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등을 오르다 - 룽지티톈
(2005년 글입니다.)
류저우에서 머문 숙소에서 본 텔레비전에서는 우리가 앞으로 갈 지역(광시 북부)에 이틀 동안 집중호우가 내린다며 연신 방송을 해대고 있다.
으으으... 집중호우라니.. .빗물에 쓸려 가버린 아스팔트 도로랑 둥둥 떠다니는 도야지 새끼가 머리 속에서 마구마구 떠오르면서 나는 ‘오래 살고 싶어!!’ 라며 발을 쿵쿵 울리며 버둥거렸다. 약간 오버를 떨어야 약발이 먹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함께 말이다.
그냥 계림을 거쳐 다음 목적지인 양숴로 가자는 내 의견은 ‘지금 아니면 우리가 그곳을 언제 갈수 있겠냐...’ 라는 요왕 의견에 아주 가볍게~ 눌렸다. ‘지금 아니면 못한다...’라는 말에는 정말 반박할 말이 없다.
류저우에서 북상하여 구이린에서 내렸다. 구이린에서 곧바로 룽성龍勝이라는 작은 도시 가는 차를 타고 두어 시간 달린 후 룽성 터미널에서 핑안 가는 털털이 시골버스를 타고 한 시간 달리니 드디어 우리의 목적지 도착이다.
요 며칠 소수 민족 마을에서 지내다 오니 완전 사람 꼴이나 시각도 소수민족 모드화 되어버려서 구이린에 도착하여 높은 빌딩과 시내버스를 보니 어리둥절 촌닭 같은 신세가 되 버렸다.
‘와아~~ 여긴 잘 산다~~ 시내버스도 있고 뭐도 있고 뭐도 있고 어쩌구저쩌구...’ 이러면서 말이다. 예전... 발리에 한 달 있다가 싱가폴에 바로 도착 했을 때의 어지러움과 두근거림처럼...
그 잠깐의 어지러움을 뒤로 하고 우리는 다시 좡족 소수민족의 집성촌이자, 산골의 경이로운 계단식 논 인 롱지티텐龍脊梯田으로 들어섰다. 가이드북에 표시되어있던 20원의 입장료는 자그마치 50원으로 올라있고, 우리의 지갑에서 100위엔짜리 지폐가 건네지자 주위에 있는 현지 마을 사람들(물론 이 마을 분들은 돈을 안낸다)도 ‘비싼걸....’하며 눈짓을 주고받는다. 결국 우리 버스에 타고 있던 중국인 가족은 이 입장료를 낼 수 없다며 배낭을 들고 내려 버렸다.
으으으... 집중호우라니.. .빗물에 쓸려 가버린 아스팔트 도로랑 둥둥 떠다니는 도야지 새끼가 머리 속에서 마구마구 떠오르면서 나는 ‘오래 살고 싶어!!’ 라며 발을 쿵쿵 울리며 버둥거렸다. 약간 오버를 떨어야 약발이 먹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함께 말이다.
그냥 계림을 거쳐 다음 목적지인 양숴로 가자는 내 의견은 ‘지금 아니면 우리가 그곳을 언제 갈수 있겠냐...’ 라는 요왕 의견에 아주 가볍게~ 눌렸다. ‘지금 아니면 못한다...’라는 말에는 정말 반박할 말이 없다.
류저우에서 북상하여 구이린에서 내렸다. 구이린에서 곧바로 룽성龍勝이라는 작은 도시 가는 차를 타고 두어 시간 달린 후 룽성 터미널에서 핑안 가는 털털이 시골버스를 타고 한 시간 달리니 드디어 우리의 목적지 도착이다.
요 며칠 소수 민족 마을에서 지내다 오니 완전 사람 꼴이나 시각도 소수민족 모드화 되어버려서 구이린에 도착하여 높은 빌딩과 시내버스를 보니 어리둥절 촌닭 같은 신세가 되 버렸다.
‘와아~~ 여긴 잘 산다~~ 시내버스도 있고 뭐도 있고 뭐도 있고 어쩌구저쩌구...’ 이러면서 말이다. 예전... 발리에 한 달 있다가 싱가폴에 바로 도착 했을 때의 어지러움과 두근거림처럼...
그 잠깐의 어지러움을 뒤로 하고 우리는 다시 좡족 소수민족의 집성촌이자, 산골의 경이로운 계단식 논 인 롱지티텐龍脊梯田으로 들어섰다. 가이드북에 표시되어있던 20원의 입장료는 자그마치 50원으로 올라있고, 우리의 지갑에서 100위엔짜리 지폐가 건네지자 주위에 있는 현지 마을 사람들(물론 이 마을 분들은 돈을 안낸다)도 ‘비싼걸....’하며 눈짓을 주고받는다. 결국 우리 버스에 타고 있던 중국인 가족은 이 입장료를 낼 수 없다며 배낭을 들고 내려 버렸다.
이궁... 어지간히 부담이 되는 액수였나 보다.
핑안의 주차장에 내리니 우리 배낭을 2개에 10원에 마을 정상까지 들어주겠다며 통통한 좡족 아주머니가 자신의 얇은 대나무 바구니를 들이대며 열심히 호객 했지만, 그 바구니에 우리 배낭 실었다가는 아마 쉰 발자국도 못가서 바구니가 다 튿어지고 말걸요... 에라... 모르겠다... 일단 걷자... 우리의 장점이자 주특기.
우리의 잡동사니 짐이 가득한, 손에 드는 여행 가방은 온전히 요왕에게만 맡긴 채로 경사진 좁은 돌길을 자근자근 올라가서 고개를 들고 보니... 이런 저~건너편에 깨끗한 숙소가 보이네그려... 할 수 없다... 다시 내려가서 저쪽으로 가야지... 걷는 거 하나 만큼은 정말 신들린 듯 잘하고 있다.
이때 즘 요왕은 거의 물을 뒤집어 쓴 듯한 상태가 되어버렸지만, 자기가 극구 우겨서 온 곳이니 달리 하소연도 못하고 손수건만 비틀고 있다. 하하하~
결국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숨을 좀 고른 후에야 경치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아... 돌고 돌아서라도 이곳에 오길 잘 했구먼... 하는 흐뭇한 생각이 들고 와아~ 하는 탄성이 나와 버렸다.
롱지티텐이란 이름처럼 용의 등 마냥 둥글고 기다란 산 전체를 다 덮고 있는 이 놀라운 계단식 논의 전경이라니... 게다가 숙소의 위치 또한 다른 곳 보다 무척 좋은 편이라서 우리방의 창문 커튼만 걷으면 그 광경이 그대로 우리 눈에 꽉 차게 들어온다. 괜히 뷰포인트를 찾아 이곳저곳 다니지 않아도 그냥 침대에 누워서 고개만 까닥까닥 회전시키면 되다니...
게다가 모든 집들이 나무만으로 지어진이 작은 마을의 전경은 마치 그림에서 봤던 알프스 전경의 동양 버전이라고 해야 하나... 하여튼 뭐 그랬다.
핑안 전경
마을 안
이 작은 마을에 그동안 외국인들이 꽤 드나들었는지, 이곳의 숙소와 식당에서는 ‘아니... 어디서 영어를 배워서 이렇게 할까...?’ 라고 생각 될 만큼 꽤 의사소통이 되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보인다.
식당이라고 뭐 별 다른 게 있을 리 없는 이 산골에서 우리는 끼니를 내내 숙소에 딸린 식당에서 해결했는데, 완전 자연식단 그 자체...
이곳에서 나는 생 표고에 두부 볶음... 주문 받자마자 화단에서 쓱~ 뽑아서 조리해 주는 야채들 덕분에 우리는 비록 비싼 입장료를 내긴 했지만, 이것이야 말로 요즘 한국의 상류층들이 즐긴다는 웰빙 문화 그 자체가 아니겠냐며 수다를 떨었다.
눈에 보이는 건 온통 초록색에... 먹는 건 온통 갓 뽑아 올린 채소들과 두부라니... 게다가 외국인들이 그동안 열심히 어필한 덕인지 기름도 훨씬 적고 조미료 맛도 비교적 덜 나는 것이...
그리고 이곳에서는 소랑 말을 안 키우는 덕분에 산책 할 때 똥 덩어리를 피하거나 쇠파리를 쫓지 않아도 돼서 너무 좋다~ 쇠파리 대신 나비가 팔랑거리는 초록색 길이라니...
아아... 이곳에 계속 살면 모든 속병과 근심이 싹~ 없어질 것만 같았으나......
근데 결정적으로다가 인터넷이 한 시간에 10원(보통 2원에서 4원 인데...)이닷!!! 우리 같이 정기적으로 인터넷을 봐줘야 하는 사람들에게, 한 시간에 10위엔은 너무 과한 요금..... 슬 콰이(10원)를 쓰 콰이(4원)로 또 잘못 알아먹고 “오... 산골 치고는 요금이 선량하네~ 신 난다~ 두 시간 하자~”라며 쓸모없는 연예소식과 뉴스거리 같은 거 읽으면 시간을 채웠는데, 흑흑...... 돈 낼 때 돼서야 허걱!! 하고 말았다.
핑안에서 묵은 숙소. 리칭빈관
숙소에서 먹은 것들
돼지고기 버섯 볶음과 리칭 맥주
두부 버섯 볶음. 담백하고 맛있다.
모듬야채볶음
돼지고기 토마토 풋고추 볶음
표고버섯탕
볶음국수
우리방 창문을 열고 빼꼼히 밖을 바라다보면, 좁은 길을 따라 한 줄로 줄지어 오는 서양인 여행자들의 바쁜 발걸음이 환히 보인다. 온전히 제발로 걷기가 힘든 사람들이나 색다른 느낌으로 이동하고픈 사람들은 이곳 주민들이 들고 나르는 가마를 거만한 모습으로 앉아서 타고 오기도 한다.
이 가마는 의자 자체의 각도가, 누가 앉아도 거만하게끔 보이게 하는 신기한 의자다. 헉헉대는 두 사람의 어깨위에 위태롭게 얹혀진 가마와 그 위에 걸터앉은 여행자의 당당하고 거만한 모습이 묘한 뉘앙스를 풍기긴 하지만, 가마꾼 아저씨들한테 정말 도움이 되는 사람은 우리 같이 ‘걷는 신이 강림하신’ 가난한 여행자가 아니라 저런 분들이지... 우리는 아직 가마위에 올라탈 준비가 안됐지만, 다른 여행자들은 많이들 이용하길..... 그래서 그 아저씨들도 거친 숨소리가 무색해 지지 않게 돈도 많이 벌어들 가시길 ........
주차장에서 마을까지 오가는 가마
산도 좋고 공기도 좋고 골짜기로 흐르는 물도 맑은 이 온통 푸른 세상에서 우리는 눈도 맘도 폐도 산뜻함과 깨끗함으로 재충전하며 슈퍼 웰빙을 즐겼던 거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계림이나 양숴에서 단체 투어로 하루정도 들리는 이곳에서 우리는 이틀 밤을 묵고 새벽같이 양숴로 떠났다. 떠나기 전날 밤... 우리 방에 나타나 4마리의 바퀴벌레 중(크기가 엄지만 하고 게다가 날기까지 하는....) 3마리를 때려잡는 성과를 올렸다. 한 마리는 잠시 동안 죽은 체 하더니 방심한 사이 그냥 번개 같이 도망쳐 버렸다. 아예 배를 터트려야 죽는 튼튼한 바퀴 벌레들... 이곳의 환경은 사람 뿐만 아니라 바퀴들에게도 역시 웰빙이었나 부다.
룽지티톈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