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onaized 2022 - 2. 원점으로의 회귀 in 빡세
사완나캣에서 빡세에 이르는 250여 km의 13번 도로는 오토바이 주행에는 최악이다.
곧고 평탄한 도로 상태는 물론 주변의 밋밋한 풍경에 긴장이 사라지고 졸음까지 몰려오기 때문이다.
그나마 휴식처에서 만나는 선한 이들이 있어서 다시 시동을 켜고
4년째를 맞는 이번 유랑의 원점인 빡세로 회귀할 수 있었다.
그대로 머무는 것은 하나도 없다.
태어나고 성숙하고 낡아가고 사라지는 것은 모든 사람과 사물과 사유를 관통하는 절대의 이치이다.
빡세의 모든 것도 그러하여서 그대로 머무는 것이 하나도 없다.
그대로 머무는 모양이 하나도 없다.
캠세 게스트하우스의 자긍심이었던 넓은 발코니는 쪼글어들었고
여행자 거리에서 여행자는 사라지고
한국 라면집은 한국 식당으로 태어났으며
다오린 레스토랑은 사라지고 있다.
단골 뼈다귀 국숫집의 육수 맛은 여전하지만 가격은 많이 올랐다.
왓루앙 앞의 불탑은 드디어 완공되었으며
메콩 강변의 정비 공사는 아직도 진행 중이고
지난 새벽의 화재로 다오흐앙 시장의 많은 것이 사라졌다.
그대로 머무는 색조차 하나도 없다.
시간에 방치된 것은 빛이 바래어지고
시간을 읽는 것은 화려해진다.
그대로 머무는 사람도 하나도 없다.
알고 지낸 모두가 늙어있고
그중의 몇은 사라졌다.
그대로 머무는 마음마저 하나도 없다.
다행히 반가움을 나누는 표정은 그리 크질 않지만
그 표정을 만드는 마음은 그대로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대로 머무는 소리도 하나도 없다.
그저 어제의 소리도, 오늘의 소리도
공간이 만든 진공관을 떠돌다 사라진다.
원점으로 돌아온 나는, 그대로이진 않을 테지만
늙은 만큼 성숙해졌는지 모르겠다,
변한 만큼 세련되었는지 모르겠다,
오래된 만큼 현명해졌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