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형편이 나아지고 있는 우리의 식탁
솔직히 말해, 사자성어로 가득 찬 중국어메뉴판에서 뭔가를 이해해 낸다는 것은 조금씩 포기가 되고 있다. 그 대신 가이드북이나, 잠깐이나마 접속해 볼 수 있는 인터넷에서 정보를 긁어모은 덕에 우리의 식탁은 금방 고기와 야채들로 풍성해졌다. 역시 아는 것이 힘!!
근데... 갑자기 너무 풍성해 진 게 문제다.
음식 선택에 있어서 아직은 그야말로 모 아니면 도인데, 결과는 똑같다.
너무 시원찮은걸 시켜서 맛이 없어서 남기던지, 아니면 맛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덕에 너무 많이 시켜서 남기던지... 어쨌든 계속 남기고 있다.
아무래도 우리가 제일 많이 있었던 곳이 태국이었던 지라, 자꾸 태국 기준에 맞춰서 음식을 주문하게 되는 거다. 태국에선 암만 둘이 먹는 거라도, 요리 3개쯤은 시켜야 밥을 남기지 않고 다 먹을 수가 있었는데 여기선 밥이든 요리든 간에 뭐든지 수북하다.
실패사례 1
티엔하이에서 미트볼 요리, 닭고기 요리, 채소 요리 두 가지(중국어 발음을 아직 모름... -_-;)에 국물요리 하나... 사실 닭고기 요리 하나만 가지고도 밥 두 그릇을 다 비울 정도였다.
실패사례 2
우리 숙소 앞의 신년반점에서 훼이궈러우(回鍋肉;삼겹살야채볶음), 징장러우쓰(京醬肉絲;돼지고기 짜장 볶음+두부피), 양꼬치, 옥수수 스프... 다른 것도 양이 많지만... 퍼도퍼도 줄어들지 않는 요술냄비처럼 옥수수 스프는 전혀 줄지도 않는다.
실패사례 3
베이징 고루鼓樓 근처 있는 어떤 식당에서 시킨 꽁바오지딩(宮保雞丁;닭고기 땅콩 볶음), 디싼차이(地三菜;세가지 야채-감자,가지,피망-볶음), 자창떠푸(家常豆腐;두부 야채볶음) 역시 접시마다 한가득 나오는 바람에 밥을 다 먹도록 요리는 절반도 줄어들지 않는다. 이 정도로 반찬을 시키면 4명이 먹어도 남을 지경이다. 결국은 싸달라고 해서 시안 가는 밤기차에서 저녁으로 먹었다.
실패사례 4
분명 메뉴에 자오즈(餃子;만두) 반 근에 7위엔이래서 한 근을 시켰더니, 만두 40개가 담긴 접시가 두 접시나 나왔다. 합이 80개... 허걱!! 중국 오기 전에 알기에는 한 근에 500그램이랬는데, 만두 다는 근은 또 다른 걸까...
하긴 아침에 즐겨먹는 꽈배기 도넛(중국어로는 요티아오, 태국어로는 빠텅꼬라 불리우는...) 의 크기만 해도 태국에서보다 거의 대 여섯 배 정도는 크니, 과연 땅도 넓고 사람도 많고 음식도 푸짐한 나름대로 대국이라 아니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