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신관광 둘쨋날 쌀국수, 샤부시, 나텅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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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신관광 둘쨋날 쌀국수, 샤부시, 나텅 식당

고구마 1 612
(2004년 글입니다.)



창문 하나 없는 감옥 같은 방에서 일어나 앉아 있으니 마치 죄수가 된 듯한 느낌이다.
까셈싼의 인기 있는 숙소는 어제 모두 동이 나버려서 우리는 그나마 좀 덜 붐비는 므앙 펀 맨션에 여장을 풀었다. 온통 사방이 막혀있어 낮에도 불을 안 켜면 동굴 같은 곳이다.
" 아아...나흘 중에 벌써 하루가 지나가 버렸네..."
" 벌써 여행의 사분의 일이 지나가 버린 셈이야....."
" 그건 그렇고 말야...보신관광리스트에 인도 식당도 넣을까 말까? 인도음식하면 뭐니뭐니 해도 치킨 탄두리가 빠지면 안되는데 지금은 먹기가 좀 삐리리~ 하지 않나.."
" 헐...고구마야 새삼스레 왜 그래...우리는 원래 조류독감, 광우병, 구제역, 농약파동  이런 거 전혀 상관 안하고 먹잖아.."
" 음냐....그건 그런데...독감 때문에 병 걸릴까봐 싫은게 아니라 하두 티비에서 생닭 묻어 죽이는 장면을 많이 봐서 입맛이 뚝 떨어졌지 뭐야...."

사실 며칠내로 넘겨줘야할 원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약간 무리를 해서 온 탓에, 이번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식사 때만 제외하고 거의 방안에서 교정보는 일로 보내야만 했다....
다른때와 달리 숙소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만큼, 나머지 이틀동안은 우리스타일과 다르게도 호텔에서 묵기로 했다. 남은 이틀간 지내게 될 팔람까오의 래디슨은 위치상의 단점만 빼고 본다면 가격대비 꽤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곳이다. 여로모로 이번여행은 꽤 럭셔리(?) 해지고 있다....

아침을 먹기 위해 숙소 근처를 천천히 어슬렁 거리다가 대로변에 있는 국수집에서 한끼를 가볍게 마무리 했다. 으으....내가 싫어하는 회색의 돼지고기 미트볼이 무려 7개나 올라와 있는데다 , 다른 집 보다 1.5배는 많은 면과 밍숭밍숭한 국물맛 덕분에 거의 반 정도가 남겨졌다. 뭐...아침 정도야 다소 불만족 스러워도 상관없다. 어차피 정찬을 차려줘도 잘 먹지 못하는게 아침이니까.......


칫롬역 소고 백화점 일층에 자리잡은 샤부시에 도착하니 12시 반이었는데, 그야말로 그 근처 직장인들의 점심시간과 겹치는 바람에 우리는 자리를 잡기 위해 적지 않은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게다가 일행이 4명인지라 개인별 자리가 아닌 4인용 식탁으로 안내 되어졌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식탁에서 먹는 건 생각보다 꽤 불편했다.
뭔가를 먹고 싶을 때 마다 옆사람에게 부탁을 해야 했고 그나마 회전 트레이 쪽에 앉은 사람 중 한명은 등 뒤쪽에서부터 다가오는 걸 집어내느라 먹는데 열중하기도 힘들었을게다.
하지만 그런 종류의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식사가 다 끝날 즈음에는 언제나 그렇듯이 무척 배가 부른 상태가 되어 버렸다.
일식부페 라는 너무 거창한 기대를 가지고 이곳에 온다면 조금은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러 가지 마끼와 초밥을 맘데로 먹을 수 있고(초밥의 상태는 그다지 상급은 아니지만서두....) 거기에다 뜨끈한 국물에 야채와 다양한 종류의 해물과 고기를 익혀 먹을 수 있다는건 꽤 매력적이며 위치도 좋아 찾아가기도 쉽다. 시간제한이 있긴 하지만 배불리 먹는데에는 모자람이 없으며 199밧이라는 가격에 대비해서 제공되는 분위기와 음식은 꽤 만족스러운 편이다.


해산물 식당 나텅은 전혀 계획에 없던 곳이었는데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온 다른 여행자 가족에게서 명함을 얻어 찾아 가게 된 곳이었다. 이곳은 찾아가기가 꽤 애매해서 명함이 없으면 잘 찾아 갈수 있을지가 의문이긴 하다.
택시를 타고 기사에게 명함을 줬지만 그는 글을 읽을 수 없는 사람이었고 나텅 이란 곳도 몰랐으며 약도 또한 볼 줄 몰랐다. 당연한듯 우리는 엉뚱한 곳에 내려지게 되었고 초행길에 어두운 밤이라 잠시 동안은 잘못 내려진 줄도 몰랐다.
다행히도 두 번째 잡은 택시기사는 그곳을 정확히 알고 있었고 꼬불꼬불한 주택가를 통과해서 곧 그곳에 도착했다.
" 역시 이런 해산물 식당에는 여럿이서 와야 이것저것 다양하게 시켜 먹을수 있는데.......둘이서 오니까 늘 먹던 거 먹어야 되잖아...." 요왕이 말했다.
" 나홀로 다니는 여행자는 이런데 오지도 못해요. 불평 그만 하고 어서 주문이나 하자..."
에어컨이 나오는 실내도 있었지만 분위기상 야외가든을 택한 우리는 곧 팔 다리에 사정없이 달라붙는 모기떼의 공격을 받아야 했다. 그도 그럴듯이 가든을 둘러싸고 있는 수로에는 원헌드레드 퍼센트 퓨어 '똥물' 이 잔잔히 흐르고 종업원들은 거기다 오물을 첨벙~ 버리기도 했다.
라이브 음악과 잔잔한 달빛이 어우러진 가운데 다소 로맨틱해진 기분으로 요왕을 바라보니 그의  머리 위에는 모기떼가 둥글게둥글게~ 붕붕 거린다. 마치 성인들의 머리위에 아우라가 걸쳐진 모양처럼....그건 나 또한 마찬가지 였을거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지점이나 약간 우울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는 쏨분이나 여행자를 대상으로 너무 극성스러울 정도의 호객을 하는 나이럿 해산물 식당가보다는 훨씬 좋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으며 우리가 주문한 음식( 뿌 팟퐁커리400, 팍붕 화이댕80, 똠얌 탈레120, 얌 운센80)의 맛과 양은 매우 흡족한 편이었다. 우리테이블에 차려진 음식은 3명이 먹어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여서 꾸역꾸역 쑤셔 넣다 시피 넣고도 똠얌과 게요리는 상당히 많이 남았다.
그 외에  씨푸드 바스켓이 600, 새우 야채 뎀뿌라가 150, 쏨땀 50, 하이네켄 큰병 100 이라는 가격은 다른 곳에 비해서도 꽤 경쟁력이 있다. 물론 위치상의 단점과 모기띠를 머리에 둥글게 얹고 있는 상대방을 봐야 하는 건 좀 곤욕스럽지만.......
 


 

nathong1.JPG
1 Comments
동쪽마녀 2020.08.17 22:58  
숙소에서 메이드로 일하시는 아주머니들 중 읽을 줄 모르는 분들이 많은 것은 알았지만
택시기사님이 글을 모른다는 건 굉장히 의외인데요.
아, 방콕에서는 신선한 해산물을 쉽게 먹을 수 있군요! 
뿌 팟 퐁커리, 얌 운센 탈레, 팍붕화이댕 엄청 먹고 싶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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