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onaized 2022 - 2. 원점으로의 회귀 in 빡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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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onaized 2022 - 2. 원점으로의 회귀 in 빡세

역류 18 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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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완나캣에서 빡세에 이르는 250여 km의 13번 도로는 오토바이 주행에는 최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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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고 평탄한 도로 상태는 물론 주변의 밋밋한 풍경에 긴장이 사라지고 졸음까지 몰려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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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휴식처에서 만나는 선한 이들이 있어서 다시 시동을 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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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째를 맞는 이번 유랑의 원점인 빡세로 회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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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머무는 것은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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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고 성숙하고 낡아가고 사라지는 것은 모든 사람과 사물과 사유를 관통하는 절대의 이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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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세의 모든 것도 그러하여서 그대로 머무는 것이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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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머무는 모양이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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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세 게스트하우스의 자긍심이었던 넓은 발코니는 쪼글어들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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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 거리에서 여행자는 사라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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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라면집은 한국 식당으로 태어났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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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오린 레스토랑은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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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 뼈다귀 국숫집의 육수 맛은 여전하지만 가격은 많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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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루앙 앞의 불탑은 드디어 완공되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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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콩 강변의 정비 공사는 아직도 진행 중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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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새벽의 화재로 다오흐앙 시장의 많은 것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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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머무는 색조차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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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 방치된 것은 빛이 바래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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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읽는 것은 화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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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머무는 사람도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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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지낸 모두가 늙어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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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의 몇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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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머무는 마음마저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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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반가움을 나누는 표정은 그리 크질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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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표정을 만드는 마음은 그대로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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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머무는 소리도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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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어제의 소리도, 오늘의 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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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만든 진공관을 떠돌다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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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점으로 돌아온 나는, 그대로이진 않을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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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만큼 성숙해졌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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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한 만큼 세련되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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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만큼 현명해졌는지 모르겠다.






18 Comments
Vagabond 2022.01.30 20:49  
저도 느끼는 점 입니다
한때 한참을 죽도 때리고, 빨빨거리고 돌아댕겼어도
저는 늘 초행길이며 물정모르는 초보여행자 입니다
시간은 그 무엇도 가만 놔두지않고 변하게 만들기 때문에
다음번에 다시 여행하면 언제나 예전의 모습은 없더라고요...
그러나 희한하게도 좋게 바뀌고 근사하게 변했다고
생각한적은 거의 없어요...대부분 실망감이 오죠 ㅠ

그래서 국수는 요즘 얼만가요?ㅠ
역류 2022.02.03 08:34  
[@Vagabond] 1만킵에서 1.5만킵으로 액면가로는 많이 올랐지만 환율 고려하면 조금~~~
Vagabond 2022.02.03 09:38  
[@역류] 아...물가상승률도 무시한 바가지 인상이라 생각했는데
최근 낍 환율이 바닥을 치고있군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해에도 건강하세요~~
뽀뽀송 2022.01.30 22:10  
제가
늙어가고 있음.
뱃살늘어나는 속도를
나의 성숙이 따라가질 못함.
오호통재라!
역류 2022.02.03 08:36  
[@뽀뽀송] 그래서 전 마음의 성숙이 안되어서 몸의 뱃살이나마 줄이고 있습니다.ㅜㅜ
난조아 2022.01.31 16:34  
라면집이 대장금으로 바뀌었군요... 그 건너편 환전하는 호텔의 국수가 생각나네요
언제쯤 다시 갈런지 ㅠㅠ
역류 2022.02.03 08:37  
[@난조아] 란캄호텔은 국수도 안팔고 숙박손님도 받질 않고 환전업만 하더군요.
neo9 2022.01.31 22:16  
스잔한 느낌이지만 가고싶네요
역류 2022.02.03 08:38  
[@neo9] 나름 활력있고 따스한  것들이 여전히 빡세에 있을 겁니다.
임승국 2022.02.02 04:56  
역류님 멋쟁이 ㅎㅎㅎ
역류 2022.02.03 08:39  
[@임승국] 하하하 갑자기 왠???  건강하십시요^^
킁타이 2022.02.02 16:06  
에그머니나
다오흐앙 불탓다구요?
안타깝군요  나의 제일빡세 놀이터인데 이제 어쩌나
역류 2022.02.03 08:41  
[@킁타이] 그 넓디 넓은 시장이 전부 탄 것이 아니고 대략 80분의 1  정도가 소실된 것이니 그 1도 다시 생겨날 것이니 노시는데 전혀 문제가 없을 겁니다^^
탑스파이 2022.02.04 13:48  
시간의 노을이 좋은 글이네요. 푸르러 지셨는지요? 붉어 지셨는지요? 캠세도 조용 하겠군요.
역류 2022.02.16 01:29  
[@탑스파이] 설날이어서 저 때는 모두가 붉었지요.
meiyu 2022.02.06 13:04  
라오스에서 제일 맘 편한 곳이 빡세일까요?
역류님에게는.

그곳의 대장금이 방비엥의 대장금이랑 주인이 같은 분이라면 맛은 물어볼 필요도 없겠군요.  신정도 구정도 지나갔지만 새핸지 아닌지~~~.

라오스 떠날 때 쓰고 남은 짯이 평가절하 되서 배가 아프지만 그 또한 괜찮으니 쓸 수 있는 날이 빨리 오면 좋겠네요.
어디서나 코로나가 기승을 떨치니 몸조심하시길.
역류 2022.02.16 01:33  
[@meiyu] 그렇더군요. 빡세는 왠지 고향같은...
골목마다 알아봐주고 안부나누는 사람이 많고
변한 것 마다 변하기 전의 것이 또렷히 기억나고
모든 공간마다에 얽힌 추억들이 떠오르고
그래서 익숙하고 편하고 그런 고향같은.

건강하겠습니다!
건강하십시요~~~
meiyu 2022.02.22 15:20  
며칠 전 TV에서 다오흐엉 시장 일부가 불 탔다고 나오는 걸 봤습니다.
규모가 작았다니  그 중 다행입니다.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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