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첫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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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첫 여행

고구마 0 555

예전 일본 첫 여행기 써 뒀던 걸 보관용으로 올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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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이 되었다.


우리가 2달간의 태국여행을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온때가 4월이니, 기내식 못먹어준지가 어언 5개월을 넘어가고 있는때였다.

그동안 나는 요왕(남편)에게 가끔 이렇게 말해왔다. 

- 다음에 여행을 가게되다면 일단 태국은 안가고 싶어...태국은 여행간다는 느낌이 아니라 잠시 살러나가거나 장기간 체류하는 그런 느낌이 난다구. 다음에 비행기 타면 우리가 안 가본 곳으로 갈거야 - 

동아시아에서 아직 우리가 못가본 곳이라면, 일본이랑 필리핀,미얀마인데 필리핀과 미얀마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일단은 선순위에서 제외~ 그러고 보니 남은곳은 일본뿐이었다. 사실 주변 사람들이랑 이야기해봐도 일본 안가본 사람은 우리뿐이었는지라, 어쨌든 한번은 디뎌줘야할 땅이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것은 (또는 아둔했던것은....) 그동안 우리가 일본여행을 망설였던 이유의 가장 큰 이유는 동남아시아를 여행할때와는 그 차원이 다른 높은 여행경비때문이었다. 사실 일본여행책은 작년에 사서 잠깐 읽어봤었는데, 경비계산을 해보니 그야말로 숫자의 단위가 틀려지는거다. 그래서 미루고 미뤘었건만, 하필이면 제일 환율이 비쌀 때 일본으로의 여행을 결정하게 되다니, 참 내가 세우는 여행일정인데도 어째 딱딱 각맞추기가 쉽지않다. 하긴 기록적인 원화 약세 때문에 세상 어디를 가든 힘들기는 마찬가지니까 할수없지.
작년 이맘때는 100엔에 800에서 900원 정도였는데, 우리가 출발할때는 1,200원 찍었고 여행기간내내 환율은 1,300원에서 1,400원을 넘다들었다. 게다가 우리는 미리 환전을 안하고 필요할때마다 현지에서 현금카드로 출금해서 쓴 덕분에 환율쇼크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은 셈이었다.


어쨌든 나라 안팍으로 경제도 안좋고, 이래저래 여행을 갈 조건이 꽤나 불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여행을 다소 갑작스럽게 강행했던것은 사실 이런저런 소소한 이유들이 겹치면서였다.
작년에 들었던 펀드와 사놓았던 주식이 그야말로 개판을 치기 시작하면서 피같고 살같은 원금이 마이너스 하향 행진을 팍팍 올리기 시작한것이다. 원금손실이 몇십프로 나기 시작한 펀드와 주식을 보고 있자니 이런 생각이 드는거다.
- 아둥바둥 여유를 줄이면서 살면 뭐하나... 그렇게 살았어도 돈은 이런식으로 깨지는구나~ 아~ 허무하고 허무하도다......- 하는 맘이 들기 시작한다.
손실난 금액으로 할수 있는 무궁무진한 것들이 눈앞에서 뱅뱅 돌아가기 시작하자, 그야말로 정신도 뱅뱅 돌 지경이다.
이쯤에서 엄마의 말씀 한마디~


-고구마야. 젊은날에 흥청망청 살아도 안되지만, 아득바득 살것도 없다. 그래살아봐야 늙으면 남는건 후회 뿐이다... 내가 지금 인생말년에 가만히 생각해보니 뭐하러 그래 살았나 싶은거라....
아둥바둥 해봤자 남는건 푼돈이고 어쨌든 나갈 돈은 결국엔 나가는거란다. 하고 싶은거 안하고 산다고 큰 재산 일구게 되는게 아닌거야.
니네 외숙모도 그런다. 외숙모 젊었을때 목욕비 아낀다고 목욕탕 안가고 그 추운 겨울에 집에서 물 데워가지고 애들 씼기고 그랬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안하나. 오히려 감기 걸려서 약값만 더 들고 말이지.....
좋은거는 나중에 해야지 하고 자꾸 미뤄봐야 다 헛일이다. 늙게되면 말이지... 그냥 사는거란다. 그렇게 좋을것도 없고 그렇게 싫은것도 없이 그냥저냥 살게되... -


또 한가지 이유는 요왕이 돌보는 사이트에서 잠시나마 자유롭고 싶은 이유도 있었다. 몇 달동안 출판일이며 사이트 관리며.. 바쁘게 보낸 시간을 보내고... 무엇인가 우리의 관심과 신경을 새로운 것, 즐거운 것으로 돌리고 싶다는 느낌이 간절했었다.
뭔가 지쳐있다는 느낌, 소진되어져 간다는 느낌들이 겹치면서 재충전 해줄 무언가가 없을까 하고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우리의 관심을 새로이 끌만한것! 바로 여행이다. 그것도 한번도 가보지 못한곳으로의 여행~ 

그리하여 우리는 10월초에 떠날 여행의 준비를, 9월 중순이나 돼서야 부라부랴 준비하기 시작했다.
책을 사기위해 서점을 돌아다니고, 항공권을 알아보기 위해 여행사 사이트를 들여다보고, 일본여행사이트의 여행기나 정보를 주의깊게 읽으면서 말이다.
이때 우리는 순수한(?) 초보 배낭여행자의 자세로 돌아가게 되었는데, 마치 동심으로 돌아간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태사랑이 아닌 다른 여행 사이트에 들어가서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며 지내는것도 즐거운 한때였었다.
그러고보니 이번 여행은, 마치 홧김에 **질 한다는 속담처럼 다소 욱하는 마음에 저질러버린 편이다. 

문제는 환전. 여행가기전에 왕창 해둘것인가 아니면 현지에서 필요할때마다 뽑아쓸것인가가 관건이었는데, 한창 와글와글 하던 9월 위기설도 지나갔겠다... 앞으로는 경제가 좋아질거라는 언론 발표도 있었으니, 그래 믿어보자.
지금 환율은 너무 불리하잖아!! 하고 생각하고 거의 환전을 해가지 않았고 그때그때 카드로 인출을 하려고 생각했다.
대책없는 우리의 이 밝은 긍정론은, 상상하지도 못했던 환율 급등에 여행하는내내 환율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을 만들고 말았지만 

어쨌든 이래저래 어설픈 준비기간은 흘러 10월 초~ 드디어 우리는 도쿄에 도착했다.
태국에 내리자마자 훅~ 끼치는 그 생경스런 냄새,기운,더위, 사람들의 모습등등은 얼마나 이국적인가?
아~ 정말 내가 일상에서 놓여졌구나, 뭔가 다른세상으로 들어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수밖에 없는 무드이다.
하지만 일본의 나리타에 내려서 시내로 들어가기까지(물론 짧은 시간이긴했지만...)의 시간동안 우리는 외국에 나왔다는 느낌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비슷하게 생긴사람들(물론 한국인과 일본인은 자세히 보면 구별이 가능할정도로 다르게 생기긴했지만.....) 비슷한 건물 모양새, 비슷한 시스템...시내로 들어가는 전철 너머로 보이는 풍경들이 다소 생경스럽기는 하지만 동남아의 그것처럼 이질감이 느껴지진 않았다.

 

간단한 샌드위치가 나온 JAL 기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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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타 공항 기차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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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소한 일본의 자동매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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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시내까지 우리를 데려다 줄 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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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노 역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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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노 역에 하차해 지상으로 나와 한국의 차들과는 확연히 다른 차들을 보니 이제야 실감이 난다. 아~ 우리가 일본에 오긴 왔구먼..
늘 여행전날은 잠을 거의 이루지 못하고 거의 뜬눈으로 온 집안을 서성되는 버릇 때문에 요왕이나 나나 여행 첫날부터 꽤나 피로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한잠도 자지 못한 상태, 새로운 곳에 왔다는 긴장감, 체크인 시간 전에는 절대 입실할수 없는 일본 숙소의 룰 덕분에 배낭을 지고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이래저래 방황하느라 피곤해진 다리, 그리고 식사후의 노곤함까지 겹쳐져서 .....첫날 요왕의 오후 일정은 호텔에서 낮잠자기!!였다. 아~ 어이없어라.. 흑흑...
어떻게 온 여행인데 이 비싼데를 와서 그것도 첫날 스타트를 낮잠으로 내내 보내다니....
날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는데, 첫날부터 일정표의 스케쥴이 어그러지다니, 뭐람!!
어두워지는 날씨마냥 내 얼굴도 어두워지고 결국 인내심이 폭발, 늘어지게 엎어져 자고 있는 요왕을 깨운다.
- 여기 일본이라고!!! 일본, 집인줄 아나....정말. 배고파 밥사줘! 그리고 오다이바 보러가기로 했는데 늦었잖아. 얼른 어디라도 나가야 뭐라도 한가지 보든지 말든지 하지..잠에 취한거야 뭐야. 도데체 !!우왕~ 왈왈왈~ 컹컹~ -
끙~ 하며 일어나는 모양새가 영~ 마땅치가 않다.

 

숙소를 찾아가는 길에 먹은 점심. 일본 도착 첫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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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 첫 2박을 했던 도쿄 하마마츠쵸의 치산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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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실 1박에 5,500엔 치고는 꽤 깨끗하고 위치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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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섬주섬 준비를 하고는, 그나마 숙소에서 가까운 도쿄 타워와 롯폰기 힐즈를 둘러볼 마음으로 방을 나선다.
도쿄타워의 야경은 멋있었고, 롯폰기 힐즈의 쇼핑몰은 거대하고 비싸보였다.
말로만 듣던 명품매장들의 모습이 나름 생경스럽긴 했지만 나랑은 전혀 관계가 없는 곳이므로 별 관심없이 패스~ 잘 차려입고는 바쁘게 제갈길 가는 일본사람들 사이에서 우리는 약간 촌닭같은 분위기로 서성거리며 첫날을 보냈다.
편의점에서 제일 싼 생수 한병과 역시 저렴해보이는 소바 전문 패스트푸드 식당에서 간단한 저녁을 먹고는, 퇴근길 똑같은 옷( 검은 양복 바지에 하얀 와이셔츠, 역시 검은 계역의 넥타이...)의 직장인들이 왁자하게 한잔 하고 있는 이자카야 안쪽을, 목을 빼고 부러운 눈길로 바라본 후 집으로 다시 터벅터벅 돌아왔다.
괜시리 어깨가 좁아지고 가격표를 유심하게 체크하게 되는 왠지 모를 이 빈곤감의 정체는 도데체 뭐람....
게다가 날씨조차도 계속 부슬비를 흩날리고 있어서 분위기 다운 시키는데 일조를 하고있다.
이런 날은 오뎅탕에 소주 한잔 들이켜줘야 하건만, 왠지 아직 우리는 일본인들로 가득한 인기있는 술집에 턱하니 들어갈 변죽도, 그렇다고 손님이 없어서 조용한 술집에 물을 드르륵 열고 들어갈 용기도 없어서 조용하고 얌전하게 숙소로 돌아왔다.
도시의 모습은 서울과 닮아있지만, 왠지 이곳 도쿄에서 우리는 정말정말로 이방인이 된거 같은 느낌이 들고 있다. 

숙소에서 도쿄타워 거쳐 롯폰기까지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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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폰기의 뒷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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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날 먹은 저녁. 튀김덮밥과 따끈한 국물의 소바, 그리고 돼지고기 덮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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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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