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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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비오는 날

고구마 0 530
(2003년 글입니다.)



첫날은 전혀 예상치도 못하게, 우리가 미리 예약한 숙소가 아닌 머천 코트에서 자게 됐다.
저녁시간에 서로 이야기나 하며 같이 놀자며 이모님이 제안했고, 우리가 거듭 사양했음에도 불구하고 머천코트의 방 하나를 우리가 묵을수 있도록 지불을 후다닥~ 해버렸다. 하핫~
리젠시 파크는 그냥 속절없이 비워둔체 말이다. 어쨌든 그건 우리에게 좋은 일이었다.
리젠시와는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환하고 멀끔한 호텔이었고 무엇보다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으며 카페트도 아직까지는 깨끗했다. 피곤했던 탓에 방을 배정 받자마자 거의 곯아떨어지다 시피 해버리는 바람에 뜻한 바 데로 , 이모네랑은 변변찮게 이야기도 잘 못하긴 했지만 말이다.
늘 그렇듯이 카메라와 수첩을 들고 다니며 걸어 다니는 일과가 방콕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방콕의 끔찍한 트래픽 잼과 너무나 많은 인파는 절로 사람을 지치게 한다.

이틀이 지난 후 푸켓으로 가는 야간버스를 타며 나는 방콕을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왠지 마음 한구석이 편안해 졌다.
그렇게 기대 하고 간 푸켓이건만....푸켓에서의 날씨는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우리가 도착하기 며칠 전 부터 내내 내린 비는 우리가 푸켓에 지내는 동안에도 내내 추적추적 내렸고 바람마저 강하게 불어 스산한 기운이 감돌기 까지 했다.
우리와 함께 푸켓까지 동행한 이모네 가족들도 그야말로 풀죽은 나날을 보냈음은 물론이다.
폭풍을 동반한 날씨속에서 하루는 온전히 호텔에서만 보내고 둘째날 비로서 밖으로 나온 이모네를 데리고 같이 썽태우 한 대를 빌려서 여러 볼거리 들을 찾아 다녔다.
비바람을 뚫고 올라간 뷰포인트에서 우리의 우산은 일분만에 살이 휘어져 버리고 뒤로 벌렁벌렁 뒤집히는 통에 전망이고 뭐고 우산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이들은 아예 차밖으로 나가지도 않았다. 결국 대부분의 볼거리와 전망들은 모두 포기한채 박물관 한두곳을 둘러보고 코끼리 한번 타보고는 이모네 식구들은 서둘러 귀국을 했다.
우리의 사정도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
숙소조사와 거리 사진을 찍기 위해 잠시라도 비가 안오는 틈을 타 재빨리 밖으로 나가곤 했지만, 비바람이 치는 날씨 속에서 건질만한 것은 별로 없어 보인다.

“앞으로는 가이드북 때문에 여행할 때 우기는 피해야 겠어...일이 안되네...” 요왕이 한숨을 쉬며 말한다..

10월 4일 현재...푸켓은 사람도 없고 활기도 없으며 태양 역시 없다.

사진1 : 비바람 부는 빠똥과...
사진2 : 까론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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