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onaized 2022 - 13. 다행과 불행의 갈림길 from 폰사완 to 남소이 국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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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onaized 2022 - 13. 다행과 불행의 갈림길 from 폰사완 to 남소이 국경

역류 3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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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선택을 해야 할 시점이다. 체류기한이 되었으니 어느 국경을 언제 어떻게 넘을지를 결정해야 한다.

후아판Houaphan지방을 다녀온 지가 3년 가까이 되었으니 가까운 씨엥쿠앙Xiangkhouang주의 남깐NamKan 국경보다

먼길을 돌더라도 삼느아Samneua와 위엥싸이Viengxay를 거쳐 남소이Namsoi 국경을 넘어서 베트남 북부를

돌아봐야겠다. 문제는 우기인 탓에 비가 없는 날을 고르는 게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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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사완에서 삼느아에 이르는 240여 km의 좁은 길은 산군락의 능선을 비껴가는 길이 아니라 고산의 정상을 오르내리는

라오스에서도 서너번째로  험한 길인 것 같다. 게다가 비까지 내리니 더욱 조심해서 운행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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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느아에 도착하기 40km 정도 남겨둔 그리 경사가 심하지도 않은 내리막길에서,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기어를 저단으로

변속하고 앞뒤 제동기를 가볍게 잡으며 포트홀을 살짝 살짝 비켜가던 중에 그만 빗길에 미끄러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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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스럽게도 양쪽에서 오는 차량은 없었고, 오토바이도 크게 다치지 않았으며, 나 역시 왼쪽 엉덩이에 깊지 않은 긁힌

상처와 왼쪽 새끼 발가락 발톱이 흔들거릴 뿐이었다. 오히려 오토바이 좌측면 짐받이에 긁혀 3미터 정도의

흰 속살이 드러난 도로가 아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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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수습하고 10여 분을 갔을까, 왼쪽 안경 속으로 비를 피해서 온 것인지, 나에게 꿀의 향을 맡은 건지 벌이 날아들었다.

이런 부조리한 상황을 이해하려 애쓰는 수초동안에 벌은 내 왼쪽 눈두덩을 쏘고는 사라졌고, 어쩔 수 없이 운행을 멈추고

이해가 아니라 앞으로 일어날 예상 가능한 암울한 시나리오를 그려본다. 왼쪽 눈은 부을 것이고 며칠간 한쪽 눈으로 빗길을

운행하는 것은 더욱 힘들 것이고 행여나 붓기가 가라앉지 않은 채로 국경 심사대에 선다면 심사관들은 오만가지로 나를 

괴롭힐 것이고. 그렇게 이어간 상상은 베트남 입국이 불허되어 중간지역에서 노숙해야 하는 지경까지 가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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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Sam강 강변의 약국에서 항생제와 소염제를 복용하고 이틀을 기다렸더니 다행스럽게도 붓기는 가라앉고 시야는 반 정도 

열린다. 그래서 30km 떨어진 승리의 땅, 위엥싸이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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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인민혁명정부와 혁명군은 이곳의 동굴에서 은신해 있다가 전승의 소식을 들었다.

내일 국경을 건너야 하는 나는 예전에 묵었던 이곳의 숙소에서 조신하게 있다가 벌침의 독을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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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째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하는 행동이 눈의 붓기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오늘 아침에 확인한 왼쪽 눈두덩은 약간 살이 쪄서 쳐진 정도이다. 이만하면 어느 누구도, 어떠한 오해도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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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엥싸이에서 남소이 국경에 이르는 60여 km의 세상은 아주 조용하고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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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긁힌 상처도, 쏘인 붓기도 평화롭고도 조용하게 치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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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중에 다행을 겪다 보니 무엇이 불행이고 다행인지 어디까지가 불행과 다행의 경계인지 모르겠다.  선택하는 길은 갈라진다고 해서 불행과 다행의 길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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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나는 아무 일없이 국경을 넘는다. 이걸로도 충분히 행복한 일이다.

3 Comments
필리핀 07.25 07:25  
에고...큰일 날뻔 했네요ㅠㅠ
앞으로 여행은 무탈하길 바랍니다
역류 07.25 19:19  
[@필리핀] 예, 참 다행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앞으로 더욱 조심해야 겠습니다^^
탑스파이 08.06 09:45  
왼쪽눈 인증샷이 없어서 무효 입니다. 다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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