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쓰는 체면상실 여행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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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쓰는 체면상실 여행일기. 2.

모과씨 6 1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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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전은 궁전이다......




2/3


아침에 일어나 아영이는 남자친구에게, 나는 집에 전화를 했다. 깜박잊고 어제 전화를 안했는데 엄마가 날 얼마나 걱정할까.

“왜 전화했냐??”.;;;

아영이가 이걸 듣고 언니 부모님은 언니를 정말 신뢰하시나봐요;;이런 얼탱이 없는 말로 날 위로했다.ㅠㅠ



아침은 어제 아영이를 맥주만 마시게 한 그 가게로 갔다. take in
나보다도, 아영이보다도 여성스러운 게이동생이 웨이트리스인 작은 레스토랑.

메뉴를 고르다 나보다 한참어린 학교친구, 슬이 하던 말이 생각났다

‘필리핀에서 팬케잌이 진짜 맛있었어요~~’

뜬금없이 필리핀이 생각났지만, 우리는 팬케잌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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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팬케잌,!!이 팬케잌!!!!!!(완성된 사진을 위해 잠시 차출된 햄 팬케잌. 바나나 팬케잌이 더 좋아요.)

내가 이제까지 먹어온 팬케잌은 진정한 팬케잌이 아니였다.
모양은 평범하지만 나의 팬케잌 역사를 뒤집어 놓은 이 팬케잌.
치앙마이에도, 빠이에도, 푸켓에서도, 당연히 우리집에서도 이 이상의 것은 발견하지 못했다.





이날 우리가 간 곳


1.씨암 빠깟 궁전(발음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2.위만맥 궁전

오전 홍익여행사에 짐을 맡기고 치앙마이 버스티켓 및 트레킹예약 후 우리는 궁전을 찾아나섰다. 아영이의 취향이 절대적으로 반영된 코스였다. 나야 뭐 쥐뿔도 모르니까 그냥 아영이 졸졸 따라갔지.

판소리도 배우는 아영이는 궁전, 도자기, 조각...... 이런 고풍스럽고 옛스러운 것을 좋아한다.


1. 씨암빠깟 궁전은 왕이 사는 궁전인줄 알았는데;; 팜플렛을 보니 museum 이라 써있다.

생각보다 규모가 작았는데, 아름다운 정원과 작은 연못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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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거의 없었고 그 조용한 분위기에 우리 바로 뒤에 들어온 중국인 관광객들도 그 입을 다문다.


조용하고 아담하고 느긋하고 따스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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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궁전은 그러했다.


100b의 저렴한 입장료에 부채까지 껴주시고 무료로 영어가이드도 해주셨지만 우리는 됐다 했다. 어차피 반도 못 알아 들을 거고 우리끼리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게 나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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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

마루에 앉아 쉬다가 전시품을 보기도 하고 멍하니 하늘을 보다 아래 정원을 보다 이야기하다 하니까 시간이 훌쩍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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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이는 여기가 맘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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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여기가 아주 좋다.


“언니 우리 집에 가기전에 여기 한번 더 옵시다”

“그럴까??그럼 우리 샌드위치 사와서 소풍온 것처럼 먹으면 되겠다.”

“오오 좋네요. 그럼 우리 씨암 미라닛도 함 다시 볼까요?? ”

“......어어..그건 좀 가격의 압박이...”


암튼.. 오버만 하지 맙시당..오버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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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간 반드시 샌드위치 먹을 곳)

갑자기 배가 고파져 왔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심정으로 집에 돌아와 찾아본 정보에 의하면 여기 근처에 맛있는 국수집이 있다고 하는데, 당시에는 당연히 알 리가 없었다.

우리는 위만맥 궁전으로 가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지도로 보니까 그렇게 먼 것 같지 않고, 또 거기는 규모도 더 크고 동물원도 있는 것이 먹을데가 분명 많을 것 같았다. 씨암 빠깟 궁전의 안내에 그 쪽으로 가는 버스 노선을 물어보았다. 정말 친절하시다..맨처음 택시를 타라 하시더니 우리가 택시와 흥정이 서툴다, 택시가 무섭다고 말하자 버스번호를 손수 쪽지에 꾹꾹 눌러 적어주신다.

우리는 태국사람들 정말 친절한 것 같아라는 주제로 열심히 이야기를 하면서 버스에 탔다. 그런데 이 너무 친절한 방콕 시민들 한정거장 먼저 알려주신거다.

내 생각에는 이런거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일어나는

‘이거 다음에 내려요?’

‘아 다음에 내려요.’

그런데 그 다음이 이번인거

아니면 ‘이거 다음에 내려요?’

‘아니 이번에 내려요’

그런데 이번이 이번 다음인거.

으읍..써놓고 보니까 더 헷갈린다. 암튼 ‘다음’에 대해서 이 곳 사람들도 우리처럼 각자의 개념이 조금씩 다른게 아닐까 한번 생각해본다. 버스에서 ‘다음’은 혹시 글로벌한 헷갈리는 말이 아닐까..ㅋㅋ


암튼 여기는 한정거장 차이도 정말 멀대..


우리는 걷고 또 걸어서 동상옆의 궁전같아 보이는 문 앞에 도착했다. 그 앞 경비병에게 물어보았다.


“여기가 위만맥궁정 맞지요??”

“아닌데요?”

“어 아닌데, 여기 위만맥 궁전 맞잖아요??”

“아니에요”

“맞잖아요, 여기 위만맥 궁전”

“정말 아니에요.”


우리가 배도 고프고 뙤약볕아래 조금 짜증이 났었나보다. 경비병이 거짓말할 리가 없는데.;;계속 경비병을 귀찮게 했다. 왜 여기가 위만맥 궁전이 아니며, 여기가 꼭 위만맥 궁전이여야만 한다는 듯이.;; 그래도 화내지 않고 여기는 다른 곳이고 우리가 원하는 곳은 여기서 20분은 더 걸어가야 한다고 웃으면서 가르쳐 주었다. 우리의 완벽한 실수였다기 보다는...지도가 좀 이상하다.;; 우리 눈에는 다 한덩어리로 보였는데..


막막한 것이다. 이 때의 20분.;;;;;


이 때 궁전이고 뭐고 돌아가서 뭐라도 먹고 싶었다. 길가다가 소세지 튀김을 사먹었는데 잠깐 뇌에 포도당 스친 기분..기별은 커녕 이것 갖고는 정신도 못 차리겠다. 카오산으로 가서 먹던가, 궁전가서 사먹던가 어떤 것이든 더 빨리 밥 먹을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언니 조금만 더 걸어갑시다. ”

“그래 참자. 돌아가는 것보다 위만맥 가서 먹는 것이 더 빠를거야 ”


우리는 동물원을 지나 걷고 걷고 또 걸어서 드디어 입구에 도착했다.

그런데 여기있는 경비병 아저씨는 조금 웃겼다.


“여기 위만맥궁전 맞죠?” “안에 레스토랑 있어요?”

“표사면 되요”

“안쪽에 있어요? 바깥에서 먹고가야 해요?”


계속 물어보니까 갑자기 이 아저씨 자는 척 하시는거다. ;;;
우리의 영어가 그렇게 못알아들을 정도였나. 너무 황당해서 웃음이 나왔다.
나중에 이 아저씨 카오산 가는 버스는 잘 가르쳐 주시긴 했다.(이 쪽에선 버스가 안온다는 고급정보를 제공하심.)
우리가 표도 안사고 물어만 보니까 좀 얄미웠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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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를 끊고 들어가서 정신없이 식당을 찾아 헤맸다.
식당은 생각보다 크지않은 곳..일단 주문을 했다.
아영이는 치킨을 얹은 밥, 나는 얼떨결에 누들

읍. 이번에는 내가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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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을보고 좌절하는 모과씨 (사실 별 연관 없는 사진)


아영이는 잘 먹는다. 어제 날 보던 아영이의 기분이 이랬을까.
왠지모를 배신감과 함께 내 인생이 왜 이럴까, 왜 나는 안되는걸까 착잡해지고..

그래도 이거 먹고 힘내서 구경했다.;;;

먹고 나서 왔던 길을 다시 가보니 길이 달라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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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쁘넹~아름답다~


궁전은 끝내줬다.

우리는 복장불량이라 이상한 남방을 입혀주셨다. 완전 청소부의 자태로 구경하게 되었다. 사진으로 우리의 모습을 남기고 싶었지만 내부에서 사진촬영은 금지,

락커에 넣게하고 소지품 검사까지 하신다. 왕실의 시설이라 그런지 직원들의 태도가 좀 권위적이다. 뭐 기분은 안 나빴고 그냥 깨갱했다. ㅎㅎ


나는 서양식 궁전은 처음이라서 그냥 이쁘구나 하면서 봤는데 아영이는 거의 혼절하듯이 그 감동을 표현했다.

“언니 유럽 궁전같으면서도 태국의 분위기가 살아 있으며. 이 도자기!!!!이 칼!!!!~~~”

안에서는 현지 직원분들이 영어로 해설을 해주신다. 여행 막바지에 들었으면 좀 알아들었을 지도 모르는데. 뭐 이때는 그냥 혼미한 상태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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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전은 궁전이였다. 2층에서 바깥 개울??로 연결되는 호사스런 테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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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기서 살려면 다시 태어나야 되겠지??


요 이틀동안 느낀것이,,우리나라에서 무시하는 동남아인들 역시 우리나라처럼, 특히 태국, 각기 자랑할 만한 유산들(그것이 전통문화라던지, 관광 인프라던지, 산업이라던지 간에)을 가지고 있는 나라의 사람들이란 것이다. 그들은 대단한 사람들이였다. 그동안 내가 무지해서 몰랐을 뿐. 절대 앞으로처럼 무시하지 말아야지, 아영이와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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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다 보고 나왔을 때는 궁전사람들 퇴근시간. 사람들도 많이 없이 한가했다. 직원들은 웃으면서 자전거 타고 궁전 밖으로 나간다. 어느나라 막론하고 퇴근모습은 기분이 좋다.


정문으로 갔다가 아까 자는 척하던 경비병 아저씨와 그 동료분께서 다른 문으로 나가서 버스를 타라고 가르쳐 주셨다. 이번에는 굉장히 친절하시다. 우리를 알아보고 핫핫 웃어가면서ㅋㅋ..우리도 그냥 핫핫 웃어버렸다.


버스를 타고 카오산도착. 치앙마이 가는 버스 타려면 1시간 반정도 남았다. 저녁은 충분히 먹을 수 있다. 아영이가 벼르고 별렀던 안정성이 확보된 책에 나온 맛집에 가자고 했다. 나도 점심을 호되게 당한 터라 이번에는 아영이말을 들었다.


그렇게 해서 만난 샴바라...고구마님이 추천해주신..(고구마님이 추천하신 곳 몇군데 갔는데 다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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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샴바라는 특별한 곳이 되었다. 허름한 골목속에 숨어있는 낙원같은 곳
센스있는 서버, 제집처럼 드나드는 고양이들, 맛있는 음식들
방콕의 오아시스, 보물처럼 숨겨놓고 싶은 곳.

앞으로 우리는 여행이 힘들어질 때, 음식 때문에 고생할 때마다 항상 샴바라가 그립게 된다.


남들 보기에는 이런 가게쯤이야 많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에게는 어떠한 수식어로도 이 집을 표현하기가 어렵다. 우리는 정말 감동받고 돌아왔다. 노란카레, 오일파스타. 약간 기울어진 야외 테이블. 다 좋았다.

ㅠㅠ

이 곳에서 한시간은 10분처럼 흘렀고 우리는 치앙마이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출발했다.


그리고 버스를 탔다. 으으 그 악몽과도 같던 여행자버스..


...................................
사진 진짜 못 찍습니다.
왜 우리는, 특히 저는 사진을 못 찍는 걸까요..


ofda

6 Comments
월야광랑 2007.03.09 10:25  
  잘 찍으시는데요?
너무 잘 찍으면 전문가들이 화내요. ^>^
그래도 아영씨는 어제 한숟갈도 입에 못대었는데, 모과씨는 조금이라도 드셨네요. :-)
월야광랑 2007.03.09 10:26  
  집 근처에 Original Pan Cake House 라고 있는데, 거기 팬케익 중에 더치 베이비라고 있는데, 참 맛있는데... :-)
부드러워서 입에 살살 녹아서 넘어들어가요. ^.^
요술왕자 2007.03.09 10:53  
  아... 요즘 여행기들 너무 재미읽네요...
마치 드라마 시리즈 기다리듯이 매일 기다립니다.
아... 그리고 씨암빠깟(X) 쑤언팍깟(O)
요술왕자 2007.03.09 10:53  
  밥먹고 길 달라진 사진 연출 넘 웃겨요 [[으힛]]
덧니공주 2007.03.09 11:27  
  팬케잌 보기엔 그냥 그래보이는데,어떻게 구웠길래?감동하셨을까요?ㅋㅋㅋ
고구마님이 누군지 이제 아셨군요.샴바라...
수원새댁 2007.04.04 13:49  
  이쁜사진도 많구..씨암빠깠이라던지.. 모.. 제가 몰랐던 정보들 많이 얻고 갑니다.. 3년전.. 난 뭘 공부하고 갔다 온걸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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