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onaized 2022 - 12. 너와 함께 1000km from 다낭,베트남 to 폰사완, 라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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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onaized 2022 - 12. 너와 함께 1000km from 다낭,베트남 to 폰사완, 라오스

역류 4 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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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시간 동안 오랜 길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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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너를 위해 달린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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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다낭에서 폰사완까지의 1000km의 시공간을 온전히 너를 위해 가로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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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갈수록 거칠어지는 너의 숨 쉼을 염려하며 하이반 고개를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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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강인했던 과거를 기억하는 것조차 서글픈 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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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좋아했던 랑코호는 여전히 단아하고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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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볼 것이라고 위로는 하지만 나도, 너도 이미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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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번이 마지막이 될지 모른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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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우리에겐 무미건조했던 동하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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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했던 동호이를 이번만큼은 우회해서 네가 편히 쉴 수 있는 퐁냐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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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너는 퐁냐에서 심하게 앓은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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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에 투박한 사내의 손길로 너는 완벽하게 치유되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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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위해 그를 다시 찾아보지만 그의 가게는 굳게 닫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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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스럽게 만난 또 다른 솜씨 좋은 사내의 손길에 너의 아픔을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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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퐁냐는 재생의 장소임에, 나에게 퐁냐는 재활의 장소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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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먼길을 달려야 하니 이쯤에서 퐁냐와의 작별인사를 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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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 도로를 따라 차로ChaLo 국경으로 가는 길은 다른 국경으로 가는 길보다 흥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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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길은 매끄러운 활강을, 나에게 길은 청량한 대기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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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콧노래를 따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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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위협하는 대형 트럭마저에도 관대히 손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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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잘 온 것처럼 이번에도 안남산맥의 위용에 기죽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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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처럼 나의 용감함과 너의 강인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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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만든 안남산맥의 벽을, 인간이 만든 국경의 선을 무사히 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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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여나 국경 시사관의 매서운 눈빛에 내가 주눅 들더라도 너는 불안해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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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이 두 번째이니 만큼 나의 경험과 지혜를 믿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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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국경 사무소에서 안남의 내리막길 30여 km 길은 예전처럼 우리에게 흙먼지의 고통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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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만 벗어나면 흙먼지를 날릴 청량한 바람이 올망졸망한 석회 산봉우리를 타고 부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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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박한 미소를 감춘 라오스 사람들이 우리를 은근하게 맞이할 것을 우리는 이미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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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내 나까이Nakai고원에 오르면 남튼의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더욱 우리를 씻겨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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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랑ThaLang, 우리의 오랜 음울한 안식처였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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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기의 6월임에도 남튼은 말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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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빽하던 고사목 숲은 해가 갈수록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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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울함을 배가시켜주던 석양마저 오늘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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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한 객들의 밤이 조용해진지도 몇 해째다. 그래도 타랑인 이유만으로 우리는 우리를 위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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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족의 땅, 락사오LakSao를 지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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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Natural Cold Pond에 들러 더위를 식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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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옥색의 물빛을 즐기는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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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색에 물들지어도 나는 데워진 몸을 식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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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우리 여정의 떠났던 자리이자 돌아가야 할 자리인 폰사완Phonsavanh으로 가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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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질주하기를 즐겼던 1번 도로를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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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막한 위엥통ViengThong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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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긴 길을 달려 씨엥쿠앙XiengKhouang의 너른 땅에 무사히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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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려야 넘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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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려서 모든 것이 틀어지고 부서지고 망가져도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나도, 너도 흔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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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은 시간 동안, 그 긴 길 위에서 그렇게나 흔들리면서도 나를 단단히 메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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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무한한 신뢰와 사랑과 경의를 보내며 너와의 마지막은 없음을 깊게 새긴다.

4 Comments
Vagabond 2022.06.24 20:00  
오랜 시간, 많은 경험을 함께 겪어온...
수많은 전장을 함께 했던 한필의 말 같은 느낌이겠네요
늙고지쳐 이별이 가까와지는걸 서로가 알고있는
그 쓸쓸한 존경심
역류 2022.07.17 15:32  
[@Vagabond] 깊고 적절한 해석!
탑스파이 2022.06.27 10:03  
(_ _)
조아남 2022.11.24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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