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여행 : 다시 여기 바닷가 - The Prologue 2/5
말라카를 다녀온 첫 투어에서 제가 얻은 가장 값진 수확은
스쿠터로 이런 장거리 여행이 가능하다는 확신이었습니다.
핵심은 시간. 시간을 무기로 천천히 조금씩 가면 되니까요.
예를 들어 근교에서 도시로 출퇴근하듯 하면 되는 겁니다.
'스쿠터랑 내 몸이 눈치 못 채게' 몰래 장거리를 뛰는 거죠.
그러려면 평소에 많이 타 두어야겠죠. 결국에는 평소 실력!
^^;;
2nd Tour
송클라 - 코사무이 - 싱가포르 - 푸켓
제가 모터사이클을 처음 배운 건
1993년 푸켓에서 살 때였습니다
당시 저는 가이드로 일 했었고요
그 때 저는 정말 미친듯이 모터사이클을 탔고
모터사이클이 주는 자유를 흠뻑 느꼈습니다
그 후로 모터사이클은
제 베프가 되었습니다
어디에 가서 뭘 하든 기회만 오면
무조건 모터사이클을 몰았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섬이나 지역 내에서의 이동이었습니다
장거리는 시도해볼 기회가 없었고 마음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장거리는 큰 바이크로만 하는 줄 알았는데
저는 솔직히 빅바이크에는 관심이 1도 없었거든요
저는 실용적이고 일반적인 오토바이가 좋았습니다
그러다가 2011년 베트남 달랏에서 나뜨랑을 모터사이클로 다녀옵니다
소형오토바이로 장거리를 다니는 여행자들을 본 게 계기가 되었습니다
장거리 투어의 맛을 살짝 알게 된 저는
2013년 후아힌에서 푸켓까지 갔다가
기차 타고 돌아오는 여행을 시도합니다
어떻게 여행하느냐가 어디를 가느냐보다 더 중요하다는 걸 배웠습니다
즉, 내가 새로워짐으로써 같은 대상에서도
계속해서 새로움을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지난 말라카 투어는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스스로 변화할 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마음껏 누렸으니까요
송클라에서도 제 자신이 변화했음을 느꼈습니다
무슬림과 어부의 삶 속으로 뛰어든 게 증거였죠
송클라의 휴식이 끝나고
다시 여행이 시작됩니다
그런데 움직이자마자 사고가 납니다
갓길에서 출발하다 미끄러진 겁니다
이 사고로 얼굴과 팔목에 스크래치가 났습니다
20년 오토바이 인생에 가장 큰 데미지였습니다
제가 그동안 얼마나 조심해서 탔는지 아시겠죠?
코사무이에
도착합니다
그날밤 안 마시는 술까지 마시며 마음을 진정하고 원인을 분석합니다.
결론은 "자유에 너무 취해있었다."였습니다. 자유란 역시 위험한 가치
한 달간 머무른
코사무이의 방
다시 정적인 시간이 필요했던 이유는
풀어야 할 고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느냐가 고민의 주제였습니다
'좋다. 한다. 그런데 어떻게?'로
중간에 그 주제가 바뀌었구요
'심각한 고민은 좋은 환경에서 해야 한다'는 게 제 원칙입니다
어쩌면 좋은 환경에서 있으려고 고민을 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결심이 끝난 후 저는 머리부터 깍습니다
제 몸에게 의지를 확실히 전달하는 거죠
여긴 제 방, 깍는 분은 찻집 사장님. ㅎㅎ
깔끔히 정리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합니다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구요
마침 친구가 딸을 데리고 와서
오토바이로 섬 투어도 합니다
코사무이 떠나기 며칠 전
숙소 정원에서 찍은 건데
제 머리나 복장도 그렇고
어디 요양원 같네요 ㅎㅎ
어디로 갈 지 모른 채
코사무이를 떠납니다
밤이네요
잘 모를 때에는
잘 아는 곳으로
푸켓에 새벽 무렵 도착해서 친구 가게 뒷편
스쿠버 장비 보관하는 창고에서 잤습니다
점점 터프한 남자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ㅎ
저는 기자나 된 것 마냥
축제 행렬 속에 들어가
생생한 기록을 남깁니다
6년 후 여행기에 쓰려고
ㅎㅎㅎ
축제가 끝나니 오토바이 투어를
다시 떠나고싶은 마음이 듭니다
그래 가자. 먼 곳으로
지난 번 보다 더 멀리
말레이 반도 끝으로!
다시 모험이
시작됩니다
거쳐서
뉴스에 가끔 나오는
태국 남부의 3개 주
여기는 동해안에 위치한 태국-말레이시아 국경
강이 있어서 이렇게 페리로 국경을 넘어갑니다
https://goo.gl/maps/kxwvg3RMMY1nqKz29
현지인들이 물놀이를 거의 안해서
나라도 이용해줘야 하는데
캠핑 장비도 없고, 바쁘고...
저도 한때는 사진 좀 찍었는데
이젠 인증 사진 찍기 바쁩니다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큰 고민은 숙소였습니다
숙소가 대체로 비싸고, 싸면 많이 열악합니다
도시에 들어가 숙소 찾는 것도 힘든 일이구요
아쉬웠더랍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래. 여기에다 캠핑까지 붙이자!
그러면 숙소도 신경 안 쓰고 더 자유롭게 다닐 수 있을 거야!
머리 속은 벌써 훨씬 자유로워진
내 모습을 상상하기에 바쁩니다
(사진은 2011년 베트남 달랏)
새롭게 보입니다
떠드는 사이 어느새 말레이시아 중부까지 내려왔고
싱가포르 국경 도시인 조호바루 사인이 등장합니다
유명한 식당입니다
AWAS 는 조심하라는 뜻입니다
파도처럼 굽이치는
멋진 도로를 지나
남부 휴양 도시
메르싱에 도착
여기서 이 세 분을 만나서
집에도 따라가 잠도 자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1992년 태말씽 패키지 여행
인솔할 때 와보고 처음입니다
내친 김에 말레이 반도의 끝
싱가포르까지 들어가봅니다
태국 출발, 말레이시아 경유, 싱가포르 도착
새로운 태말씽 투어가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머라이언 상과 두리안 닮은 건물을 제치고
싱가포르 대표 상징이 된 마리나베이 샌즈
숙소를 잡으러
리틀 인디아로
리틀 인디아는 제가 싱가포르에서 제일 좋아하는 곳입니다
제일 무질서하고, 그만큼 사람 냄새가 풍기고, 물가도 싸서
머물렀던 숙소
싱가포르는 유료 도로가 많습니다. 잘못 들어가면 벌금이구요
예방 차원에서 웬만하면 모터사이클 안 타고 걸어다녔습니다
저를 어떻게 보셨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차도남입니다
차가운 도시의 불빛을 자연만큼이나 사랑합니다 ㅋㅋ
오랜만에 만난
도시다운 도시
2005년 싱가포르에서 한 달간 체류하며
관광책 가이드북을 만든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만남이 한층 더 각별했구요
클리어!
조호바루로
넘어가는 길
이제부턴 서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갑니다
고속도로 휴게소 사진 오랜만에 보니 반갑네요
말라카에 들려 엘리자베스
(영국녀 이름)를 만납니다
방까지 잡고 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호텔방에서 바라본 도시의 차가운 불빛
도시 남자의 가슴이 다시 뜨거워집니다
슌은 송클라에서 저와 헤어진 후 일본에 돌아갔다가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한 일본 여행사에 취직해서
이제는 직장인으로 말레이시아에 살고 있었습니다
브라더
올라가는 길에 비를
원없이 맞았습니다
그래도 좋답니다
살아있는 느낌!!!
빠뜨렸는데 중간에 고속도로에서 기름이 떨어진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이 세 분에게 부탁해서 한 10km 이동에 도움을 받았습니다
양 쪽에서 다리로 제 스쿠터를 몰고 다른 한명은 호위하는 식으로
너무나 고마웠는데 제대로 표현도 못했네요. 꼭 다시 만나게 되길
말레이시아의 마지막 밤은 휴게소 정자에서 잤습니다
이미 터프할 데로 터프해져서 무서운 것이 없었거든요
왠지 이번에는 진심으로
절 반겨주는 느낌입니다
새들도 격하게 환영해주네요
그리고
푸켓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프롤로그는
계속 이어집니다
^^;;
2020년 8월 5일
코란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