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이 나기까지
(2003년 글입니다.)
펀찟의 사무실에서 나와 비상구 계단에 쪼그리고 앉은 우리는 누가 싸무이 사무실로 전화를 할 것인가에 대해 잠시 옥신각신 했다.
“ 아까 너 보니까 영어로 줄줄 이야기 잘 하더라. 그냥 이번에도 니가 전화해라”
“ 니가 내 노트를 자세히 못 봤구나..그거 영어 발음 그대로 한글로 써놓은 거였다...”
“ 허걱...어쩐지...그래도 니가 왕년에 한때는 영문과 학생 아니었냐..방송 통신대 영문과..”
“ 편입 등록금만 두 번 내고 제적 당한 걸 내가 말 안했나..?...”
결국 내키지 않는 손으로 핸폰을 받아들고 싸무이 사무실쪽에 연락한 나는 아까와 같은 사정을 말하기에 이르렀다. 핸드폰 너머로 태국식 영어발음의 아가씨가 특유의 콧소리로 뭔가를 살랑살랑 말해되는데 거의 히어링이 안 돼 버린 나머지 나는 핸폰을 요왕에게 던지듯이 넘겨 버렸고 그 이후는 요왕이 해결을 봤다. 결국 절반의 환불 차지를 떼고 나머지의 50%는 취소 매출전표를 다시 작성해 신용카드 회사로 입금시켜 주겠다는 거였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나머지 절반의 돈을 두 달 쯤 후에 우리의 신용카드 계좌를 통해 받을 수가 있다는 설명이었다. 싸무이로 직접 갈테니 현금으로 그냥 주면 안되겠냐고 제안했지만 그것은 또 불가능 하단다.... 당체 가능한게 없구먼......쯧...
어쨌든 모든 것은 일단락 되어졌고 우리는 이일로부터 자유로워 질수가 있었다. 만족스런 결과는 아니었지만 우리는 그 제안을 수긍할 수밖에 없었고, 비록 결과가 나쁘더라도 ‘아무것도 확정되지 않은 흐릿한 상황 보다는 차라리 낫다‘ 라는 긍적적인 생각이 들었다.
그 다음날 우리는 서울에서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사정이 생겨버려서 이번에 같이 따오로 갈수 없게 된 한마디님의 전화였는데 ‘아무 걱정 말고 여행 잘 하시구요. 이번에 예약금액 전부를 다 책임 질테니 정말 마음 편히 여행 잘 하셔야 되요’ 라는 음성이 전화기 건너편으로 들려왔다. 으으...알고 보면 그쪽의 상황은 오히려 우리가 위로를 해드려야 되는 구도인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너무 우리 발등의 작은 불끄기에 신경이 팔려 거기에만 마음을 더 썻던 듯 하다. 한마디님에 대한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그리고 내 자신에 대한 약간의 실망감 등등으로 괜시리 마음이 무거워졌다. 하지만 어찌됐건, 이제 모든 일은 다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