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그곳에 데려다 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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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그곳에 데려다 주오~

고구마 1 246
(2005년 글입니다.)



사실 요왕이 루트로 잡아놓은 대부분의 중국 지명들 중, 단지 몇 개만 빼면 도데체가 처음 들어보는 것들 뿐이다. 캉딩, 리탕, 샹청 같은 건 발음도 잘 안 된다. 앞으로 우리가 거쳐 가야 할 윈난성 남부에 있는 작은 시골마을들(미얀마 접경지역)은 사실 지금 이 순간 까지도 왜 그곳에 가야 하는지 그 이유 조차도 모르겠다.

요왕 말에 의하면 윈난의 남부~ 그곳이야말로 바로 ‘타이족의 고향 이자 근원’ 이라는데, 내 고향 내 본적지도 가본 적이 고리짝 이야기인데, 내가 태국 사람들 조상 찾아가서 뭐 얻어먹을 게 있다고 거기까정 쫒아 들어간단 말이여!!! 난 못가!! 라며 반항하고 있다.

우리의 다음 목적지인 쏭판이나 주자이거우도 찾아가는 길이 절대 만만치는 않은 산골이지만 그나마 그런 곳들에 비하면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매우 인기 있는 투어 포인트이다. 여행 오기 전에 케이블 티비에서 본 ‘영웅’이라는 영화의 한 장면은 주자이거우에서 촬영했으며, 중국현지인들에게도 무척 인기 있는 코스중의 하나여서 좁은 산골길로 유람단버스가 쉴 새 없이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곳... 이란다.

전날 미리 버스표를 예매한 우리는 숙소에서 새벽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나왔다. 무척 이른 시간인데도 강변 근처 공원에는 운동하고 조깅하는 노인네들로 가득하다. 한국이나 중국이나 새벽운동은 노친네들의 행복인 듯...

청두 서쪽의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8시에 출발하는 버스에 올라 한참을 가다보니 풍경도 점차 변해간다. 산은 높아지고 강물은 격해지며 도로는 꼬불꼬불 해졌다. 그리고 멀미도 난다.

아아~ 오늘 저녁이면 주자이거우(구채구)에 도착 하겠구먼 이라고 생각 했는데... 웬 걸... 자꾸 생고무 타는 냄새가 차안에 솔솔 퍼지는 것이 안 좋은 징조인데... 그때 시간이 3시 반.

아악!! 아니나다를까, 아직 차는 쏭판도 못 지났는데 중간에서 퍼져 버린 것이다. 이일을 우째... 우리 차에는 모두 3명의 운전기사가 타고 있었는데, 차가 퍼져 버리자 무슨 판대기 같은 걸 들고 내리더니 이리저리 고치기 시작했는데 한참을 그러고 있어도 갈 생각을 안 하는거다.

결국 지나가는 차 잡아타고 한 명이 어디론가 사라지더니 정비차를 불러왔는데, 차는 내내 고약한 냄새만 풍길 뿐... 기사들도 태연하고(대 고객 서비스 같은 건 없나...) 승객들도 그냥 한숨만 쉴 뿐 별 무반응이다.

이런... 보통 때는 중국 사람들 별일 아닌 걸로도 목소리 높이면서 잘만 싸우더니 오히려 지금은 무덤덤한 것이 이게 말로만 듣던 만만디 정신인가...

그사이 웬 군용 지프가 우리 버스 앞으로 쌩~ 하고 오더니 군인들이 우르르 내린다. 오오~~ 군에서 민간인들 도우려고 출동한 건가? 알고 보니 우리 승객 중에 이쁘장한 아주머니 두 사람이랑 아이들이 타고 있었는데, 그들 남편이 아마 군인이었나 보다. 핸드폰으로 열심히 연락하더니 아마 남편 빽을 작용한 모양이다. 피곤하고 지친 우리들을 뒤로 하고 그 아줌마들은 군인들 호위 받으며 사라져 버렸다. 아아~ 야속한 아줌마들...

그동안 우리 옆을 많은 유람버스들이 지나쳐 갔지만, 그 누구도 신경 써주는 사람 하나 없이 경적만 삑삑 누르고... 하긴 경찰차마저도 우릴 보고 그냥 지나쳤는데 누구한테 뭘 더 바라리...

좁은 비탈길에 서서 차가 가기만을 기다린지 몇 시간이 지났다. 시계는 이미 7시 을 넘어서고 해는 벌써 뉘엿뉘엿 지려고 하는데 우리가 믿을 구석은 어린 정비공들뿐...

결국 차가 움직인 시간은 저녁 7시 반... 예정대로라면 이 시간에 주자이거우에 도착해야 하는 건데, 이게 모냐구요.

그나마 이 똥차는 30분을 조금 더 달려 쏭판에 겨우 도착하더니 그냥 서버렸다.

3명이나 있는 기사들은 도데체가 무용지물, 승객들은 애가 타서 밖에서 서성대는데 지들은 비디오 틀어놓고 영화 감상하고 있다. 당연하게 누려왔던 우리나라에서의 여러 가지 서비스들이 생각나면서, 우리나라 좋은 나라~ 대한민국 짝짝짝~짝짝 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날은 완전히 어두워졌고, 거기다 비까지 내리고, 차는 갈 생각도 없는 거 같고, 게다가 여기는 생전 첨 와보는 곳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여기서 이 중국 승객들과 죽으나 사나 함께할까 아니면 그냥 이쯤에서 짐 챙겨서 내려야 하나...

결국 우리는 우리 배낭 챙겨서 뒤도 안돌아보고 내려버렸다. 지긋지긋한 12시간~~

비싼표 산다고 돈만 손해보고 결국은 쏭판에서 주저앉다니...

어두운 마을로 들어서자 비가 와서인지 행인마저 찾기가 힘들었다. 무작정 북쪽으로 걷다가 게스트 하우스 간판을 보고 들어가 방을 보니 낡은 침대 달랑 2개있는 좁디좁은 방을 보여준다. 얼굴을 비비며 씻는 곳을 물어보자 우리를 안내한 곳은 그냥 ‘후미진 칸’ 이다.

띠융~ 뭐냐... 문도 없고 뭐에 쓰는 건지 정체도 불분명한 양철통 2개가 덜렁 있는 게 욕실이라고... 슬쩍 훔쳐본 변기는 나오던 응가가 도로 들어가 버릴 정도로 끔찍했다.

절망적인 기분으로 허걱~ 하면서 그곳에서 도망쳐 나와 다시 북쪽으로 걷는다. 가는 길에 말이 싸놓은 똥까지 밟고... 해발 2500미터가 넘는다는 이곳은 더럽게도 추워서 반팔 입은 나는 이가 따다닥 소리를 내며 부딪치기 시작했다. 우리가 쉴 곳은 정말 없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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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알뜰공주 2020.08.31 10:09  
저런 낯선땅에서 차가 두번이나 멈춰서서 낯선곳에 내리다니 겁도 없네요.
다음글이 기대됩니다. 제발 기쁜일이 많았으면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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