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2024 - 2. 몽족 로드 between 폰사완 and 남칸
하루는 느린데 반해 한 달은 너무 빠르게 흘러간다. 아마 긴 길을 달리며 생겨난 시간에 대한 무심함과
아직 그 길의 끝을 정하지 않은 이완된 유랑이 곱해져서 생겨난 착시인 듯하다.
여하튼 무비자 체류 갱신을 위해 남칸을 다녀온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달이 되어간다.
그래서 다시 체류 갱신을 위해 폰사완의 차가운 아침 바람에 일어나 므앙캄을 거치고
농헷을 거쳐 남칸 국경으로 간다.
폰사완에서 농헷에 이르는 120여 km의 길을 '몽족 로드'라고 이름 붙이고 싶은 이유는
폰사완이 지금의 몽족 중심 도시이고 농헷이 과거의 핵심 마을이며
이 두 곳을 잇는 7번 국도에는 다른 지역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몽족의 밀도가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길은 '옥수수 로드'이기도 하다. 아마 험한 지형이나 암석 지질, 추운 기후가 계단식 논을 만들기에
적합하지 않음을 계단식 논 만들기의 전문가인 몽족도 체득한 듯하다.
그래서 그들은 밟을 수 있는 모든 땅에 옥수수 밭을 개간하고 씨앗을 파종하고 알맹이를 수확하고
온전하게 다듬어서 인근의 가축용 사료 가공 공장에 판매하는 옥수수 농작민으로 변화 혹은 진화한 듯하다.
'몽족 로드'에는 국경을 넘나드는 대형 화물차와 대형 여객차량이 만들고 정부가 방치한 여러 먼지늪이 있고
많은 먼지 구멍이 있지만 가장 깊고 가장 탁하고 가장 위험한 늪은 파탕과 팍켓느아 사이의 늪일 것 같다.
이런 먼지늪은 건기에는 미세한 흙먼지로, 우기에는 미끄러운 진흙으로 길 위에 있는 모든 것을 삼킨다.
물론 대부분은 흙먼지 샤워나 머드 팩을 하며 탈출은 한다.
수십 번의 흙먼지 샤워를 마치고 남칸 국경에 도착해서 라오스 출국-베트남 입국-베트남 출국-라오스 입국 신고를 불편 없이 진행하여 다시 30일의 무비자 라오스 체류를 확인받는다.
다만 지난달에 가능했던 나의 베트남 오토바이의 라오스 입국 정식 신고에 대해서는
지금은 허용되지 않아 '신고되지 않은 동력 탈 것'이 되어 노상의 검문소에서 긴장해야 하고,
라오스 출국 시에는 라오스 세관이 부과하는 1일 10만 킵의 벌금을 각오해야 한다.
라오스 재입국을 하지 않고 베트남으로 입국하면 이런 정당한 듯 부당한, 합리적인 듯 불합리한 처사에
기분 상하지는 않겠지만 곧 몽족의 새해 축제가 열리고 나는 그곳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돌아가는 편을 택했다.
찜찜한 갱신을 끝내고 몇 시간 전에 건넜던 몽족 로드의 먼지 늪과 먼지 구멍을 거치며
다시 수십 번의 먼지 샤워를 한 후
므앙캄의 어느 한적한 숙소에 여장을 풀고 먼지 샤워에 쌓인 먼지를 찬 물로 헹구어 흘러 보낸다.
내일은 폰사완의 익숙한 숙소에서 남은 먼지를 세탁하고 위와 폐가 아픈 나의 오토바이를 치료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