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야오 - 호수가 반겨주는 평화로운 북부 도시 쉬었다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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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야오 - 호수가 반겨주는 평화로운 북부 도시 쉬었다 가세요.

고구마 2 152



파야오를 직전에 방문한 게 2011년 정도여서 이번이 대략 13년만의 방문이긴 하다. 그동안 이 마을은 그다지 크게 바뀐 게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는 그동안 좀 많이 늙어버린 것 같고... 

그 당시 이 생경한 도시에서 방향을 잡느라 땡볕 속에서 고생을 했는데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어느 방향으로든 갈수 있고, 배낭을 이고지고 비 맞으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느라 터미널에서 터미널로 힘겹게 이동했는데 지금은 렌트카를 몰고 편하게 오게 되었다. 뭔가 나 혼자만이 내적으로 느끼게 되는 십 수 년 만에 금의환향한 필링인데...? 


파야오의 볼거리와 근교 사원들은 이미 요술왕자님이 기록으로 남겨놓아서 더 할말도 없고, 나는 그러한 유적지에 대한 깊은 소양도 없고하여... 그저 한동안은 재방문을 하게 될 것 같지는 않은 이 도시에서 보낸 2밤의 여정이나 끄적끄적 해 본다. 재방문을 안 하는 것이 뭔가가 나빴다거나 뭐 그런 게 있어서 그런 건 아니고 뭐랄까 이것으로 다 되었도다~ 하는 충만 된 느낌 때문인 것 같다. 

실제로 여기서 만난 Jeerat house 숙소주인도 아주 나이스했고 시장 상인들도 친절했고 사람들이 다들 좀 나긋나긋했다. 나는 호수 변에서 적잖이 떨어진 이 숙소에 대략 만족이지만 다른 여행자들은 되도록 호수 근처 숙소에서 묵는 게 좋을 것 같다. 자꾸 횡설수설하는 느낌인데 아무래도 자차가 없다면, 일단 호수 주위에 둥지를 트는 게 이 노잼의 도시에서 호수가 선사하는 목가적인 그 무엇을 느끼기에 좋을듯해서이다. 


파야오 시내에 터미널과 같이 나란히 있는 쇼핑몰은 예전에 오픈했을 당시에는 분명히 이 도시의 랜드마크이자 부흥과 여유의 상징이었을 게 틀림없다. 그러나 지금은 그저 속절없이 낡아져만 가는 덩치 큰 콘크리트 건물에 유지보수도 잘 안되는지 느낌이 그냥 거무죽죽하구만. 이곳을 방문하는 손님들조차도 그다지 없어놔서 상가라면 흘러넘쳐야하는 활기는 간데없다.

근데 이건 뭐 남의 도시 흉을 볼게 아닌게,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도시에서도 상가를 너무나 과하게 지어놔서 거기 초기에 분양받은 분들 지금 엄청나게 맘고생하고 있고, 경매 사이트 돌려보면 분양가에 훨씬 못 미치는 가격으로 우수수 나와 있고... 어떤 곳은 건물 한 동이 새 것인 상태로 그냥 비워져 있는 경우도... -_-;; 갑자기 왜 이렇게 이야기가 빠지는지.....

하여튼 약간 외곽에 상대적으로 근래에 지은 로터스나 탑스 플라자는 손님이 많은데 분위기도 깔끔하고 입점해있는 가게들도 나름 다채롭다. 

구도심의 공동화 현상은 세상 모든 도시들에 다 생기는 바이지만 예산과 문화적 추진력이 있는 곳은 구도심이 다시금 재개발 되면서 반짝반짝 랜드마크가 되는거고... 그럴 예산이 마땅치가 않으면 그냥 쭉 이대로 쇠락해 가는 듯하다. 


그런 구도심의 사정과는 별개로 나는 호수나 강이 있는 곳을 좋아해서 이 작은 도시가 꽤 맘에 들었다. 지내는 동안 나름 좋았다는 이야기. 그런데 다른이들에게 여행지로 권하라면... 그러기에는 좀 자신이가 없다. 그냥 나처럼 물 보는 거 좋아하고 노잼인 캐릭터에게는 시간 흘려보내는 여행지로 괜츈한 정도랄까... 이런 차분한 로컬여행지는 누가 권해서 오는 게 아니고 자기가 끌리면 오는 곳이라서, 자의로 이곳을 선택한 외국인 여행자라면 이미 대략 성향이 맞아서 오는걸테니... 그들의 기억 속에서 파야오는 나쁘지 않을 듯 하다. 분명 평화롭게 기억될테지...


이곳도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시내 남쪽 파야오 호숫가의 공원을 주욱 둘러싸고 주말 야시장이 열린다. 구글에는 오후 3시부터라고 되있는데 할 일 없는 내가 가본 바 3시는 상인들이 하나둘 모여서 업장 준비하고 천막 치는 시간이고 대략 5시 즈음은 되어야 나올 상인들 다 나오고 뭔가 북적북적 볼만해졌다. 

하여튼 그 근처 정자에 앉아서 상인들이 매대를 세우고 음식들을 하나둘 진열하는 과정을 보면서... 음... 앞으로 야시장에서 음식을 사 먹는 건 좀 자제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기재료와 원재료를 싸서 오는 차림새가... 수차례 재사용한 넝마 같은 비닐로 식재료 싸오시면 그건 좀 곤란하다고요. 뭐... 아마도 그것이 최선이긴 하겠지만 준비과정부터 보니 좀 그렇긴 하다. 조리기구들이 길바닥에 우당탕 떨어져도 그냥 줏어다가 쓸 수밖에 없게 되고... 수도가 없으니 어쩔 수 없지뭐... 하긴 이런게 태국만의 상황은 아니겠고 걍 모르는게 약이다 싶었다. 


일반적인 태국의 다른 야시장에 나오는 먹거리들이 여기서도 유사하게 나오는데, 한 가지 특이한건 이곳 야시장에서는 20밧에 파는 구제옷가게가 몇 군데나 나오는 거다. 암만 구제옷이라도 이렇게까지 싸게 팔 일이야? 20바트라니! 그중에는 정말 멀쩡해 보이는 옷들도 다수 있었다. 

나중에 보니 이 파야오는 태국 77개 짱왓 중에서 1인당 소득이 좀 낮은편... 뭔가 공장 같은 게 있어야 소득수치가 올라가는데 그런 돈 벌리는 호재가 없나보다. 


이 도시에서 한가지 마음을 사로잡았던 전경은... 이른 아침 파야오 호숫가 주변에서 열리는 아침식사 노점 거리였다. 내가 가본 날은 휴일이었는데 이 호수변 아침 식당노점들이 주중에도 열리는지는 모르겠다. 

위치는 호수가의 Punthai Coffee에서 Bua Kaew Place 숙소에 이르는 피콕 공원을 따라서 아침에 먹기에 적당한 먹거리 노점들이 줄지어 나오고 손님들도 꽤나 북적였다.

https://maps.app.goo.gl/HjKnY8f4tye59Z6p7

이곳을 채운 사람들이 놀러온 외지인인지 아니면 파야오 시민들의 주말 오전 여가 시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기서 음식을 받아다가 호숫가에 마련된 캠핑의자나 간이 식탁에서 호수를 바라보면 나른한 아침을 즐기는 것은 그냥 보는 것 만으로도 대략 낭만적. 

여기에 나오는 가게 중에서는 시내에 번듯한 정식매장을 가지고 있는 카페도 있었는데 노점인데도 불구하고 뭔가 바리스타의 세심함이 느껴지기도 하는구만...


Phayao Akhet Market이라고 구글에 표시된 아침 재래시장은 여느 도시들 재래시장들처럼 붐비고 또 붐빈다. 호수에서 잡히는 싸구려 회색 민물돔이 시장 한 켠을 그득그득 채우고 있고, 도저히 김치라고 볼 수 없는 정체불명의 무엇인가를 ‘김치’라고 하면서 팔고 있기도 했다. 

지붕이 씌워진 상가에도 업장들이 있지만 시장의 활기는 길가에 나와 있는 노상에서 더 북적이고 있고 공기도 쾌적했다. 나는 이곳에서 한 봉지에 7밧 하는 두유랑 1kg에 30밧 하는 촉아난 망고를 샀는데 상인들 분위기가 다들 친절하고 뭔가 나긋했다. 외지인을 잘 대해주는구만요. 


온갖 것들이 나오는 재래시장 아침에 구경하고, 역시 온갖 먹거리들이 나오는 주말 시장 구경하고, 호숫가 아침 산책하고 이것이 이 파야오 시내에서 한 일들의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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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곳에 오면 필히 해야한다는 띨록 아람 사원 배타고 들어가서 보는 건... 정말 의무감으로 하긴 했다.

의외로 이 파야오에서 서양인 남자와 태국현지인여성으로 이루어진 가족들을 몇몇 보게되었는데 우리배에 탄 4인 팀도 ‘서양인 남자 + 태국인 여성의 가족’이었다. 

영어가 매우 유창한 태국여성은 신나게 남편?에게 이런저런 설명을 해준다. 엄청 활발하고 진취적으로 보이는 캐릭터구만요. 그녀의 어머니도 영어를 띄엄띄엄 하고 그녀의 남동생처럼 보이는 십대소년은 이 보트 유람이 너무나도 지겨운지 얼굴에 다 표가 나고 말도 별로 안하고 있다. 다들 남편 쪽 나라에서 살다가 고향 방문 한 것인 듯? 


이 배에 동승한 이 가족 이외에도 이 작은 도시에서 국제부부 가족들을 몇몇 보게 되었는데...

오전에 산책을 나간 호수에서 젊은 서양인 남편과 태국인 여성 가족 일가가 왕의 동상을 배경으로 전체 가족사진을 찍고 있다. 그들 사이에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보이는 아기가 있었는데, 태국인 여성 쪽 아버지로 보이는 나이든 남자는 휴일인데도 불구하고 경찰제복을 제대로 갖춰 입고 칼각을 잡고 있었다. 대략 가족이 10명도 넘게 나와서 활쫙 웃는 표정으로 행복한 한때로구만...

저녁식사를 한 호숫가 식당 ‘쌩짠’에서도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아이들과 같이 온 국제커플이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었는데... 아이들의 말과 제스쳐 그리고 서양인 남편의 다소 뚝딱거리는 모습을 보니 태국현지에 사는 게 아니라 이들도 아내 쪽 고향을 방문한 듯 했다.


다시 띨록 아람 호수 사원 이야기로 돌아와서...^^

외국인 여행자인 우리에겐 이게 뭥미? 뭐 이런 느낌... 이 사원이 뭔가 기원하면 잘 들어준다는 소문이 돌았다는데, 그래서 그런 가 현지인들은 오랫동안 불상 앞에서 뭔가를 기원하느라고 시간을 꽤 보낸다. 현지인 소원 들어주기도 바쁜 부처님이 외지인인 우리 소원 들어줄 일은 전혀 없기에 내 눈에 이 사원 구경은 3분 컷이었다.

빨리 이 섬에서 나가고 싶어 빈배 머리 쪽에 올라타서 한참을 기다리다 드디어 육지로 출바알~~했는데, 우리의 노쇠한 뱃사공 아저씨는 다른 배의 중년 뱃사공이 2회 노 저을 동안 1회 노 저으면서 천천히 호수 유람을 시켜주었다. 

다들 관절에 무한한 축복이 함께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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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필리핀 08.22 06:04  
여행지로는 거시기해도
은퇴하면 장기로 살고싶은 곳이네요!
댕댕이 한마리 데불고
호수 주변을 사부작사부작^^
고구마 08.23 11:06  
[@필리핀] 마을 분위기는 나름 차분해서 좋은데...장기로는  외국인으로서 느끼는 고립감이 크겠더라고요. ㅠㅠ
호수가 나 해변가 사부작은 저도 정말 조아해요. 오늘 아침도 살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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