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생각만큼 힘들거나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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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생각만큼 힘들거나 나쁘지 않다.

고구마 3 419
(2005년 글입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이라는 한시적인 단서가 붙기는 하지만... 우리가 여행 오기 전에 익히 들었던 ‘중국의 국민성’에 대한 까칠하고도 편치 않았던 이야기들에 비해서 실제로 만나왔던 중국인들의 성격은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편이다.
-여행 오기전에 읽었던 글에는 ‘ 사람이 강도한테 칼에 찔려가는걸 보고도 가만있는 중국인 군중들, 어떤 사람은 등에 도끼가 찍힌 체 로 도망을 갔다는 기상천외한 ’  상황도 있었다..진위를 파악할순 없지만....
중국인들에 대한 예상수준이 최악까지는 아니었지만 워낙 기대치가 낮았던 탓에, 그 반동작용 덕분인지 어쨋든 지금까지 우리가 본 중국사람들의 모습은 뭐 물정 모르는 외국인이 느끼기에는  그럭저럭 봐줄만 하다.

우리가 이렇게 느끼게 된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 사실  한국의 라이프스타일 도 그다지 만만하거나 말랑말랑 하지 않았다는거....우리도 꽤 치열하고 경쟁적인 생활환경속에서 살아왔었던 게 조금 도움이 됐을지도 모르겠다.
- 게다가 우리부부는 70년대초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거의 모든 경쟁률이 늘 최고치였다.

사실 인기 있는 여행지에서 마구 밀치면서 제 갈 길을 독촉하거나, 버스에 먼저 오르려고 일단 발부터 삐쭉 계단에 올려놓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 야...여긴 정말 일본 애들이나 서양애 들은 질려서 여행 못하겠다. 포스가 딸리겠는걸..’ 이라는 걱정도 잠깐씩 들긴 하지만 말이다. 태국을 비롯한 여타 동남아 국가에 비해서 확실히 웨스턴들의 수가 적긴 하다....앞으로 여행자들의 마을이라는 리장 이나 따리 로 가면 좀 달라질지도 모르지만...

여하튼 여행자가 만나는 현지인들이 (어느 나라를 여행하나 거의 비슷하겠지만) 숙소사람들, 식당사람들, 또는 외국인을 많이 대해 본 사람들 등등으로 범위가 매우 한정적 이다보니, 사실 특별한 직업군만의 사람만으로 그 나라의 ‘사회성’ 이란 걸 가늠 한다는 게 참 부질없는 일이긴 하다.......

가끔 만나게 되는 ‘싸가지 없는’ 매표원이나 계산원들 때문에 기분이 팍~ 잡치기도 하지만, 사실 한국에서도 그런 일들이 드물게나마 있었던지라 (세계 어느나라나 마찬가지 인걸까...) 어느 정도 이해를 해버리고(하긴 나 같은 떠돌이 외국인이 무슨 컴플레인을 할 수 있으랴...)  또 시간이 흐르면 그 불쾌감이 차차 옅어져 버리기도 한다.

어쨌든 중국땅에 들어 온지 고작 한 달 밖에 안 된 병아리의 시선으로 본 중국의 몇몇(좋거나 또는 나쁘거나) 특징은...

이 사람들 왜 이렇게 잘 싸우냐 - 중국인들은 참 잘들도 싸운다. 아직까지 폭력을 쓰는 심각한 모습은 못 봤지만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는 거의 예외 없이 목소리를 높이며 핏발을 세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국민성이 좀 외향적인건지, 아니면 쌈질에 대해서 뭐 그다지 개의치 않는 건지 몰라도 그 우렁찬 목청으로 오르락내리락(성조가 있는덕에..) 감정까지 팍팍 실어가며 침을 튀기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풀이 죽을 따름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경상도 말이라면 ‘싸움질 모드’ 에 들어갔을 때 단연 돋보이는 억양과 기세를 자랑하는데 ( 나..대구사람...) 중국어는 거기에 비하면 전투력 몇 배 증강된 모드이다. 이 사람들 하고 시비를 붙느니 그냥 ‘팅부동’ 이라면서 자리를 얼른 피해버리는게 최상책 일거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한국을 대하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얼굴....the old and the young
사실 중국의 중장년층들은 우리나라를 그냥 중국 변방의 작은 나라 쯤으로 생각해버리는것 같기도 하다. 물론 확실히 그 의중을 파악하긴 힘들지만 느낌상 그랬다. 하긴 중국이란 나라 안에 쉰 개가 넘는 소수민족이 있고 그 민족 중에 우리 동포도 끼어있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긴 하다만..
‘나는 중국어를 몰라요’ 라며 어눌한 중국말을 하는 우리에게 ‘ 우째 중국말을 모른담...’ 하는 뚱한 시선을 보낼 때면 참 난감하다.  중국어쯤은 당연히 알아야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도데체 쉴새 없이 중국말로 따따부따 하는 걸 듣고 있노라면 이거 참...이게 말로만 듣던 ‘중화사상’ 이란건가 싶기도 하고....여튼 그렇다.
하지만 젊은 세대로 내려가면 (특히 남자들 보다는 아가씨들이...) 한국에 대해서 꽤나 호감을 가지고 있는듯한 태도를 꽤 보게 된다. 장나라의 팬이라는 사람... 간단한 말(thank you 나 hi 같은...)들을 한국어로 어떻게 발음하냐고 묻는 사람들, 그리고 한궈런(한국인) 이라고 이야기 하면 가끔씩이나마 호의적인 감정을 내비쳐주곤 한다.
게다가 이제는 좀 수그러들었지만 ‘한류’의 영향도 적잖은 힘을 발휘 하는 듯 하다. 이렇게 여러모로 국위선양 해주는 연예인들....제발 네티즌들이 인터넷에서 그만 좀 괴롭혔으면 좋겠다...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여하튼 음식 인심은 좋은 중국인들 - 음식인심으로 치자면 우리나라만한 곳도 없긴 하지만...어쨋든 주로 태국에서 주는 요리의 앙증맞은 양에 길들여져 있던 우리는 이곳으로 오자 가격대비 훨씬 더 푸짐한 식사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중국음식에서는 식욕을 해치는 묘한 향기가 난다거나 기름이 너무 많아 소화가 잘 안된다고들 불평하는 글도 많이 봤었는데, 향기야 익숙해지기 나름이고 기름을 무척 많이 쓰는데도 그게 그리 느끼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곳의 국수는 몇 젓가락 뜨고 나면 사라지는 꿰이띠오남의 두 세 그릇 역할은 거뜬히 해낸다. 둘이서 육류볶음요리 하나에 채소반찬 하나 국 하나 이렇게 시키면 밥 두 그릇 쯤은 맛있게 비울 수 있는데다가 오히려 그런 식으로 먹었을 때 태국보다 돈이 더 적게 들어가는 듯 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우리가 내륙 지방으로 들어온 탓에 해산물 구경 해본지가 거의 고리짝 이야기라는거...그거 하나 빼면 그럭저럭 음식인심하나는 좋은 중국인들이다.

사회주의 속의 상업주의 - 어쨌든 저쨋든 간에 이곳의 판매원들은 불친절 했다. 일단 표정관리도 잘 안할뿐더러 뭔가 나긋느긋한 분위기가 확실히 빠져 있다. 우리나라의 규모 있는 기업이나 외식업체에서의 분에 넘치는 과잉친절을 몸소 겪었던 한국인으로서는 (특히 아웃백 서버님들의 그 친절함이라니...) 눈만 멀뚱히 뜨고 있는 이 심드렁한 표정의 점원이나 계산원들이 꽤 못마땅하긴 하다. 얼마 전에 청두에서 말끔해 보이는 경양식 집에서 스테이크를 먹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계산원은 그저 퉁명스럽게 ‘68위엔!’ 그러더니 돈을 쏙 집어가고 말았다. 헐헐..
이런 행태를 보자면, 지폐마다 어김없는 들어가 있는 모택동의 초상이나 광장에 서있는 그의 동상과 더불어, 여기가 딱딱한 사회주의 국가가 맞긴 맞구나 싶다.
하지만 정가가 붙어있지 않는 가게에서 바가지를 쒸우는 원초적인 상술이나( 15위엔 주고 산 우산을 열발자국 도 못가서 8위엔에 팔고 있는 걸 봤을때의 자괴감이란...) , 열정적이다 못해 약간 광녀 스럽기까지한  삐끼의 활약상은 다른 나라한테 이기면 이겼지 결코 못하지는 않을 정도이다.
지금 티비에서는 성룡이 나와서 대머리 약( 근데 대머리 약이 효과가 있긴 한가?) 선전을 하고 있다. 홈쇼핑 인기상품의 선전에는 그것의 효과를 본 체험인들의 증언이 줄줄히 이어지는데 그야말로 그 모습을 보고 있기만 해도 내 속병도 다 고쳐질 것만 같다. 다른 성의 성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청두의 산둥다지에, 청년로 춘시루 등의 중심 쇼핑지역에서 우리는 ‘와아..우리나라 보다 더 번화 한거같애...’ 라며 사람들에 밀려 이리저리 헤메고 다녔다.
사회주의적인 불친절에도 익숙해져야 하고, 중국인들의 원초적인 고단수 상술에도 익숙해 져야 하고 이래저래 초짜 여행자는 괴롭다.


물 보다 싼 맥주 - 중국을 다녀온 누군가가 이야기 하기를 중국의 맥주는  맛있고 싸며 매일 저녁마다 먹어도 전혀 금전적인 부담이 없다고 했었다. 과연 그의 말은 진실이어서 큰 맥주 한병이 식당에 따라 최저 3위엔에서 5위엔 까지 ...정말 저렴한 가격이어서 요왕은 맘껏 즐겼다. 맥주를 매일 먹다시피 하다가 어느 날 인터넷에서 “ 중국 맥주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 과다 첨가되다 ” 라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그 후 우리는
- 목 마른데 우리 시원한 포름알데히드 한잔 할까 , 오오~ 이 요리는 진짜 포름알데히드 하고 먹으면 술술 넘어가겠다. 라면서  당분간은 맥주를 살짝 끊어주기로 했다. 당연히 금주기간이 오래 가지는 않겠지만..... 

3 Comments
태국짱조하 2020.08.17 15:47  
하하하 맥주 이야기가 재밌습니다.
제 조카는 베이징을 몇 번 갔었는데 결코 추천하고 싶지않다고 하더균요. ㅜㅜㅜ
저도 아직은 음식땨문에 중국은 썩 가보고싶즈 않은곳이지요.
잘 읽었습니다.
필리핀 2020.08.17 16:01  
읔!
고구마님께서 여행기 게시판에 도배를...^^;;

그렇잖아도 여행 못가서 근질근질했는데
눈으로나마 여행시켜줘서 감사해요~^-^
비육지탄 2020.08.17 17:18  
중국여행은 힘들거나 나쁘지는 않죠
비싸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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