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소녀 라오스에 가다-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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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소녀 라오스에 가다-11

시장소녀 1 960
그 동안 재미있는 여행기가 많이 올라왔네요. 저도 분발하겠습니다!

여러분이 즐거울 수 있다면 저 하나 주접으로 부셔진다 하여도~~


동이 트자 마자 거지소굴 같던 숙소를 빠져 나왔다. 그렇게 잠이 많은 내가,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잘 수 있던 내가

밤새 한 숨 이루지 못했다면 누가 믿어줄까? 그치만 밤새 쥐가 뛰어 다니는 소리,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면 누구라도

그랬을 것이다

방값 1불(10000낍으로 내도 되지만 달러가 이득)을 던져주듯 주고는 나와 버렸다

왕위앙에서 만났던 커플이 추천해 준 곳으로 향했다 시내 중심지는 아니지만 맞은편에 은행도 있고

시장에서 멀리 떨어진 것도 아니며 우선 방이 너무너무 좋았다

대따 큰 침대에 화장대며 빨래걸이랑 온수가 나오는 깨끗한 공동욕실까지

가격은 20000낍!

미싸이 게스트하우스 : 짤리야 게스트하우스 오른쪽

겨우 1불 아끼겠다고 그 고생했던 내가 너무 한심해진다. 비바람이 몰아치고 해마저 지려고

해서 너무 서둘렀던 것이 화근이었다

어제 못한 샤워를 하니 조금 정신이 든다. 하지만 뱃속에서는 난리가 나고 어질어질에 정말 너무 몸이 아니다

하지만 가만히 누워있을 수는 없지. 아픔을 잊기 위해 좀 돌아다녀 보기로 했다

어제 너무 힘들어서 엄마에게 썼던 편지도 부치고 대충 동네 한 바퀴 돌면서 분위기도 보다가 푸씨 호텔 앞 공터에서

스카프를 골랐다 그런데 가격이 어마어마하다!! 깎아서 70000낍!

아무리 수공임을 강조해도 나같은 가난뱅이 여행자에겐 그림의 떡.

눈물을 뿌리며 뒤돌아서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달라시장으로 향했다

똑같은거 30000낍 --;;;; 뭔가 차이가 있을런지는 몰라도 내 눈엔 똑같았다

친구들 주려고 3개 샀다.

지나가는 언니가 한 마디 한다 "두 유 스모크?" 물론 글자 그대로 담배 피우냐로 해석하면 안된다

이렇게 시장에서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아편'을 팔다니 내가 진짜 라오스에 와있구나 ^^;;

구경도 좋고 다 좋은데 정말 몸이 너무 아니다 먹을 것 찾아다니는 재미로 여행하는 내가

이틀동안 물 한 잔도 제대로 못 마셨다면 누가 믿을까?

남들같으면 벌써 쓰러졌겠지만 그 동안 축적된 지방으로 인해 빈혈기 한 번 못 느꼈다 --;;;

물론 병원에 가볼 생각도 했지만..음 왠지 저 병원에 들어가면 딴 병 걸려 나올 것 같은..--;;;

그리구 내가 개인적으로 병원가는걸 되게 싫어한다. 깡으로 버틴다 .몸의 면역력을 길러야 한다고 부르짖으며..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은 사원이 많이 모여있는 쪽으로 향했다

애초에 모두 들어가 볼 생각은 없었고 헬로태국의 설명을 읽고 맘에 드는 곳만 가기로 했따

왓 씨앙통을 구경하고 강가 쪽으로 나와 걸어가는데 하이에나 한 놈이 붙잡는다

투어 하이에나였다

지금 세상 만사가 다 귀찮은 내가 동굴에는 가서 뭣하랴..--;;

뿌리치며 지나가려는데 이 하이에나 꽤나 집요하다

문득 왕위앙에서 만난 커플이 말했던 탓세 폭포 생각이 나서 거기도 가냐고 물었더니 간단다

아예 그늘에 자리 잡고 앉아 얘기를 나눴다 여행 얘기는 안하고 쓸데없는 신상조사만..--;;

몸이 안 좋다고 했더니 왜 약을 안 먹냐, 내가 사다 줄까, 우리 집에 가서 저녁 먹을래, 나 옆동네 놀러갈껀데 같이 갈래 등등

이녀석이 투어 손님을 받으려는 건지 작업을 하려는 건지..???

우리가 놀고 있는 것처럼 보이니까 심지어 다른 하이에나들이 접근해서 투어 하라고 찔러보고 간다

탓세폭포랑 탐띵을 5불에 해줄 수 있냐고 했더니 이 녀석 허허 웃는다

긍정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그럼 내일 보자고 했다

담날 아침 7시.

사실 맘 같아서는 이 길로 부두로 가서 훼이싸이로 가는 배를 타고 싶었다

하지만 이 상태로 배를 탔다가는 정말 미쳐버릴 지도 모른다.

저 멀리 안개를 헤치고 나일론 잠바 자락을 펄럭이며 오토바이가 달려 온다

어이구, 이녀석 머리에 기름까지 발랐다 그런데 기름이 얼마 없었나 보다 . 발라지다 말았다.

친절한 녀석이긴 했지만 여자 혼자 이다 보니 솔직히 경계를 풀 수는 없었다. (제가 말씀드렸죠? 전 라오스 타입이라고..--;;;)

어제 얘기할 때도 슬쩍 어깨에 손까지 올렸기 때문에 더더욱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한 번만 더 그래봐라 손 모가지를 그냥!

상쾌한 아침 공기를 가르며 우리의 모터싸이는 출발했다~

어디로 가나 하고 있는데 이 녀석 엉뚱하게 자기 집으로 간다. 엥?

순간 긴장(!) 했으나 추워서 바지를 입어야 겠다고 하길래 지켜 보기로 했다

잠시 후 리얼 '구제' 청바지를 들고 나온다 지금 입은거나 그거나 삐까삐까인데..??

느닷없이 그걸 내게 주며 갈아 입으란다. 에에???

내가 반바지 입은 걸 보고 추울꺼라며 갈아입으라는 거다

신경 써주는 것이 고맙긴 했지만 에구..얘야 내가 그걸 어찌 입니..--;; 꽤 순진한 녀석이다

난 안 춥다고 괜찮다고 했더니 진짜 괜찮냐고 재차 확인을 하고 그제서야 바지를 치운다

그럼 이제 가겠거니 했더니 뜬금없이 아침 먹었냔다. 안 먹었다니까 자기도 안 먹었다고 아침이나 먹잔다.

내가 뭐라 할 사이도 없이 라오스인의 주식인 찰밥과 꼭 토각같이 생긴 해초 튀김을 가져온다.

집안 분위기로 짐작을 했지만 정말 가난한 집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온가족이 둘러 앉아 밥을 뜯어 먹었다. 나 역시 여전히 속이 안 좋았지만 열심히 먹었따.

밥까지 다 먹고 어서 가자고 했더니 자기 아버지가 오토바이를 써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오후에 출발할 수 있단다

아아니, 이놈이 무슨 수작이야??

나보고 5불밖에 안 냈으니 넌 대신 그 동안 내게 영어를 가르쳐 줘야 된다는 거다

나 참.. 이 놈 보게~ 황당해서 말이 안 나온다

5불 낸 사람이 할말 있나 뭐. 그러자고 했다

내일 모레 띄울 자기 슬로보트를 구경 가자며 앞장선다. 별수 없지 따라갈 수 밖에..--;;

동산을 넘어 강가로 가니 훼이싸이로 가는 슬로보트와 좀 작은 배 한대가 나란히 떠있다

자기 아버지가 한 달 동안 손수 만든 것이라 했다

내가 훼이싸이로 간다니까 이번에 자기가 저 배를 운전한다며 나보고 꼭 저 배를 타란다 자기 옆에 앉혀 준다고..--;;

아이고, 황송하다 이놈아..==;;;

아버지가 돌아오기까지는 세 시간 남았다.

그 동안 진짜 이 얘기 저얘기 많이도 나눴다. 한국에 대한 얘기랑 한국어도 가르쳐 주고 air가 살아온 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기억에 남는 얘기가 하나 있다

문득 얘가 묻는 거다

"넌 여행을 끝내고 집에 돌아가서 부모님을 만나면 어떤 기분이 드니?"

이런 당연한 질문을 하는게 너무 어처 구니 없어서,

"니가 2년 동안 승려 생활을 하고 집에 돌아갔을 때의 기분이랑 똑같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더니,
"난 슬펐는데?"

"잉? 왜?"

"2년이나 지나서 집에 돌아왔는데도 집이 너무 가난해서..."

"......."

마음이 찡했다.

집으로 다시 돌아가니 오토바이 쓰려고 했던 아빠는 안 쓰고 대신 여동생이 몰고 나가버렸단다..허거거..

여기는 진짜 어린애들도 오토바이 몰고 다닌다. 무셔~

여동생이 오길 기다리며 얼떨결에 점심까지 얻어 먹었다. 찰밥에 나물무침 비슷한것.

언제나 반찬 한 가지만 놓고 먹나 보다. 아, 그리고 고추장 비슷한 매운 양념을 밥에 뭍혀 먹는다

여동생이 돌아오고 나서야 우리는 진짜 투어를 떠날 수 있었다.

벌써 1시가 넘어간다 --;;; 아침 7시에 나왔는데...

먼저 향할 곳은 탓세 폭포

쾅씨 폭포에 다리인지 뭔지 구조물이 생기면서 완전히 경관을 버렸다고 한다

탓세는 아직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은 곳이지만 론리에는 이미 소개된 곳이다

탓세로 향하는 길은 생각보다 멀었다. 산을 끼고 돌며 흙길을 달리는데 맞은편에서

모래를 실어 나르는 트럭이라도 한 대 지날라 치면 흙먼지가 말도 아니었다

모자로 얼굴을 누르고 숨을 참으면 이 놈 뭐가 우스운지 모자를 벗기며 히히 거린다. 싱거운 놈

강가에 도착했다. 강에서 아까 아침에 먹었던 해초를 따는 꼬마들이 자맥질을 한다

카메라를 들이댔더니 혀를 쏙 내밀며 물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유유히 흐르는 칸 강과 포근한 산자락이 정말 아름다웠다

건너편에 이르러 조금 올라가니 폭포의 입구다.

여기도 입장료를 받는다. 입장료를 받으면 대나무 한 개를 걸쳐 만든 문을 쓱 당겨서 문을 열어주는데 아주 우스웠다

라오스식 자동문이라고 낄낄거리며 폭포에 이르니 물 색깔이 옥빛으로 아주 곱다

옥색의 물이 층층이 흘러 내리고 있었는데, 건기라 그런지 군데군데 말라있는 곳도 있었다

우기가 되면 제법 큰 폭포가 되겠다. 우리가 서 있는 곳까지 다 물에 잠긴다고 했다.

옆에 난 오솔길을 따라 폭포 진원지를 보려고 꼭대기로 올라갔다

하지만 길이 험해서 꼭대기까지는 못 가고 폭포를 따라 내려오기로 했다

둘 다 바지를 허벅지까지 걷어 올리고 물 속에 들어갔다. 다행히 물은 무릎정도밖에

오지 않았고, 얘가 여기로 투어도 몇 번 와봐서 얕은 곳만 골라 디디게 해 주었다

내가 하도 겁을 내니까 나중에는 손을 내밀어 잡고 내려오게 해준다

빠뜨리겠다며 웃기지도 않은 위협을 하면서 헤헤거리는 이 녀석, 그 동안 너무 의심했나 미안한 생각이 든다

제법 깊은 웅덩이에서는 외국인 여행자 한 명과 두 명의 어린 스님이 다이빙 시합을 하고 있었다

무서워 하는 어린 스님을 위해 셋이 손을 잡고 동시에 뛰어 든다.

저것이 동서 화합의 모습이 아닐까?

다 내려오자 이번엔 여기 서봐라 저기 서봐라 하며 사진찍어준다고 바쁘다

고마워서 니 사진도 하나 찍어 주마 했더니 좋아라 하며 포즈를 잡는다

돌아오는 길에는 앙리 무오의 무덤으로 향하는 곳도 있었지만 길이 험해서 그만 두고

친구가 있다는 '바구니 짜는 마을'로 갔다

아줌마에게 물 한 잔 얻어 마시며 쉬었다가 돌아오는 길은 벌써 해가 기울어간다

아직 몸이 회복이 안 되어서 탐띵까지는 무리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냥 돌아가자고 했다

피마이 때 꼭 다시 와서 우리집에서 자고 가라고 간곡히 말하는 그 녀석, 이제 꽤 귀여워 보인다

5불을 쥐어주고 기약없는 이별을 했다

좋은 사람과의 만남. 그것이 여행에서 얻는 가장 큰 수확이 아닐까?

모처럼 제대로 된 밥을 먹으며 즐거운 추억이 하나 더 생긴 것에 감사했다

1/25 39900낍, 쇼핑 95000낍

방값 20000
인터넷 5000
우표 2400 (한국, 항공우편)
주스 2000
스카프 30000x3=90000
가방 5000

공터 가격 : 시장가격의 반 가격으로 합의 보시면 될 듯.
일단 시장에 들러 가격 알아 보신 후 가세요

1/26 56000낍 (250밧)

방값 20000
바나나주스 2000
홍차 6000
시나몬 케잌 5000
왓 씨앙통 5000
푸씨 8000
라오스의 전통 밥그릇 (딥카우 혹은 엡 카우라고 부름) 5000x2=10000 (시장에서 한 개 6000 달라는 것 깎았음)

1/27 101500낍 (약 451밧)
투어 5불(약 47500낍)
배 10000(1인당 5000, 왕복)
폭포 입장료 5000
홍차 3000
치킨 샐러드 10000
방값 20000
사과 3000
바나나 3000

정보

개인적으로 강변의 게스트하우스 추천하고 싶지 않음. 오래된 건물이 많고 강변이라는 이유로 후진데도 불구하고 제 값 다 받음.
시내로 나오면 새로 지은 건물이 대부분이며 가격도 비슷하거나 더욱 쌈. 워낙 도시가 작으니 걸어서 얼마든지 갈 수 있음.
미싸이 게스트하우스 강추!!!(모든 방이 더블)
라오스의 대부분의 게스트 하우스는 더불룸이 기본인가 보다

박물관이 있는 길거리에 적절한 가격의 레스토랑이 모여있음
스칸디나비안 베이커리 : 커피,홍차(무료리필) 6000, 바나나케잌 5000, 치즈크로아상 6000, 쿠키 6000/100g 아침세트 20000, 바게뜨 4600, 샌드위치 10000 (super 14000)

탓세 폭포 강추! 앤 있으신 분들 이럴 때 써먹으세요
오토바이 빌려서 직접 찾아가면 돈도 덜 들구 앤도 부려먹구 호젓한 길에서..으흐흐흐~ 먼지도 먹고~
론리에 지도가 나와 있다고 하더군요

air가 해 준 말에 의하면 승려들에게 말 걸다가 경찰에게 걸리면 경찰서로 갈 수도 있다고 한다. 먼저 말 걸고 날 보면서 휘파람까지 부는 승려도 봤는데..--;; 걔네는 진짜 불교 신자가 아니라서 그런 거라나..--;; 믿거나 말거나다~~
아, 어느 사원에서는 목욕하는 승려 사진도 찍었는데...이히히히...
멀어서 큼직하게는 안 나왔지만...아까워..^^;;; 그래도 아무도 잡으러 안 왔다. 그 승려들도 즐거워(?) 하던데...

승려들이 하도 많으니 날라리 승려도 많나 보다

1 Comments
망고스틴 1970.01.01 09:00  
넘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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