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게 말걸기
(2003년 글입니다.)
사실 일행 중 한 블록이 오지 못하는 상황을 알아 버렸을 때 우리는 꼬 따오 행이 완전히 불가능 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늘 그러하듯이 결과는 우리의 예상과는 약간 달라졌다.
여차저차! 이러쿵저러쿵 하여~~원래의 일정대로 꼬 따오로 가시겠다는 명, 꽁님 부부와 그 와중에 연락이 닿은 죤님 그리고 우리부부 이렇게 해서 5명은, 7월 30일 카오산의 어느 게스트 하우스 한 켠에서 춤폰으로 가는 여행사 버스를 기다리고 있기에 이르렀다. 그곳에는 우리 말고도 한무리의 한국인들이 있었는데 할아버지 할머니를 필두로 손녀들까지 총 7명의 대 부대가 곱게 차려입고 앉아 있었다. 게다가 색색가지 이상한 둥근 알전구들을 한가득 가지고 있었다. 그들을 보고 ‘왠지 따오와는 어울리지 않는 걸’ 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잠시 후 죤님이 그들에게 다가갔다.
“ 안녕하세요~ 꼬 따오 가시나 봐요?”
“ 네....”
이 대화를 시작으로 많은 이야기들이 죤님과 그 가족들 사이에서 오고갔다. 그분들은 재일교포인데 꼬 따오에서 치러지는 손녀딸과 영국인 청년과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에서 여기까지 먼길을 마다않고 오신 분들이란다. 결혼식을 위해 꼬 따오로 간다는 소리에 우리는 꽤 의아해 졌는데 바로 이어지는 죤님의 설명.... ‘해외에서 소수의 가족들끼리만 모여서 거행하는, 일본의 결혼식 문화중 하나’ 라는 이야기는 우리의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그 후 로도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죤님 을 찾다보면 어느 한켠에서 낮선 누군가와 정답게 이야기 하는 모습을 곧잘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는 곧 우리에게 그 사람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풀어놓는 죤님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이번 여행이 아주 재미있고 편안해 질 거 라는 좋은 예감으로 기분이 좋아졌다.
춤폰으로 가는 도중 요왕이 나를 깨운다
“ 야 ...좀 일어나봐...뭔가 잘못 됐어”
“ 어.....또 뭐가 잘못된건데.....?”
“ 차에 기름통이 새나봐...”
허거덩..이게 왠말이란 말인가...아니나 다를까 차안에는 기름 냄새가 진동을 하더니 저 멀리 창밖으로는 우리차의 운전사가 이쪽을 힐끔힐끔 뒤 돌아 보며 중앙선을 넘어 어디론가 뛰어가버리는 모습이 보인다. 흑흑....뭐람......
안절부절하는 시간이 잠시 흐르고 무슨 조치를 어떻게 취했는지는 당췌 알수 없지만, 어쨌든 바퀴는 굴러가고 결국 우리는 다음날 아침 무사히 춤폰에 도착하기는 했다..
“야...아까 운전사 다른데로 도망가지 않았냐? 그럼 지금 운전은 누가 하는거야?”
“몰라....아까 담요 나줘주던 보조가 대신 하나...? 헉..그러고 보니 이차 라이트도 안켜고 가네...”
되는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는 태국 이라더니..일견은 맞는 말 같다.
나는 버스에 올라타서도 계속 잠들어 있었고 춤폰에서 꼬 따오로 가는 배 안에서 거의 혼수상태 같은 잠에 빠져서 거의 12시간에 이르는 긴 여정이 하나도 지겹지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어떠했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무언가를 타고 있는 동안 잘 잘 수 있다는 것은 여행자로서의 훌륭한 자질이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