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말 잘하는 외국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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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말 잘하는 외국인들

고구마 2 670

(2005년 글입니다.)



아무래도 요왕의 주 종목이 태국이다 보니 대부분의 여행기간이 태국에 편중되다시피 했는데, 그 정도로 태국에 있으면서도 그곳을 뒤덮고 있는 그 수많은 외국인 여행자들 중 사실 태국말 을 어느 정도 구사하는 외국인들은 잘 보질 못했다. 웨스턴 중에서 가끔 보이거나 아니면, 하긴 하더라도 생존 태국어 정도의 간단한 의사소통이 대다수였다.
그런데 이곳 중국에서는 일단 서양 여행자들의 수가 태국에 비해 무척 작긴 작은데, 의외로  그중에서 중국말 잘하는 외국인들의 비율은 상당히 높은 것처럼 느껴진다.
여행 초기에는 유명 관광지에서 보이는 백인들 보면 ‘우리는 글자나 뜨문뜨문 읽을 수나 있지.. 쟤네들은 어케 여행하냐?’ 라고 짐짓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곧이어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유창한 중국어는 그런 걱정이 부끄러울 정도였다.
우리에게 매끄러운 중국어로 뭐라뭐라 이야기 해대는 파란 눈의 사람에게 ‘아임 낫 차이니즈...’라고 소심하게 대꾸했던 적이 꽤 여러 번... 물론 중국어 못하는 사람이 절대적인 수로 보자면 대다수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비율에 관한 이야기이다.
13억 인구가 쓰는 언어의 힘인가... 어쨌든 여타 동남아 국가에서와는 달리 중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의지와 그 결과가 나름대로 보이는 것 같다.
그러한 무드는 웨스턴들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예외가 아니어서 중국어를 전공하는 학생들 또는 중국 현지에서 어학연수 하다가 방학을 맞이해 여행을 하는 학생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거의 네이티브 수준으로 솰라솰라 이야기 하는 어린학생들을 보면 부럽고도 대견하다.
하하하~~~ 대견하다는 말을 쓰는걸 보니 확실히 기성세대가 돼버리긴 했나보다.
하긴 34살의 우리는 중국 여행하면서(중국뿐만 아니라 어디를 가든 마찬가지겠지...) 우리보다 나이 많은 사람 별로 본적이 없는 쓸쓸한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낄낄...

어찌됐건 간에, first bend inn에서 나와 어제 돌아다니다가 점찍어둔 고성 남문 근처의 가화빈관으로 갔더니만, 방이 full이랜다. 뭐냐구요... 역시 여름 성수기인건가... 그리고선 우리 손을 끌고 어딘가 옆집에 데려다 주는데 거기서 전날 길에서 우연히 마주쳤던 4명의 한국인 대학생들을 만났다.
이래저래 인사말 좀 하다가 똑같은 방을 그들은 70, 우리는 80에 묵는걸 알고는 학생들이 더 분노해서 아줌마랑 설전을 시작한다. 좁은 복도에 아줌마, 우리, 그리고 4명의 대학생들이 옹기종기 서서 중국어로 열띤 토론을 하기 시작하는데, 우리는 그냥 꿀 먹은 벙어리처럼 난처한 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중국 사람들 목소리가 커서 중국어가 그토록 시끄러운 줄 알았는데, 한국인도 일단 중국어를 구사하기 시작하니까 시끄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소심하게 서서 ‘중국어 자체가 소란스러운 언어인가 부다... ’ 라고 중얼거리며 가만히 서있었다.(새로 지은 이 산뜻한 숙소는 외관과 달리 아침에 더운물이 잘 안나와서 우리는 또 하루 만에 쓰팡제 근처의 약간 낡은 게스트 하우스로 메뚜기처럼 옮겨버렸다.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잘 때 두꺼운 이불을 덮어야 하는 이 리장에서 아침에 찬물로 샤워하는것은 거의 ‘물고문’ 수준이었다... 쫍...)

한차례의 토론이 별 소득 없이 무위로 끝난 후 우리는 본격적으로 리장을 뒤지고 다니기 시작했다.
자칫하면 길을 잃기 쉽상인 이 미로 같은 도시에서 지도는 필수 품목, 우리는 나침반까지 사서 고성의 남문 근처와 광비로 같은 다소나마 한적한 곳을 돌아다니는 걸로 리장에서의 둘째날을 그럭저럭 보냈다.
전통가옥의 외모만 흉내 내어 새로 지은 숙소들이 즐비한 남문 지역과 그래도 전통적인 모습이 그나마 허물어지지 않은 광비로 등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의 극성스러움에서 조금 비켜나 있었다.
그리고 이 리장 고성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완구러우에서 바라보는 까만 기와들의 퍼레이드는 보는 사람의 맘을 약간 뭉클하게 하는 뭔가가 분명히 있었다.
이곳에 깔려 있는 돌 들은 원래가 그런 성질인 것인지, 아니면 오랜 세월동안 무수히 밟혀져 와서 그런 것인지 몰라도, 빤질빤질하기가 개울가 조약돌만큼은 아니더라도 상당히 미끄러워, 주변 풍경에 눈과 마음을 빼앗기고 정신없이 걷다보면 훌러덩~ 미끄러져서 엉덩방아를 찧을 것만 같다.
낡은 기와와 빤질한 돌들... 그리고 관광객들의 광란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딴 세상 사람인양 골목길에서 어슬렁거리며 걸어 나오는 나이든 나시족 할머니들의 주름진 모습들이 그나마 인상적이었다.
관광객이 쇄도하기 전의 리장은 정말로 아름다웠을 것 테지... 그리고 지금이 여름시즌이라 그렇지 가을이나 봄이 되면 지금 같은 모습은 아니겠지...

하지만 한적한 평화로움은 그다지 오래가지 않았다.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하듯 결국 모든 길은 쓰팡제로 통하기 마련... 쓰팡제로 진입한 후 사람들에 쓸려 뒤뚱뒤뚱 걷는데 자꾸만 뒤에서 뭔가가 다리를 툭툭 친다.
뒤돌아보니... 시간 맞춰 돌아다니는 청소차에 쓰레기 부으려고 사람들을 헤치고 앞으로 전진하려는 식당 종업원들이 든 오물통이었다.
여기서 더 뭉개고 있어봤자 좋을 게 하나도 없을 거 같은 생각에 예정보다 빨리 호도협 트레킹을 하러 떠나기로 결심해 버렸다.
지금은 우기... 이 주일 전에 이스라엘 사람이 호도협에서 트레킹하다가 사고로 죽어버렸다는 무서운 소식이 우리의 뒷목을 서늘하게 하지만, 앞으로 날씨가 좋아지기만을 기원하며 다음날 트레킹 할 때 가져갈 짐을 차곡차곡 챙기기 시작했다.

마을 안의 길은 모두 돌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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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에 그림 같은 것은 나시족의 동파글자. 오른쪽 영어와 같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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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한가운데 넓게 자리잡고 있는 목씨네... 돈내고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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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창꼬치...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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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대꼬치....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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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냥냥 2020.08.20 15:28  
시장에서  훠궈국물에  담겨  있는  꼬치들  정말  맛났었는데  운남성  다시  가보고 싶네요
meiyu 2020.08.31 21:05  
그렇지요.
그 나라 말을 조금 할 수 있으면 여행이 훨씬 쉬워지고
편안한 것 같아요.
중국어도 4개의 성조가 있어서 차음 배울 때 어렵고 또 잘 배워야 하는데
태국어랑 라오스어는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네요.
글자 수부터 사람을 압도하고
문법도 엄청 어려운 것 같아서요.
사실 중국어는 처음에 잘 배워두면 문법이 쉬워서
배우기 그리 어렵지 않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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