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onaized 2021 - 23. 마지막 이야기 of 2021 from 루앙프라방 to 비엔티안
무심하게 올 때와 같이
무심하게 떠나기 위해서 애써
풍성해진 소리에 놀라지 않는다,
다양해진 얼굴에 들뜨지 않는다.
그저 쌓인 익숙함을 깨기 위한 냉정한 용기와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가소로운 변명이 필요하다.
오랜 머묾을 끝내는 흐름은
고원에 머문 한기와 함께
온기를 찾는 궁색함을 지나고
궁벽한 땅에 심긴 가난과 함께
삶을 잇는 거친 노동을 지나고
고갯길 변에 태어난 운명과 함께
욕망을 끊어내는 조숙한 아쉬움을 지난다.
길이 낮아질 수록 대기는 따스해지고
노동의 가치는 올라가고
욕망의 크기가 절제의 크기를 넘어선다.
익숙한 탓이 아니라
마음의 덫이 두려워 애써 무심히 지난다.
이틀을 지루하게 달려
다다른 한 해의 의미 없는 끝,
새로운 시작을 위한 용기부터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