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먼 기억... 티벳 2002, 조장(鳥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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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먼 기억... 티벳 2002, 조장(鳥葬)

요시무라간이치로 1 222

벌써 20년이 다 되어 가네요.

 

그래도 그 여행 기억이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가장 강렬하게 남아 있습니다.

 

밋밋한 일상을 살아가다 문득!  다시 그런 곳으로 가야 하는데 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가을을 당기는 빗소리를 들으며 덧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체감하네요.,

 

다시 뜨거운 가슴을 돌릴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드네요.

 

그런 마음을 놓지 않기 위해 그 기억을 글로 써 볼까 합니다.

 

 

그 여행은 2001년 12월 26일 인천항에서 배를 타고 중국 텐진항으로 가는 배로 시작합니다.

 

베이징, 시안, 둔황, 쟈위관을 거쳐 티벳으로 들어가는 관문인 거얼무를 지납니다.

 

티벳 라싸에서 5일 정도를 머물다 짚차를 대절하여 네팔 국경인 장무로 갔고,

 

다시 네팔 카트만두, 인도 바라나시, 보드가야를 거쳐 콜카타에서 여행을 끝냈습니다.

 

약 4,000km를 65일 정도에 했으니 강행군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여행의 장면 장면이 모두 지금도 기억에 남지만 그 중 가장 잊을 수 없는 것이

 

티벳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라싸로 들어가는 철도가 건설되기 전이라 육로로 들어갈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그 때는 중국 당국의 관리 수준도 느슨하여 허가증을 받아야 하는 티벳 입경에

 

허점도 많았구요.  그런 상황에서 비용을 아끼고자 허가증 없이 거얼무 시내에서 트럭 히치를

 

했습니다. 당시 한사람에 300위안을 주고 라싸까지 가는 트럭에 끼어가기로 합의했습니다.

 

어린 객기로 시도했지만 처음 예상과 달리 쉽지 않은 여정이었습니다.

 

대형 트럭에 운전 기사 두명이 번갈아가며 운전하여 거의 논스톱으로 30시간을 이동합니다.

 

비좁은 트럭 공간에 거의 구겨져서 그 시간을 버텨야하고,

 

가장 큰 문제는 고도가 순식간에 2,000m 정도 올라가는 점입니다.

 

가장 높은 고개는 해발고도가 4,500m 정도까지 높아지는 구간을 쉼 없이 빠르게 올라가니

 

당연히 고산병이 엄습합니다. 좁은 공간에서 두통, 무기력, 구토가 몰려오니 지옥에

 

다름없습니다.  몸이 괴로우니 빠르게 바뀌는 주변 풍경은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잠깐 쉬는 휴게소에서 끙끙거리는 나에게 트럭기사는 억지로라도 물과 음식을 먹으라 합니다.

 

 그 말을 듣고 뒤집어진 속에 뭐라도 집어넣으니 한결 몸이 나아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거의 30시간이 지나 외로운 길에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먼저 보이는 사람들은 오체투지를 하며 라싸로 향하는 순례자들입니다.

 

트럭 기사는 그들을 보며 멀리는 1,000km 먼 곳에서 2년씩 걸려 성지로 다가간다고 얘기합니다.

 

장엄하고 눈물 나는 장면입니다.

 

땅거미가 지는 저녁시간에 라싸에 도착합니다.  환상적인 형태를 한 포탈라궁이 가장 눈에 들어옵니다.

 

망망한 바다 같은 티벳 고원 위에 솟아 있는 하얀 성입니다.

 

허름한 숙소를 찾아 들어가 고단한 몸을 쉬게 하니 다행이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 후 2~3일은 라싸 시내를 싸돌아 다닙니다. 조캉사원도 가고, 티벳 음식인 뚝바와 모모도 먹고,

 

그 동안 친구들도 많이 사궜습니다.

 

만난 친구들 중 몇몇이 아주 흥미로운 경험담을 들려줍니다.

 

티벳의 전통 장례식, 조장...  天葬 이라고도 하지요.

 

그들 모두 경이적인, 충격적인 경험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그리고 거기에 닿을 수 있는 방법까지 알려줍니다.

 

일단 조장터까지 데려다줄 짚차와 기사를 섭외해야 하고,,,,

 

비용이 1000위안 정도이니 같이 갈 멤버를 구해야한다고 합니다.

 

다음 날 아침부터 준비를 합니다. 일단 짚차와 기사를 계약하고

 

라싸 시내와 게스트하우스를 돌아다니며 외국인 여행자들에게 하나씩 붙잡고

 

제안을 합니다.  마치 길거리 외판하는 영업사원이 된 듯 합니다.

 

운이 좋게 호주인 아줌마 하나와 일본인 커플을 동행으로 하게됩니다.

 

 

출발은 새벽입니다.  티벳의 태양시는 북경보다 2시간 가량 느리지만 중국 전역이 북경의 시간을

 

쓰기 때문에 우리가 출발하는 시간은 말 그대로 칠흑같은 어둠 속입니다.

 

짚차는 출발하여 비포장 도로를 하염없이 달립니다. 밖이 어두우니 풍경은 보이지 않지만

 

타이어로 전달되는 진동이 우리가 심상치 않은 땅을 가고 있음을 느끼게 합니다.

 

거의 4시간을 넘게 달려 주위가 어두운 푸른색으로 변합니다.

 

그때서야 주변의 풍경을 가늠하게 됩니다.

 

나무 한 그루 없는 망망한 고원과 사막... 한국에 살며 단 한번도 본 적 없는 풍경이 펼쳐집니다.

 

무섭도록 황량하고 고요한 장면입니다.

 

그 평평한 대지 위에 봉긋 솟은 젖무덤 같은 높다란 언덕이 바로 목적지 입니다. 

 

일행이 잠에서 덜 깬 정신으로 굼실굼실 언덕을 올라가니 꼭데기에 넓다란 평지가 나옵니다.

 

광장 같은 그 곳의 한 구석엔 움막이 있고 가운데엔 돌무더기로 만든 재단 비슷한 구조가 있습니다.

 

움막 앞에는 스님 몇 분이 장작불을 쬐며 염불을 욉니다.

 

아직 여명이 밝기 전 어스름한 세상의 밝기에 매캐한 장작 연기가 낯설고 긴장되게 합니다.

 

얼마 간의 시간이 지나니 일꾼이 크고 흰 보자기의 짐을 등에 지고 올라와

 

돌무더기 구조에 올려놓습니다.

 

스님들이 일어나 좀 더 큰 소리로 불경을 외며 긴 칼과 꼬챙이를 바릿데에서 꺼내 흰 보자기로

 

다가 갑니다.   주변에는 일꾼 서너명이 이미 눈치를 채고 온 독수리들을 막아섭니다.

 

날개를 펴면 2미터는 될 법한 큰 독수리가 꾸역꾸역 모여듭니다. 순식간에 100마리가 넘게

 

자리를 잡습니다.  일꾼들은 긴 막데기로 돌무더기에 다가오는 것을 막습니다.

 

 

스님은 흰 보자기의 끈을 자르고, 옷을 입지 않은 파리한 남자 몸이 드러납니다.

  

이제......  염불 소리는 더 커지고,,,,  꼬챙이와 칼로 남자의 몸을 가르고 자릅니다.

 

배를 갈라 내장을 꺼내고, 머리를 터뜨려 골수를 쏟습니다.

 

팔, 다리의 근육을 독수리들이 먹기 좋은 크기로 토막을 냅니다.

 

20분 정도 해체 작업 동안 독수리들은 눈이 뒤집혀 소리를 지릅니다.

 

일꾼들은 해체 작업이 방해받지 않도록 독수리들을 막습니다.

 

그리고 스님들과 일꾼들은 돌무더기에서 물러납니다.

 

독수리들은 아귀가 됩니다. 꾸역꾸역 몰려든 독수리떼에 이젠 남자의 몸은 보이지 않습니다.

 

10분 정도 시간이 흘러 일꾼들은 다시 독수리들을 내쫓습니다.

 

돌무더기 위엔 초라한 뼈만 남아 있습니다.

 

스님들이 손도끼를 가져와 뼈 마디를 잘게 부수고, 그 위에 보릿가루를 뿌립니다.

 

다시 물러나고 독수리들이 다시 모여듭니다.

 

이젠 일꾼들의 할 일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한 남자의 몸이 마지막 뼈 한조각까지 다 사라지고

 

독수리들은 다시 하늘로 날아 흩어지기 때문입니다.

 

한 시간도 안 되는 동안 사람의 몸이 완전히 사라집니다.

 

그 시간 동안 눈물이 쉬지 않고 흐릅니다.  뭐라 형언하기 힘든 감정이 몰려듭니다.

 

두려움이나 혐오감과는 완전히 다른...  뭔가 엄청나게 뒤엉킨 생각이 머릿 속을 잠식합니다.

 

그것을 보는 순간 내 감정을 정돈하기가 너무나 힘듭니다.

 

이미 날은 밝아와 동네 꼬마들이 그 언덕에 뛰어 놉니다.   그 장면이 일상인 그 아이들에게

 

죽음은 무심합니다.

 

폭풍 같은 장면이 끝나고 이제 갈 준비를 합니다.

 

언덕 아래에서 젊은 부부가 올라옵니다.  아주 초라한 차림의 부부입니다.

 

두툼한 배낭을 맨 남편이 스님에게 다가가 무언가 이야기를 합니다.

 

이야기를 마치고 배낭에서 빵과 음식을 먼저 꺼냅니다.

 

그리고.....

 

배낭 안쪽에서 죽은 아기의 몸을 꺼냅니다.

 

그 부부는 보잘 것 없는 음식을 스님에게 공양하며 아기의 조장을 스님께 부탁드리는 겁니다.

 

그나마 진정되던 내 마음이 다시 쿵 하고 떨어집니다.

 

 

 

라싸에서 네팔 국경까지 7일 걸리는 여정을 다시 시작합니다.

 

모레 폭풍도 만나고, 야크 떼를 모는 목동도 만납니다.

 

초라하고 가난한 티벳사람의 집에서 신세를 지기도 합니다.

 

해발 5,000미터 지대에서 보는 별바다는 눈을 부시게 합니다.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의 자태는 장엄합니다.

 

평화로운 그들의 눈동자가 마음을 울립니다.

 

눈보라에 마지막 장무까지 30킬로 행군은 고통스럽지만 진한 기억입니다.

 

그 시간을 함께한 여행 동무들이 그립습니다.

 

 

한국에서 안정된 직장인의 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

 

그 기억은 마치 꿈 같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그 꿈을 붙들고 다시 모험할 날을 기대합니다.

 

 

 

 

 


 

1 Comments
필리핀 09.07 20:42  
강석경 소설가가 쓴
<세상의 별은 다 라싸에 뜬다>가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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