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짜나부리에 대한 아첨
누구나 모든 일에 완전히 객관적 일수는 없는 것이라서,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좋은점만 보이고 일단 미워지게 되면 미운점만 더더욱 부각되는 맹점이 있는 듯하다.
왜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좋은 사람은 돈을 꾸러 와도 이쁘고 미운 놈은 떡을 주러 와도 밉다고......
살아가면서 늘 이러한 식의 불공정한 마음을 경계하고 편향된 시각을 가지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역시 좋은 건 좋은거고 싫은 건 싫은거다.
우리 둘 다 좋아하는 이곳 깐짜나부리에는 몇 가지의 매력포인트가 여행자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방콕에서 드나들기에도 가까우며, 도시 자체가 역사적 의미를 띠고 있는 곳이라 마을을 둘러보는 것 자체가 흥미롭다. 역사적 의미와 볼거리들이 비교적 근세의 것들이라, 허물어진 왕궁터를 보는 것보단 좀더 구체적으로 마음에 와 닿는 듯 하다. 콰이강의 다리와 몇몇의 박물관..헬 파이어 패스 등등......
그리고 깐짜나부리 근교에도 에라완 국립공원과 싸이욕 너이 폭포( 우기 때가 아니면 수량이 줄어들고 꽤 볼품이 없어지긴 하다..)등의 볼거리와 , 원한다면 그리 힘들지 않은 트레킹 프로그램도 여행사 마다 많이 준비되어 있다.
다른 관광지에 비해 좀더 유순하게 느껴지는 사람들...
이런 것들이 함께 어우러져, 우리는 원래 깐짜나부리에서 2박 하기로 했던 계획을 약간 수정해 이곳에서 3일을 지내게 되었다.
강변을 따라 위치한 숙소들은 가격이 다른 곳에 비해 파격적으로 싸다고는 할 수 없지만, 역시 저렴한 요금을 내세우고 있으며 강을 바라보고 있는 탓에 대부분의 숙소들이 좋은 전망을 가지고 있다.
그중 얼마 전에 새로 오픈한 퐁펜 게스트 하우스는 새로 오픈한 업소들이 늘 그러하듯, 산뜻한 내부와 친절한 스텝들이 고단한 여행자들에게 편안한 쉼터를 제공해 주고 있다.
미소의 나라 라고 불리워졋던 태국이, 이제는 약간씩약간씩 친절의 미덕을 잃어가는 것처럼 느껴지면서 “친절” 이란 것이 근래에 와서는 큰 장점으로 다가온다.
그다지 이동이 많지 않았던 어느 하루, 우리는 점심때 둘이서 치킨 한 마리를 나눠 먹고서는 둘 다 배가 불러 저녁 생각이 별로 없었기에 퐁펜에서 쉐이크 두 잔과 팟씨유 하나를 시켜 놓고 티비를 보는 중이었다.
결국 쉐이크를 다 비우도록 우리의 팟씨유는 나오지 않았고, 우린 주문을 잊어 버렸나부다 하고 생각했다. 그다지 배가 고프지 않았으므로 나오지 않아도 별 상관이 없던 터라 재촉 하지도 않았다.
여주인이 우리의 테이블을 지나가다 깜짝 놀라며 말한다.
“ 아아... 팟씨유가 아직 안 나온건가요? 정말 미안해요..많이 배 고프지요? ”
“ 괜찮아요...그냥 취소 할께요.”
“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금방 만들어 드릴께요. 내가 정말 잘못한거니까 돈은 받지 않고 대접할께요. 이런...너무 미안해요.”
두손을 와이 하는 자세로 모으며 “ forgive me" 라고 하는 주인 앞에서 우리 역시 어쩔 줄 몰라 한다.
싼 가격의 식당에서, 늦거나 잊어버린 주문에 대해 주인이 이렇게 반응 하는 건 태국에서 흔한 일이 아니다. 그저 머리를 긁적이거나, 음식이 제대로 만들어지기까지 좀 더 기다리거나... 경험으로 보아 둘 중 하나일 가능성이 대부분이건만.... 그녀는 진심으로 미안해하고 있었다.
결국 팟씨유는 포기했지만, 우리가 먹은 쉐이크 값을 그녀는 극구 받지 않으며 “기프트 포 유” 라며 미안하게 웃는다.(음식 값을 안 받는 것 또한 흔한 일이 아니다.) 서로 약간의 기분 좋은 실랑이를 하다 결국 우리는 서로 “땡큐” 라고 말하며 방으로 돌아왔고 안 그래도 호감 가던 이 도시가 더욱 정겹게 다가온다..
초심을 잃지 않고 지금처럼 운영된다면 퐁펜은 머지않아 여행자들에게 좋은 평을 받게 될것이라 생각이 된다.
아..... 이 모든게 내 개인적인 호감이 빚어낸 깐짜나부리에 대한 단순한 아첨이라고 해두는 편이, 호평에 대한 책임감에서 조금이라도 자유로워지는 방편일 것이다.
퐁펜 게스트하우스의
침대와.....
욕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