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작별하고 걸어서 베트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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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작별하고 걸어서 베트남으로

고구마 1 954

(2005년 글입니다.)

 

 

중국에서의 석 달은 금세 샤샤삭~ 지나가서, 우리의 중국여행은 이제 난닝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베트남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광시 성의 성도인 난닝으로 들어오니, 얼마 전에 새로 건설 한 게 분명해 보이는 하얗고 반짝이는 건물들과 넓은 도로들 그리고 가로수의 한 구석을 장식하고 있는 야자수로 도시 분위기가 번듯해 보였다.
역시 남쪽으로 내려와서 그런가... 사람들의 얼굴색도 검어지고, 생김새도 동남아스러운 사람이 꽤 보이는데다가 날씨도 훨씬 무더워져 버렸다.
구이린에서 우리는 어떤 방법으로 국경을 넘어야 하는가에 대해 골똘히 생각해 봤는데, 별 무소득... 일단 난닝으로 가면 무슨 수가 있을 거 같아서 난닝으로 넘어오긴 했는데 여기서도 그다지 우리 맘에 꼭 드는 뭔가가 없었다.
아무래도 기차를 타는 게 좀 더 편할 거 같아서 기차역 창구에 가서 물어봤더니만 하루에 한 대, 저녁 9시 경에 출발하여 국경에서 베트남 기차로 갈아타는 게 있는데 란워(푹신한 침대칸) 밖에 팔지 않으며 가격은 무려 300위엔이 훨씬 넘는단다. 기차 여행은 요금에서 일단 볼 것도 없이 탈락!!
각종 몇몇 여행사를 돌아다니면서 저렴한 조인트 버스를 찾아봤지만, 이거 뭐 말이 통해야 뭘 설명을 해먹지... 하롱 베이로 중국인 단체 관광단을 실어 나르기 위한 3박짜리 패키지 여행 전단지는 무진장 많았지만, 동남아의 여러 나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도시 간 이동하는 조인트 버스 티켓은 어째 찾을 수가 없다.
할 수 없지... 열차도 마땅치 않고 조인트 버스도 없다면(그런 게 있는데 우리 눈에 안보였을지도 모르겠다) 가장 전통적인 방법으로 국경을 넘을 수밖에...

일단 국경에서 제일 가까운 동네라는 ‘핑샹’이라는 곳으로 버스를 타고 5시간을 달려 도착했다.
몇몇 어리버리해 보이는 외국인(우리도 포함해서...)과 대다수의 중국인들로 채워진 이 버스는 자랑스럽게도 ‘대우’ 마크를 달고 있었다. 길이 좀 제대로만 뚫렸어도 우리의 대우 버스는 쌩쌩 달릴 수 있었으련만... 한창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꿀렁거리는 버스 안에서 그저 입맛만 쩝쩝 다실 뿐이다.


핑샹 터미널에 버스가 제대로 정차하기도 전에 이미 수많은 삼륜 모터들이 버스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하는데, 마치 동물의 왕국에서 보았던 먹이를 향해 돌진하는 독수리 떼들의 모습과 비슷해서 순간 어깨가 움찔해졌다.
어쨌든 삼륜차를 잡아타고(우리가 잡은 건지 그 아줌마가 우리를 잡은 건지 좀 헷갈리지만...) 30분 넘게 달리니 국경이 나타났다. 역시나 노란 먼지를 풀풀 날리는 가운데 많은 베트남 사람들과 중국 사람들이 커다란 여행용 가방을 지고 메고 있는데, 생각보다는 그렇게 부잡스럽지는 않았다.
떠들썩한 뭔가를 예상했던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쉼과 동시에, 불쌍한 아이들과 어른들로 마치 피난 가는 장면을 연상시켰던 캄보디아-태국의 국경모습이 생각나버려서 어째 이 먼지 날리는 삭막한 곳의 풍경이 평화(?)롭게 보인다.


여튼 출입국 수속이 진행되는 동안 우리는 약간은 긴장하고 흥분 됐던 것 같다. 출입국 관리소 직원이 우리의 너절한 차림새를 아래위로 훑어보고는 우리의 이름을 어설프게 불러주는 걸로 드디어 베트남 입국!!!





소득없이 돌아나온 난닝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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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행 버스 타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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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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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샹에서 오토바이택시로 갈아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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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쪽 국경 포인트인 '우의관'友誼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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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국경을 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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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쪽 출입국 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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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여행자의 어설픈 눈빛을 하고 뒤뚱뒤뚱 베트남 출입국 관리소 건물을 빠져 나오니 아저씨가 한명 등장~~
- 어디가? 랑썬 랑썬?
- 랑썬 가요~
- 내 차 타슈~~
- 얼만데요?
정말 기본적인 대화가 오고 간 후 그 아저씨가 우리에게 제시한 금액은 50위엔... 오호호~~ 우리는 이미 누군가의 여행기에서 일인당 10위엔이란 이야기를 들었다우!!
뭔 수가 나겠지... 하는 맘으로 그냥 묵묵히 길을 따라 걷다보니 적정 가격인 20 위엔으로 낙찰~
차에 올라 30 초쯤 움직이다보니 마지막으로 뭔가를 체크 하는 곳이 나오고, 거기서 내려 우리의 여권을 보여주고 다시 차에 올랐다. 무슨 목적으로 체크를 하는지,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차에 오르니 아저씨가 우리를 뒤돌아보며 말한다.
- 아~ 체크 피니쉬? 근데 니들 어디 가냐?
- 랑썬이요~(엥...이 아저씨가 아까 흥정하던 그 아저씨 아닌가? 맞는데... 그새 깜빡 하셨구먼~)
- 아... 랑썬가? 그럼 30위엔이야...
- 아까 20이랬잖아요~ 뭐지... 이 황당한 액션은...
- 동당이 20이고 댁들은 랑썬 간다며... 거긴 30이지...
순간 헷갈려버린 우리는, 아까 흥정할 때 목적지를 혹시나 우리가 잘못 말했나? 하고 머릿속이 우왕좌왕 해버렸는데,,, 잠깐~ 동당은 지금 여기가 동당이잖아. 바로 여기가 베트남 국경 마을 동당~인데... 뭐냐...
아저씨 눈엔 우리가 덤 앤 더머 내지는 허수아비 한 짝으로 보여요? 아님 우리 이마에 ‘나 바보임. 맘껏 속이시오’ 라고 써있기라도 한 건가?
현지인에게 얼마간의 돈을 더 주는 것과, 이런 스타일로 기만당하는 건 다른 문제라고 느껴졌다.

확실히 기분이 상해 버린 우리는 차에서 내리겠다고 말하고 스톱~ 스톱 이라고 외치며, 문을 열고 짐을 끄집어내려 했다. 그제서야 오케이 오케이~ 한다. 이궁... 어째 첨부터 쉽지 않은걸...
곧 그 아저씨가 핸드폰으로 어딘가에 전화를 걸어 무슨 말인가 따따따따~ 한다. 제발 대화의 주제가 우리가 아니었음 좋겠다만... 내용은 알 수 없다. 히유~
약 20킬로 달려 아저씨가 우리를 내려준 곳은 미니 봉고들이 줄줄이 서있는 곳이었다.
엥~ 정식 정류장이면 좋으련만... 하지만 현지인들도 드문드문 보이는 걸로 봐서 아마도 베트남 현지 사람들도 이런 미니 버스를 많이 이용하나 보다. 그리고 지금 이 상황에서 터미널로 데려 달라 그래도 별로 씨가 먹힐 것 같지도 않고...
아... 여기서부터 또 흥정 시작이구먼...
- 하노이? 두 사람 ?
- 얼마에요?
역시나 간단한 대화~ 20 달러 내라는 소리에 일단 한번 기함을 한 후 정신을 수습하고...
- 우리는 달러 없어요. 중국 돈 으로 얼마에요?
- 아! 치나 치나? 치나 머니로는 일인당 50 위엔...
음... 여기서 하노이까지 180km가 채 안 되는 거리인데, 왠지 체감 물가가 좀 비싼걸...
사실 좀 깎아 보려고 흥정을 시도해봤지만 우리를 빙 둘러싼 채 ‘노노~ 캔 낫~ 네버~’ 를 외치는 통에 아주 기가 확 질려 버렸다.
에그머니나... 할 수 없다. 하노이에 조금 이라도 일찍 도착 하는 게 우리한테는 몇 푼의 돈 보다 더 중요할거 같아서 일단 그들이 부르는 가격에 합의 하고 차에 올랐더니 제일 뒷자리로 가란다.
췟~ 뒷좌석 발 놓는 자리에는 담요가 떡하니 있어서 발도 못 제대로 못 뻗게 생겨서 비어 있는 앞자리로 갔다니 툭툭 치면서 뒤로 가라고 손짓을 한다.
아무래도 우리가 이차에 실려 가는 사람들 중에서 돈을 제일 많이 냈으면 냈을 터인데... 젤 후진 자리로 내몰다니... 왠지 슬프다.
차는 사람을 다 채우지도 않고 출발을 했고, 우리는 그나마 빨리 출발해서 다행이라고 좋아했건만, 그건 우리만의 순진한 착각 이었다.
국도변에 서있는 사람들을 하나라도 더 태우기 위해, 쭉쭉 뻗은 도로가 무색할 정도로 얼마나 느리게 움직이는지, 급기야는 두 사람이 올라탄 오토바이까지도 경적을 빵빵~ 울리며 우리차를 추월을 한다. 그 덕에 바깥의 풍경은 우리의 눈에 찬찬히 잘 들어왔다.
쓰러진 오토바이와 그 아래로 넓게 퍼져 있는 빨간 피...( 아마 사고 난지 얼마 안 된 것 같다) 조금 더 달리니 이번엔 벌렁 뒤집어 져서 배를 드러내고 있는 폐차 직전의 트럭과 어쩔 줄 몰라 하는 사람들... 그리고 차 옆 창에 ‘랑썬-하노이 40,000동’이라고 적힌 우리와 똑같은 차종의 미니 버스들...
1위안이 거의 1,900동이니까 우리는 거의 190,000동을 지불한 것이었다. 무려 110,000 동의 오버 차지라니... 그리고 요런 자리에 우리를 갖다 앉히다니... 물정 모르는 사람이라고 너무 박대 하는 거 아니야요?

차가 어느 정도 달린 후 차장이 요금을 걷기 시작했는데, 우리 옆의 청년이 얼마나 내고 얼마나 받는지 보려고(물론 가격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가만히 바라보니 서로 돈을 꼬깃꼬깃 말아서 의자 사이로 살짝 주고 받는다... 헐헐... 오늘 첨 만난 사이 일텐데 어쩜 이렇게 맘이 잘 맞으시는지... 척~ 하면 착~ 알아듣는 그 모션이 어째 귀엽게 느껴지기 까지 한다.

이 미니 버스에 오르기 전 미리 돈을 달라는 차장의 요구에 ‘하노이에 도착하면 주겠다’고 했더니, 우리가 흥정하면서 갈겨 쓴 ‘100위엔’이 쓰여져 있는 종이를 가져와서 싸인을 요구했었다. 꼭 이 돈 내야 된다면서 말이다... 요왕이 근사하게 싸인을 척~ 해줬는데 일종의 ‘어음’이였구만...
혹시나 실제 가격을 알게 되면, 우리가 뭔가 저항이라도 할 거라고 생각한 모양인데, 아이구... 우리는 그럴 힘도 맘도 없시유... 개도 자기 집 앞에서는 한수 먹고 들어간다는데, 어지간한 배짱을 가진 사람이라 할지라도 베트남 사람들이 가득 차 있는 이 차안에서 어떤 항의를 할 수 있겠음둥...
졸다가 깨다가를 반복하다 보니 강이 흐르고 다리가 나온다. 이 말은 곧 도시가 가까워졌다는 것~~ 차장이 손님들에게 행선지를 각각 묻는걸 보니 아마 원하는 거리 까지 데려다 줄 건가 보다. 오~ door to door 서비스~ 로구만요. 아까 랑썬을 떠난 지 거의 3시간 반이 흘렀다.
우리는 일단 하노이의 구시가지에서도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는 항 박 거리를 외쳤다.
이미 대부분의 외국인 여행자들을 항 박에 떨궈 준 경험이 많은지, 우리의 서투른 발음도 잘 알아듣고 정확히 항 박 거리에 우리를 떨어트려주고 붕~ 하고 떠나가 버렸다.

가수 비의 노래 중에, 태양을 피하는 방법 뭐 어쩌구 저쩌구 하는 노래가 있었던 걸로 기억이 된다. 그 노래에서 결국 주인공이 태양을 피하는데 성공했는지 아닌지 그 여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간에 우리 같은 백패커 여행자도 무척이나 피하고 싶은 게 있는데 그 이름하야 ‘바가지’이다.
사실 우리 부부는 흥정에 대단히 약한 기질의 소유자라서 어느 정도의 바가지는 그냥 ‘필수 옵션’쯤으로 생각하고 수동적으로 수긍하는 편이다.
뭐... 우리가 자체적으로 평가하긴 그런데, 실제로는 어떤 스타일의 여행자인지 잘 알 수 없다. 예전에 잠시 알게 된 ‘바라는 거 많고 떠벌리기 좋아하던’ 사람이 우리에게, 자신이 얼마나 남들에게 베풀기를 좋아하고 사람들을 사랑하는지에 대해 장광설을 늘어놓는걸 보고는 (그것도 매우 종종...) 자기 자신을 바로 본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건지 알게 됐으니 말이다.
어쨌든 더블이 넘는 바가지를 쓰고 오게 된 하노이... 그야말로 정신이 쏙 빠진다.

그나마 차안에 있을 때가 편했지. 사방에서 몰려오는 이 오토바이와 자전거의 행렬은 혼을 빼놓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우리는 거의 이곳이 초행이 아니던가...
약 8년 전에 요왕 홀로 이 도시에서 외롭게 일주일간 고군분투 하다가 결국 짐 싸서 뱅기 타고 카오산으로 날라버린 전력이 있는바, 완전히 낮선 도시는 아니지만 사실 요왕도 꽤 어리둥절한 눈치였다.
이리 두리번 저리 두리번 우왕좌왕 지도를 들여다보고 오락가락 하고 있다 보니, 이쯤해서 당연하게 삐끼님 등장...
항박에서 멀지 않다는 말에 일단 그를 따라 나섰건만, 거의 동수언 시장 근처의 좁은 골목 안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로 인도한다. 중간쯤 갔을 때 살짝 후회가 되긴 했지만, 되돌아 나가기에도 너무 꽤 멀리 온 것 같고, 그리고 돌아간다 하더라도 또다시 이리저리 헤멜 생각을 하니 아득해 지기도 해서 그냥 묵묵히 따라간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보면 호객하는 사람을 따라가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았던 듯...

드디어 어깨에서 무거운 짐을 끌어내려 방안에 내려놓고 보니 시계는 거의 오후 5시가 훨씬 넘어 있었다.
아침 7시에 시작된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국경 넘기가 이제야 완전히 끝난 것...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한 우리의 뱃속을 어떤 음식으로 채워 넣을까? 잔뜩 기대를 품고 우리는 팔랑거리며 항박 거리로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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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알뜰공주 2020.09.01 10:05  
국경을 넘어 새로운 도시를 찾아가는 여정이 굉장히 어렵고 큰 도전이라 생각되는데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여건을 잘 헤지고 도착한 것만으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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