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춘천 깐짜나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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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의 춘천 깐짜나부리

고구마 2 764
(2003년 글입니다.)



따오에서 오전 10시 반에 출발한 우리는 방콕에 밤 9시가 넘어 도착할 수 있었다. 마침 APEC 기간이라서 랏담넌 거리는 경찰에 의해 통제가 되고 있었고 멋진 세단과 리무진이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쌩쌩 지나간다.  나는 숙소에 짐을 풀어놓고 이내 잠들었고, 요왕은 정말 오랜만에 홍익인간에 가서 술과 수다를 떨다가 들어왔다. 같이 술 마시던 사람들로부터 우리 숙소(웰컴 싸왓디 인)에 빈대가 있다는 이야길 들었던지, 몇 번이고 그 이야길 되풀이 하는 걸 보니 아마 꽤 취한 듯 하다.

다음날 방콕에서 두 시간 거리인 깐짜나부리로 가는 우리의 발걸음이 가볍다. 요왕이 무척 좋아하는 도시이기도 하며, 태국 현지인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섬과 관광지들이 웨스턴들 일색인 것과 달리 이곳 깐짜나부리는 주말이면 방콕과 그 주변에서 놀러온 태국 현지인 관광객들로 꽤 활기차고 부산해 진다.
역시 우리가 사랑하는 식당... 졸리 프록으로 향했다. 200여 가지가 넘는 메뉴( 물론 그중에는 중복되는 것도 있고 굳이 요리라고 할 수 없는 것도 있지만서두..)와 저렴한 가격과 맛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이곳은 여행자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의 외식 장소로도 인기가 높은 곳이었다. 졸리에선 각종 탄산음료가 8밧 밖에 하지 않는다.
게다가 깐짜나부리는 유난히 빨래 가격이 싸기도 해서 1킬로에 10 내지는 15밧 받는 가게가 수두룩하다. 우리는 밀린 빨래를 모조리 백에 담아 맡겼다.
그동안 물가 높은 섬을 돌아다니느라 맛사지를 제대로 받지 못한 요왕은 숙소에 짐을 풀자 마자 맛사지 받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 나 맛사지 갈꺼야. 괜찮지?”
“ 그 돈이면 우리 두끼 식사 값인데.....”
“ 아! 섬에서는 깐짜나부리 가면 매일 받아도 된다더니 왜 딴소리람!!”
“ 알았어...빨리 와야 돼”
지갑을 채서 팔랑거리며 맛사지 집으로 향하는 요왕을 보니, 저 좋은걸 그동안 못해서 어떻게 살았누.... 싶다.
그 다음날도 피곤을 풀러 맛사지 집으로 향한 요왕이 두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자 나는 심심 하기도 해서 그를 찾으러 졸리 프록 입구의 맛사지 집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멀리서 오는 그가 보인다.
“ 어 마중 나왔냐..... 근데 오늘 나 맛사지 해준 아줌마가 나한테 자기 전화 번호 적어 주더라”
“ 뭐시라? 왱?”
“ 응 여기 그 쪽지 있어...그리고 오늘 전화하라고...그리고 나보고 잘생겼다면서 자기가 깐짜나부리 시내 구경 시켜 주겠데”
“ 마누라랑 같이 왔다니까 뭐래?”
“ 너랑 같이 왔다고 했지. 그리고 내 반지 보더니 결혼 반지냐고 묻기까지 했는걸... 근데 잘 못 알아들었는지, 자긴 결혼했었지만 이혼했다고... 괜찮다고 그러더라... 나 참..”
“ 그래서? 어제도 그 아줌마가 맛사지 해줬었어?”
“ 응. 자꾸 메일 주소 가르켜 달래질 않나..숙소로 찾아오겠다고 하질 않나.. 아주 혼났네”
“ 릴렉스는 커녕 난처 했겠구먼.... 그 아줌마 못 쓰겠네.. 그나저나 외로운 나홀로 여행자들은 그런 유혹에 넘어가겠는걸...낄낄...”
그 후 또다시 졸리프록 으로 가는 도중 슬라이딩 도어를 빼꼼히 열고 우리를 향해 배시시~ 웃는 그녀를 볼 수 있었다. 약간 난처한 웃음이 서로 교차했던 듯 싶다.

다시금 우리의 작업이 시작되었다. 오토바이로 깐짜나부리 근교를 둘러보고 사진을 찍는 일이 이어졌다. 박물관, 콰이 강의 다리와 철도, 사원들... 사원들.... 사원들..
그중 승려들이 호랑이를 키우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깐짜나부리 근교의 호랑이 사원에 도착하니 외국인에 한해 100밧의 도네이션을 받는다.
“ 난 안볼래..... 저기 들어 가기 싫어”
“ 이미 입장료 냈으니까 할 수 없어. 가야 돼”
“ 별로 볼 것도 없으면서 돈만 많이 받구...그리고 나 동물 싫어한단 말이야”
정말로 내키지 않은 나는 이미 돈을 냈다는 요왕의 말에 인상을 쓰며 억지로 따라 들어갔다. 넓은 사원 안은 호랑이를 제외한 다른 동물들이 제각각 한가롭게 늘어져 자고 있으며, 온 사방이 다양한 똥 천지 였다.
마른똥 ,금방 싼 후레시한 똥, 똥그란 똥, 퍼런 풀더미 같은 똥똥똥!!
여느 때와 달리 솔솔 불어오는 바람이 하나 도 반갑지가 않다.
“ 으윽..다른 데선 바람불면 풀냄새가 나는데.. 여긴 똥 냄새 밖에 안나네...그리고 저 마른 똥들... 저게 다 똥 가루가 돼서 바람에 섞여 있을거 아냐...”
“ 그렇다!! 니 코랑 입으로 똥 가루가 솔솔 들어간다...으히히”
“ 이런 똥 구경하러 100밧이나 내다니...”
“ 투덜 되지마..저기 우리의 친구 염토로와 말토로가 있다. 닭토로도 있는걸...” (‘이웃집 토토로’ 라는 일본 만화를 보더니 개는 개토로, 소는 소토로 라면서 다 자기 친구란다. 언젠가는 나 보고도 고토로 라고 부를까 염려된다.)
조금 더 걸어가니 승려 들이 돌보고 있다는 호랑이들이 우리 안에 갇혀 있고 우리는 사진을 몇 방 찍었다.
별 감흥 없는 투어가 끝나고 밖으로 나오니 바나나 파는 아저씨가 사근사근하게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 호랑이 봤어요?”
“ 네”
“ 지금은 아무것도 없어요 . 하지만 3시 반에 다시 오세요. 그때는 승려들이 호랑이 데리고 나오거든요. 사진도 찍고 만질 수도 있어요. 꼭 다시 오세요. 돈은 다시 내지 않아도 되요. 내가 기억하고 있으니까요.”
다시 오라는 아저씨의 당부와 달리 우리는 그곳에 가지 않았다.
우리 밖으로 나올 그 커다란 호랑이가 좀 두렵기도 하고 좀 지치기도 했으며 똥 냄새도 그만하면 충분히 맡은 터였다.

졸리프록의 해산물 피자. 빵이 맛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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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밧짜리 닭고기 샐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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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드와 함께 나오는 닭봉 양념구이. 50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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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사원의 새끼 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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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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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짜나부리의 수 많은 동굴 사원중 하나인 왓 반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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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동쪽마녀 2020.08.17 22:08  
고구마님하고 요술왕자님 평소 대화투가 이러하시구먼요.^^
깐짜나부리 4박인가 5박 했었는데
롱테일 보트 탔던 것하고 UN군 묘지 다녀왔던 것만 기억이 납니다.
참 그립습니다 그려.
하늘창문 2021.11.04 13:00  
2003년도엔가 갔던 칸차나부리와 에라완폭포는 때묻지 않은 곳이었는데 몇년간격으로 갔더니 조금씩 변하는것 같더라구요.
모르겠어요 제가 너무 성수기에 가서 그랬던건지...
그래도 아직 설레게 하는 도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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