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는 축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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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는 축제중

고구마 2 640
(2004년 글입니다.)



아아아...태국에서 이런 날씨를 느낄 수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물론 시기적으로 기온이 다소 낮아지는 시기이기도 하고 또 이곳이 북부라는 지역적 이유도 있긴 하지만, 지금 이곳 치앙마이의 날씨는 마치 우리나라 늦봄과 초여름 사이에 느낄 수 있는 기분 좋은 나른함이 도시를 감싸고 있다.
이 시기에 늘 이런 날씨를 보이는 것은 아니어서 몇 년 전 이맘때 는 정말이지 지독한 열기 때문에 온통 정신이 혼미해졌던 기억이 있던 바, 이번에는 날씨 운이 좋은 듯하다.
거기에 덧붙여, 타이밍이 좋게도 우리가 도착한 발렌타인데이를 즈음하여 ‘제3회 치앙마이 마디 그라’ 축제가 열리고 있고, 거기에다 주말까지 끼인 덕에 매주 일요일마다 열리는 거리축제까지 감상 할 수 있다. 말이 거창해 일요 거리 축제이지, 물건을 내놓고 파는 행상들의 모습에서 나잇바자와 다른 점은 그다지 많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눈길을 끄는 팬시한 물품들이 매우 많고 분위기 또한 훨씬 우호적이다.
호주에서 매년 열린다는 유명한 게이 축제 ‘마디 그라’에서 이름을 따온 듯 한 이 소박한 축제는 그것처럼 그렇게 대규모도 아니고 화려 하지도 않다. 몇몇 락 밴드가 나와서 철지난 팝송과 태국 인기 가요 등을 부르고, 레이디보이 선발대회, 미인 선발 대회 등등으로 축제의  흥겨움을 돋우고 있으며, 축제가 열리는 나잇바자 길 양편으로는 그 어느 때 보다 풍성한 먹거리들과 알콜들이 지나가는 이들의 눈과 위장을 자극하고 있다.
이맘때쯤이면 여행자들 역시 많이 몰리고 있는 탓인지, 오후 서너 시쯤 되면 타페문 안의 인기 있는 숙소들은 거의 빈방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이다.
“이번에 치앙마이로 오길 잘한 거 같아.  방콕은 먹고 놀기에는 좋은데, 그다지 여행한다는 기분은 안 들잖아. 방콕에선 왠지 걸음도 빠릿빠릿해지는데, 여기선 걸음걸이부터 느슨해 지구........”
“넌 원래 방콕 별로 안 좋아 하잖아.....”
하긴...... 나는 매번 태국여행 에서 방콕에서 머무르는 날짜를 조금이라도 줄여보려고 늘 애쓰곤 했다. 물론 그 노력이 매번 수포로 돌아가긴 하지만서두...(크크..방콕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진짜로’ 있어서...)
습관 이란 역시 무서운 것인가...... 더 이상 책을 위한 취재여행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늘 요왕은 ‘새로운 무엇’ 인가를 찾는다. 그것이 숙소이든 식당이든 볼거리 든 간에 말이다.
약간 풀린 눈을 하고 흐느적흐느적 걸어 다니는 나와는 달리 요왕의 눈은 늘 뭔가를 살피고 사진은 필요 이상 많이 찍어댄다. 정보 습득을 위한 과도한 사명감(?) 을 느끼지 않고 그저 편안한 여행자로서 돌아다니려면 그는 어디를 가야 할까..? 유럽? 중동 아시아?..아무도 가지 않을 법한 산간벽지?
일요일 낮, 타페문 안쪽으로 쭉 이어진 벽돌길을 따라 걸으며 싸고 이쁜 물건들을 보고 있자니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주부의 관심을 끌만한 것에서부터 여러 가지 장신구들 까지...물론 그 품질은 약간 느슨하고 헐거운 듯 한 느낌을 주지만 말이다..
“치앙마이가 참 좋은데, 왜 이쪽으론 잘 안 오는 걸까? 게다가 여기 오는 사람들도 대부분 트레킹만 하고 내려가 버리잖아.... 여기가 훨씬 더 좋은데 말이야~~” 내가 말했다.
“우리야 시간이 널널하니까 그렇지. 너도 일주일 밖에 휴가를 못 낸다면 당연히 남부 섬으로 갈걸. 사람마다 다 상황이 틀려서 그런 거지, 뭐가 더 낫고 더 못한 건 없어.”
하긴, 어디를 어떻게 다녀야만 훨씬 더 여행을 잘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건 때로는 지나친 자신감이 아닐까....
나는 왜 바다를 별로 좋아하지 않을까...곰곰히 정직하게 생각해본다.
남부보다 북부가 훨씬 더 ‘여행’ 의 본질에 가까우며, 더욱 진지해 보이기에...?
해변에서 딩굴며 야자수를 빨아 댕기는건 그저 그런 휴식 일뿐이고 ,다소 러프한 곳에서 배낭 메고 돌아다니는게 더 ‘여행자’스러우니까..? 아니면 걷는 걸 좋아하는 내 습성 때문에..?
아아......말하기 괴롭지만서두,,,. 수영도 잘 못하고 거기에다 덧붙여서 해변에서 멋진 몸매를 드러내고 선텐을 하는 다른 이들 옆에 드러눕기에는 너무나 민망한 몸매를 갖고 있으며, 게다가 스쿠버 다이빙 같은 해양 스포츠를 즐길만한 배짱도 없어서 그런 것인가....?
이유는 여러 가지 인데 해답은 찾기가 쉽지 않은걸.....
으으으~~ 그 누구에게보다, 나 자신에게 정직해 지는 일이 항상 더  어려운거 같다.
(어쨌든 치앙마이는 ‘트레킹’ 이라는 대표상품 을 제외하고는, 여러모로 과소평가를 받고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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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동쪽마녀 2020.08.17 23:09  
고구마님도 방콕 안 좋아하시고 바다 안 좋아하시는구나!
저요 저요!^^
건기에 두 번 태국하고 미얀마 다녀봤는데
서양사람들이 왜 그 절기에 더운나라 그래 열심히 다니는지 알겠더이다.
좋은 절기에 언제 또 갈 수 있을까요.ㅠㅠ
자르 2020.10.16 06:41  
치앙마이가 요즘 많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만 들었는데, 갔다온지 오래되서 달라진 모습이 어떨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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