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윈난 성을 떠나 구이저우 성으로 들어가다. - 싱이興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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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윈난 성을 떠나 구이저우 성으로 들어가다. - 싱이興義

고구마 2 653

(2005년 글입니다.)



쿤밍에서 여드레나 있으면서 운남 최고의 볼거리중 하나라는 스린石林을 안본 사람 사람도 있을까? 싶은데, 그 사람들이 바로 우리다. 흑... 하긴 방콕에 한 달을 있으면서 왕궁 안 가봤다는 사람도 본적이 있으니 그런 걸로 위안을 삼아야 할 듯....

사실 스린을 건너뛰게 된 건 꼭 우리가 게을러서라기보다는... 이상 기후를 보이며 비가 쏟아 붓던 날씨 그리고 스케쥴과는 전혀 판이하게 끊어버린 기차표 덕분이라고 우기고 싶다. 구질한 변명을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우리가 지나온 루트를 듣고 있던 다른 여행자가, 그런 루트를 지나면서 경치를 봤다면 굳이 스린은 보지 않아도 괜찮을 거 같다는 평을 해준 덕분에 더욱이 맘이 흔들려버렸다.

그래도 딱히 안가겠다는 결정을 내리지 못한 체 로 ‘이왕 쿤밍까지 온 거 스린은 봐야 하지 않겠어...’ 라고

맘 먹고 , 쿤밍-스린, 그리고 스린-싱이 간 표를 미리 예매 하겠다며 기차역으로 혼자 나간 요왕은 한참이 지나서야 땀을 뻘뻘 흘리며 돌아왔는데 정작 끊어온 표는 쿤밍-스린 그리고 ‘쿤밍-싱이’ 행 표다.

잉.... 뭔 표를 이케 끊었담...

‘스린’이나 구이저우 성의 작은 도시 ‘싱이’나 전부 쿤밍의 동쪽방향에 있는 곳인데, 그럼 스린 보고 난 후 다시 쿤밍으로 거슬러 와야 한다고?

- 그게 말이지, 기차역 가니까 사람들이 빠글빠글 하더라고.... 근데 내가 선 창구에 매표원 아줌마 무지 불친절 하더라. 내 앞에 사람들 한테 ‘메이요 메이요’ 그러면서 막 못되게 소리치는 거 있지... 그래서 딱 긴장하고 내 차례 기다려서 표 달랬더니, 스린 에서 싱이 가는 표는 없다는 거야...없다는건지 여기선 안판다는 건지....하여튼 우물쭈물 하는 사이에 뒷 사람들 한테 밀려서 또 줄섰잖아....

이런이런... 그래서 시간이 이케 오래 걸렸던거구만. 꾸역꾸역 밀려드는 사람들에게 밀려서 줄밖으로 튕겨져 버린 요왕은 다시 긴 줄을 선 후 겨우 얻게 된 게 쿤밍에서 싱이 가는 침대칸 표였단다.

요왕 말로는 어차피 그 기차가 스린을 지날테니 스린에서 답삭 올라타면 된다곤 하지만.......

걱정스럽게 한참 표를 들여다보고 있자니, 밖에서는 번개가 치고 비가 마구 쏟아진다. 게스트 하우스 주인에게 물어보니 쿤밍에서는 보기 드문 폭우란다. 게다가 이 와중에 생뚱 맞게시리 불꽃까지 하늘에 마구 펑펑 터지는 게, 비오는 날 불꽃놀이 할리는 없고 요왕 말로는 아마 번개가 폭죽 창고를 터트린 게 분명하다는데 뭐가 맞는지는 모르겠다.

갑자기 나빠져 버린 날씨와, 우리 예상대로 순조롭게 스린에서 싱이 행 기차에 올라 탈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기우까지 덧붙여져 결국 표를 환불받고 (20퍼센트의 손해를 감수하고...) 스린은 담 기회로 미뤄놓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는 중국에서 경제적으로 무척 가난한 성이라고 알려진 구이저우성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우리의 다음 목적지인 싱이興義는 구이저우 성의 서남쪽에 위치한 작은 도시인데, 쿤밍에서 이곳까지 오는데 딱딱한 기차 칸에서 거의 6시간을 앉아 있으니 허리가 좀 묵지근하게 편치가 않다. 이미 한 달 전부터 허리가 삐끗 한 게 틀림없다며 우는 소리를 하던 요왕의 얼굴은 벌써 하얗게 되어버려서 말도 어버버버~ 하게 되는 지경이 돼버렸다. 근데 우리 옆의 중국 사람들 표를 보니 놀랍게도 ‘광저우’라고 찍혀있다. 이걸 타고 앉아서 광저우까지 간다고? 밤을 새고? 아아아... 가난한 사람들의 끈기와 인내는 정말 부자들의 그것에 비길 바가 아니다.


요왕이 다음 행선지가 싱이라고 했을 때, 난 속으로 이건 또 뭔 생뚱맞은 시골이람...? 하며 우리가 왜 거길 가야 하느냐고 반문하려 했지만, 어차피 가게 될 곳인데 괜히 신경 긁어봐야 좋을 거 하나 없다는 생각에 이내 입을 꼭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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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글동글한 카르스트 지형의 만봉림(완펑린萬峰林)과 좁디좁은 마링 협곡 사이의 폭포가 볼만한 곳이라는데, 어차피 호도협에서 계곡도 실컷 봤고 앞으로 가게 될 계림의 경치가 진짜 카르스트 지형인데 중복으로 봐서 뭔 감흥이 있을까 싶다.

어쨌든 오게 된 거  그럼 어디 만봉림 이나 보러 갈까....

가이드 북에 의하면 싱이에서 남쪽으로 조금 떨어져 있는 이 멋진 풍치 지구로 가기 위해서는 ‘빠지에’ 가는 차를 잡아타고 도중에서 내리면 된다고 써져있다. 일단 남쪽방향이니까 싱이의 남부정류장으로 간 우리는 이리저리 좀 헤맨 끝에 길목 깊숙이 있는 정류장을 찾아 낼 수 있었다.

정류장으로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빠지에’ 행 버스에 홀랑 올라타서 하염없이 기다리길 30분...

여하튼 중국의 웬만한 완행 버스는 일단 꽉 차지 않으면 움직일 생각도 안한다니까...쩝...

짐과 사람들로 꽉꽉 들어찬 버스가 굴러가기 시작하자, 버스 안내양 아줌마가 돈을 걷기 시작했고, 우리는 ‘만봉림’을 외쳤건만, 어째 제대로 알아듣는 거 같지가 않다.

뭐라고 열을 내며 이야기를 하긴 하는데, 우리의 머리에는 당최 입력이 안되고 있다.

가이드북에서 시키는 데로 했건만 이게 웬 브레이크람....

글을 보여줘도 ‘뿌스 완펑린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아줌마는 대신 비스므리한 발음의 ‘완펑후~ 완펑후~’ 를 우리에게 소리 높여 외치는데, 버스 안은 우리 목소리 아줌마 목소리 거기에다 끼여들기 좋아하는 중국 아저씨들의 목소리로 다실 와글와글 해져버렸다.

아....만봉호도 뭔가 볼만한 건가 부다... 기왕 이렇게 된 거 가보지 뭐....

꿩 대신 닭이라고, 만봉호가 괜찮은 곳이길 기대하며 한 시간 반을 넘게 달리고 달려 겨우 오게 된 곳은, 썩은 생선 비린내가 풀풀 나는 호수였다... 쩝....

여기가 과연 풍치지구이긴 한 건가~~ 머리를 긁적긁적 하며 종점에서 일단 내려 서성이고 있으니 기사가 와서 이곳 구경을 하란다.... 뭘 구경하란 걸까... 우리 눈에 드런 물이 고여 있는 큰 호수 밖에 없는데....

다른 말 해봤자 좋을 거 하나 없다는 거 깨달은 우리는 앵무새 처럼 ‘완펑린~ 완펑린~’ 만 종알 거리고....

결국 한 시간 정도 할 일없이 마을을 돌아다니다가 다시 싱이로 돌아간다는 그 차에 또 올라타서 좌절감에 풀이 죽은 체 출발하기만 기다렸다.

기사 아저씨...어디선가 웬 청년을 델꾸 오더니 우리 앞에 떡 내세운다.

오오~ 이 청년은 바로 이 마을에서 영어 좀 한다는 학생... 어떻게 델꾸 왔는지 몰라도 그제서야 말이 통한다.

- 에... 이 버스는 만봉림 안가요. 여기서 싱이로 가는 길에는 만봉림 없어요. 그 대신 이 버스로 당신들을 만봉림 앞까지 데려다 줄테니 10원 더 내세요....

결국 버스를 잘 잡아탔으면 일인당 2.5원에 올수 있는 곳을 왕복 차비 일인당 16원에 거기다 10원 까지 더 붙여서 오게 되어 버렸다. 알고 보니 싱이에서 이 망할 놈의 만봉호로 오던 길에서 샛길로 잠깐만 우회전 해서 들어가면 만봉림에 오는 거였는데, 눈치 없는 버스 차장 아줌마는 아까 거길 지날 때 그냥 대충 길가에 내려주지 뭐 하러 우리를 이렇게 멀리까지 끌고 와서 고생을 시키는지... 쩝... 낭비해 버린 시간과 돈이 안타까워서 정작 목적지에 도착하니 둘 다 볼이 퉁퉁 부어버렸다.

게다가 싱이까지 다 가지도 않고 도중에 잠깐 좌회전해서 만봉림 앞에 내려주는 건데도, 싱이까지 가는 차비 8원을 고스란히 다 받고 거기다 10원을 덧붙이다니... 아줌마 정말 미워요!!!!! 우리가 봉이냐고...

거의 예외 없이 엄청나게 올라버린 입장료를 내고 관광차를 타고 구경을 시작하는데, 경치 구경을 잘하려면 오른쪽에 앉았어야 했다는 걸 차의 왼쪽에 올라타고 나서야 알게 됐다. 게다가 우리 오른쪽에 앉은 대갈장군님은 얼마나 충실하게 우리의 시야를 가려주시는지... 맘이 좋아야 경치고 뭐고 눈에 들어올 터인데, 왠지 오늘은 운이 없다. 40분쯤 달린 관광차는 다시 우리를 입구에다 데려다 놓았고 여기서부터 우리의 발로 터벅터벅 마을 구경을 하는 걸로 오늘 하루는 다 가버렸다.

마을 곳곳을 둘러보니, 우리 스케쥴대로만 순조로이 굴러갔더라면 꽤 감흥을 받았을 만한 경치이건만... 헛되이 써버린 시간과 돈 생각이 자꾸 우리의 시야를 가로 막는다.



잘못 간 완펑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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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펑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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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계획은 오전에 만봉림, 오후에 마링협곡 보는 건데....
다음날 우리는 오전 일찍 마링 협곡의 폭포를 구경하고 이곳 싱이를 떠나 다음 목적지인 황과수 폭포로 향했다.

사실 별 기대 없이 그저 따라갔던 마링 협곡의 이미지는 매우 기대 이상의 것이어서, 계곡만 똑 따놓고 본다면 호도협 보다도 멋진 경관이라고 느껴지기까지 했다. 확실히 중국 남부로 내려오니 산과 들도 초록색으로 변하고 산세도 약간 둥글고 완만한 것이, 기후대가 달라져서 그런지 구이저우 만의 지방색이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단지 중국에서 성을 옮겨 온 것 뿐인데 마치 국경을 넘은 것 마냥 자연이 달라지다니... 역시 넓은 중국이다.

시간이 점점 흐르자 어디선가 나타난 중국인 여행자들로 이 좁은 계곡도 약간 분주해 지고 그중에는 우리처럼 관광만 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제 기능을 할 것 같지 않아 보이는 허접한 튜브를 타고 급류를 따라 래프팅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다들 즐거워 보이는 사람들로 채워진 이 좁은 계곡의 수많은 폭포수는 정말로 멋진 것이어서, 나는 오늘 낮에 황과수로 가려는 계획을 내일로 미룰까 하고 망설일 정도였다.

비록 폭포를 다 보고 난 후 출입구로 통하는 계단을 올라오는 동안 우리의 티셔츠가 완전히 젖고 숨이 턱에 차도록 힘들긴 했지만, 우기가 시작되는 여름 시즌이라면 쿤밍에서 차로 5시간 떨어져 있는 이곳 싱이까지 와볼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느껴졌던 곳. 구이저우 성의 작은 도시 싱이의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마링 협곡의 경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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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알뜰공주 2020.08.31 15:41  
구이린이 계림이죠? 산도 예쁘고 폭포가 너무 멋져요.
알뜰공주 2020.08.31 15:49  
다다음글을 보니 구이린이 꼐림이 아니네요.
산들이 동글동글 카스트르지형이기에 계림인줄 잘못 알았네요.
흠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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