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라이까지 왔다면 여기 어때요? 메콩강변의 <치앙쌘>, <치앙콩>
요즘은 치앙라이까지 오는 여행자들도 그다지 많지는 않아 보이는데요, 그 치앙라이에서 완행버스나 롯뚜 타고 동쪽으로 한 시간 넘게 가야하는 치앙쌘 그리고 두 시간 넘게 가야 닿게 되는 치앙콩. 이 도시에 가는 분들이 있을라나 모르겠습니다만... 그냥 우리가 갔다 온 2023년의 첫달 이야기나 간단히 끄적여봅니다. 다녀온 여행자분들의 다른 이야기나 감흥이 궁금하기도 하고요.
매싸이를 출발하여 골든 트라이앵글(쌈리암 텅캄)에 잠시 들어 사진 한방 찍어주고 다시 강변을 따라 난 길을 따라 남쪽으로 몇 킬로만 달리면 나오는 치앙쌘 시내. 저는 물이 보이는 강변마을을 좋아해서 크게 할거리가 없는 이 메콩강변에 딱 붙어있는 두 마을이 살짝 맘에 들었습니다. 6년 전에 치앙쌘에 방문한 당시에는 ‘진스 메콩뷰’라는 강변 호텔에 둥지 틀고는 숙소에서 차려주는 아침식사 먹으며 강만 바라보며 세 밤이나 지냈었어요.
이 도시는 란나를 세운 고대왕국의 수도였던 적이 있어서 시내는 성벽과 해자로 둘러 싸여 있고 여기저기 폐허가 된 옛 유적들이 산재 해 있습니다. 망라이(멩라이)왕이 이 치앙쌘에서 태어났고 태국 북부의 왕국 ‘란나’의 전신인 ‘응언양’의 마지막 왕이자 란나의 초대왕이 되었죠. 응언양의 수도가 여기 치앙쌘이었습니다.
시내 서쪽 왓 빠삭 사원 유적을 중심으로 한 역사공원이 있고 근처에는 작은 규모의 국립박물관이 있습니다. 이 작은 마을에서 도보로 방문하기에는 나름 적당한 곳이고, 강만 바라보고 있는 것도 좋지만 오전 중 한때를 할애하기에도 고즈넉하니 괜찮은 곳이에요.
왓 빠싹 유적
https://goo.gl/maps/PFJL9SghkycHQLCdA
치앙쌘 국립박물관
https://goo.gl/maps/QDN5TotvV1FmrmDw6
이번에 저희가 묵은 숙소는 읍내 골목안쪽에 있는 ‘암파이 호텔’이라고 태국인들이 주로 묵는 중급규모의 숙소였어요.
이 시기에 1층의 약간 볕 안드는 방이 400밧, 3층의 볕 잘 드는 방은 600밧인데 우리는 방 바로 앞에 차를 대기에도 편해서 그냥 400짜리 방에 묵었습니다. 이런 규모의 도시에서 묵는 방 치고는 면적도 넓고 해서 불만이랄게 전혀 없었고요, 간단하게 아침도 먹을 수 있더라고요. 귤, 바나나, 식빵, 커피, 그리고 세 가지의 태국식 카놈... 뭐 이렇게만 있어도 충분했습니다.
여기서 하루 지내며보니... 마침 태국인 단체 유람단이 이 숙소에 묵었었는데요, 여럿이 모이게 되니 태국인 특유의 나긋함 따위는 간데없고 아줌마 아저씨들이 흥 높여서 막 떠들기도 하고, 아침식사 진열대에 남은 태국 카놈을 가방에 막 우겨넣어서 갖고 가는 아주머니도 있고 그래요. ^^
암파이 호텔 Amphai Hotel
https://goo.gl/maps/mL8AmkVncMaZfHnz8
저녁이 되면 메콩 강변을 따라 먹거리 노점들이 서는데 거기서 적당한 집 찾아서 고기구이, 쏨땀 뭐 이런거 먹는 게 이곳의 작은 낙입니다. 해 뉘엿뉘엿 지는 메콩강변에서 돗자리 깔아놓고 목욕탕의자에 앉아서 고기랑 술 먹으면 얼마나 맛있게요. ^^
이 곳의 볼거리로 나름 유명한 사원이 근교에 몇 군데 있는데 걸어서 갈만한 곳은 아니고 어쨌든 차로 이동해야 할 거리감입니다. 신년행사 때문인지 사원에 참배객들이 엄청 많더라고요.
골든트라이앵글
메콩강을 사이에 두고 태국-라오스-미얀마가 접하고 있는 지점
라오스 쪽에는 카지노로 보이는 큰 건물들이 엄청 들어서고 있다.
암파이 호텔
요일장인지 신년맞이 특별장인지 강변길을 따라 크게 열렸다.
치앙쌘 앞 메콩강
강변 노천 식당
숙소에서 주는 아침식사
상해교자관에서 먹은 것들
운남식 국수
샤오롱빠오
팟까파오 무쌉에 깍둑썬 당근이 들어갔다.
시내 북쪽 언덕배기에 있는 사원 '왓프라탓 촘 낏띠'
https://goo.gl/maps/Ftp5FurS13sR4Lui7
시내 남쪽에 있는 '왓 프라탓 파응아오'
https://goo.gl/maps/1q5Spy59cZfibBMm7
사원 안에 있는 망라이(멩라이)왕 사당
치앙쌘에서 빠져나가려면 경찰서 삼거리 근처의 버스정류장에서 버스 올라타서 치앙라이로 가야합니다. 아주 예전에는 치앙쌘에서 치앙콩까지 썽태우를 한번 갈아타는 여정으로, 치앙쌘–치앙콩을 가기도 했었는데요, 요즘은 이 노선의 썽태우는 없어진 듯보여요. 대략 700에서 800밧 정도를 부르는 대절 썽태우를 이용하든지 자차로 다니든지 해야겠더라고요. 우리는 렌트카로 이 구간을 이동했는데 운전해오면서 보니 정기적인 썽태우가 다닐 모양새가 아니였어요. 도로는 진짜 넓고 매끈하게 잘 다져놨는데 오가는 차량도 많지 않고 그랬답니다. 혹시 근래 이 치앙쌘–치앙콩 구간 도전해보신 여행자 있으신가요?
우리는 메콩강변 치앙쌘의 1박을 뒤로하고, 차를 몰고 역시나 메콩강변의 마을이자 라오스를 향한 발판인 치앙콩으로 향했는데 한 시간도 안 되어서 도착. 이때만 하더라도 치앙콩에서 1박을 할까 아니면 그냥 대충 마을 분위기나 킁킁 냄새 맡아보고 다음 도시로 뜰까? 망설였었는데... 와서 보니 하룻밤은 지내고 싶은거에요.
저의 마지막 치앙콩 기억이란... 고난과 고생이 덕지덕지한 태국-라오스 국경 넘기 였는데(그 당시 장장 1박2일 코스로 배 타고 루앙프라방 가기) 그 때는 도로도 지금처럼 말끔하지가 않아서 흙먼지 풀풀 날리고 비까지 와서 진창이었거든요. 근데 지금은 주변은 물론 강변 길까지 말끔히 정비를 해서 조깅과 자전거를 탈 수 있는 평화로운 강변도로가 짜잔~ 조성이 되어있더라고요. 보통 해변가 산책로를 에스플라네이드 라고 한다던데, 여긴 해변은 아니지만 그래도 수량 풍성한 물가니까... 나름 치앙콩 에스플라네이드 라고 하고 싶어요. ^^
그리하여 치앙콩 마을 북쪽 초입에서 찾아들어간 ‘데이 워터프론트 호텔’
활발한 중국계 아저씨가 주인인 이곳은 숙소의 모든 방 베란다가 바로 강을 직면해 있어서 우리가 메콩강변의 도시에 왔다는 걸 방안에서도 느끼게 해주는 전경에 반해 묵게 되었어요. 사실 이 숙소의 방들은 이미 좀 낡아서 세련미라고는 하나도 없고 화장실도 리노베이션이 필요한 상태로 노후해져 버렸지만...어차피 1박만 할거 시설보다는 전망이여서 넓은 베란다가 있는 이곳에 700밧에 묵게됩니다. 이곳 역시 아침에 간단한 식빵, 바나나, 쿠키, 커피를 제공해줘요.
밖에 나갔다가 숙소에 들어 올 때마다 주인아저씨가 전투적인 엑센트로 “안녕!!!”하고 인사를 해주십니다. 우리는 그때마다 ‘안녕하세요~’하고 답해줬는데 몇 번 그러고 나니 아저씨도 ‘안녕하시오!’라고 바꾸시더라고요 ^^
데이 워터프론트 호텔 Day Waterfront Hotel
https://goo.gl/maps/cWxJJfPqwGWojMxM7
데이 워터프론트 호텔
여장을 풀고 강변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타박타박 걸어서 내려가니... 오호~ 이 무드 살짝 마음에 듭니다.
메인 도로를 걸으면 옆을 스치듯 지나는 차 때문에 자동적으로 긴장을 타게 되며 몸을 움직이게 되는데, 치앙콩 에스플라네이드 길은 강을 따라 놓여 있고 차도 거의 다니지 않기 때문에 소음이나 위험함에서 벗어나 주변 풍경을 만끽하고 사색하며 걸을 수 있어요.
으흠~ 근데 걷다보니 이 강변에 꽤나 큰 대형숙소(이 마을의 규모에 견주어보면...)가 들어와있네요. ‘치앙콩 티크 가든’과 좀 더 남쪽에 있는 ‘남콩 리버사이드’, 그리고 더 걸어가보니 ‘포츈 리버뷰’까지요. 그 사이사이에 작은 규모의 숙소와 식당 사원 그리고 버려지다 시피 한 폐허가 된 건물들까지 줄지어 있습니다.
치앙콩 데이 워터프론트에서 하룻밤 자고 이른 아침 강변도로를 산책하다보니 남콩 리버사이드의 조식당에서 나이든 서양인들이 꽤 여러명 와글와글 대화하면 식사하고 있더라고요. 국경마을이어서 비자연장이 비교적 수월하고 유유히 흐르는 메콩강이 주는 느낌과 자그마한 도시 분위기, 그러면서도 있을 건 웬만큼 다 있는 치앙콩이 장기로 묵기에도 괜찮은 듯 하네요. 예전에는 이곳에서 라오스 내륙으로 가려면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1박2일짜리 느린배, 한나절짜리 빠른 배 이렇게 둘 중 선택을 했었는데 지금은 다리도 놓여 있고 라오스 쪽의 도로 사정도 괜찮은 편이라 육로로도 많이 이동을 한다네요.
강변에 닿아있는 숙소가 아니라 저희는 묵을 마음이 없었지만 메인 도로 변에 ‘슬리핑 웰’이라는 말끔하고 힙 해 보이는 숙소 앞에 요즘 태국 전역에 많이 생기는 동전세탁소가 있네요. 드럼형 세탁기와 건조기가 각각 40밧. 묵은 빨래를 돌렸는데 뽀송뽀송 깨끗하게 세탁이 되네요.
강변길에서 바라 본 우리 숙소
강변길
시내 메인도로
우리의 숙소가 강변을 마주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저녁식사를 강이 보이는 식당에서 했을 거에요. 근데 방에서 계속 강을 보고 있자니 식사는 그냥 소박하게 길 안쪽의 식당에서 먹어도 되겠다 싶어서 간 곳이 ‘치앙 로이 펍’ 라는 곳이었습니다.
이곳은 우리가 치른 소소한 음식 값에 비하자면 기대보다는 괜찮고 정갈하게 음식이 나왔는데요, 점심때 먹은 북부식 국수인 남응이우와 카우써이는 계란까지 추가했는데도 총 85밧, 저녁에는 돈까스 카레덮밥과 야끼소바를 시켰는데 각각 80, 60밧 밖에 안했어요.
근데 식당분위기에 그닥 어울리지않게 상호명에 Pub은 왜 들어가는지 모를일이에요. 이 작은 마을에서 펍이란 이름을 달고 태국 북부 음식과 일식을 같이...? 궁금증이 돋지만 하여튼 우리는 맛있게 먹었습니다.
치앙 로이 펍 Chiang Roy Pub
https://goo.gl/maps/CtXYurtYcFSF2geL8
마을 남단에 로터스도 있고 그 안에 KFC 등 프랜차이즈 음식점도 있고 해서 혹시 이 시골마을에서 장기체류를 하는 외국인이라 할지라도 생필품 수급이나 식료품 마련하는 데는 아무런 걱정이 없겠다 싶었어요...
치앙콩에서 치앙라이로 갈때는 남쪽, 북쪽 두 갈래 길이 있는 데 북쪽은 거의 치앙쌘 다가서 빠지게 되지만 좀더 짧습니다. 언제 공사를 했는지 치앙콩-치앙쌘-치앙라이 길이 엄청 좋아졌어요. 가뿐하게 다음 목적지인 치앙라이에 도착 합니다.
숙소에서 바라본 라오스 훼이싸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