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글입니다.) 

길 위의 공포

우리가 지금 둥지를 틀고 있는 곳은 호안끼엠 호수 북쪽에 위치한 구시가지 이다. 이곳은 부잡스럽기로 유명한 하노이에서도 더더욱 그 정도가 심한 곳인 듯하다.
어쨌든 중국에 있을 때도 그냥 들이대는 차들 때문에 기함을 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는데, 이곳 하노이의 구시가지도 그보다 더했음 더했지 결코 덜하지는 않은 막강 파워를 우리에게 선사했다.
이곳의 복병은 바로... 오.토.바.이.
중국은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아서 좁은 골목 같은 곳은 그래도 자가용의 횡포로부터 좀 안전한 편이였건만... 이곳은 엄청나게 좁은 골목까지 전부 오토바이들로 빡빡하다.
정말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오토바이들이 잠시간의 틈을 안주고 이곳을 합종연횡으로 날라 다닌다. 물론 인도라는 게 있긴 한데, 이놈의 인도는 오토바이의 주차장이 된지 이미 오래... 결국 도로에는 사람, 오토바이, 간간히 보이는 택시, 그리고 자전거들로 그야말로 카오스 그 자체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길 하나 건너려면, 그냥 왼쪽부터 한번 봐주는 걸로 일단 오케이 인데... 여기에서는 왼쪽 오른쪽 정면 뒤편 게다가 대각선까지 다 체크해야 비로소 ‘안전’ 하다고 느껴지며 도로에 발을 딛게 된다. 그야말로 눈이 좌로 우로 뒤로 마구마구 굴러다닌다.
물론 이건 약간 둔한 편인 나만의 경우 일 수도 있어서, 현지인 아줌마들은 몰려오는 오토바이 홍수 속에서도 당당히 자전거를 끌고 그냥 건너 버린다. 기술과 예술 타이밍과 배째라 정신의 조합이라 아니할수 없는 이 아줌마 파워의 후광을 입고 살짝살짝 길을 건너면 안도의 한숨이 절로 푹~ 나오며 왠지 성취감까지...
실제로 이곳에 온지 삼 일 째에 오토바이에 치일 뻔 한 적이 요왕이랑 나랑 각각 두 번 있었고, 사고가 난걸 세 번(다행히 인명사고는 아니고 오토바이끼리 부딪히고 넘어지는 정도...) 목격했으니 앞으로도 ‘현지인에 묻어서 길 건너기’ 전법을 자주 사용해야겠다.
하롱 베이로 향하는 투어 봉고 안에서 가이드가 ‘하노이랑 호치민에서 오토바이를 탈수 있다면, 당신은 세계 어디에서도 할 수 있습니다.’라고 웃으며 말하는 걸로 봐서 아마 현지인들도 어지간히 학을 떼고 있는 중인 듯... 어쨌든 길 건너기는 중국에 이어서 하노이에서도 여전히 어렵다.

오토바이... 정말 많다 

얏호~~ 기름에서 해방이다!!

석 달 동안 잘 먹고 다닌 음식에 대해서 뒤늦게 불평을 해대는 것이 왠지 배은망덕한 행동 같지만, 그래도 사실 중국음식 좀 괴로웠다. 우리의 두 가지 장점... 잘 걷고 잘 먹는다, 에 힘입어 웬만하면 꿀덕꿀덕 잘도 먹어치웠지만 말이다...
물론 ‘량차이’라고 불리는 ‘냉채’ 요리도 있었지만, 냉채 요리 조차도 산뜻한 그 무엇 대신에 뭔가 진뜩하고 무거운 맛이 배여있어서 자주 선택하지도 못했고, 게다가 우리가 여행한 곳이 중국 서남부인 탓에 해산물은 거의 구경도 못하던 빈약한 생활을 했던바, 쌓인 게 좀 많아져 버렸다. 흑흑...
거의 모든 음식이 먹고 나면 접시에 기름이 1cm 정도 깔려 있었으니... 그렇게 돌아다녔어도 뱃살 하나 안 빠진게 다 이 기름 때문이었노라고 강력히 주장하고 싶다.
나중에... 우리를 진정한 중국음식의 버라이어티한 세계로 이끌어줄 계기와 연이 닿는다면, 지금 이런 불평을 한 것을 후회하게 되겠지만 말이다.
여튼 이곳 하노이로 오니 모든 음식이 가벼워 졌다.
볶음요리를 시켜도 다 먹고 난 후 접시에 가득 고여 있는 기름이란 없다.
퍼나 분짜의 국물도 개운하고 그동안 구경도 못했던 새우랑 오징어도 하롱 베이 투어 하는 도중 제공 받는 식사에 간간히 올라왔다. 아~~ 니들 정말 오랜만이다. 넘 그리웠단다...
그리고 예전 프랑스가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을 점령했던 바람에, 이곳에서는 프랑스식 바게뜨 빵 파는 행상을 국수가게 만큼이나 많이 볼 수 있다.
우리 숙소에서도 아침을 제공하는데, 라오스나 캄보디아에서 먹어봤던 바게트 보다 훨씬 맛있어서(겉은 바삭하고 안은 촉촉하다.), 아침에 빵 먹으면 배앓이를 하던 요왕이 이곳에서는 매일 아침 한 개씩 남김없이 싹싹 먹어치우고 있다. 집에 돌아가서도 아침에는 빵을 먹겠다며, 바게트를 쩍쩍 갈라 오믈렛을 끼워 우적우적 씹어대는 걸 보니 어째 신기하다... 하여튼 이곳에 와서는 먹는 것이 좀 더 즐겁다.

여행자 식당에서 먹은 것들... 

바게뜨빵 ‘반미’와 스테이크 

생맥주 ‘비아 호이’ 

양념 돼지고기 불고기+소면='분짜', 그리고 스프링롤 ‘넴' 

볶음밥 ‘껌장’ 

아오자이는 어디에...

8년 전,(26살이라는 나이에...) 하노이에 일주일간 머물렀던 요왕은, 아오자이 입고 자전거를 타던 한 무리의 여학생들의 모습을 보고는 마치 학이 날아가는 거처럼 느꼈다고 했다. 석양이 지는 때 호치민 묘소를 배경으로 지나가는 그들의 자태가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아주 머릿속에 콰악~ 박힌 듯한데...
이제 이곳 하노이에서는 아오자이 입은 여성들을 백화점 매장이나 몇몇 제한된 장소에서나 볼 수 있을 뿐 일반 여성들은 그저 현대적인 옷차림일 뿐이다.
한때 교복으로도 많이 입고 다녔다는데, 하노이 이곳저곳 쏘다녀 봐도 우리 눈에는 거의 보이지 않는 걸로 봐서 아마 그동안 뭔가 바뀌었거나 아니면 우리가 운이 없거나 둘 중의 하나일 꺼다.
그나마 젊은 여성들보다는 나이가 좀 있는 아주머니들이 차려입고 있는바, 교차하는 옷자락 사이로 얇은 허리 속살 대신에 다소 두꺼운 접힌 살이 보이는 바... 아오자이에 대한 과도한 환상은 일단 차곡차곡 접어서 한 켠에 치워두는 게 이로울듯하다.

아오자이 입은 점원. 문묘 

정말 묘하게 생긴 집들...

이곳 베트남의 집들은 정말 이상하기도 하지...
어째 생긴 모양이 저렇게도 길쭉한지... 그러니까 도로에 접한 면이 3미터 정도인데 집 뒤로 뻗어있는 길이는 그의 한 대 여섯 배 정도 되는 ,그러니까 성냥갑을 세로로 세워 놓은 것 같은 모양이다.
저래서야 원 햇볕이 잘 들 리가 있나...
30평이 조금 넘는 아파트도 3bay를 적용하는 요즘 우리나라와 꼭 비교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다 집에 볕이 잘 들고 환한 걸 바랄텐데... 어째 집을 다 요렇게 지어났담...
게다가 앞에는 온통 울긋불긋하게 연지 곤지 찍듯이 페인트칠을 해놓고는, 집 옆구리는 그냥 회색 시멘트 그대로 다. 마치 얼굴만 화장하고 옷은 안 입은 여자처럼 어째 좀 민망하다.
책에 의하면 도로에 접하는 길이에 따라 세금을 부과해서 그렇다는데... 헐헐... 특별한 구조의 이 집들이 여기는 베트남이란 것을 항시 일깨워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