴 하다. 공항도 있고 빅씨나 로터스도 있긴 하지만... 그 규모가 엄청나게 작아서 이게 뭥미?싶은 수준. 게다가 망할놈의 비는 계속 온다. 그것도 하루종일 

난의 볼거리는 2년전 요술왕자님의 게시물에 세세하게 나와 있기도 하고, 지금도 그때와 다른 게 있을리는 만무. 그때보다 상황이 더 안좋아진건... 하핫~ 이 지방의 볼거리 중 하나인 카오 너이 사원의 부처님 불상이 지금은 공사중...^^ 원래는 황금불상인데 온통 흑칠을 해놓고는 가림막으로 막아놨는데 곧 어떻게 재탄생할지 모르지만, 다음번 이곳을 방문하는 여행자의 이야기에서 볼 수 있겠지 싶다. 

그리고 왓 푸민의 본전 불당도 뭔가 공사중이어서 가림막을 해놨다. 그래도 속삭임 벽화는 볼 수 있으니 이건 다행이라고 봐야 할 듯...


여기도 주말시장이 열리는바 우리가 도착한 다음날인 금요일에 왓 푸민 사원 앞에서는 아주 작은 규모의 먹거리 주말 시장이 열렸었는데, 날이 좋은 때면 그 옆 광장에 옹기종기 마련한 앉은뱅이 테이블에서 모여앉아 노천식당의 낭만을 즐기며 기분 좋은 저녁식사를 했을 거다. 

그러나 오늘은 비가 와서 광장에 깔아놓은 테이블에 앉는 이가 한명도 없었다. 하긴 비가 오는데 그 비를 가려줄 파라솔도 없이 온몸이 축축해지면서 고기 어케 먹음요?

아...글고보니 얼마 전에 방문했던 남원 춘향제가 생각이 난다. 백종원쌤이 주관한 행사여서 기대에 부풀어 남원까지 달려갔는데, 마침 그날도 비가 쏟아지는 거다. 그리고 바람까지 불어서 진행요원들이 야외 테이블에 설치되었던 파라솔들을 안전상의 이유로 다 뽑아가 버리는 통에, 손에 든 우산 하나에 의지해서 들이치는 비를 맞으며 요크셔 돼지 국밥 퍼먹던 기억이... 흑흑. 그래도 국밥이랑 산나물 부침개 맛있었어요. 

하여튼 사정이 이러니 우리도 야시장에서 각종 고기들을 채집해 와서 숙소에 와서 먹게 되었다. 

우리가 묵은 난 란나 호텔은 위치도 좋고 이런 시기에도 객실이 풀이 되는 곳이었는데 계속된 비로 인해서 그런 가 객실에는 습기 꽉 찬 냄새가 진하게 배어있다. 

불과 얼마전에 파야오에서 노점상에서 준비하는 고기들 보면서 “가급적 길거리 고기는 먹지 말아야지” 생각했었는데 그런 생각 단 며칠 만에 다 날아가고 닭구이 반마리, 돼지고기 구이 100밧, 소고기 꼬치 5개랑 동글동글 싸이끄럭 10개에 찰밥과 쏨땀까지... 고기 그랜드 슬램을 하면서 내적 울화를 음식으로 다스리듯이 아주 위장이 미어터지게 꾸역꾸역 먹었다. 그래서 체했다. 비오고 체기까지 몰려오니 기분 아리까리하네.



난 지방은 태국 현지인들에게는 꽤 인기가 있는 곳이였다. 

예전에 태국인 여성과 사는 서양 아저씨랑 대화를 한적이 있었는데 그 아저씨 왈

“태국 사람들은 산으로만 놀러가. 너도 알지? 태국은 바다가 베리 원더풀~ 근데 연말연시되지? 그럼 태국사람들은 전부 산으로 놀러 간다고~”

한 적이 있었다. 

사실 그 아저씨의 좀 과장된 푸념이기는 한데... 산이 없는 평평한 평지인 방콕에 사는 방콕키안들은 자차를 몰고 북부도시중 하나인 난으로 올라와서 이곳의 산세를 즐기는 게 꽤 재미있는 여정이기도 하고 그게 그들의 인스타 감성에도 잘 맞기도 하는 듯...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방콕사람들이 느끼는 난 지방의 매력 포인트 지점과는 뭔가가 결이 살짝 다른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니까 수도인 서울 한가운데에 수려한 북한산이 서있고, 철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강원의 설악과 제주의 한라를 오고가며 그야말로 다채로운 산세를 수 회 경험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산에 대한 미적 감각 역치가 상당히 높은 편이어서 ^^ 태국의 산세는 그냥 뭐 음... 그 뭐라하지... 그래 좋긴 좋지... 모든 여행지가 다 나름의 의미가 있잖아... 하지만 그 뭐 막 감동까지는 잘...-_- ;;

하하 말 잘해야하는데, 허헛 쿨럭쿨럭!! 데헷 이런 느낌 쪼금 오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외국인 여행자 입장에서 관광지적인 포인트에서 느껴지는 평점과는 별개로... 난 이라는 마을이 주는 차분하고 정돈된 느낌은 또 그것대로 또 좋은점이다. 마을 중앙에 큰 규모로 자리하고 있는 유명한 사원들과 국립박물관이 있으니 뭔가 도시 분위기가 좀 점잖고 격이 있다고 해야할까...

여기에 더해서 강변에 공원도 있고... 이래저래 로컬 속에서 느껴지는 생생한 이질감과 더불어 태국의 대형 관광지에서 느껴지는 열기와 북적임에서 다소 비껴 나가고 싶은 여행자라면 이곳이 잘 맞을 것 같다. 

나는 이곳에서도 아침에는 재래시장에 들러 망고를 사고, 저녁이 되면 열리는 야시장에서 나름 맛있는 쏨땀도 먹었고 우리가 묵은 난 란나 호텔 사람들도 대략 나이스 했고... 뭐 그랬었다. 

그리고 비 오는 날 그래도 동네 산책해보겠다고 난 성벽 둘레길을 걷다가 진흙 쌓인 곳에서 완전히 엎어져 무릎팍 찧은 것도 이제 생각해보면 나름 추억의 한자락... 크크... 나중에 보니 푸른 멍자국이 한 일주일은 가는데 아픈건 하나도 없어서 그것도 신기방기

이렇게 심심한 도시 난을 떠나서 더 적적한 프래로 출발~




난 주말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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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필리핀 08.31 05:44  
올해 유난히 북부에 비가 마이 오네요ㅠㅠ
한국은 이제 장마 끝나고 해가 쨍쟁합니다.
태풍도 비껴가서 암시롱토 안해요^^

태국분들...바다 시러하는? 무서워하는 분들 많터라구요.
필리핀에도 바다 시러하는 분들 많턴데...
환경이 인간을 변화시키지 몬하기도 하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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