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것들’ 이라는 말이 뱉어져 나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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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것들’ 이라는 말이 뱉어져 나오고 말았다

고구마 0 580

(2005년 글입니다.)



중국 여행... 말도(영어 못하기는 우리도 매한가지지만 여행자를 상대로 하는 곳에서 조차 정말 간단한 단어조차 안 통할 때는 진짜 도리가 없다) 안통하고 사람들도 극성맞아서 만만히 볼게 아니라고 익히 들어왔기에, 일찌감치 우리의 맘가짐을 ‘그래 그 까이 꺼 뭐 좋은 게 좋은 거지...’하고 두루뭉실하게 만들어서 이곳 중국으로 왔다.

중국을 여행한 후 베트남으로 갈 거라는 우리의 루트를 전해들은 다른 한국인 여행자는

- 전 정말 다시는 베트남 안가고 싶거든요. 너무 불쾌한 곳이었어요. 근데 중국에서 바로 베트남 넘어가면 중국 사람들한테 면역이 돼서 그런 데로 여행 할 만 할 거에요. 루트를 잘 짜셨네요....
라며 쓸쓸히 말해서, 우리의 어깨를 움츠리게 했다. 쩝쩌구리.....

어쨌든... 꼭 여행을 할 때 뿐만 아니라, 세상만사를 ‘좋은 게 좋은 거지. 일단 참자’ 이런 식으로 살면 손해는 좀 볼지언정 큰소리 낼 일은 없으니까, 우리는 ‘수정주의 평화주의’ 노선을 채택한 셈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중국... 때로는 우리를 너무 당황하게 한다.
사실 태국이나 여타 동남아 국가에서도, 여행자를 화나게 하는 못돼먹은 인간들은 늘상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여행자를, 그것도 외국인 여행자들을 상대로 상업을 하는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은 듯한 몇몇 쫑자들을 제외한 일반적인 시민과 동네 사람들은 꽤 유순했던 걸로 기억이 되는데...... - 미소의 나라라고 일컬어지는 태국에서도 싸가지 없는 숙소 카운터와 바가지 씌우려는 택시나 뚝뚝 기사들 그리고 매표원들의 떽떽거림은 우리도 익히 격은 바다 - 중국에서는 일반적인 서민들에게서조차 따뜻한 그 무엇을 느끼기가 어렵다는 게, 우리를 더 힘들게 한다.

따리에서 쿤밍(윈난성의 성도)으로 나오는 날 아침....
우리는 전날 따리에서 쿤밍까지 가는 작은 미니버스의 표를 75위엔이나 주고 샀다. 부지런히 발품을 팔지 않고 그냥 덜렁 사버린 탓에 표 값을 지불한 뒤 5분 만에 70위엔에 판다는 팻말을 봤고, 차를 타러 나오는 날 아침에는 65위엔이라는 안내판까지 보여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차에 올라타고 보니 우리 뒤에 앉아 있는 5명의 중국인들은 모모빈관에서 표를 60에 끊었단다. 허걱... 일인당 15위엔 이면 한사람 방값인데, 그거야 뭐 우리가 열심히 돌아다니지 않은 탓이니 누굴 원망 할 것도 없지 뭐....
빨리 출발하기만을 바라며 앉아 있는데, 갑자기 운전사와 뒤에 앉은 5명의 사람 사이에 고성이 오고간다.
대충 눈치와 몇몇 들리는 중국어로 상황파악을 하니, 운전사는 60위엔 짜리 표(아마 제일 싸게 팔린 표인 듯하다) 끊은 사람들은 통로의 간이 의자에 앉으라고 것이었고, 이미 자리를 선점해 놓고 있는 중국인들은 ‘말 같잖은 소리 하네~’ 하며 서로 싸우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검표원 까지 올라와서 이 개싸움판에 가세해 소리쳤지만 그들은 요지부동의 결연한 의지만 얼굴에 가득하다. 요 조그마한 버스 안에서(통로의 간이의자까지 다 펴야 24명이 빈틈없이 빼곡히 들어가는 이베코 버스였다) 남자 여자 늙은 사람 할 거 없이 그 높고 거친 목소리로 와글와글 떠들기를 거의 20분이 넘게 하고, 결국 흥분한 운전사가 시동을 끄고 내려 버린다.
운전사도 얼굴에 독기가 가득하고, 우리 뒤의 5명도 결코 자리를 내어줄 거 같지가 않다.
60위엔짜리 표를 산 사람들에게 미리 공지를 못했다거나, 또는 번호대로 자리 배정을 잘 하지 못하는 절차상의 실수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이런 식으로 밖에 문제를 해결 못하나... 양보나 타협 같은 건, 이들에게 서푼 어치 가치도 없는 것일까...
결국 버스는 따리 시내를 돌고 돌아 서양인 커플을 포함한 4명의 탑승자를 마지막으로 태우게 됐는데, 새로 올라탄 이 사람들도 결코 통로의자에 앉아갈 맘은 없는 사람들인데다가 공교롭게도 이들의 표엔 자리번호가 배정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 4명이 자기 자리를 찾겠다고 언쟁을 벌이자 또 버스 안은 와글와글... 사람들이 뿜어내는 독기가 차안에 가득하다. 벌써 이런 짓거리를 30분쯤 보고나자 아무것도 보고 싶지 않고 듣고 싶지 않아서 귀를 막고 모자를 눌러써 버렸다.
우리 앞의 대학생 중국인 커플이 새로 올라온 사람들에게 쫓겨 옆의 간이 의자로 옮겨가는데, 그중 여자가 내게 뭐라고 한다. 제발 중국어는 이제 그만... 차라리 투명인간이고 싶다.
‘팅부동 쭝궈화...’ 라고 대꾸하고 고개를 젓는데, 갑자기 그녀가 손가락으로 나를 가르키며 뭐라고 고함을 치는거다. 이건 또 무슨 생뚱맞은 시츄에이션이람.... 언뜻 들리는 말로는 ‘쭝궈화(중국어) 어쩌구 저쩌구’하는거 같은데 뭔 내용인지는 당최 알 수 없다.
손가락을 내 코 앞까지 들이대고 큰소리로 뭐시라뭐시라 떠드는 모습이 약간 광녀스럽기까지 한데, 정말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지....
엇다대고 이런 못 배워먹은 짓거리야..... 정말 이런 꼴 볼라고 내가 생돈 들여 중국여행 하나 싶은 게 울컥한다.

- 야!! 손가락질 하지 말라구!!! 그리고 나 중국말 모른다구!!! 그리고 제발 그만 좀 떠들란 말이야~~~

서로 꽥 소리를 지르고 거친 눈빛으로 쏘아 보아보던 이 점잖치 못한 상황은, 중간에 중국인 남자가 얼렁 껴 앉는 것으로 재빨리 끝나버렸다. 도대체 뭐가 어케 돌아가는지 모르겠다.
그 꼴 보기 싫은 것들과 나란히 앉아 (좁은 버스에 사람은 얼마나 많이 구겨 넣었는지...) 5시간을 달려오니 정말 없던 병도 생길 지경이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더니, 결국 차에서 내릴 때 쯤에 눈 다래끼가 날려는지 눈이 따끔따끔하고 팅팅 부어있다. 이런... 이게 웬 망신살이람...
쿤밍시 시외버스 터미널에 내린 후, 우리랑 비슷한 처지의 외국인 커플과 같이 택시를 쉐어해서 ‘더 험프’라는 백패커 숙소로 이동했다. 캐나다 남자와 네덜란드 여자로 이루어진 이 커플은 한국도 여행했다는데, 그들의 한국 체험이 어떠한 느낌을 줬을지 궁금해졌지만 물어보진 않았다. 그들이 우리나라에서  좋은 시간 즐겼기를 속으로 바래볼 뿐...
어쨌든 숙소에서 체크인을 하고 딱 돌아서는데, 아까의 그 중국인 커플도 짐을 메고 바로 숙소 카운터를 향해 들어오고 있는게 아닌가... 아... 진짜.... 이 상황에서 같은 방까지 배정 받으면(우리가 묵은 곳은 10인용 도미토리) 진짜 꼴좋을 뻔 했지만, 다행히 같은 방을 배정받는 재수 없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여기에서까지 마주치다니... 젠장... 불편한 맘으로 침대에 드러누우니 창문을 통해 길가에서 싸우는 행인들의 높고 거친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린다. 진절머리가 난다고 느껴졌다. 싸우는 사람들을 무릎위에 엎드려 놓고 엉덩이를 마구 때려주고 싶다.
다음날 그 중국인 대학생커플이 짐을 둘러메고 이 숙소를 떠나는 광경을 보니 앓던 이 빠진 거처럼 시원한 것이... 나도 역시 큰 그릇은 못되나 부다... 쩝... 그래도 사라지는 모습을 보니 좋은걸 어떻게....홍홍~

노트북 컴퓨터의 모자라는 저장 공간 때문에 진즉부터 쿤밍에 오려면 사려고 작정했던 외장 하드를 운남대 근처의 전자상가에서 하나 사서 나오는 날, 마침 시내에서 노점상 단속이 있었다. 대부분의 노점상들이 재빨리 후다닥~~짐을 챙겨서 무사히 공안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가 싶더니, 아뿔사... 운 나쁜 두 명의 여성은 그만 공안에게 덥썩 옷 덜미를 잡혀 버렸다. 생면부지의 사람들이었지만 너무나도 절박한 표정으로 가방을 움켜지고 있는 모습에 안타까운 한숨 소리가 우리 입에서 낮게 흘러나온다.
가방을 뺏기지 않으려는 그녀들과 압수를 하려는 공안이, 플라스틱 장난감으로 채워진 작고 검은 가방을 서로 부여잡고 악다구니를 하고 있는 사이, 그 장난감 중 몇 개가 거리에 우르르 쏟아져 버렸다.
길 가던 행인들이 그걸 주워드는걸 보고, 우리는 첨에 그 장난감을 한곳에 모아 놓거나 또는 발길에 채이지 않게 한켠에 치워줄려고 그러는 줄 알았다. 근데... 뭐람... 그냥 희희낙락 웃으면서 들고 가 버렸다. 허걱!
첫 번째 사람... 그래 어디서나 나쁜 놈은 있을 수 있지, 두 번째... 헉~ 저 나쁜 놈의 친구 인가...? 세 사람 째... 그래 졌다... 정말 두 손 두 발 다 들렸다.
그녀들의 얼굴은 지나가던 내가 보기에도 안쓰러울 정도로 온통 절박한 민망함으로 가득했는데, 그걸 보고 웃으면서 장난감을 주워가는 저 사람들은 도대체 어찌 되먹은 걸까... 3개가 떨어져서 3명만 그랬지 대 여섯 개가 떨어졌다면....?
여기는 그나마 소수민족이 성 인구의 반을 차지한다는 중국에서도 인심 좋기로 알려진 윈난 성이 아니였던가...

- 이런 곳에서 교통사고 당하면 내 물건만 빼가고 병원에도 안 데려다 줄거 같애...
- 사고 당해도 그냥 보고만 있는 다잖아...
언뜻 주워들은 말이니, 정말 보고만 있을지 병원으로 옮겨 줄지는 모르겠지만, 순간 중국인들의 그 뚱하고 메마른 눈초리가 생각나 숙소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사실 그동안 돌이켜 보면 친절했던 사람도 많았었는데...
버스에서는 늙은이에게 자리를 양보해주는 젊은이의 모습도 많이 볼 수 있었고...
게다가 오전에 하드디스크를 사러 갔던 컴퓨터 매장에서는 우리가 ‘짜이지엔’하며 나오자 그곳에 있던 거의 예닐곱 명의 종업원들이 모두 손을 들어 흔들어 주는 바람에 순간 가슴이 뭉클해져 버리기도 했었건만... 13억이라는 인구만큼이나 사람의 성정 또한 그만큼이나 다양 한 걸까...
중국인의 공통된 모습을 찾는다는 것. 그리고 중국의 국민성을 알아낸다는 거 자체가 첨부터 아예 말이 안 되는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긴 내속도 내가 모르는데 무슨 수로 중국인들 알겠는가마는... 너무나 큰, 너무나 많은. 너무 다양한 이 나라에서 우리는 언제쯤 익숙해 질수 있을까...

우리에게 친절하면 친절한데로, 불친절하면 불친절한대로, 그냥 주는 대로 ‘감사합니다’하고 받아먹어야 하는 떠돌이 여행자 신세긴 하지만... 그래도 오늘만큼은 정말로 중국이 싫어지려고 한다.


쿤밍 중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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