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3박 5일] 배낭여행의 고생은 사서도 한다! - 070226 2일차

홈 > 여행기/사진 > 여행기
여행기

[방콕 3박 5일] 배낭여행의 고생은 사서도 한다! - 070226 2일차

불꽃소녀 7 4349

[잡담... 그리고 2일차...]

여행을 다니기 시작한지는 얼마되지 않았다. 대학 4년 내내 배낭여행은 나와는 다른, 뭔가 대단하고 특별하고 진짜 용기있는 사람들만 가는거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러다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이 결정되었을때 그제서야 배낭여행을 가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직장에 들어가면 학생때처럼 방학이 있는것도 아니고, 몇 년 동안은 길게 휴가 낼 엄두도 못낼것이 눈에 훤했기 때문에 지금밖에 기회가 없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20여일동안 유럽을 다녀왔고 그제서야 내가 얼마나 작은 세상을 보고 있었는지 알게되었다.
하지만...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
나는 곧 직장에 들어갔고 그때부터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냈다. 여행? 연달아 이틀을 쉬는것도 내겐 꿈같은 일이었다.
그러다가 일년이 지나고... 어느 날 우연치 않게 5일정도 쉬는날이 생겼다.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같이 갈 사람도 없었고 자금도 넉넉치 않았지만 월급을 통째로 들고 혼자 배낭을 메고 호주로 떠났다.
그리고 또 몇 달... 또 우연치 않게 4일의 쉬는날이 생겼다. 나는 또 배낭을 메고 홍콩으로 떠났다. 이번에도 혼자였다.
그리고 또 몇 달... 이번에는 쉬는날에 제주도로 떠났다. 물론 혼자였다. (슬픈 이야기지만... 난 혼자가 좋아서 혼자 여행을 다니는게 아니다. 같이 갈 사람이 없다T.T 누군가와 약속을 하고 휴가를 맞추어서 여행 계획을 세우는 일은 신규에게는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같이 갈 사람이 없어서 장기 오프를 썩히기에는 너무 아쉬운 일이었기 때문에 나는 혼자 떠날 수 밖에 없었다.)
짧은 오프였기 때문에 여행을 다닐때 나는 항상 해가 뜨기 전에 눈을 뜨고 배낭을 메고 게스트 하우스를 나섰다. 내겐 시간은 돈이었고 금이었다.

태사랑에 여행 일정을 올렸을때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다. (원래 내 계획은 매일 5시 기상, 6시 게스트 하우스 출발이었다.)

'5시에 일어나는건 무리일것 같은데요...'

그런데 여행을 다닐때에도, 또 평소에도 나의 기상시간은 5시 혹은 5시 이전이었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그러나...
이번 여행에서는 한번도 5시에 일어난적이 없었다. 이유인즉슨,
그때 일어나도 할 수 있는게 별로 없었다^^;;
시드니에서는 새벽에 일어나서 오페라 하우스로 달려나갔고, 홍콩에서는 스타의 거리, 연인의 거리가 있는 그 무슨 강으로 달려나갔다.
그런데 방콕에서는 볼거리 보다는 먹을거리, 놀거리 위주의 여행을 즐겼기 때문에 이른 아침에 할 수 있는것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그래서 그냥 잤다. 자다 자다 지쳐 일어날때까지 그냥 잤다.

방콕에서의 긴 하루가 지나고 드디어 두번째 아침이 밝았다.
눈을 떴을때 시계는 6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피식 웃음이 났다.
에이 게으른거^^;
샤워를 하고 이것저것 준비를 하고 게스트하우스를 나선건 약 7시 30분경. 오늘은 태사랑 추천 도보여행 루트 중 1과 2를 합친 만만치 않은 하루가 기다리고 있었기때문에 아침을 든든히 먹어야 했다.
오늘도 아침시장으로 갔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분명 어제보다 훨씬 늦은 시간인데 시장이 텅 비어있었다.
내가 너무 늦게 왔나? 아닌데... 분명히 6시부터 9시까지 연다고 했는데...
할 수 없이 시장을 나와서 다시 카오산으로 오는 길, 작은 골목 안으로 사람들이 빽빽히 앉아서 밥을 먹고 있는것이 보였다. 간신히 사람 두명 정도만 지나갈 수 있는 작은 골목이었는데 안쪽 테이블에 꽤 많은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그래, 이왕 여행온거 현지인처럼 밥을 먹어보자.
라고 생각하고 들어갔다. 하지만 이런것에는 전혀 정보가 없어서 주문을 어떡해 해야하나 걱정이었다.
줄이 서 있었는데 내 앞에는 노란옷을 입은 (태국에는 노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많았다.) 학생 세명이 서 있었다. 나는 그들이 주문하는 것을 주의깊게 보고 있다가 내 차례가 되었을때 커다란 솥을 가리켰다.
사실 그 솥에 뭐가 들어있는지도 몰랐다--;;
자리에 앉아있으니까 접시에 밥을, 국그릇에 국이 담겨져서 왔다.
내가 시킨것은 닭고기와 버섯이 들어있는 뽀얀 국이었다. 보기에는 맛있어 보였는데 한 모금 먹었을때 '아차' 싶었다.
독특한 향도 향이었지만 입안이 얼얼할 정도로 생강맛이 강했다.
한모금 먹고 수저가 더 가지 않았지만 내 위가 보통 위고 내 입맛이 보통 입맛이던가... '난 방콕 사람이다' 라고 속으로 주문을 걸면서 결국 밥과 국을 다 비워버렸다.
벽에 붙어있는 메뉴판을 보니 글씨는 당연히 못알아봤지만 대충 밥과 반찬 1개는 얼마, 2개는 얼마 ... 라고 써있는것 같았다.
젤 위에 있는게 25 라고 써있으니 25밧이겠지. 벌써 몇 번 당한터라 이번에도 계산에 주의하며 속으로 '이씹하밧 이씹하밧' 하고 되뇌었다.
드디어 계산을 할 시간... 아... 이번에도 역시 'thirty' 하고 부른다.
난 단호하게 'No 이씹하밧' 하고 말하니 아주머니가 민망한 웃음을 지으며
'그래그래 이씹하밧 이씹하밧' 하고 말한다.
옆에 있는 아줌마에게 뭐라 뭐라 하는데 분위기가 ' 하하하 이 아가씨가 25밧인걸 아네 ' 라고 하는 듯 했다.
25밧을 주고 나오면서 현지인처럼 아침을 해결했다는 뿌듯함과 더 이상 바가지를 쓰지 않았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한공기 다 먹기는 했지만 너무 진한 생강맛에 속이 이상해서 땅화생 백화점에 들어가서 요쿠르트를 하나 샀다. 어제부터 먹고싶었던 '비' 의 사진이 붙어져 있는 요쿠르트 였다. 맛은 한국에서 먹는거랑 큰 차이는 없었다.

오늘은 도보코스가 좀 길다. 국립박물관은 월요일이 휴무기때문에 생략하고 타마쌋 대학교에 들어가 짜오프라야 강이 보이는 벤치에 앉아 놀다가 도서관 안을 구경하고 밖으로 나와 마하랏 시장을 거쳐 왕궁과 왓프라깨우에 들어갔다. 역시 거대한 규모였다.
책에 나와있는 설명을 보면서 돌아보고 있는데 어색한 한국말이 들렸다.
여행 온 가족들을 가이드 하고 있는 태국인이었다.
처음에는 흘려들었는데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있자니 훨씬 유익했다.
가이드는 블랑카의 어투로 왕궁과 왓프라깨우의 이런저런 설명을 해 주었는데 책에 없는 얘기도 많이 해주고 코끼리의 성별을 구별하는 방법같은 재밌는 얘기도 해주었다.
안듣는척 하면서 따라다녔는데 왓프라깨우에서 가족들이 안으로 들어가고 나는 잠깐 밖에 앉아있었는데 그 가이드가 내 옆으로 오더니
'혼자왔어요? 설명 들어도 괜찮아요. 혼자 다니면 이상한 사람 많이 만나죠? 20밧에 어디 태워다준다고 그러면 내릴때 몇 만원씩 내라고 하고 그래요. 조심하세요.'
등등의 얘기를 해줬다. 참 고맙고 따뜻한 가이드였다. 공짜로 가이드 받으면서 다닌것 같아 고맙고 미안해서 음료수라도 사 주고 싶었는데 나중에 그 가이드와 가족을 놓쳐서 아쉬웠다.
암튼 왕궁과 왓프라깨우, 락므앙, 왓포, 왓아룬을 보고 루트 1을 마쳤다.
예정대로라면 나는 이후 와쑤탓, 와싸껫, 로하쁘라삿등의 코스를 다녀야 했지만 왜 일정을 변경했는지는 잘 모르겠고^^; 짐톰슨하우스를 가기로 했다.
짐톰슨 하우스는 수상버스를 타고 싸톤으로 가서 싸판딱씬에서 BTS를타고 이동해야 했다.
수상버스에 올라 표를 끊으려고 하니 30밧을 달라고 하여 50밧을 줬더니 17밧을 거슬러준다. 또 3밧을 떼였다.
휴우... 한두번도 아니고 번번히 이런식이다. 음식점에서 10% 부가세가 붙는것처럼 3밧은 tax인가? 이젠 좀 기분이 나쁘다.
앞에 안내원이 앉았을때 거스름돈은 그대로 보여주면서
'난 50밧을 줬는데 17밧밖에 주지 않았다.' 라고 말하자 자기가 20밧을 주지 않았느냐고 한다. 그러더니 20밧짜리 지폐를 준다.
번번히 이런식이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가기전에 태국사람들은 나쁜 마음에 그러는게 아니고 계산을 정확히 하는것에 서툴다 라는 얘기를 들었지만 그럼 더 주는건 왜 없고 늘 덜 주냔 말이다. 아무리 한국돈으로 얼마 안되는데... 라고 좋게 생각하려고 해도 이건 아니다싶다.

암튼 3밧밖에 되지 않는 작은 돈 때문에 실갱이를 하고 나니 내가 내릴 싸톤역을 지나버리고 말았다. 역이름을 잘 알순 없는 수상버스 종점까지 가버린 것이었다. 돈도 돈이고 역도 잘못 내리고... 툴툴거리면서 걷다가 노점의 아주머니께 싸판탁신을 가려고 한다고 길을 물었다. 초록색 1번버스를 타고 가라고 친절하게 가르쳐 주신다. 곧 초록색 1번버스가 왔고 버스를 타려 했더니 버스 안내언니에게 태국말로 뭐라고 뭐라고 하신다.

'이 아가씨가 싸판탁신까지 간디야~ 잘좀 내려줘잉'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분위기가 이랬다^^;;
친절한 노점의 아주머니 덕분에 기분이 나아졌다. 사실 계산착오만 빼면 전반적인 태국인들은 참 친절한데말이다...
암튼 무사히 싸판탁신에 도착, BTS를 타고 국립경기장에 내려 짐톰슨의 집에 가서 운좋게 마지막 투어에 참가해서 설명을 들었고, 솜분 씨푸드 반탓텅점에서 말로만 듣던 뿌 팟 퐁가리를 먹었다.
뿌 팟 퐁가리는 꼭 먹어보고 싶었던 음식이었기 때문에 후회는 하지 않는다. 아무리 내 입맛에 맛지 않았다고 해도, 먹지 않았으면 그것조차 알지 못하고 궁금해 했을테니... 그리고 여행중에 한번쯤은 제대로 된 태국음식을 먹어보고 싶었기 때문에 절 대 로 후회하지 않는다.
(나중에 10밧 라면을 먹으면서 속으로 눈물을 흘렸다. 아... 뿌 팟 퐁가리... 이 라면 24그릇을 먹을 수 있는 돈이었는데... T.T)
자세한 언급은 하지 않으련다. 다만... 기대가 컸던 탓인지 아니면 뿌 팟 퐁가리 자체가 내 입에 맛지 않았는지... 나는 이후로 계속 과일을 먹으면서 울렁거리는 느끼한 속을 달래야 했다.
솜분씨푸드에서 나와 시내까지 나왔는데 그대로 갈 수 없다는 생각에 센트럴월드 플라자와 빅씨를 돌아보고 카오산으로 돌아왔다. 빅씨에서는 망고스틴을 1kg에 40밧을 받고 있었는데 어제 먹었던 망고스틴이 너무 그리웠다.
하루에 두번씩 샤워를 할 줄 모르고 1회용 샴푸를 4개만 갖고 온 터라 빅씨에서 작은 샴푸를 하나 사서 들고 카오산으로 돌아왔다.

숙소로 돌아와서 샤워를 하고 다시 카오산 거리로 나갔다. 오늘은 어딜갈까 하다가 민주기념탑 옆에 있는 'cafe democ'을 가기로 했다. cafe democ은 어렵지 않게 찾았지만... 왠일인지 문이 닫겨있었다.
하는 수 없이 카오산 입구에 있는 걸리버에 가서 음악을 들으며 맥주를 마셨지만 아무리 흥겨운 노래가 나와도 어제 갔던 그 브릭바의 분위기가 자꾸만 그리워졌다.
결국 맥주 한병만 마시고 나는 다시 브릭바로 갔다. 어제 그 밴드가 마지막 연주를 마치고 있었고 다른 밴드가 바로 이어받았다.
오홋~ 난 어제 그 밴드가 최고인줄 알았는데 정말 실력있는 밴드가 또 있었다.
이미 걸리버에서 맥주 한 병을 마신터라 조금 더 업된 기분으로 그 분위기를 즐겼다.
새벽 1시가 훌쩍 넘은 시간 난 다시 숙소로 돌아왔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싸이에 올려놓으려고 최대한 자세히 적다보니 후기가 너무 길어졌습니다. 글솜씨도 없는터라 참 읽기 지루할텐데... 여기까지 전부 읽어주는 분들께 미안하고 부끄러운 마음뿐입니다...)

7 Comments
carbon 2007.03.05 04:34  
  잘 쓰시네요...
제가 첫 리플이네요... 건강하시길..
월야광랑 2007.03.05 05:45  
  하하하... 몸은 가볍게, 마음은 즐겁게 여행하세요. 그 생강맛이 나는 국에 국수사리라도 들었으면 조금 덜했을텐데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드네요. 설렁탕에 국수사리 넣는 것처럼 말이에요. 그래도, 안 먹어 보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낫죠. ^>^
아마 잔돈가지고 그러는 것은 어떻게 보면 조금이라도 여행자에게 등쳐먹으려는 것도 있겠지만, 나름대로 말이 안 통하는 여행자들에게 벌이는 그들만의 장난일 수도 있겠죠. ^.^
조금 요상한 문화이기는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놀러 온 사람들인 것을요... :-)
덧니공주 2007.03.05 16:10  
  앗,생강맛이나는국수라...과연 어떤맛일까?싶군요.지난번에 어떤분두 똠양꿍에 생강같은거 땜에 맛이이상했다고 하던데...
story 2007.03.05 18:07  
  차분하게 여행 잘하셨네요^^
그정도의 삽질은 재밌는 경험인데요 뭘..ㅎㅎ
저두 담주에 방콕엘 가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빠이시밀란 2007.03.06 10:16  
  뿌팟뿡커리는 정말 맛있는 음식인데 어디 잘 못하는 요리를 드셨나 보군요. 한국분 누구든 잘먹고 좋아하는 음식인디...^^
흐음..., 2007.03.08 15:58  
  블랑카...ㅋㅋ
2007.03.09 22:51  
  재밌어요:))난 2월 16일에 갔었어요:))다음에 함께 해요~ㅋㅋ싸이주소 가르쳐주세요~사진 보고 싶어요~:))
포토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