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아프칸 국경 언저리에서의 기록
요즘 아프카니스탄에 대한 쏟아지는 뉴스를 보며 2003년 그 때의 파키스탄과 아프카니스탄 국경 근처를 배회했던 기억이 떠올라 그 기록을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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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쯤 불어갔었고 어디쯤에서 헤매고 있을까
바람이 부른다. 파미르 고원과 카라코람 산맥 사이의 거대한 챠펄슨 계곡에서 부는 바람이
소스트에서 멈칫 거리는 객을 부른다.
가파른 낭떠리지길을 다섯시간 정도 달렸을라나
용맹하기로 유명한 아프카니스탄 종족중의 하나인 와칸족의 영역으로 들어왔나 보다.
그리고 쥬다쿤. 이 계곡을 두고 오른쪽이 파미르 고원이며 왼쪽이 카라코람 산맥이라고 하며
어느 오랜 옛날 혜초가 이 길을 따라서 천축국을 다녀왔으며
또 어느 오랜 옛날 고선지 장군이 이 계곡의 바람을 맞으며 서역을 정벌했다고 한다.
빙하수에 깍인 돌들과 빙하수에 녹은 흙으로 만든 쥬다쿤에서 유일한 게스트 하우스에서
아주 희소한 객에 어울리는 대접을 받는다.
저렇게 양털 한 올 한 올은 실이 되어간다.
챠펄슨이 더 이상 바랄게 없이 풍요하다라는 뜻 이라는데
흔한 구멍가게 조차 없다. 이방인의 목마름은 와칸 아낙네가 선뜻 건네 준 양젓으로 달래어 진다.
말을 빌려 타고 아프카니스탄 국경을 향한다.
9.11 이후 미군은 이 때에도 아프카니스탄을 맹폭격 했었고
탈레반은 어쩌면 이 계곡 어디엔가도 숨어서 응전을 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여기에도 양을 치는 선한 목동과 베를 짜는 수줍은 처녀가 살고 있다.
그렇게 여섯시간을 말등에서 보내고 다다른,
이스마일파의 성인 바바훈디의 묘소.
모두가 외면한 성인 바바훈디에게 물과 양식을 준 처녀와
구원의 방법을 일러준 성인 바바훈디의 이야기가 전설이 되어 챠펄슨을 떠돌고 있다.
여기서 십여키로만 더 가면 아프카니스탄 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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