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탕이 된 코로나 전 푸켓 여행기 (1)- with 호미
너무 오래전 여행이라 쓸까 말까 하다가 그리워서 씁니다.
언제나 그렇듯 별로 한거없이 빈둥거려서 '여행기' 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그냥 여행에 대한 추억팔이와 함께 푸켓에 맘에 드는 숙소와 바,레스토랑 등의 소개글 이라고 보심 됩니다.
때는 역병이 돌기 전인 3년전입니다.
2019년 6월을 끝으로 국내에 감금된 채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여행이란 것이 이렇게 소중한 것인지, 이렇게 그리운 것인지 예전엔 미쳐 몰랐습니다
코로나19의 시대가 길어지며 계획을 짜고 엎길 몇차례..
오미크론의 미친 전파력으로 인해 한줄기 잡고 있던 희망은 점점 더 멀어져 갔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내일을 기대하기보단 어제를 그리워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어차피 관둘 회사일 때문에 여행을 미루진 않았을텐데...
억울해.....
아직도 그때의 얘기를 곰탕을 내며 친구들과 우려먹고 있고, 눈치를 보며 출국각을 잡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행자금은 3년간의 공백으로 총알이 든든히 장전......
되어 있어야 하지만 주식투자로 인해 여행 갔다 온 잔고가 됐네요 ㅠㅠ
But..
친구들과의 여행 계획은 일단 저 먼저 출발해서
푸켓 더나이한 리조트에서 4박+ 친구2명이 합류해서 4박더 + 마이카오 샬라푸켓 풀빌라에서 4박 입니다.
때는 2019년 6월,
'그동안 열심히 일했기에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명분을 만들어 약속의 땅으로 출발합니다.
사실 일도 대충했고 월급도 귀여워서 명분도 없습니다.
일단 펀낙님께서 주문한 호미 두자루와 써니님이 주문한 가방을 싸들고 딩가딩가 푸켓으로 향합니다.
[호미크기 실화냐?? 캐리어 한쪽을 꽉 채운 가방과 호미]
호미가 생각보다 날카로워서 공항 검색대에 잽힐까봐 뾱뾱이로 둘둘 싸맸습니다.
이제 떠납니다.
푸켓 도착!
웰컴드링크까지 준비하고 기다린 써니양의 세심한 배려에 오자마자 폭풍 감동합니다.
다크써클과 피로가 사라지는 순간........
더나이한 푸켓은 2018년에 방문하고 너무 맘에 들어서 다시 선택한 호텔입니다.
[ 23/3 Moo1, Vises Road, Rawai, Muang District, Phuket 83100, Thailand, Phuket, Muang, Phuket 83100 태국]
방 넓고 무지 쾌적합니다.
다 좋은데 화장실 문이 없습니다.
역시 이 호텔의 압권은 테라스입니다. 나이한비치가 한눈에 보이는 테라스.
[밤이라 사진에는 안보임 -_-]
테라스는 저에겐 제2의 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써니네가 돌아가고 파도 소리를 들으며 한참을 테라스에서 머물다 잤습니다.
day2.
첫날 아침. 두둥~!!
날씨가 좋네요.
테라스에서 햇빛좀 쬐다 발걸음 가벼이 조식을 먹으러 갑니다.
역시 여행의 묘미는 조식입니다,
여행은 조식을 먹기 위한 과정에 불과하단 소리가 있습죠.
조식은 로비층에 오션뷰 레스토랑 입니다.
조식을 먹고 느긋하게 수영장으로 나가 봅니다.
날씨가 엄청나게 좋은데 수영장에 왜 아무도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이 우기 날씨가 맞나 싶게 뽀송합니다.
꽃과 나무, 하늘과 바다가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경을 제공합니다.
나이들수록 자꾸 꽃사진 찍습니다.
꽃사진 가까이 크게 찍으면 나이든 증거라고 하던데.. (나만 이런가요?)
[ 풀에서 보이는 뷰. 청명한 날씨덕에 몽골인 시력이 됩니다. ]
첫날을 지상낙원에서 나무늘보처럼 늘어져 즐기고 있는데 펀낙님께서 당장 호미를 가져오라며 약속을 잡습니다.
해도 아직 안떨어졌는데 꼭 해지기 전에 와야 된다 하십니다.
날씨가 쫌 아깝지만 궁시렁 대며 주섬주섬 들어가 준비를 합니다.
해지기전에 픽업을 온 써니네와 함께 램힌씨푸드로 향합니다.
[램힌씨푸드 도착!!]
“와우.............. 뷰 미쳤네………..”
왜 해지기 전에 오라고 했는지 너무도 잘 알겠습니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황량하고 쓸쓸한 느낌의 그림 같은 썬셋입니다.
펀낙님을 보자 반가운맘에 달려갔으나 호미만 얼싸 안으셨습니다.
“ 내 호미~~♬
근데 사오라고 진짜 사왔네?? ㅋㅋㅋㅋㅋ "
“ 아 뭐래??????
출국 하루 전날 진지하게 호미 사오라고 하셔서 동네 철물점을 다 돌아다녔는데..
이게 뭔 지랄맞은 소리죠?? “
라며 사랑이 넘치는 대화가 오갔습니다.
호미 두 자루 들은 가방이 짐 검사 엑스레이에 안 걸린게 이상할 정도지요.
영어 쪼랩이라 걸리면 뭐라 해야할지 조마조마 했습니다.
어쨌든..
수고비로 엄청난 뷰와 함께 아름답고 영롱한 음식을 대접 받게 되는데…
한 일에 비해서 음식이 과하게 많이 나옵니다.
재료의 신선도와 맛의 밸런스가 기가 막힙니다.
역시 태국은 양념이 환상이라 입에 쫩쫩쫩 붙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씨푸드의 향연입니다.
아주 상다리가 휘어지겠네요. 내사랑 남쁘릭꿍시얍과 쏨땀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어쩜 이렇게 오목조목 다양하게 예술적으로 주문을 하는지..
역시 배우신분입니다.
음식을 보자 아직도 나에게 잔재해 있는 그 시절의 식탐이 폭발 합니다.
이성을 잃고 진실의 미간을 한껏 뽐내던 저에게 펀낙님이 묻습니다.
“랍쇼야 밥먹을래? “
“놉!"
“그럼 볶음밥이라도 시켜줄까?”
“놉!”
“그럼 술 마실래?”
“놉놉!! 요리부터 먹구요”
“독한년….”
너무 맛있어서 잠시 혼자만의 세계로 다녀 옵니다.
분명 내 얼굴에 붙어있는 광대인데 내 맘대로 컨트롤이 되지 않습니다.
이런 진수성찬에 술과 곡식 따위로 내 배의 빈공간을 내어줄 수는 없지요.
결국 배불러서 술도 밥도 못 먹었습니다.
오랜만에 넷이 깔깔거리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떠들었습니다.
이런 멋진 풍경과 분위기, 맛있는 음식과 술, 좋은 사람들과의 행복한 수다는 파라다이스 그 자체!!
푸켓에 오시면 꼭 이 레스토랑에 들르시길 추천 드립니다.
푸켓에서 갔던 레스토랑중 TOP3 안에 무조건 듭니다.
[90/11 Moo 7, Soi Baan Leam Hin, Thepkrasattri Road, Koh Kaew]
술은 펀낙님 혼자만 거하게 드셨고 혼자 취한 탓에 호미 들고 먼저 튀셨습니다.
노예시즌이라 담음날 팡아로 가셔서 땅파야 된답니다.
남은 셋은 써니가 침이 마르게 칭찬하던 타운의 Bebop이라는 라이브 바로 향합니다
이날부터 저는 Bebop이라는 라이브바의 죽순이가 됩니다.
분위기가 너무 좋습니다. 써니는 내 취향을 너무 잘 압니다.
그때 그 공간의 느낌과 음악이 잊혀지지가 않네요.
[24 Takuapa Rd, Tambon Talat Nuea, Mueang Phuket District, Phuket 83000 태국]
음악을 즐기며 그동안 못나눈 얘기를 나누고 가볍게 맥주 한잔 하고 헤어집니다.
써니와 펀낙님은 태사랑에서 만나서 참 오래 관계를 유지하고 있네요.
셋이 말이 잘 통하고 성격도 잘 맞습니다.
나이나 성별은 친구가 되는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좋은 인연이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제가 태국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호텔로 돌아와선 또 테라스에 앉아 총총 뜬 별을 보며 밤의 테라스를 즐기고 일기를 쓰고 잠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