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그릴라라고 불리워지는 곳, 중뎬. 그리고 설산과 빙하보러 갔다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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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그릴라라고 불리워지는 곳, 중뎬. 그리고 설산과 빙하보러 갔다오기

고구마 1 566

(2005년 글입니다.)



사실 돈 한 푼 없이 며칠을 걸인모드로 지낸 우리에게는, 돈을 찾아 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곳이 우리의  낙원이라 할 수 있겠다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 ‘샹그릴라’라는 ‘거창한’ 이름의 작은 도시가 어떠한 느낌을 줬는지 알 수 없다. 그나마 우리가 길 위에서 오다가다 만난 여행자들 또는 다른 지방의 숙소에서 살짝 전해들은 바로는... ‘그럭 저럭 괜찮은 곳이에요.’ 내지는 ‘거 볼 거 없는데... 시간 없으면 안가도 돼요.’ 라는 약간은 뜨뜻미지근한 반응 들이었다.
어쨌든 간에, 나는 이 마을이 어쩌다가 이런 감당키도 벅찬 수퍼울트라급 명칭을 얻게 되었는지가 무척이나 궁금했는데 그 대충의 사연인즉...

제임스 힐튼이라는 영국인 소설가의 베스트셀러 ‘잃어버린 지평선’ (1933년 작이라나...)에서 묘사되어진 중국 서남부의 어느 이상한 마을의 지정학적인 위치와 이곳이 일치 한다고 1997년에 중국 정부가 대대적으로 선포(?) 했기 때문이란다.
그 소설의 내용은... 하이재킹을 당한 4명의 서양인들이 어느 이름 모를 땅에 처박히게 되는데, 그곳엔 90 먹은 여자도 20살처럼 보일 정도로 모든 주민들이 젊게 장수하고 있으며, 163살이나 먹은 성자의 현명한 가르침 아래, 종교와 사상의 자유 속에서 세상 사람들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이상적인(이상한?) 곳이었단다. 그곳에서 한동안 살다가 결국 4명중 2명은 그곳에 그냥 남기로 하고 주인공 남자와 그 부관은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그곳을 나와 유럽으로 나오게 되는데, 그 와중에 주인공 남자와 사랑에 빠진 ‘실제로는 90살이나 외모는 20살짜리’인 처녀도 같이 동반하게 된다. 하지만 샹그릴라 여자는 현실세계에 나오자마자 실제나이로 돌아가 쪼그라들어서 죽고 만다. 이래저래 실의에 빠진 주인공은 다시 중국 서남부로 날아가 샹그릴라를 찾아보려 하지만 결코 찾을 수 없었다는...
전설의 고향에서 많이 봤음직한 이야기다.

사실 이 소설을 쓴 작가는 중국 서남부 근처에는 와본 적이 없이 그곳을 탐험한 몇몇 여행가들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것을 바탕으로 이 상상의 소설을 썼다는데, 아마도 실제로 와보지 않았기에 이 환상적인 이야기가 더욱 더 그럴 듯하게 탄생되어진 건지도 모르겠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뻥이 빵빵하고 언변이 좋은 사람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인데다가, 맘만 먹으면 어디든지 갈수 있는 지금과 달리, 20세기 초에 다른 사람들은 전혀 가보지도 듣지도 못한 곳을 여행하고 돌아온 탐험가들이 자기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와중에 약간의(또는 상당한...) 과장이 섞인 것은 당연지사...
70년전 탐험가들의 그 러프한 여정의 이야기는 제임스 힐튼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책을 출판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돈 되는 것은 다 하는 것처럼 보이는 중국 정부가 그 지정학적 위치를 찾아 중뎬에 ‘샹그릴라’라는 이름을 정식으로 갖다 붙이기에 이른 것이다. 중국 정부는 나름대로 객관성을 가지고 소설에서 묘사한 지리학적 특징과 산세의 모양 등등을 세밀히 연구하고 탐사팀을 보내 관찰한 결과 마침내 이곳이 “샹그릴라”라고 확정 짓기에 이르렀다는데, 그건 중국 정부 말이고...
하여튼 이름이 주는 느낌에 반한 나머지 ‘파란 하늘~ 맑은 물~ 푸른 들판~ 꽃과 지저귀는 새들~ 랄랄라~’ 이런 걸 연상하고 이곳에 왔다면 마을을 둘러본 후 “지금 장난하냐? 장난 해?” 라고 푸념할 수도 있을 듯하다.
그냥 샹그릴라의 대부분은 중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도시의 모양이고 (이상스럽게도 은행은 도시 규모에 비해 무척이나 많다) 남쪽의 고성 부근이 여행자들에게 어필하는 진짜 여행지인 셈이다.


우리 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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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끔하고 현대적인 중뎬 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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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곳도 그 명성만큼이나, 관광버스가 단체 여행객들을 실어 나르고 있고 도시 북쪽의 ‘나파하이’라는 질척질척 한 평원에서는 손님을 기다리는 말과 마부들이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우리가 이곳에 도착 했을 때는 중뎬의 ‘구시가지 구역’(이곳이야말로 중뎬에서 티벳인들의 풍미가 그나마 남아있는 방문해볼 가치가 있는 곳...)에서 한창 뚜드락뚝딱 공사중이었다. 비록 급조되어진 면이 없잖아 있긴 하지만, 전통적인 문양의 나무문과 스타일로 건물을 꾸미고 색칠하는 등 나름대로 꽤 바쁘게 돌아가는 것처럼 보였는데, 결과적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아직은 미지수인듯...
어찌됐건 지금 이 올드타운이 가지고 있는 자태와 분위기를 너무 많이 상하게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현대적으로 꾸며진 신시가지의 숙박업소들과 달리 이 올드타운의 티벳식 숙소들은 비록 샤워나 화장실이 약간씩 불편하긴 하지만, 분위기 하나만은 정말 끝내주는 곳들이 많아서 숙소 들어가서 방 구경하는 것도 꽤 괜찮은 재미거리였다.


중뎬의 고성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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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곳에서는 딱히 한 일도 없고 할 일도 없었다. 우리나라 장마철 마냥 매일매일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면 그동안 못 먹었던 것 찾아 먹으러 골목을 살살 뒤지고 다니거나, 썩어가는 빨래더미와 흐린 하늘을 번갈아 보면서 한숨을 푹푹~ 내쉰 거 외에는 말이다. 가끔씩 우리 숙소 뒤편에 있는 구시가지 구역(고성古城이기도 하며 올드타운이라고도 불리우는...)의 미로 같은 길을 뱅글뱅글 돌아다니거나 그러다가 다리가 아프면 적당한 까페에 들어가 맥주 한잔 마시기도 하고, 날이 어두워지면 고성 광장에 둥글게 모여들어 군무를 추는 소수민족 아줌마들의 추임새를 멍하니 보고 있으면 벌써 하루가 다 지나가 버리는 그런 셈 이었다.

- 그나저나 우리 빨래는 어쩌냐... 겁나서 봉지를 못 열어 보겠다.
- 내가 살짝 맡아봤는데... 장족 냄새가 우리 옷에도 배였어... 그것도 찐하게...

그래도 숙소에서 그냥 이렇게 죽치고 있을 수만은 없다며, 요왕은 비가 흩뿌리는 데도 불구하고 ‘간데 쑴첼링 곰파’라는 티벳 사원군 보러가겠다며 부시럭부시럭 카메라 등을 챙겨서 나가버렸다. 가이드북에 의하면 ‘이것만 봐도 중뎬을 여행한 보람이 있다’라는 찬사가 반짝이는 곳이었는데, 다녀온 요왕의 말에 의하면 ‘돈 밝히는 승려들이 여행자들한테 한 푼이라도 긁어내려고 하는 무드가 가득한’ 실망스런 사원 이란다.
정확한 내막이야 알 순 없지만, 역시나 비오는 날 안 나가고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해바라기 씨나 까먹고 있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였더라면 밀가루 반죽에 부추 호박 고추 감자 총총 채쳐서 부침개나 부쳐 먹고 있었을 텐데... 아아~

시내버스로 다녀올수 있는 간데 쑴첼링 곰파(송찬린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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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로서는 딱히 실망한 것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뭐 딱히 감동을 받은 것도 없는... 이 무난하고 편안한 도시에서 며칠을 쉰 후 북서쪽으로 170km 떨어져 있는 더친으로 향했다. 일단 더친에 가서 매리설산과 밍용빙하의 모습을 본 후 티벳 국경을 살짝 넘어 ‘옌징鹽井’을 방문하는 것이 우리의 다음 여정...
옌징은 지금까지 우리가 둘러본 티벳 마을과는 달리 정말 ‘티벳 국경선’ 안에 있는 진짜 티벳 마을이다. 계곡 아래에서 소금물이 샘솟아 바다에서 먼 내륙 지방의 오아시스 같은 소금 공급처이다. 언젠가 KBS의 다큐멘터리 프로에서도 선 보여진 곳인데, 무난히 갈수나 있을까 걱정이다.

아무튼 우리가 묵고 있던 ‘용행객잔’ 에 대부분의 짐을 맡기고 가벼운 짐을 진 후 더친으로 향했다. ‘3일 후에 돌아올 거니까 잘 좀 맡아주셔~’ 라고 부탁한 후 더친 행 버스에 몸을 실었는데, 보통은 6시간 정도 걸리는 이 꼬불꼬불한 길이 실제로는 7시간 반이나 걸려버렸다. 도중에 산사태가 나버려서 흙더미가 도로를 뚱실하게 덮어버린 탓에 시간이 꽤 오버 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도 다행이지... 그나마 되돌아가거나 좁은 길에 막혀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돼버릴 수도 있었는데, 1시간 반 정도야 여기서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지금은 여름 시즌... 중국의 휴가 시즌과 학교 방학이 겹쳐져서 사람은 많고, 중국 서남부 지역은 강우량은 연중 가장 높아지는 시기라서 우리는 지금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정식적인 행로를 따르자면, 더친에서 밍용빙하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밍용마을로 가야 했건만, 중덴에서 만난 한국인 배낭여행자들에게 주워들은 말도 있고 해서 그냥 더친에서 가까운 페이라이스(飛來寺)로 가서 멀찍이서 매리설산과 빙하의 끝자락을 감상하기로 결정해버렸다.
역시 가이드북을 쓰기 위한 여행이 아닌 그냥 온전히 우리만의 여행이라, 내키지 않는다 싶으면 안보면 되고 힘들면 쉬어가면 되는 게 그나마 이번 여행의 큰 위안이다.

어쨌든 세상에서 제일 낮은 고도에서 보는 빙하가 어떠했냐는 우리의 질문에 그 여행자들은 ‘빙하에 먼지가 탔는지 더럽던데요...’라며 오고가는 시간과 고생에 비하면 그다지 추천해주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를 살짝 한다. 물론 감흥은 개인에 따라서 다 다른 것이라는 꼬릿말을 붙이긴 했지만 서두...

7시간 반 만에 더친에 도착하긴 했는데, 도대체가 싼 가격에 데려다 주겠다는 빵차를 구하질 못해 일단은 짐부터 부려두고 늦은 점심부터 먹기 시작했다. 우리가 시킨 회과육(매운 삼겹살 볶음)은 95프로 비계 덩어리여서 안 그래도 배고프고 막막한 우리를 더욱 슬프게 했다. 기름에 볶은 비계랑 역시 기름에 볶은 토마토 계란 볶음을 먹으니 식용유 반 컵 마신 것처럼 위장이 기름에 녹아날 지경이다. 아아~ 중국음식의 한계가 다가오는 것인가... 이젠 예전처럼 맛있지가 않다. 이쪽 사천, 윈난 음식에는 뭔가 산뜻한 그 무엇이 빠져있다.



흙더미가 무너진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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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친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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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차저차 해서 빵차 20원에 합의보고 페이라이스에 갔더니만, 이궁~ 구름이 잔뜩 껴서 설산이 당최 보이지가 않는다. 원래 이 메리설산은 여간해서는 자기 모습을 보여주지 않은 새침떼기 같은 산이라서 어지간히 운이 좋지 않으면 여름 시즌에는 산의 모습을 전부 보기가 어렵단다. 산도 잘 안 보이는데 빙하 꼬다리 인들 잘 보일 턱이 있나... 요왕의 카메라로 한껏 줌을 당긴 다음에 눈을 가늘게 뜨고 보니 빙하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게 보이긴 한다.

- 이거 보려고 여기 까지 온 게야... ?
- 어허~ 우리의 진짜 목적지는 빙하가 아니고 옌징이라니까... 계곡에서 소금이 난다니 넘 신기하지 않냐...
- 우리가 여기까지 기어들어 왔다는 게 더 신기하다...

 

페이라이스(飛來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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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리설산의 '만년설'을 아침에 간신히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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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리설산에 흐르는 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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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묵은 숙소는 기골이 튼튼한(티벳 장족들은 여자고 남자고 다 기골이 장대하다. 게다가 눈도 반짝반짝하니 .아~ 무서버라.) 장족 아줌마가 주인인 곳으로 만든 지 얼마 안 된 곳 같은데, 어줍잖게도 바닥에 카페트를 깔았다. 사실 숙소 바닥은 맨질맨질한게 젤로 좋은데 - 마루나 타일이나 장판, 것도 안 되면 그냥 시멘트라도 - 괜히 서양스타일 따라서 깔아버린 카페트는 정말 금세 오물과 먼지로 잔뜩 더렵혀지는 게 뻔한 일이다. 그나마 청소도 제대로 할 수 없고... 숙소 바닥 중에 젤로 더러운 게 카페트 바닥인 듯...

하여튼 100위엔이나 주고 머무른 숙소에서 다음날 아침 일찍 튀어나와 옌징 가는 차를 기다리고 있으니 의슬의슬하게 추운 것이 우리나라 초겨울 날씨 저리가라다. 얇은 옷에 너절한 덮개를 걸친 나는 추위 때문에 나무 타는 연기에 콜록콜록 거리면서도 난로 옆에 바싹 붙어 앉아 불을 쬐고 있었다.
두둑한 잠바를 걸친 요왕은 멀찍이 서서 ‘훈제구이다. 훈제구이~’ 라며 낄낄 거린다. 아아~ 밉다. 정말...

오전 9시가 되자 양 방향에서 각각 한 대의 버스가 우리 숙소 앞에 끼이익~ 정차했다.
한 대는 옌징 행, 또 한 대는 더친 행...
냉큼 짐을 챙겨서 옌징 행 버스에 올라탔는데, 엥~ 이게 뭐람 좌석은 고사하고 앉은뱅이 의자까지 총 출동되어서 통로에도 사람이 그득하다.
이걸 어쩐다... 거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얼마나 험할지도 모르는데, 그냥 서서가거나 바닥에 퍼질러 앉아서 갈수도 없고... 그렇다고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속절없이 돌아가기에도 헛된 일이고...
낮디낮은 앉은뱅이 의자에 앉아 다리를 구부리고 있는 모습을 보니 왠지 자신감이 사라지고, 마음이 오그라든다. 게다가 바로 옆에는 우리를 편한 곳에 데려다줄 더친 행 버스가 부르릉~ 대며 ‘거기 가봤자 생고생이야~빨리 여기 올라타라구!!’ 하는 것처럼 들리기 시작했다.
결국 우리는 냉큼 더친 행 버스에 올라타 그날로 중뎬으로 획~ 와 버렸다.

- 우리도 늙은 게야... 목적지를 코앞에 두고 돌아 나오다니... 예전 같으면 이런 건 상상 할 수 없는데...
- 분명히 별 볼일 없는 마을일꺼야. 그렇게 생각하자구...

손에 닿지 않는 포도가 신포도일 거라며 투덜거리며 돌아서는 이솝 우화의 여우처럼 우리는 그냥 그렇게 돌아왔다. 사실 그 차의 문 바로 앞자리 통로에는 다리가 긴 일본 청년이 앉은뱅이 의자에 혼자 쪼그리고 앉아 있었는데, 유유자적 여행 중인 그를 보니, 요왕도 만약 혼자 몸이었으면 아무리 짐짝 신세가 되더라도 기어코 옌징으로 갔을 거란 생각에 잠깐 미안해 해지도 했다.


옌징 가는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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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친에서 중뎬 가는 버스가 제 시간에 연결이 안 되서 거의 3시간 정도 기다리다 드디어 차를 타게 됐다. 막 점심시간을 넘긴 후 잡은 차여서 그랬는지 몰라두, 6시간의 꼬불꼬불한 길을 오는 동안 요왕 앞에 앉은 아줌마는  차가 달린지 두어 시간이 지나면서부터 연신 차창 밖으로 웩~ 하고 뿜어낸다.
차타기 전에 얼마나 잘 잡수셨는지 오는 내내 일정한 간격으로 토해 내는데, 무슨 화수분처럼 그 양이 거의 줄지가 않는다. 대단한 공력의 소유자인 듯... 막판에는 파편이 바로 뒤에 앉은 요왕의 목에까지 튀는 끔찍한 상황까지... 흑흑...
아... 이쯤 되니까, 토하는 사람은 물론 괴롭겠지만 옆에 있는 사람 역시 고통스럽다. 아니 무섭다. 진짜.
내 좌석의 대각선 뒤쪽에 앉은 꼬맹이들은 창문을 채 열지도 못한 체 그냥 바닥에 쫙~ 깔아 놨다.
그 아이들 앞에 앉은 사람은 아는지 모르는지 자기 외투가 바닥에 질질 끌리는데도, 전혀 개의치 않더니 차에서 내릴 때에도 아무렇지 않은 듯 바닥 한번 쓱 훑어보고 그냥 옷을 주워 입는다.
제발 내 뒤에 사람은 분출하지 않기를 바라고 바라면서 오다보니 어느새 어제 떠난 중뎬에 도착이다.

 


3일후에 돌아 올 거라고 했던 숙소에 단 하루 만에 다시 들어가는 걸로 우리의 윈난 성 북부 여행은 다소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이제는 여행자들의 메카라는 ‘리장’으로 가는 일만 남았다. 중국 윈난 성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고향처럼 남겨져 있다는 여행자 마을 ‘리장’으로 간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맘이 설렌다.
거기야 말로 우리 같은 백패커들의 ‘샹그릴라’겠지...

 

 

1 Comments
롤러캣 2020.08.22 13:11  
저 만년얼음이 글래이셔네요. 저기 걸어다니면 삼삼할텐데요. 캐나다에서 걸어봤는데 신기했어요. 중국도 저거보러 갈만 하네요. 가는 길이 험해서 그렇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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