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빵, 코끼리들의 안식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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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빵, 코끼리들의 안식처

고구마 1 582
(2004년 글입니다.)



치앙마이에서 방콕 가는 길로 약 두시간 정도를 내려 가다보면 나오면 조그마한 도시 람빵.
이곳은 ‘왓 프라탓 람빵 루앙’ 이라는 유명하다는 사원과 코끼리 보호소로 유명한 ‘쑨 창’이 있다. 이 두 곳 모두 람빵 시내에 있는 곳은 아니고(람빵 시내에는 볼거리가 거의 없다), 근교에 자리 잡은 탓에 찾아가려면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해야 한다.
왓 프라탓~은 그 곳에서는 꽤 유명하다곤 하는데, 글쎄 별 감흥이 없는 그저 그런 사원일 뿐이었다. 내게 종교적인 마인드가 없어서 그런지, 태국의 절은 경건한 느낌 보다는 좀 음침하고 스산한 느낌을 주는 곳이 많은데 이곳이 내겐 그러하다. 그럼에도 몇 대의 관광버스들이 이곳에 들러 여행자들을 토해 내곤 한다.
람빵 시내에서 저녁을 먹기 위해 돌아다니던 중 강변에 현지인들로 바글바글한 식당을 발견하게 됐다. 경험으로 보건데 저런 곳은 들어가서 후회한 적이 거의 없다. 우리는 다소 어둡고 낡은 그곳으로 들어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는데 메뉴판을 본 순간 깜짝 놀랬다.
팍붕 파이댕, 팟 팍 루암, 얌 쁠라믁 같은 요리들이 10밧부터 시작해 제일 큰 사이즈가 불과 20밧 밖에 안한다. 고기나 해물이 좀 더 들어가는 요리는 20밧에서부터 시작하고 밥도 1밧, 카우똠도 1밧, 깽쯧 같은 맑은 국도 20밧 내외 이다.
“땡 잡았네~~~”
“고구마야 먹고 싶은 건 다 시켜 먹어. 다 사주마!! 캬캬캬”
음식들은 주문이 들어가자마자 강한 불에서 화염을 일으키며 볶아진 덕에 마치 패스트푸드점의 햄버거처럼 빨리 나왔다. 반찬 4개와 밥 3그릇과 물로 만족스런 배를 채운 후  우리가 지불한 돈은 불과 78밧이다. 행복을 위해서 지불해야 되는 댓가가 무척이나 작다는 게 우리를 기분좋게 만든다.
오늘 아침, 치앙마이로 가는 버스를 잡아타고 30분쯤 올라가다가 위치해 있는 ‘쑨 창’에 들렀다. 메인 도로에서 내려 거의 30분 정도 걸어 들어가야 하는 이곳은 정부에서 운영을 하고 있는 덕에 넓고 깨끗한 전경을 가지고 있다.

“왜 거기서 그렇게 앉아만 있어!!!”
“힘들어서 못 걸어 댕기겠어...”
“빨리 이쪽으로 와... 코끼리 목욕시킨단 말이야”
요왕의 재촉에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가보니 흑빛 호수에 코끼리 들이 한발 한발 들어간다.
조련사를 한명씩 등에 태우고 들어가서 몸을 담그니, 조련사들은 재빨리 코끼리의 잔등과 머리를 긁어준다. 아직 덩치가 작은 놈들은 물가에서 옆으로 누운 채 진흙탕에 비비적거리기도 하고 , 덩치가 큰놈들은 사람들을 향해 긴 코로 물을 뿜어내기도 한다. 마침 견학을 온 어린아이들이 자지러지는 웃음소리를 내며 빠르게 뒷걸음질 친다.
연이어 이어진 코끼리 쇼는 목재 굴리기, 악기 연주하기, 그림 그리기 같은 퍼포먼스로 채워졌다. 코끼리 코에 색색깔의 물감을 묻힌 붓을 끼운 후, 캔버스에 칠하게 한 뒤 500밧에 팔기 위해 관광객 앞에 전시해 놓는다. 조련사들은 모두 갈쿠리가 달려 있는 나무 막대기를 들고는 꽤나 무표정하게 쇼를 진행하고 있다. 아까의 흥겨운 기분은 사라지고 지루한 느낌만 이어진다.
북을 치고, 실로폰을 두둘기고, 나무를 요령있게 옮기는 걸 연습하느라 얼마나 매를  맞았을까.,,,

“ 으휴...숲에서 잘살고 있는 코끼리들 데려다가 이게 왠 행패람....”
“ 저걸 누가 500 밧이나 주고 사겠어...그나저나 불쌍하다...”
잠시 전 진흙탕에서 딩굴던 코끼리들은 정말 행복해 보였는데, 어린 코끼리들은 마치 아기들처럼 뒹굴거나 조련사의 손길에 코를 감아올리며 재롱을 떠는 듯 보였다. 호숫가에서 우리가 그토록 흥겨웠던건, 코끼리들의 느꼈을 행복이 우리에게도 조금 나눠졌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느낌마저 든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이곳이 병들고 상처 입은 코끼리들을 위한 치료도 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무조건 부려먹기만 하는 게 아니라 잘 보살펴 주기도 한다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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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동쪽마녀 2020.08.17 23:11  
에효.ㅠㅠ
저래서 태국 가면 도로시도 저도 코끼리 절대 타지 않습니다.
보기만 해도 속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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