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쓰는 체면상실 여행일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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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 가는 버스, 앞의 서양애가 의자를 주욱 밀어앉아서 정말 좁다.
차렷의 부동자세로 앉아있어야 한다.
그리고 심하게 춥다. 왜 이렇게까지 에어콘을 무지막지하게 트는 걸까.
버스담요에다 대한항공담요까지 둘둘 말았다.
담요가 짧아 감싸지 못한 내 발가락과 머리끝은 얼어갔다. 이럴 때 자면 정말 얼어
죽어 발견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잠을 못잔건 아니고,
그래 차라리 잠이라도 잤으면 괜찮지. 앞 뒤 옆 쓰리콤보로 서양애들 정말 심하게
나불거린다.
우리는 치앙마이 가는길, 그리고 가서도 이 서양애들 수다 때문에 노이로제 걸릴
뻔 했다. 난 이제까지 중국과 우리나라만 시끄러운 민족성을 가진 줄 알았는데. 아
니였다.ㅠㅠ
태국애도, 일본애도, 미국애도, 캐나다애..국적 불문 말만 통하는 3인 이상 모이면
엄청 시끄럽구나. 인간으로 태어나면 이 수다성을 누구라도 다 갖게 되나 보다.
얼다 귀막다 좁은데서 몸 비틀다 어느새 지쳐 잠이 들었는데 또 급화장실 욕구가 밀
려와 깨버렸다. 나가다가 아영이 안경을 떨어뜨렸다. 아영이 안경 찾고 나 나가느
라 부스럭거렸다. 그 소리에 입닫고 자던 서양애들 깨서 다시 무한수다 시작...
ㅠㅠ..아아아아아아아
이 지옥의 사이클이 가는 11시간 내내 계속 반복되었다. 정말 괴로웠다.
이후 여행사버스 한번도 안 타고 꼬박꼬박 999버스 이용했다.
선데이 마켓을 보기위해 트레킹은 하루 늦게 시작하는 걸로 예약한 상태.
우리는 잠이 필요했다. 내 맘 같아선 아무데나 얼른 체크인하고 빨리 침대안으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그 정신없는 와중에 아영이가 '안정성이 확보된 책에 나온' 숙
소에 가자고 한다.
나는 깨갱했다. 어제 돈 좀 아껴보겠다고 여행사 버스 타자고 한 사람이 나라서......
뚝뚝이를 타고 타패문 앞 나이스아파트먼트로.
오래됐지만 정갈한 나이스아파트먼트로 가는 길. ㅇㅎㅎㅎ 아영님 만세!!!
아영님의 선택은 탁월하심!!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막 아침이 시작하는 시간,
방 정리가 되려면 좀 있어야 하니 아침 9시까지 어디서 놀다 오랜다. 마당에서 더
운물을 마시면서 쉬어도 되고..
우리는 더운물도 마시고 쉬기도 했다가 어디 놀러 가기로 했다. 멀리는 말고, 아침
도 먹어야 하니까 ..그래서 근처 타패문 앞 블랙캐년커피.
가서 커피를 냅다 들이키고, 팬케잌도 씹었다. 커피값이 저렴해서 이거저거 많이 시
켰더니..은근히 돈 잡아먹데..
유쾌하고 친절한 알바생이 기억에 남는 치앙마이 블랙캐년커피.
커피 정말 맛있다.(팬케잌 에러.)
아침먹고 타패문보고
숙소로 돌아가 더운물 한잔 더 마시고 있으려니까.. 한 한국분이 먼저 인사해주신
다. 여기서 한달동안 있다가 오늘 한국으로 돌아가신다 했다. 우리는 그 분을 붙잡
고 정보를 구걸했다. 아영이가 관심있어 하던 빠이 얘기도 물을 겸.
그 분은 치앙마이를 정말 좋아하시는 분이었다. 치앙마이 정말 좋다고. 날씨도 시
원하고 조용한 동네라고. 매년 이렇게 재충전하고 돌아가야 다시 열심히 일하실
수 있다고 하셨다.
치앙마이 얘기, 주변 볼거리 먹을거리 얘기, 주변 도시 얘기, 간단한 태국어, 썽태
우 흥정하는 법등등.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고급정보를 제공해주신다.
우리는 신나서 메모하고. 태국어로 숫자세고 연습하고.ㅋㅋㅋ
그러다가 오늘 하루 떠나시기 전까지 우리와 같이 돌아다녀 주신다고 하셨다.!!!
우왓!!!일일 가이드를 자청해 주신거다!!!
이 날 우리는 선생님의 썽태우 흥정 및 타는 법의 실전감각을 키울 수 있었을 뿐 아
니라, 태국아주머니가 하시는 엄청난 김치전을 맛보고(무려20B!!), 신라면 4개와
여행 내내 잘 먹은 커피를 사고, 가격흥정의 노하우를 잠시나마 맛볼 수 있었다.
더욱이 선생님은 라오스에 대한 환상을 우리에게 팍팍 심어주셨다. 아직도 라오스
이야기를 하시면서 두 눈을 반짝반짝 빛내시던 선생님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ㅋㅋ
선생님 정말 감사했어요. 이번에 라오스는 못갔습니다. 다음에 저희도 꼭 라오스 갈겁니다^^..
그런데 숙소에 돌아와 밀린 잠을 자느라 가시는 선생님께 인사 못 드렸다.
또..끝맺음이 시원치 못했다...으으음
낮잠에서 깨고나니 해가 질 무렵,
벌써 아영이는 일어나 먼저 1시간 돌아다니다 왔다.
“언니 밖에 난리났어요!!”
(내가 퍼자고 있을 때 아영이가 먼저 가서 찍은 사진)
우리가 숙소를 참 잘 잡은 것이.. 골목을 바로 빠져나가면 바로 선데이마켓이 시작
되는 곳이다. 눈꼽을 채 다 떼기도 전에 작은 전등이 길을 가득히 메우고 저마다 예
쁜 물건을 자랑하는 모습이 안구에 가득 찼다. 낮과는 완전히 다른 풍경. 분명 평범
한 길이였는데, 지금은 활기차고 예쁜 시장이다.
(앗..마켓 풍경아닙니다. 마켓 중간 어느 이쁜 골목)
우린 넋이 나갔다.
완전 넋이 나가서 나는 그 많고 많은 예쁜 물건 중에 비누를 6개나 샀고 아영이는
아까배운 흥정노하우를 실전응용하려다 그만 마음에 든 코끼리티를 놓쳤다.
아영이는 여행이 끝날 때까지 그 코끼리티를 잊지 못했고, 하나에 1000원 상당하
는 나의 비누는 여행이 끝날 때까지 배낭 및 가장 큰 짐이 되었다.(집에 와서 보니
다 녹아 우그러짐.ㅠㅠ)
그래도 고산족에게서 여행내내 뽕 뽑은 작은가방을 사서 만족.!!
200(아줌마)-100(내)-190(아줌마)-130(내)-한바퀴돌고옴-170(내)-180(아줌마)-
-또 한바퀴돌고옴-150(내)-170(아줌마)-160(아줌마)-deal!!
아까 선생님이 그냥 뒤돌아서서 가는 척하면 분명히 잡아서 깍아줄거라 하셨는데
이 고산족 아주머니 한번도 안잡았다. 그래서 두 번이나 왔다갔다...ㅠㅠ
얘 지금은 내방 벽걸이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12시가 거의 다된 시간까지 우리는 시장을 돌고 돌고 또 돌았다.
타패문은 밤에 보면 정말 아름답다. 치앙마이는 나에게 도시전체가 뭐랄까 조용하
고 지적이고 고풍스런 느낌을 주었는데..거기에는 타패문과 그 수로가 둘러싸인 네
모성벽이 주는 역할이 상당했다.
고풍,지적,조용
우린 네모성벽;;(이름이 뭐더라..;)을 한큐에 다 둘러보고 싶었다. 그래서 뚝뚝이로 출동!
아아 미친듯이 달리는데...야경 눈에하나도 안들어오고 왠지 멀미가 나는 것 같다.
돌아보는데도 한 10분,5분 걸렸나??;;; . 이거는 실패다.!!!
우리는 쓰러져서 잤다. 왠지 좋지않은 예감의 트레킹을 두려워하며...
...................
of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