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탕이 된 코로나 전 푸켓 여행기(3)-최약체들 합류
Day5.
오늘은 전형적인 태국 우기 날씨를 보여줍니다.
아침부터 흐리더니 비가 죽죽 내립니다. 그래서 어제 달팽이가 그리 바삐 다녔나 봅니다.
축축한 날 뽀송한 방에서 뒹굴거리다가 침대에 파묻혀 잠을 잡니다.
비오는 날 출근 안하고 침대서 뒹굴거리며 행복을 만끽합니다.
누구하나 걸리적 대는 사람 없고, 말 시키는 사람 없고, 밥 안차려 먹어도 되고 청소안해도 되니 너무 좋습니다.
원래 일도 열심히 안하고 살림도 안하는데 해방된 느낌 뭐지???
원래 공부안하는 애가 시험 끝나면 제일 신나게 노는법.
매사에 그리 열심히 살지도 않으면서 게으르게 흘려 보내는 시간을 즐기는 편입니다.
인생낭비 그자체.
자다 일어나 늦은 점심은 호텔 레스토랑에서 그냥 해물볶음밥과 라떼를 주문합니다.
튀긴 누룽지(?)와 커리, 판 초콜렛까지 주시네요.
볶음밥이 너무나 알찹니다.
[너무 귀여운 초콜렛 망치]
비내리는 바다를 보며 커피를 마시니 괜히 센치해 집니다.
빗소리를 들으며 또 멍하니 비오는 바다를 바라봅니다.
촉촉 갬성으로 무장하고 한참을 바라봅니다.
이젠 너무 감성적인 내 자신이 꼴뵈기 싫을 정도입니다.
오늘은 엑스트라 베드가 들어와야 되어서 방정리를 부탁하고 점심을 먹고 마사지를 받고 들어옵니다.
호텔안에 스파가 있지만 이재용도 울고 갈 요금이라 주변 마사지 샵으로 갑니다.
그냥 평범한 동네 마사지 샵이지만 가격도 싸고 언니들이 친절하고 실력도 좋습니다.
가성비가 오진다는 말이죠.
어슬렁 대다 들어오니 엑스트라 베드가 들어와 있고 청소와 정리가 싹 되어있네요.
[엑스트라 베드 들어온 방]
친구들을 위해 침대엔 눕지도 않고 애껴둡니다.
쇼파에 누워서 또 빈둥댑니다.
나태지옥에 떨어져도 할말이 없습니다.
인생은 누워있는 시간과 눕고싶어하는 시간으로 이루어졌단 말씀.
테라스에서 도마뱀이랑 달팽이랑도 놀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운동이 육체적 건강에 좋듯이 의미없이 흘려 보내는 이런 시간은 정신적 건강에 좋습니다.
게으름 대찬양!
저녁은 호텔레스토랑에서 간단히 이름모를 논알콜 칵테일과 파스타로 먹습니다.
바다를 보며 호로록~
몇시간 후면 도착할 친구들을 기다리며….
고독은 충분히 즐겼다!! 와라~!!! 커먼 베뷔~~!
대충 도착할 시간에 맞춰 로비에 나가 기다립니다.
두둥~!
드디어 12시가 넘어 친구들이 도착했습니다.
여기서 친구들과 조우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세상 반가워서 달려가 얼싸 안았습니다.
이상하게 혼자 있으면 같이 있고 싶고 같이 있으면 혼자 있고 싶고 그럽니다.
집에 있으면 나가고 싶고 나가면 집에 가고싶은 그딴 심리.
혼자 실컷 즐겼으니 이젠 같이 즐겨줄 시간 입니다.
이쯤에서...
최약체들 소개.
1. 나태지옥 랍쇼씨
매사에 게으르고 아무것도 안하는거 좋아함. 무계획, 저자극 쾌락주의녀.
쓸데없는거 열심히 하다가 빨리 지치는편
2. 염세주의녀
모든게 계획적이고 매사를 단도리 하며 쿨병에 걸려서 남 배려하다가 상처 받는 타입.
사람들과 세상만사에 염증을 느낌.
3. 썸띵드링크씨
책임감이 강하고 꼼꼼하며 계산에 능함. 단호한 독고다이지만 유약한 타입.
부지런한 정신에 그렇지 못한 육체의 소유자. 술빼고 다 잘마심.
나태지옥 랍쇼씨+염세주의녀+썸띵드링크씨 이렇게 세명, 최약체들의 게으른 여행이 시작 됩니다.
태국에 자주 와본 썸띵드링크씨에겐 날씨나 호텔 컨디션이 문제가 될게 없습니다.
BUT,
단 한번의 태국여행을 우기에 오는 바람에 태국의 단점만 보고간 염세주의녀 때문에 바짝 긴장 했습니다.
염세주의녀의 태국 첫방문 당시 우기의 빠통은 우울하기만 했었습니다.
몇일내내 햇볕 한줌 없이 비만 죽죽 왔습니다.
호텔은 어쩔 수 없이 눅눅했고 테라스엔 개미가 엄청 모여들었죠.
뛰어난 동체시력의 소유자인 염세주의녀는 개미 박멸 스프레이를 조석으로 뿌리며 방역에만 매진하다 갔습니다.
그리곤....염세주의녀가 떠난 날부터 날씨가 좋아졌다는 슬픈 이야기..
다행히도 더나이한 호텔은 너무도 염세주의녀 스타일이였습니다.
(뱀이 나왔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았습니다.)
썸띵드링크씨는 오자마자 야쿠르트를 원샷하며 엄지를 치켜 세우셨고
염세주의녀는 쓰윽 뷰와 룸을 보고는 일단 합격점을 주셨습니다.
특히나 드넓은 테라스를 맘에 들어 했습니다. 왠일로 기분이 좀 좋아보입니다.
이번엔 실망을 안겨드리지 않겠습니다.
아무 계획도 없는 내용 없을 無의 브리핑을 합니다.
쓸데없는 얘기를 심도 있게 하며 새벽 세시가 다 되어 떠들다 잡니다.
Day6
다음날 염세주의녀의 한국시간에 맟춘 알람소리 덕에 새벽 5시에 일어나는 참사를 겪어야 했습니다.
염세주의녀가 7시라며 일어나라고 했으나 해도 안 뜬 5시였다구요.ㅜㅜ
최선을 다해 다시 잠을 청하고 조식을 먹습니다.
조식의 따뜻한 라떼나 TWG 티 종류는 썸띵드링크녀를 만족시키기에 충분 했습니다.
전에는 룸에도 TWG티가 구비되어 있었는데 이젠 조식에서만 줍니다.
썸띵드링크씨는 어디선가 콜드브루 커피를 가져와 마십니다.
혼자 있을땐 있는줄도 몰랐는데 역시 드링크씨 입니다.
조식이 일단 너무나 우리 스타일이고 뷰가 너무 좋아 모두가 만족하며 조식을 즐깁니다.
일단 조식 합격!
근데....날씨가 좀 꾸물거립니다??
날씨요정이 도와주질 않습니다.
슬슬 염세주의녀의 눈치를 보기 시작합니다.
“날씨 좋다며?? ”
오기전 매일 카톡으로 사진을 보내며 자랑을 오지게 해댔던 내 자신이 원망스럽습니다.
음… 그래도 비는 안오니깐 일단 풀에 나가자며 끌고 나갑니다.
없는 해를 쥐어짜서 쬐고 앉아 있습니다.
결국…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여 풀에서 철수하고 마사지를 받으러 갑니다.
가는길에 우산쓰고 바다를 바라봅니다.
비가 부슬부슬 오는날의 바다가 운치 있네요.
마사지후 나이한 비치에 있는 마마씨푸드에 갑니다.
땡큐 타노스~ 아직 이 가게를 없애지 않았군요. 다행입니다.
나이한 비치에 머물 때 마다 주구장창 와서 식사를 하던 곳인데 이번엔 매일 나가서 진수성찬을 대접받은 덕에 가지 못했습니다.
맛도 좋고 가격도 착합니다.
역시 여럿이 여행갈 때 최고의 장점은 여러가지 음식을 맛볼수 있다는 점입니다.
밥에 쓱쓱 비벼서 먹습니다.
비록 날씨는 흐렸지만 바다를 보고 함께 마사지를 받고 맛있는걸 먹으니 좋습니다.
현실을 잊고 친구들과 수다삼매경에 빠지며 소소한 행복을 느낍니다.
몇일째 아무것도 안하는 같은 루틴이지만 친구들의 합류로 하루가 수다로 풍성해집니다.
그렇게 첫날은 여자셋의 수다와 염세주의녀의 약간의 불만과 비난과 조롱으로 마무리 합니다.
내일은 제발 날씨가 좋길 바라며 간헐적 크리스찬이지만 몰래 기도를하고 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