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비엥
(2007년 5월의 기록입니다.)
베트남 훼에서 마지막 머물던 숙소에서 만난
일본인 두명과 함께
이른 아침 출발했다.
하루 나절을 다 쓰는
긴 여정이었다.
버스 옆자리에
태국계 미국인이랑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라오스말과 태국어가 비슷해서 80% 정도는 알아듣는단다.
그건, 사투리 수준 아닌가?
라오스랑 태국이랑 같은 민족인가?
전혀 배경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생소한 정보였다.
비엔티안에서 태국으로 넘어갈 거라고 해서,
비엔티안까지 동행하자고 했더니 흔쾌히 동의한다.
그러나,
사완나켓에 도착하고 보니
태국으로 배타고 메콩강을 넘어가는 보더 이미그레이션이 있더라.
온리 태국인과 라오인만 다닐 수 있는 국경.
태국 여권과 미국 여권을 모두 들고 있던 그는
사완나켓 국경을 통해 태국으로 넘어가 버렸다.
일본인 친구들과 적당한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고
대강 씻고
메콩강변으로 나가니,
해가 뉘어서 태국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동네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는
강변 나무그늘 터에 앉았다가
찐하고 걸쭉해보이는 리어카 냉커피 한잔을 주문했는데,
미리 타놓은 찌그러진 양은 주전자 커피를 얼음잔에 부어준다.
세상 이래 달고 맛있는 냉커피가 다 있나 싶었다.
이 때 까지,
난 커피를 거의 마시질 않았다.
평생 열잔이나 마셨을까.
이 날 이후로
커피를 맛보기 시작했다.
다음날 아침 일찍
비엔티안으로 가는 완행버스를 탔다.
마을 외곽길에서
해가 떠오르는 둔덕길 위로
탁발승 무리들이 줄지어 걸어가는 모습을 보는데,
금강경 첫 구절,
爾時 世尊 食時 着衣持鉢 入舍衛大城 乞食 於其城中 次第乞已 還至本處
이 때 세존께서 밥 때가 되어 옷을 입으시고 발우를 들고 큰 사위성에 들어가셔서 발우를 비시었다.
부처 살아 생전의 실제 모습이 저렇지 않았을까 싶은 느낌이 들어
너무나 감동했었는데,
이동길에 뭐 있겠나 싶어 계속 카메라를 들지 않아서
베트남에서 부터 비엔티안까지 사진이 하나도 없다.
비엔티안과 방비엥까지 일본인 친구들과 동행했고,
일본인 친구들은 태국으로 넘어가기 위해 비엔티안으로 돌아갔고
나는 방비엥이 너무 좋아 홀로 더 머물렀다.
경치가 너무 좋았고,
아름다운 나비를 보고
나비가 되고픈 마음도 생기고
나비가 될 수도 있고,
다시 현실로 돌아올 수도 있다.
허나, 그럴 순 없기에
다음 여정을 위해
루앙프라방으로 떠났다.
아마,
여긴
또 올 것이다.
느낌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