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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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출발

고구마 1 418
(2004년 글입니다.)



뭐 다 아시다시피, 우리부부는 '청년실업40만 시대'에 비실비실하게 동참하고 있는 처지이다. 원래 뭔가에 동참을 할때는 '당당하게' 라고 표현해야 마땅 하겠지만서두, 실업에 동참하는 주제에 차마 그럴 똥배짱은 없는고로.....

어떤 면에서 , 나는 내 일생의 꿈 "놀고 먹는 삶" 을 부분적으로는 이룬거 같다. 그런데 이런 내 꿈을 요왕 또한 지금 같이 이루고 있다. 그야말로 our dream come true 가 된 셈이다. 케켁~~(사실 요왕을 실업자군에 넣는 건 요왕 입장 에선 참 억울한 일 일거다. 그는 매일 열심히 자료를 뒤적이고 원고를 정리하는둥 뭔가를 하고 있으니까...)
어쨌든 표면적으로나마 나의 꿈에 요왕이 동참한지 어언 반년이 훨~ 넘어선 지금 현재, 하루 삼시세끼를 해결하는 일은 적지 않은 걱정거리로 다가온다.
앗~ 물론 이건 끼니걱정을 해야 할 만큼 주머니가 가벼워졌다는 이야기가 절대 아니라, 도데체 매 끼니마다 뭘 먹어야 될지를 모르겠다는 거다. 물론 제한된 식생활비 안에서....
요왕은 요왕대로 하루 한끼는 꼭 외식을 할 수 있는 즐거움을 잃었으니 괴롭고, 나는 나대로 둘이 먹기에 부끄럽지 않을 밥상을 매번 차리느라 고민이다.
나 혼자 점심을 해결 할때는 약간의 고추장과 김 몇장만으로도 밥 한그릇을 때웠지만, 둘이 마주보고 앉아서 그러고 먹고 있으면 진짜 인생 우울해지는거 한순간이다.
어릴 적 때마다 반찬걱정을 하던 엄마를 보면서 ' 시장에 가면 먹을거리가 천지에 널렸는데 왜 걱정을 할까....' 라며 의아해 했는데, 이젠 그 고민을 내가 하고 있다. 그 나름데로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집에서 먹는 밥에는 맛과 다양성에 그 한계점이 있다.
직장인들이 점심식사때  마땅히 먹거리가 없어 고민이라는 이야기를 할 때마다 꼭 사족처럼 덧붙이는 말....
"집에서 먹는 밥이 최고인거 같아요~~~" 췟~ 그야말로 호강에 몸부림치는 소리들이지!!!
지금 나와 함께 그 최고의 집밥을 같이 먹고 있는 요왕은 ... 끼니때 마다 불행한 얼굴을 하고 앉아 있다.

" 우리 인생이 점점 태국 개들을 닮아 가는거 같아....."
" 켁...하필이면 왜 개중에서도 태국개야~~ 으윽..."
" 하루 종일 먹을거만 찾으러 땅만 보고 걷는 카오산의 태국개들 말이야. 두리번~ 두리번~~거리다가 뭐 줏어먹을거 있음 냉큼 가서 주워먹고...."
"으이구...내 팔자야...."
빈약한 식생활로 인해 살이나 좀 빠지면 얼마나 다행이겠나마는...우리의 몸은 맛은 없지만 열량은 풍부한 음식들과 절대적인 운동부족으로 인해 오히려 살이 뚜덕뚜덕 붙어나가고 있는 중이다.
애니웨이...이렇듯 우울한 식생활을 하던 우리에게 햇볕이 서프라이징~ 하게 비쳤다. 크크큭~~

1월의 마지막 날 오후에 걸려온 한통의 전화는 바로 그 다음날 우리를 방콕으로 향하게 했다. 전혀 기대치 않았던 며칠간의 태국여행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출발 하루 전에 통보를 받은 우리는 , 매우 약간의 고민 끝에 가기로 결심을 하고 짐을 꾸렸다.
일단 갔다하면 미니멈이 한달 이었던 우리에게 3박 5일은 그야말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같은 거지만서두....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설레이고 입꼬리는 올라가있다.
가벼운 마음 산뜻한 발걸음으로 떠나는 우리의 이번 여행 컨셉은 만장일치 '보신관광 ' 이다. 우리를 흡족하고 행복하게 해줄 식당의 리스트를  작성하는 일로 시간을 보내고 있노라니 엔돌핀이 풍풍~ 솟구치는듯하다.
이번 여행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나의 식탁을 풍요롭고 아름답게 만들어 줘야지....
헝그리 하고 우울했던 우리의 위장은 지금 "다 뎀벼!!" 상태이다. 

1 Comments
동쪽마녀 2020.08.17 22:38  
지금 같으면 3박 5일이라도 얼마나 감사하고 또 감사할까요.
이 번엔 어디로 가시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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