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유랑기 - 5. 남지앙 국경 - 다낭 - 보이/푸끄아 국경 - 빡세 2023.1.25 ~ 2.7
라오스 닥쯩에서 달라붙은 한기와 습기는 여전히 한산한 남지앙 국경 너머까지 따라온다.
수차례 다녀 본 길이지만 아직도 좁고 울퉁불퉁하고 좌우와 상하의 굴곡이 심한 남지앙 국경에서 탄미까지의 80km의 내리막 길은 익숙하지가 않다. 그렇다고 흥미롭지도 않다.
이 불편하고 덤덤한 주행의 감정은 송봉 호수 즈음에서 담배 한 개비를 피우는 사이에 사라지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1월 25일에 국경을 넘어 다낭에 와서 2월 6일에 다낭을 떠나기 까지 12박 13일 동안 4곳의 숙소를 옮겨 다닌 것 외에 크게 한 일이 없다.
다니기 좋을 맑고 선선한 날씨였는데도 의지가 없으니 갈 곳도, 할 것도 없이 가성비 높은 다낭의 숙식 시설 주변만 배회한다. 한심하게도 보이겠지만 나를 위해 변명하자면 나는 이미 여행자가 아니고 유랑객이다.
유랑객은 여행자에 비해 가볍다. 다니는 목적이나 의도가 옅으니 시간이나 공간, 심지어 자신의 압박으로부터도 조금 더 자유롭다. 가장 치밀하게 나를 제한하는 것은 인간이 만든 제도이다. 그래서 베트남 체류기한에 맞추어 다시 라오스로 넘어가야 한다.
다낭에서 210km 떨어진 플레이껀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보이 국경에서 베트남 출국신고를 하고 푸끄아 국경에서 라오스 입국신고를 한다. 나의 오토바이 출입국 이력이 라오스 세관의 전산에 기록되어 있다. 전산 시스템이나 행정 절차가 아직은 부족하기 때문에 두 건의 오류가 발견되어 1시간 가까이 세관원과 일종의 논쟁 혹은 협의를 한다. 순조롭게 합의를 마치고 안남산맥 남쪽의 서쪽 사면을 따라 아따프로 향한다.
아따프에서 짐을 풀기에는 시간이 너무 일러서 볼라벤 고원을 관통하여 빡세까지 가야겠다.
고원은 인간의 땀과 땅의 힘으로 잘 자란 타피오카 수확과 판매로 한창 바쁘다. 비록 그 금전적 가치가 kg에 250원 정도로 메겨지지만 손이 덜 가고 수확량이 많은 탓에 커피 이상의 소득원이어서 점점 재배하는 농가가 늘고 있다.
오늘 하루 플레이껀에서 빡세까지 9시간 동안 300km의 공간을 이동했다. 그 수고로움에 빡세의 무더위까지 보태어지니 오늘은 깜퐁호텔의 에어컨 바람을 쐬며 나를 위로해 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