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피섬(푸켓 4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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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피섬(푸켓 4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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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피섬
  오늘은 '피피섬'에 가는 날이다.
12년전에 푸켓에 왔을 때도 안가본 곳 없이 다 가봤었지만, 지금 생각해봐도 푸켓하면 피피섬이다.
  아내가 엊그제 꽤나 저렴한 가격으로 투어 예약을 했다는데, 딸래미의 말을 들어보면 아내의 '깎기신공'에 여행사의 사장이 '아! 마담~'을 연발했다는 후문이 있다. 4명이 6,500바트(245,000원)면 괜찮은 거래가 아닌가싶다.
  7시 20분경에 우리를 태울 미니버스가 왔다. 근데 결정적인 순간에 아들이 화장실을 갔고, 딸래미가 오빠 찾으러 간다고 잠시 출발이 지연되었다.
  미니버스가 여러 호텔을 돌면서 손님을 태운다음 선착장으로 가는 방식이었다. 모두 4팀이 한 차에 타고 갔는데, 추정해보니 미국가족
한 팀 4명, 미국 신혼부부 한쌍, 독일 엄마와 어린 아들, 그리고 우리였다.
  선착장까지 대략 한 시간 정도 걸렸지만, 체감시간은 세 시간 정도가 아니었을까싶다. 그 이유는 차 안이 너무 시끄러웠기 때문이다.
  미국 신혼부부의 목소리는 마치 득음을 한듯 드높았으며 단 1초의 침묵도 용납하지 않았다. 이들이 주장하는 별 시덥지않은 내용들...
자기들은 콜로라도 출신인데 이리저리하다가 결국 결혼을 했다. 신혼여행은 서울을 거쳐서 방콕에 있다가 푸켓에 왔다. 각각의 장소에서 겪은 무용담?을 자랑할테니 우리가 얼마나 대단한지 잘 들어보아라가 주요 내용인듯 싶다. 이들의 주장에 미국가족이 크게 반응하면서 차안은 그야말로 시장통이 되었다.
  그에 비해 독일 모자는 아주 얌전한 편이었고, 우리 한국인 가족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선착장에 도착해서는 승선카드를 작성한 다음, 간단한 다과?를 곁들이며 투어진행자에게 투어 일정과 주의사항 그리고 오리발 대여, 휴대폰 방수필름과 아쿠아슈즈 판매, 추가상품인 롱테일보트 대여 등에 관하여 설명을 들었다.
  사방을 둘러보니 참석자가 유럽인, 중동인, 인도인, 기타 아시아인 순으로 많은 것 같았다. 한국인은 우리 밖에 없는 것으로 보였다.
  나는 영어로 진행하는 설명을 반쯤 알아들었지만, 곧 고삼이 되는 딸래미는 99% 알아들었단다.
  평소에 영어 못한다고 딸래미를 구박했었는데, 그가 우리 중에 일인자임이 판명되어 몹시 부끄러웠다. 투어 중간중간에 못 알아들은 부분을 딸을 통해서 다시  확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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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노란색 고무팔찌를 하고 배에 올랐다. 우리의 안내자는 '섹시 신디'였고, 언제나 그러하듯 선장은 '캡틴 잭 스페로우'였다. 국적과 장소를 불문하고 투어 선박의 선장은 '캐러비안의 해적' 이후로 늘 '잭 스페로우'가 대세인 것 같다. 선원 두명은 '미스터 핸섬'이란다.
  배는 스피드보트였고, 출발할 때 아내만 노란색 멀미약을 받아 먹었다. 약 한 시간을 달려 원숭이 섬에 도착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도리어 원숭이가 시큰둥하게 사람 구경을 한다.
  다음 순서로 제비동굴이 있는 섬으로 이동했다. 500년 전부터 제비집 채취를 했다는 곳. 섹시 신디가 열심히 설명해 주는데 손님들은 별 감흥이 없다. 비취색과 에메랄드 빛이 묘하게 교차하는 물색이 눈에 띄고, 카르스트 지형의 섬들이 우뚝우뚝 눈에 든다.
  이후 배가 살짝 방향을 틀어 이동한 후에 첫번 째 스노클링 포인트에 도착했다. 서양인들은 대부분 구명조끼없이 풍덩풍덩 뛰어들었으나, 일부 아랍인들은 꼼짝 안하고 배에 앉아 있었다.
  물 속은 그지없이 맑아 4~5미터 깊이가 바닥까지 깨끗하게 보였다.
40분간 시간을 준다고 했는데, 대다수가 10분 내에 올라왔다. 다소 파도가 높아서 몸이 많이 흔들렸다. 아들, 딸은 여기저기 잘 구경을 했지만, 아내는 물 속이 너무 깊어서 무서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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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후 피피의 본 섬인 '피피돈'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었다. 밥에 똠얌꿍, 치킨카레, 양념치킨, 수박, 파인애플이 전부였지만  그럭저럭 먹을만했다. 특히 똠얌꿍이 괜찮았다. 식사후에 잠시 선착장 주변을 산책했다.
  드론을 날리는 러시안커플이 드론을 자기들에게 가깝게 했다가 멀어지게 했다가 하면서 희롱을 했고, 그 근처에는 잠수 강습을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물색은 그지없이 투명하고, 뒷산 열대우림은 여지없이 뱅갈호랑이라도 튀어나올듯 울울창창하다.
  다음 수영 포인트는 물색이 탁해서 물속이 잘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주변이 다 석회질이라서 그런게 아닐까하는 추측을 해봤다.  가이드가 물이 깊으니 마음대로 다이빙을 하라는데, 우리는 그럴 수 없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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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피의 여러 섬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는 '마야베이'에서는 배에서 내려 짧은 산책을 하다보면 감춰진 예쁜 해변이 나온다.
그런데 관광객이 너무 많아서 사람구경이 더 재미있다.
동서양을 가리지않고 온갖 관종들이 온갖 폼을 다잡고 SNS에 올릴 사진을 찍는다.
  내가 아들더러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이런 섬이나 하나 사달라고 했더니, 너무 비쌀 것 같단다. 그래서 국내에 있는 젤 싼 무인도로 낙점을 보았다. 돌아갈 때 보았더니 모래사이에 군데군데 산호가 보인다. 아마도 산호가 부서져서 모래가 된 것 같다. 
이런! 코랄 해변 같으니라구.
 그후에 어딘가에 들렀다가, 마지막으로 '카이섬'에 갔다. 이곳은 한마디로 '장사 섬'이라고 정의를 내릴 수 있겠다.
시간을 전체 일정 중에서 가장 긴 한 시간반이나 주었다. 제트스키 같은 것도 타고, 맥주나 칵테일도 시켜 먹고, 코코넛이나 음료도 사 마시란다. 선베드는 백오십 바트고 테이블에는 거져 앉을 수 있단다.
5분이면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 섬이라서 별 구경거리가 없어서 우리 배에서 공짜로 주는 수박, 파인애플, 과자를 가져다 먹으며 한담으로 시간을 보냈다.
  나도 무료하게 있었는데 갑자기 휴대전화에 돈이 들어왔다는 알람이왔다. 11년 전 국가를 상대로 시간외수당관련 소송을 냈었는데, 승소해서 오늘 드디어 돈이 들어온 것이었다. 축하하는 의미에서 코코넛 하나를 주문했는데, 무려 150바트란다. 200바트를 주었는데 거스름돈을 안주고 도망다녀서 아내가 여러차레 말했더니 그제서야 100바트짜리를 주면서 거슬러달라고 했단다. 50바트가 없다고 했더니, 기다리라고 하고 다른 손님이 50바트를 낼 때까지 있다가 거스름돈을 주었다.
  돌아갈 때, 어떤 장사꾼이 배에 올라서 한 사람-대가족을 이끌고 온 아랍인을 지적하면서 3000바트를 안냈다고 주장했다. 아랍인은 당연이 냈다고 했고, 한참 시끄러워지자 가이드가 장사꾼에게 돈을 주고 마무리를 했다. 
  돌아가는 정황상 그 아랍인이 돈을 안준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섬이 투어 업체와 상인이 공생관계로 묶인 관계라 계속 이 관계가 이어질 것이고 관광객들에게는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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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질녘 선착장에 도착했다. 아침에 타고 온 버스를 타고 숙소로 복귀를 했다. 다들 피곤한지 조용했는데, 이마저도 잠시 미국 신혼부부가 다시 포문을 열었다. 여자는 기침을 많이 하면서도 결코 말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남편은 여자 말이 끝나자마자 다시 말을 이어갔다. 
아침과 다른 점이 있다면, 다소 성량이 낮아졌고, 자기들끼리만 떠들었다는 점이다.
  나는 평소 중국인들의 무례함과 시끄러움에 치를 떨던 사람인데, 이번 기회에 중국인들에게 정중하게 사과를 드린다. 중국인은  미국인에 비하면 참으로 젊잖은 양반이다.
  이 남편의 빨간 턱수염을 뽑아버리고싶은 충동과 그 아내의 살찐 주둥이를 콱 잡아채고픈 충동을 억제하느라 매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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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텔로 돌아와서 잠깐 정리를 한 다음,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힘들어서 멀리 안가고 근처의 식당으로 갔는데 이게 왠일인가?
맛도 좋고 가격도 저렴하다. 거기다 멋진 중저음으로 노래를 들려주는 사람도 있다.
  마무리가 좋았으니 다 좋았다고 치부하고 피피섬 투어를 마쳤다.
1 Comments
서피현 04.22 09:12  
전 끄라비는 참 좋았는데 피피섬은 그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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