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진 때문에 망쳐버린 내 여행계획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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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진 때문에 망쳐버린 내 여행계획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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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일정 변경.
원래 짚라인 일정은 8/19 이었는데, 앙코르진 덕분에 8/21로 일정을 변경하게 되었다.
아래 일정 조정 메일에 Re 자가 몇 개가 붙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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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앙코르 여행자들이 모르는 것 중 하나가 앙코르에는 앙코르와트, 앙코르톰 등의 유적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짚라인도 있으니, 아래 주소를 눌러 확인해 보시라.
http://www.youtube.com/watch?v=APUK8zevfEk 

이 짚라인은 한국에서 인터넷으로 109달러/인 에 예약하여 왔었는데, 여기 앙코르진 에서 판매하는 바우처는 75달러라고 한다. 인터넷 109달러에는 하루 공원입장료 20달러와 5달러정도의 점심이 추가로 포함된 가격임.

32.   새벽을 깨우다.
날짜가 8/21인 것까진 좋은데, 아침 픽업 시간이 07:00이다. 몇 시에 일어나야 돼? 시간을 거꾸로 계산해보니, 05:30분에는 일어나야 되는구나
여행 와서 이게 무슨 고생이람. 병영체험도 아니고

33.   새로운 동료를 만나다.
07:00 이스타나가 왔다. 벌써 안쪽 2, 3열에 영국인 가족 4명이 타고 있었고. 4열엔 역시 영어 쓰는 젊은 서양 남녀가 타고 있어서 우리는 맨 뒤 5열에 자리를 잡았다. 앞 뒤 열 거리가 얼마야? 50Cm? 아니 이것들이 바로 뒤에 쌍 불을 켜고 있는데 뽀뽀하고 난리다. 그래서 난 어젯밤엔 뭐하고~ 생비디오 공짜로 보네!”라고 그 둘 귀에 대고 그랬고, 마누하님은 점잖지 못하다며 옆구리를 꾹 찔렀다. 문화적 차이라고 하지만, 바로 뒤에 눈 벌겋게 뜨고 있는데, 저런 다는 건 날 투명인간 취급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못하다. 그리고, 한참을 달려 어떤 숙소에 다다랐는데 한참을 기다려 서양 아가씨가 차에 올라 4열 오른쪽자리에 혼자 앉았다. 마누하님이 짜증을 내며 아니, 시간을 지켜야지 이렇게 늦으면 어떻게 해? 다 기다리잖아!”하며 중얼거렸고, 이번엔 내가 ~! 그럴 수도 있지 뭘 그러신대~”하며 말을 막은 것까지 좋았는데, 얼마나 급했던지 그 아가씨는 맨발에 끈 긴 등산화를 들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맨발이야 맨발!”을 자그맣게 외쳤다.

34.   국제사고 터지다.
​이스타나로 한참을 달려 가는데, 좀 전 홀로 탄 아가씨가 신발끈을 매고서는 뒤로 돌아보며 씩~ 웃더니, “한국 어디에서 왔어요?” 한다. 으잉? 이게 어떻게 된겨? 지가 왜 우리말 쓰는겨? 아니 그럼 아까 그 말 다 알아 들은겨? 살살 말했는데…-.-  허~! 민망스런 일이 일어난거야~! 옆에 있던 마누하님이 아까의 발언은 모르는~척, 그리고 대답하는 척하며 취조에 들어갔다.
국적 : 남아공,
이름 : **리아,
한국에서 하는 일 : 초등학교 영어선생님
여기 언제 왔어요 : 짚라인 타러 어제.
황당한 일이 벌어진 거지… 아이구~ 앞에 저 친구들은 내 말을 알아들었을까? 내내 조심스럽게 눈치만 본다.
나한테 하는 말이지만 한국사람들이여 지발 외국 나가서 말조심 좀 합시다. 한국말 아는 외국인이 너~무 많아

​35.   아~ 아^아~ 아^아 아^아 아^아~!
우리 팀은 이렇게 9명과 안전가이드 2명 합이 11이다.
헬멧에 전신 안전벨트, 카라비너로 연결된 도르래, 안전고리. 이렇게 완전무장을 하고 나무위로 올랐다. 아름드리 나무에 빙글빙글 돌아 올라가게 만든 계단은 살아있는 나무에 최소한의 피해를 주며 우리를 위로 올라갈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몇 미터나 되려나? 30? 저~ 아래엔 땅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 키 작은 나무 가지와 잎만 보인다. 나무 꼭대기에서 드디어 저쪽 나무로 건너가는 도하작전이 시작되었다. 눈치로 보니, 나만 예비군이야. 군대에서 유격훈련을 두 번이나 받았는데, 안전장구 주렁주렁 매달고 이까이꺼! 하며 가볍게 건넜다. 가만 계산해보니 예비군이 아니라 민방위도 졸업을 했네. 언제 이만큼 먹은겨~? ㅠ.ㅠ
처음엔 다들 긴장감이 역력했는데, 몇 나무를 건너더니 여유가 생긴다. 가이드도 처음엔 도르래와 줄을 꼭 잡으라 하더니, 이젠 두 손을 펴고 날개 짓을 하며 날아 보란다.
우리가 7시 팀인데, 앞에 벌써 다른 팀이 있다. 우리 팀엔 어린 소년들이 있어서 분위기가 신중한 편인데, 앞 팀은 그렇지 않다. 타잔도 한 명 있는 모양이다. 앞에서 들려오는 소리 아~ 아^아~ 아^아 아^아 아^아~!
꼭 짚라인을 타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높은 나무꼭대기에 한번 올라보시라. 앙코르와트의 꼭지점에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 그리고, 저 멀리 지평선의 끝 프놈꿀렌에서 들려오는 아련한 폭포소리… 들어보시라. 앙코르의 보석은 돌 더미 속이 아니라 여기에 있었다.

프놈꿀렌은 여기 앙코르에서 직선거리가 40km쯤 된다. 어떻게 그렇게 먼 곳의 폭포소리가 들릴 수 있을까? 아마 중간에 소음지대 하나 없는 들판이고, 폭포소리가 여기까지 들리게 하는 무언가의 자연장치가 있나 보다.

36.   하강 그리고, 생태관찰
​짚라인의 마지막은 수직하강이다. 15미터쯤되는 허공을 나무꼭대기 발판에서 하강기를 타고 내려가는데, 내가 직접 자일을 잡고 하강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요원이 위에서 줄을 풀어주면 나는 짐짝처럼 가만히 내려가면 되는 거다. 매우 안전하기에 예비군에겐 조금은 김 빠지지만, 우리 마누하님에게는 기가 막힌 경험이다.
하강이 완료되면, 생태관찰을 떠나는데 개미집도 보고, 살아있는 대형거미 타란툴라도 보고, 긴팔 원숭이도 보고…

37.   앙코르진 사장님, Peter를 살려주다.
피터는 여기 짚라인 매니저인 모양인데, 나와 계속 메일을 주고받으며 일정을 조정했던 사람이다. 나의 원래 계약은 짚라인+캄보디아식 점심+영어 가이드를 대동한 타프롬 관광까지였는데, 점심을 마치고는 타프롬 관광을 건너 띄고 바로 호텔로 복귀시켰다. 앗! 계약 위반인데… 국제소송을 걸어? 그런데, 이틀간의 강행군으로 너무 피곤하여 아무 말없이 호텔에서 내렸다. 사실은 어제 다녀도 왔고…
피터씨! 내가 피곤해서 지금 뻗으로 가는 길이여! 앙코르진 사장님 덕에 살았는 줄 알어! 앙코르진 사장님이 이틀동안 빡쎄게 안 굴렸으면 소송하고도 남었어! 이것들이 Gibbon이 안됐어!
(눈치 없는 분들을 위해 언급함. 이것들 회사 이름이 Gibbon임)
나중에야 알았다. 앙코르진의 이틀간 강행군이 피티였다는 것을. 어쩐지 도하훈련을 하기 전에 피티를 건너뛴다 했어!
그리고, ‘한국사람, 영국사람 돈 떼먹는 건 좋은데 캄보디아사람 등치고는 살지 마라~!’ 하며 속으로 빌었다. 이 짚라인도 캄보디아인이 경영하는 게 아니라, 서양 자본이 배를 불리고 있었고, 캄보디아의 똑똑한 젊은이들은 그들 밑에서 돈벌이를 해주고 있었다.
어두운 곳은 보지 않으려 했는데 캄보디아의 슬픈 모습이 우리의 36년과 오버랩 되며 자꾸만 눈에 들어온다…
비교해보면, 앙코르진 사장님은 캄보디아인에게도 훌륭한 사람이다. 그들을 교육시키고, 잘 살 수 있도록 도와주고 또, 봉사하고 있으니 말이다.

38.   ​아이고 잠 좀 자자
호텔에 돌아와서는 이틀간의 강행군 그리고, 오늘의 유격훈련에 몸도 마음도 피로한 모양이다. 그냥 잠에 떨어져 버렸다. 이렇게 여행해야 하는데, 오전에 갔다 오면 오후는 휴식…^^ 이제 원래 궤도로 돌아온 것 같다.

39.   ​난장에 최고급 웨이터
오늘 저녁은 ‘압사라공연+부페’를 제공하는 꿀렌삐 바우처가 예약된 날이다. 호텔 바로 옆이기에 시간에 맞추어 걸어나갔다. 호텔앞 툭툭이들은 “툭툭?” 하며 연속으로 제안해온다. 나는 꿀렌삐에 도착하기까지 바이바이 손흔들기를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꽤나 넓은 홀인데, 사람들이 꽉 찬다. 내가 배정받은 자리는 바둑판으로 치면 오른쪽 아래 화점 정도 되나 보다. 맥주 한병을 추가로 주문했는데 웨이터가 오더니, 와인 따르듯 따라준다. 왼손은 허리 뒤로 가 있고, 아~주 조심스레 따르더니 마지막 한 방울의 흘림을 막기 위해 병을 돌려 마무리를 짓고는 인사를 한다. 비록 난장판 같은 식당에 술은 맥주지만 카메라 조리개를 좁혀 여기 테이블만 본다면, 나는 고급 웨에터로부터 좋은 술에 정중한 예의를 받고 있는 것이다. 분위기가 안맞다고 생각하면 어색한 거고, 그 순간 분위기를 즐긴다며는 최고의 순간인 거고…

40.   ​연락이 캄캄한 캄보디아.
한 땐 나도 소문난 얼리 어댑터였는데, 어느 순간 내가 가진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번호! 그게 뭐라고 011이란 숫자에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는데, 이번 여행엔 무게 나가는 노트북을 빼 놓고 왔더니 완전히 섬나라에 온 게 되어버렸다.
여기 호텔의 직원용 PC는 M/S Window을 쓰는데, 고객용은 애플이고, 애플용 OS가 깔렸다. 뭐가뭔지도 모르겠고, 오로지 환장! 한글은 당연히 안되고. 메일은 볼 수는 있으되, 쓸 수가 없다. 아니, 영어로만 써야지… ㅠ.ㅠ 그러니, 못쓰는 거다.

​41.  실종 소문 나다.
여행 계획을 잘 세워야 하는데… 출발일이 금요일이면, 금요일 일찍 퇴근해서 출발 토,일,월,화,수,목,금,토,일,월,화 오후출근 이렇게 하면 1주일 짜리 여행이 될건디, 금요일 비행기 표가 없어서, 월요일 출발해 부렀네… 월,화,수,목,금,토,일,월,화,수,목 으이그~ 남들 보기에 2주짜리 휴가를 떠난거여…! 거기에 전화 안돼, 카톡 안돼, 문자 안돼 실종된 거지 뭐…
꼭~ 연락 없던 사람들이, 이 때 꼭 연락 오고. 옆에 물어보고… 대답하려면 어디 갔냐 알아봐야 하고… 나의 실종 소식은 바깥에서 안에서 질문으로 질문으로 퍼져나갔다. 한 방 해결이 필요한 때다.

42.  앙코르진으로 쪼로록
세번째 방문이니 툭툭이 기사에게 길 가르쳐 가며 도착했다.
사장님! 죄송하지만 PC쫌 쓸께요! 사장님! 액티브엑스 쫌 깝니다! 열심히 카페 관리중인 사장님 자리를 빼앗았다. PC 빼앗긴 사장님 휴대폰은 연방 까똑!까똑!거리고… 한시간을 빼앗았네…
-두 말 않고 업무용 PC를 내어주신 사장님께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 

43.  앙코르진 툭툭이를 대절하다.
“매니저님! 툭툭이 한 대 오늘 사용할께요.” 앙코르진 관련 툭툭이 이용을 위해 타고 온 툭툭이는 미련 없이 보냈다. 충성도가 높은 거야? 산수가 안 되는 거야? 대충 둘 다인 것 같다. 사실은 앙코르진 툭툭이 성능은 어떤지 알아보고 싶었다.
오늘 일정은 오전 박물관 구경 후, 호텔로 가서 점심 먹고 쉬었다가 일몰 구경이다. 제대로 된 계획일정이다.^^ 흐뭇~!
매니저님은 일몰 구경장소로 프놈바켕은 오후 세시부터 자리잡아야 하니 땡볕에 너무 힘들다며 프레아룹을 추천하신다. 프레아룹도 만만치 않다며, 조금 일찍 갈 것을 권유 받았다.
그리고, 툭툭이를 타고 박물관으로 향했다.

44.  한국 사람도 있어요.
박물관. 그 도시의 문화와 역사를 보려면 당연 박물관이다. 한국어 오디오가이드 서비스가 제공된다. 방마다 냉방시설을 갖추었고 군데군데 영상자료를 보여준다. 영상자료는 한국어, 영어, 중국어, 캄보디아어를 선택할 수 있는데, 한국사람이 왔음을 알리는 기구다 그게. 단추 옆에서 영상자료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한국어를 선택하면 한국어로 설명이 시작된다. 중국, 일본, 한국 이렇게 경쟁하며 자기나라 말을 캄보디아 박물관의 허공에 울려 퍼지게 하는 건데, 박물관에 가보면 은근 이게 경쟁이 된다.

45.  부끄러운 하늘.
2시간의 박물관 투어를 마치고 호텔에 돌아와서 툭툭이 기사에게 “5시에 호텔에서 봅시다.” 했다.
그런데, 오후 들어 바람이 불고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비가오기 시작한다. 그칠 것 같지가 않다.
오늘은 안보여 주려나 보다. 빼시는 거지. 부끄러우신가 보다.
앙코르진 매니저께 전화를 했다. “비가 이렇게 와서 일몰투어를 못하겠는데요.”
매니저: “비는 조금 있으면 그칠거에요. 그래도, 일몰투어는 안되겠고… 툭툭이를 하루 계약했으니, 로사나나 보러가세요. 예약날짜 변경해 드릴께요.” 원래 로사나 예약날짜는 내일이었다.

46.  또 닭대신 꿩.
툭툭이 기사에게 전화를 했다. 비가와서 쁘레아룹은 못가고 로사나를 간다고. 그런데, 전화를 안받는다. 어쩌지?. 앙코르진 매니저께 전화를 했다. “툭툭이 기사가 전화를 안받아요.” 이 건 뭐 초등학생 수준이다. 문제만 있으면 매니저께 전화를 해대니…
조금 후, 앙코르진 매니저님이 전화해서 하시는 말씀 “툭툭이 기사가 자기집에 있다네요. 어이가 없어요.”한다. 그러더니 “죄송합니다. 시간 맞춰 제가 차로 모시지요!”. “그러실 필요~까지야~ 오시면 고맙지요!” 툭툭이 기사 사고치는 바람에 로사나 구경은 차로 가게 되었다.

47.  로사나 쇼
브로드웨이에 가서 쇼를 보지 않았으니 비교할 수가 없다. 다만, 흥미거리로 한번 가보시라 권한다. 관광객뿐만 아니라, 교민도 오셨으니 관광객만을 위한 쇼가 아니다. 극장에 같이 들어가서 매니저님이 날짜 변경해 주시고, 자리잡아 주셨는데, 하~! 로얄 중에 로얄석이다. 앞에서 6번째 줄, 가운데! 이걸 누구한테 감사드려야 해? 비 뿌린 하느님? 툭툭이기사? 매니저님?
쇼를 마치고 호텔까지 매니저님이 동행을 했다.
“오늘 툭툭이 비용은 매니저님이 차값이랑 정산하세요!” 하며, 안받겠다는 매니저님의 손에 하루 툭툭이 비용 15달러만 내밀었다. 에잇 모르겠다. 호박마차 값은 정산불가.
툭툭이 기사의 사고 처리를 위해 저녁시간을 할애해주신 매니저님께 또 한번 감사를 드린다.

48.  목자이시니.
여행 계획은 언제나 비틀어질 수 있다. 이렇게 세찬 비로 하늘이 방해를 하시면, 하나님의 뜻이니 따를 수밖에 없다며, 방에 머물 수밖에 없었을 건데. 대안을 제시해 주심은 많은 경험 때문이리라.
말 그대로, 궂은 날씨에 길을 잃고 헤매일 때, 어두운 여행길을 밝은 등불로 인도해 주신 매니저님은 나의 목자이시라.^^

49.  생각해보면 현명한 선택.
하루 여행을 호텔에서 시작했다면, 아니 호텔에서부터 툭툭이를 하루로 계약해서 앙코르진으로 갔더라면 이렇게 만족스레 하루를 마무리 짓지 못했으리라. 더하고 빼는 것은 계산기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거였다.

50.  복습과 재수.
앙코르의 진수를 가이드 없이 돌아보는 것. 이게 오늘 6일차의 계획이다. 그리고, 어제 못한 쁘레아룹의 일몰투어. 오늘은 제발 비가 오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10시 여행을 시작하였다.

51.  순진한 Sal
Sal은 내가 처음 탄 캄보디아 툭툭이 기사다. 둘쨋날 앙코르진으로 가기 위해 처음 툭툭이 가격흥정을 하는데, 호텔 앞에 있는 툭툭이 기사들은 조금 까졌다. 앙코르와트 내비게이션에서는 시내 2달러라고 하는데 호텔 나서자 마자 호객하는 툭툭이 기사들은 앙코르진까지 5달러를 달라고 한다. 받을 값을 불러주면 좋으련만, 흥정을 하자는 거다. 2.5달라까지 내려왔지만 나는 그들 툭툭이를 타고픈 마음이 없었다. 호텔 입구를 벗어나도 툭툭이 기사들의 호객은 끝이 없는데, 한 부끄럼 많은 툭툭이 기사가 앙코르진까지 3달라에 가겠단다. Ok! 시작가가 3달라인 그에게 믿음이 갔고 그 가격에 길안내를 부탁했다. 2.5달러에도 타지 않았으면서 3달러에 타는 나는, 이렇게 산수가 안 되는 사람이다.

52.  다시 만난 Sal
012-330-815. Sal의 툭툭이를 타고 앙코르툼으로 갔다. 해자, 남문을 통과하여 바이욘 사원 동남쪽모서리에서 내렸다. 툭툭이를 이용한 이 길은 갤로퍼를 탔을 때와는 달리 꽤 길다. 차의 속도만이 아니라, 첫만남은 어리둥절하여 정신이 없었나 보다. 한국어 선생님이 안내한 길을 더듬어 1층 회랑을 빙~ 돌았다. 역시나 본 듯 안본 듯한 부조들… 천천히 감상을 마치고 2층으로 올랐다. 다시보는 크메르의 미소, 그리고 바람이 잘 통하는 방 한곳에서 휴식과 사면상 손바닥에 올려놓는 사진 장난으로 여유를 부려본다. 오늘따라 한국 관광객들이 많이 보인다. 가이드가 관광객들을 상태로 공갈을 늘어놓는다. “절대 1층으로 내려가지 마세요. 작년에 1층으로 내려갔다가 아직 못 찾은 사람 있어요.”ㅋㅋ 관광객들은 훈련병이고, 가이드는 조교들 행세다. 바이욘 사원만큼 길 찾기 쉬운 곳도 없다. 내려갔다가 무조건 위로만 올라오면 2층인데… 패키지 여행이 다 저렇지… 정신없이 이곳 저곳 다니다가 정돈 될만하면 돌아가야 하고…

53.  유적의 보고 바이욘 사원
바이욘 사원이 전부 복원된 것이 아니다. 원래 54개였던 사면상이 현재 37개로 복원되었다는데 그럼 나머지 돌은? 답은 ‘주변에 널려있다.’이다. 복원되지 않은 방, 무너진 벽, 어디에 있었는지 알 수 없는 돌덩이 등을 북쪽 출구로 나와 동쪽입구로 돌아오며 보면 여태까지 앙코르에서 보았던 유적들이 전부 있는 듯하다. 바삐 움직이며 보지 못한 것들이 없었다가 갑자기 뿅!~ 하고 나타난 듯 보이는 것마다 새롭다.

54.  새로 보는 앙코르왓
앙코르와트는 주 건물도 볼만하지만 해자를 건너며 마주치는 긴 회랑도 여운을 남긴다. 그 회랑에는 수많은 압사라 부조가 있는데 첫날은 보지도 못하고 지나만 갔다. 어쩌면 봤으되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고, 왕의 통로인 가운데 길로 가며 지나쳤을 수도 있으리라. 왕의 문 말고 코끼리 문으로 한번 지나가 보시라. 또한 해자를 건너 좌우로 난 해자 둘레 길도 마치 강 옆길을 거닐 듯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아름다운 길이니 한번 가 보시라 권한다. 흘러간 시간을 음미하며 걸어보시길.

55.  여기가 어딘가요?
Sal이 가라사대 관광이 끝나면 서쪽문으로 나오지 말고 반대편 동쪽문으로 나오란다. 동쪽문이  찻길과 가깝다면서. 그래! 처음 왔을 때도 한국어 선생님이 운전수 겸 가이드 해 주셨기에, 서쪽문으로 들어가서 서쪽문으로 나왔는데, 이번에는 동쪽문으로 나가자고 결정하고 Sal에게 동쪽문에서 기다려 달라고 하였다. Sal이 동쪽문이 가깝다고 한 것에 착각을 하곤 앙코르왓 건물을 뒤쪽으로 나오자 마자 엉성한 문이 하나 있기에 거기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툭툭이가 오질 않는다. Sal에게 전화를 하니 자기는 동쪽문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뭔가 잘못된 거다. 그런데, 여기가 어디야? 허 큰일이다. 동쪽은 맞는 거야? 뒤쪽이라 사람도 없고, 뒷문 지키고 있는 관광안내원에게 물어보니 그 친구는 영어가 안 된다. 한참을 기다려 동양 여자관광객 두 명과 가이드가 오는데, 아뿔싸 일본인이다. 가이드도 영어가 안 된다. 세상에 캄보디아 가서 일어 쓸 줄 어찌 알았을꼬… 방향은 맞았는데, 한참을 더 나가란다. 하기야 해자도 건너지 않았지… 참으로 한심한 상황인 거야… 지도 하나씩은 넣고 다니시라.

 

56.  타프롬 정면 돌파
처음 타프롬을 찾았을 때 서쪽문으로 들어갔다가 서쪽문으로 나왔는데, 이번에는 동쪽 정문으로 들어갔다. 눈에 콱 박혀있는 유명한 나무들만 빼면 분위가가 사뭇 달라, 다른 곳을 보는 듯하다. 앙코르의 건물들 바이욘사원, 앙코르왓, 타프롬 건물 모두가 알고보면 아래층이 모두 바둑판처럼 되어있다. 모두 격자모양 길이 나 있고, 모두 연결되어 있다. 그리하여 한번 와서 보지 못한 곳이 많고, 시간을 내어 왔다 갔다 하며 비밀스런 공간을 찾아 내는 것도 재미이다.

57.  무서운 반띠에이 크데이.
타프롬을 보고 났는데 아직 해가 지려면 멀었다. Sal이 하나 더 보여준 곳이 반띠에에 크데이 이다. Sal은 우리를 내려 놓으며 반대편 문에서 만나자고 하였다. 그런데, 이곳은 이름난 관광지가 아닌 모양이다. 그래서 사람이 적다. 그…래…서… 무서운 곳이다.
관광지 마다 툭툭이에서 내릴 때면 전쟁 하나 치를 각오를 해야 한다. 꼬맹이들이 사라고 내미는 엽서, 냉장고 자석, 팔찌. “노우!” 하며 고개를 흔들면 더 그럴싸한 호구를 찾아 그들은 떠나간다. 그런데, 아뿔싸! 여기엔 이 친구들을 떠넘길 다른 호구가 없었다. Sal은 어이하여 이런 적지에 우리만 내려 놓고 떠나 갔는고… 하지만 그 치열한 전투 중 캄보디아의 미래를 보았다. 내 다리만한 꼬마 소녀가 얼마나 영악하고, 영어를 잘 하는지… 혀를 내 둘렀다. 또, 우리가 한국인인건 어떻게 알았는지, 모시고간 마누하님껜 “언니 이뻐!”하며 아부도 빠지지 않는다. 내가 캄보디아에서 본 제일 똑똑한 사람이다. 그래 어서어서 자라서, 저 멍청한 어른들이 빼앗긴 경제권을 다 찾아가렴… 하며 빌었다.
내가 캄보디아에 다시 간다면, 처음 달려 갈 곳이 반띠에이 크데이 이고, 내 손에는 맛잇는 캔디와 초콜렛이 가득 들려 있을 것이고, 연필도 있고 공책도 있을 것이다.
전쟁이 끝나고 그 쬐끄마한 녀석이 내가 모시고간 마누하님에게 최후의 일격을 날렸다. 이것들이 그 쬐끄마한게… 울 아들이 26살이니 저거들에겐 충분히 할머니뻘인데 “언니 이뻐~!” 하던 입으로 “언니! 할아버~지!”를 외쳤다. 이 게 걔가 한 최고의 욕이었다. 얼마나 이쁘던지… 달려가 꽉 껴안아주고 싶었다. 저렇게 야무진 딸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캄보디아의 미래는 쟤한테 달렸는데, 부디 공부 많이 해서 큰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길 빌고 또 빌었다.
누군가 가시거들랑 반띠에이 크데이에 가서 캄보디아에서 최고로 빛나는 소녀를 만나보시길.

 

58.  마음의 문을 여는 말, 인사 “쭈물리읍수어?”
이제 5시가 다 되어 일몰투어 재수 차 쁘레아룹으로 갔다. 도착하여 피라미드를 오르는데 관광안내원 아주머니가 계단 입구에 쀼루퉁한 얼굴로 지키고 앉았다. 두손 모으로 “쭈물리읍수어?” 인사를 건냈다. 그랬더니, 찌그러진 얼굴을 바로 확~펴며, “오데서 왔어요?” 한다. 그래서 “꼬레~에서 왔수다” 대답하였다. 인사란 이렇게 사람의 얼굴을 펼 수 있게 한다. 무뚝뚝한 한국인들이여 인사 좀 배우시고 가시길. 캄보디아 가시거들랑 이말 만은 배우고 가소.
안녕하세요? 쭈물리읍수어?
안녕히가세요. 쭈물리읍리어!
감사합니다. 어꾼!
디따 고맙수! 어꾼 쯔라은!


아래 링크는 까로나의 손짓발짓캄보디아어 유투브이다. 한 번 보시길.
https://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detailpage&v=H3M1nvJhLjE#t=9

59.  해는 아직 하늘에 걸렸는데, 언제 진다냐.
아직 햇살이 따갑다. 사람들은 피라미드 위층에 있는 건물 그늘에 숨었다.
나도 문입구 오목한 그늘에 앉아 발 벗고 편히 쉬며 해지길 기다린다. 그러다가 햇살이 따가와지지 않을 때 피라미드의 가쪽에 가 앉았다. 엇! 옆에는 한국인 남매가 앉았고 바로 뒤엔 일본인 모녀가 앉았고, 그 옆엔 중국 모녀가 앉았다. 그리고 알 수 없는 군상들…
피라미드 한 칸 아래 유럽 쪽 젊은 친구들이 해 넘어 가기 전의 모습들을 그림으로 그린다. 서로 의 사진을 찍어주고, 감사의 인사를 나누고… 어행에서 가까워 질 수 있음은 더 이상은 가까워지가 않는다는 어떤 방어막이 있음일 거다라고 생각해 본다.-말이 좀 어렵다-
그리고 기다리던 해가 졌다. 석양이 이쁘진 않았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보람이 있어야지. 그러니, 이뻤다고 생각해야 하는 거다. 모두다 일어나지도 않았는데, 관광안내원들이 내려가라고 성화다. 그래, 빨리 내려가지 않으면 사고도 날 것이다. 이렇게 아는척하다가 뿔뿔이 언제 봤냐는 듯 서로의 갈 길을 찾아 떠났다.
어쩧든 재수는 성공으로 끝이 난 거다.
그러고보면 이쁜 건 일몰이 아니라, 그 걸 보려고 모여든 사람들의 유대감에 의한 나눔 또는 우정이 아니었던가 하고 되도 않은 생각을 해 보았다.

60.  프놈펜 갈 준비.
프놈펜을 가는 방법은 세가지, 비행기, 버스, 배편이 있는데, 처음 버스로 계획하였다가, 배편도 심각하게 고려했었는데, 앙코르진 매니저님의 만류와 항공편 추천으로 항공을 고려하였다가,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캄보디아 풍광을 보기 위해 버스로 되돌아왔다. ^^ 여행하는 것보다, 계획 짜는 재미가 더 좋은 거는 다녀본 사람만 아는 게다. ^^;;
그리고 7일차인 오늘은 버스표를 구입한 후 전통시장 쌀르 구경과 펍스트리트 재방문이다.


사실 첫날 동향파악 차 호텔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정보를 수집하였는데, 호텔근처 길가에 프놈펜 행 버스표 파는 곳을 확인해 두었다. 여러 등급의 버스가 있었고, 제일 좋은 버스가 Giant ibis이며 15$임을 확인 해 두었다. 현대에서 생산한 고속버스였고, 표 파는 아저씨가 버스표 파는 바로 여기에서 버스를 탈 수 있다고 했다. 두 번을 확인했었지…

61.  Sal 덕분에 낭패를 면하다.
느긋한 아침을 보내고, 10시 Sal을 불렀다. 혹시 영업 중이 아니라면 호텔로 와 달라고. 비수기이기에 누리는 특권이다.ㅎㅎ! Sal에게 내일 프놈펜으로 간다고 말했더니, 자기가 잘 아는 값싸고, 좋은 여행사가 있다며 안내를 하겠단다. ‘허~! 이거 이상한 곳으로 안내하는 거 아냐? 어리~한게 당수 4단이라더니… 내가 사람을 잘못 봤나?’ 하는 의심이 들었지만, 마누하님이 감사하다며 안내를 부탁했다.
호텔 옆 300m쯤 떨어진 곳이다. 첫 날 길가에서 표 파는 곳 바로 길 건너인데, 깨끗한 건물로 안내를 한다. ‘Easy Travel & Tours’ 간판이 붙었다. 헐~! 비싼 거 아냐? 그냥 저 앞에서 사면될 일을… 하며 끌려 들어갔다. 프놈펜을 Giant ibis로 가겠다니까 얼마로 알고 왔냐고 한다. 무슨? 가격은 지가 제시를 해야지… 내가 15딸라! 하니까,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한 사람당 1딸라를 더 주면 픽업을 해주겠다 한다. 무거운 짐 들고 여기까지 걸어오느니 버스가 호텔까지 와서 태워 준다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하다. OK! 8시45분발 버스로 예매를 했다. 그런데
-표파는 처자 : 호텔 로비에 7시45분까지 나오세요
-나 : 와이? 여기에서 호텔까지 버스가 한 바퀴만 구르면 되는데, 뭣 하러 그만큼 빨리?
-표파는 처자 : 버스 스테이션이 여기가 아니에요.
-나 : ? 첫날 저 밖에 있는 사람은 여기서 탄다고 했는데?
-표파는 처자 : 아니에요. 여기에서 멀어요. 픽업 차량이 다른 손님도 모시러 가야 하니 1시간 전에 나오세요.
아이고야! 프놈펜 못 갈 뻔했네… 저 문디거튼 인간은 왜 여기서 버스 탄다고 한 거여?
Sal을 쳐다봤다. 잠시 믿지 않은 마음이 미안했고, 좋은 곳을 소개해 줘 고마왔다. 원래 이렇게 간사스런 인간이 아니었지 싶은데… 쯧!

62.  올드마켓보다 한단 높은 쌀르.
올드마켓이 관광객용 시장이라면 쌀르는 주민을 위한 시장이고, 올드마켓이 슈퍼마켓이라면 쌀르는 대형몰이다. 과일, 옷, 공구, 기구, 전자제품, 생활용품, 빵, 물고기, 육고기, 새고기. 쇠 말고 새. 유식하게 조류!(하기야 서울에는 쇠고기도 있지.) 하여튼 몽땅 다 있는데, 80년대 용산상가+동대문시장+도께비시장을 보태놓은 듯하다. 각종 짐승들이 빨가벗고 냉장고 없이 밖에 매달려 있는 통에 냄새도 많이 나고, 보기도 사납다. 마누하님께 사탕수수를 꼭 보여주고 싶었는데, 마침 사탕수수로 직접 즙을 내어 작은 물병에 넣어 판다. 1달러에 얼음 가득 채운 봉지에 두 병 넣어 건네는 소녀가 부끄럽다 한다. 설탕도 이 천연 즙을 정제한 것일진대 왜 몸에 해롭다 할까?

 

63.  짹프룻을 파는 소녀
짹프룻은 ‘커다란 석류같이 생겼는데, 노란색 석류씨가 유치원생 주먹만하다.’라고 표현하면 딱 이다. 여기에서 처음 보는 과일인데, 참으로 신기하게 생겼다. 소녀는 축구공 두 개 크기의 길쭉한 통과일에서 이 짹프룻 알갱이를 맨손으로 떼어 내더니 담을 땐 비닐장갑을 끼고 담아준다. 그만큼만 해도 위생적인 거지… 여기에서… 2킬로를 6달러로 무겁게 사 들었다. 물론 짐꾼이 들었지… 맛있다. 향은 두리안과 비슷하면서 향기롭고, 단 맛이 적당하다.

64.  Good bye Sal!
캄보디아 특산품은 여기 씨엠립의 비단과 깜폿 후추를 꼽는다고 하고, 마누하님은 여행기념품으로 후추를 사서 주변 친구들에게 선물하겠다 한다. 그런데, 쌀르에서 맘에 드는 후추를 찾지 못했고, 우리는 올드마켓으로 향했다.


올드마켓에서 내리며 Sal에게 작별을 고했다. 오늘까지 3일을 같이했지만 정이 많이 들었다. 검소하고 순박한 사람이었고, 조심해 운전해 주었고, 최선을 다하여 우리를 대해줌에 감사를 드렸다.

65.  레드피아노
올드마켓에서 후추대신 컵 장식품을 구입하고 펍스트리트에 있는 레드피아노에 들러 피자와 맥주를 시켰다. 졸리가 찍은 영화에 나오는 곳이란다. 난 별로 내키지 않는데 마누하님은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모양이다. 길가 쪽 테이블 앉아 바깥 구경하며 여유를 부려본다. 한국에서는 소주 마시지 맥주는 절~대 마시지 않았는데, 여긴 워낙 더운 날씨라 맥주가 저절로 넘어간다. 돌이켜보니 점심 저녁 먹으며 맥주를 마시지 않은 날이 없네…


여기 레드피아노가 씨엠립에선 나름 유명한 곳이라 하니, 의자에 엉덩이 도장하나 찍어 주자…
이것도 앙코르 관광 중 하나로 포함하는 거야. ㅎㅎ

66.  아쉬운 씨에립.
펍스트리트에서 호텔까지 걷기로 했다. 가는 도중 마트에 들르기도 해야 하고, 또 언제 걸어보겠는가 이 거리를.


그런데, 길을 걷기가 참 힘이 든다. 툭툭? 마사지? 호텔에 도착하기까지 호객이 끊임없이 들어오는 길 걷기였다.


그러고 보면 첫 3일은 참 길었던 것 같은데, 뒤 4일은 참으로 빨리 가 아쉬움이 남는다.

67.  이사 가듯
8박을 하고 떠나는 길은 마치 이사를 가는 느낌이다. 내 방! 이라고 8일간 주입된 의식을 지우기에 공허함이 남는다. 새로운 여행을 위해 떠나는 길인데도, 새로운 것을 보는 설렘보다 이별의 감정이 더 큰 것은 오래 동안, 만족하며 있었나 보다.
돌이켜보면, 8박 동안의 여행은 편안~했으며, 적당히 휴식했고, 좋은 곳을 보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하지만 아쉬움 없이 떠날 수 있는 건 마음에 꽉 차는 씨엠립 여행에 대한 만족감이리라. 씨엠립에 계신 보든 분께 감사를 드린다.

68.  대단한 자이언트 이비스
픽업차량을 타고 버스회사 차고에 도착을 했다. 아직 교통체계가 잡혀있지 않은지, 버스는 공용터미널이 아닌, 개인회사 차고에서 출발을 하였다. 개인회사 차고지가 버스터미널.
버스는 현대차에서 생산한 고속버스이고, 특이한 것은 기사가 두 명이다. 그리고 남자 승무원도 있다. 당연 좌석번호도 있고. 최고의 버스다. 서비스가 비행기 못지않아.
타자마자 남자 승무원은 간단한 인사 후, 빵과 물을 나누어 준다. 그리고 그 빵이 불루펌킨에서 만든 거라며 유세를 떨었다. 그리고, 제일 맘에 드는 것은 절반쯤 가서 운전기사를 교대하는데, 대단한 제도라고 생각된다. 6시간을 혼자 운전해 가면 얼마나 피로할까? 그 피로는 바로 승객의 안전과 직결되는데, 기사의 교대근무! 우리 나라에서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훌륭한 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우 안전한 버스를 이용하게 되어 무척 기분이 좋았고, 처음 느껴보는 우리나라보다 멋있는 제도. 무척이나 기분 좋은 프놈펜행 여행이었다. 버스를 선택한 건 정말 잘한 일이었다.

69.  Banyan Tree Restaurant에서 아줌마야 아줌마야…
점심을 위하여 반얀트리 레스토랑에 들렀다. 버스만을 위한 휴게소는 아니고, 주변 사람들도 오는 곳이었는데, 옆 테이블에 한국인 아주머니와 아줌마의 아이 둘, 그리고 캄보디아 남녀학생 8명쯤 앉았다. 선교활동 중인 것 같았는데, 밥을 먹고 난 후 시원한 콜라를 시켜 자기 아이에게만 준다. 그럼 다른 캄보디아 학생들은? 많은 분들이 캄보디아에 와서 좋은 일들을 하시는데… 캄보디아 학생들 불만이 없겠냐구… 아줌마야… 아줌마야…

70.  차창 밖에 비치는 캄보디아
캄보디아는 마치 우리나라 60~70년대와 같다. 막 세상을 보고 깨쳐나가는 중이다. 옛날가옥이 있고, 새로 지은 가옥이 있고, 가끔가다 골동품 같은 가옥이 보인다. 저게 보물인데, 다 썩어가는 서까래 저 집이 보물인데… 저 오래된 기와가 보물인데…
보물은 없어지고 지붕은 양철 패널로 벽은 블록으로 가차없이 바뀌어간다. 그게 최고인줄 우리도 그렇게 알았으니까…

71.  아~ 씨엠립!
프놈펜 호텔을 예약하는데, ‘노뷰’가 많았고, 어디 언덕아래 토굴 같은 방은 아닌가 걱정이 되어 뷰가 있는 방으로 선택을 했다. 프놈펜에 도착하고 보니, 호텔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고, 어디 빈 땅이 없었다. 그러니 아래층은 창은 있으되 옆집 벽만 바라볼 수밖에. 씨티뷰라는 것도 옆집 지붕을 볼 수 있는 지붕뷰였다… 씨엠립이 천국이었지…

 

72.  응? 프놈펜!
호텔에 도착하였는데, 자그마하다. 여직원이 나와 반겨주는데 무척이나 정답다. 씨엠립에서는 늦게 도착해서였는지 “제발 나 방 좀 주세요 네? 예약했습니다. 여기 바우처 있사옵니다…” 이런 분위기였는데, 여기 여직원은 손님에게 다가오는 게 마음으로 느껴지는 그런 사람이었다. 또 마침 엘리베이터가 점검 중이었는데, 벨보이가 6층 방까지 무거운 캐리어를 들어다 주겠다 한다. 그러지 말고, 조금 있다가 엘리베이터 점검이 끝나면 가져다 달라고 해도 기어코 그 크고 무거운 걸 들고, 이 더위에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계단을 걸어 따라 올라온다. 으이구 못된놈! 결국 지갑 속의 내 돈을 빼앗아 가버렸다.^^ 여기 이 호텔은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마음에 착~ 달라붙는 거야?

73.  왕궁
호텔에 짐을 풀고 프놈펜 탐색에 나섰다. 내일 킬링필드를 가기 위한 정보를 얻으러 길거리 여행사에 들렀는데, 엇? 메콩강 ‘선셋디너’ 상품이 있다. 이거! 하고 찍었는데, 승선시각이 5시인데, 지금이 5시다. ㅠ.ㅠ 우리가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고 여행사에서 7시 선상디너 상품을 권하기에 OK 하였다(20달러*2명). 6시30분에 호텔로 픽업을 온다하기, 1시간 30분이 남았다. 바로 옆 왕궁 구경이나 하려 발걸음을 옮겼는데, 버얼써 문을 닫았고, 뭐 밖에서 보나 안에서 보나 그게 그거일 것 같아 아깝지도 않았다. 왕궁 바로 동쪽에 공원이 있고, 넓은 메콩강을 볼 수 있는 정자가 있고, 양 옆으로 자그마한 사원이 있었는데, 꽃을 든 많은 참배객들을 볼 수가 있었다. 무엇을 기원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좋은 일이 일어나라고 기원한다는 것만은 틀림이 없으리라. 나두요 캄보디아 잘 되기를 기원했습니다.

 

74.  메콩강 선상 석식
캄보디아의 좋은 점은 모든 여행상품에 픽업이 포함된다는 것. 그런데, 픽업은 해주는데, 선상디너 후 복귀는 알아서 하란다. 실망…! 또 그런데, 6시30분 호텔에 차가 올 줄 알았는데, 애게? 툭툭이다. 그것도 어디서 준비해온 게 아니고, 호텔 앞에서 하나 잡아서 준다. 또 실망 ㅠ.ㅠ 거기에 바로 선착장으로 가는 게 아니라, 한 팀을 태우러 가야한대. 또또실망!
툭툭이는 어디어딜 빙~둘러 작은 호텔에서 네팔인 부부를 태웠다. 동년배 비슷했는데, 어떻든 반가와 해야지 인상 쓸 수 없는 노릇. 부인에게 툭툭이 상석을 양보하고, 네팔머슴과 조선머슴은 앞자리 하석에 앉았다. 그러면서 친해지는 거지… 말 그대로 한배를 탈 처지인데…
선착장에 도착했다. 이제 어둑해 지려는데, 배에 오르니 갑판은 조타실, 식당이고, 지붕에 테이블이 차려져 있는데, 두 테이블만 세팅되어 있다. 우리 넷이 80달러로 배 전세 낸 셈. 우리 넷은 서로 처다보며 ‘이게 웬 횡재야?’ 하는 표정으로 웃었다.
배는 어두워지는 강으로 빠져나가 불켜진 강변을 보여준다. 배에서 불 켜진 육지를 보는 광경은 어디에서나 근사하다. 캄캄한 강 위에서 저 멀리 보이는 노란 가로등, 그리고 파란색, 빨간색 네온등, 상가의 불빛, 저 멀리 호텔들의 창문 빛…
석식으로 닭요리가 나왔는데, 요기는 안되겠고, 맥주 안주거리만 될 듯하다. 다 좋았는데, 배가 불러야지… 이 아저씨 푸짐하다란 뜻을 몰라…
배는 톤레삽강과 메콩강이 만나는 두물머리까지 내려갔다가 선착장으로 돌아온다. 1시간 반 코스였는데, 조금 아쉬울만큼의 적당한 시간이었다. 더 길면 지겨워질 수도 있겠지.
그런데, 밥값은 요금에 포함되었는데, 맥주는 아니란다. 맞긴 맞는데… 그러면 병으로라도 줄 것이지 캔으로 주냐…

75.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몰라
복귀를 위해 타고 온 툭툭이를 대기시켰다가 뱃놀이가 끝나고, 온 길을 거슬러 돌아왔다. 이 돌아오는 툭툭이 값은 투어비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거지…


돌아오는 길에도 한배를 탔던 네팔부부와 당연 동행하였는데, 두 시간 정도 같이 있었나 보다. 그래도 한배를 타고 같이 맥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도 했었는데, 같이 사진도 찍었는데, 악수와 웃음 그리고 ‘바이’가 끝이다. 하~! 이렇게 끝내도 되는 것인가? 그래, 우리 인연은 여기까지 인가 보다. 어떤 아쉬움이 남는 짠한, 뒤 없는 작별… 나도 여행자가 되어가나 보다.

76.  프놈펜 국립박물관
‘앙코르와트 네비게이션’에 보면 씨엡립의 보물 다수가 수도 프놈펜의 국립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라는 글을 보았기에 기대 만땅으로 마지막 날의 첫 여정, 프놈펜국립박물관으로 향했다.
씨엠립 박물관을 보았기에 프놈펜 박물관은 크기이며 보관 유물이 굉장할 거란 기대로 들어갔는데, 실망이다. 당연 커야 하는데, 당연 많아야 하는데, 당연 시설이 좋아야 하는데, 그 것은 기대일 뿐이었다. 책을 다시 찾아보니, 씨엠립 박물관도 국립이네…
석상들은 만질 수 있는 거리에 있었고, 보호막 없이 노출되어 있었다. 겨우 외곽 문만이 유물들을 보호하고 있을 뿐이었다. 하기야 탈레반은 유물들을 부수기도 하는데… 이렇게 위안을 삼기로 하였다.

 

77.  감옥 박물관
오후 일정은 시티투어로 감옥박물관과 킬링필드이다. 캄보디아라고 하면, 아니 프놈펜이라고 하면 당연 먼저 떠오르는 것이 킬링필드이기에 빠질 수 없는 유적지이다.
호텔로 미니버스가 왔다. 노부부 포함 15명정도 탔나 보다. 감옥박물관은 원래 학교였는데, 우리나라로 치면 서대문 형무소가 된 곳이다. 사망한 사람들의 사진, 그리고 감방, 족쇄, 고문 기구들 그리고, 증언이 기록된 전시물 건물 1층에서 2층 3층으로, 그리고 다음 건물로…
투어를 마치고 숙연한 표정으로 말없이 모인 우리는 버스를 타고 킬링필드로 향했다.

78.  킬링필드
버스는 어딜어딜 꼬불꼬불 돌아 공원 같은 곳 앞에 내려 놓는다.
담 안의 유골탑이 여기가 킬링필드임을 알려주고, 모두 숙연한 표정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모두가 오디오가이드 서비스를 이용하여 머리에 헤드폰을 쓰고 1번 킬링필드 추모관을 거쳐 2번, 3번, 4번이라 이어져 번호 쓰여진 곳을 침통한 표정으로 따라 걷는다.
애고~! 여기가 인간 도살장이었고, 현재가 공동 묘지이다.
그날의 참상을 들으며 또 걸으며 마지막 유골탑 앞에 섰다.
바깥 유리창으로 해골을 쌓아 놓은 것이 보이는 하얀 유골탑. 안으로 들어가 참배하는 것이 마지막 관광 코스이다.

79.  좋고 이쁜 것 보기에도 부족한 시간과 기회
나는 유골탑 입장을 거부하기로 했다.
이 음산한 기운이 감도는 유골탑에 들어가, 그 유골더미 속에서 무엇을 찾겠는가.
이만큼만 보아도, 그 시절을 다 알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캄보디아는 이렇게 어렵게 산다는 것 다 알았는데, 남의 아픔을 더 신기해 할 잔인함도 그 아픔에 더 동참할 심적인 여유도 없었다.


세상은 좋은 것만 보기에도 너무나도 넓은데, 여기에 침몰해 있을 이유가 없는 거다.

80.  캄보디아에서의 마지막 저녁
마지막 저녁이라고 거창한 게 아냐.
호텔앞에 게스트하우스겸 카페가 있는데, 벽면에 그림이 근사하다.
이렇게 멋있는 벽화는 처음이라, 맹~하게 바라보았다. 짙은 녹색바탕에 여성의 옆얼굴을 파스텔풍으로 그려놓았는데 짙은 빨간입술이 눈에 화~ㄱ 띈다. 내 수준이 딱 요만큼…임…^^
오후 꿀꿀했던 기분이 싹~ 가시는 것 같다.


캄보디아의 식사는 뭐니뭐니 해도 볶음밥에 앙코르비어이다. 맘에 드는 그림 바로 옆에서 먹는 것도 매우 흡족하다. 모기가 좀 문제여서 그렇지…

81.  친절한 호텔직원
캄보디아의 호텔은 여행상품을 여행사 같이 판매하고 있다. 모르고 밖에서 헤매며 관광상품을 찾아 다녔는데, 씨티투어(감옥박물관+킬링필드) 신청은 호텔에서 하게 되었다.
호텔직원은 답례로 낮12시 체크아웃 후, 씨티투어에서 돌와와 출국 전 샤워를 할 수 있게 해 주었는데, 하루 종일 땀 흘리고 샤워하고 떠날 수 있다는 건 행운이었다.
벨보이는 캐리어를 툭툭이에 실어주고, 호텔입구 보안요원의 웃음은 또 얼마나 해맑던지, 프런트 여직원은 호텔밖에서 전화하는 마누하님의 전화기를 손으로 가려주기도 하였는데 -소매치기 방지를 위해-, 참 사람들이 좋은 호텔이라 생각되었다. 프놈펜 퀸그랜드부띠끄 호텔! 다시 가 보고픈 호텔이다.

 

82.  멀고먼 공항
애고 내가 왜 툭툭이로 공항을 가는고…ㅠ,ㅠ
털썩이는 것은 둘째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 공항 가는 길이었다. 날을 저물어가는데, 툭툭이를 타고 차와 나란히 달린다는 것은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도로 사정도 울퉁불퉁하고…
이렇게 먼 길은, 그것도 도심의 길은 툭툭이를 타고 갈 일이 아니야…
그 놈의 정 때문에, 어제 선상 석식 때 이용한 툭툭이 기사를 불러 마지막 여정을 시작한 거야…
‘주유소 습격사건’에서의 한마디! “난 한 놈만 패!”

83.  한국 오는 길
9박10일의 여행을 마치고 밤새 비행기는 날아 아침에 인천에 도착을 했다.
마음 속에 늘 가고파하던 곳이었는데, 숙제를 하나 해결한 느낌이다. 앙코르와트에 대한 막연한 동경 같은 것이 있었는데, 한 꺼풀이 벗겨진 거다.
그런데, 캄보디아를 내륙에 있는 나라로 알았는데, 해변이 있고 참으로 아름답다고 한다.
시아누크빌이란 새로운 숙제를 다시 안고, 그 숙제는 또 연제 풀거나… 즐거운 상상으로 일상으로 돌아왔다.
새로운 숙제를 해결할 그 날을 위해, 또 힘차게 살아가는 거다.

3 Comments
마이미마짬 2020.03.23 10:56  
미안합니다. 30%만 읽고 갑니다. 잘 읽었습니다.
태국짱조하 2020.08.12 12:00  
오,, 인내심을 갖고 끝까지 읽었습이다. 쓰시느라 참으로 고생하셨습니다. -.-
jonahm 2021.02.28 12:55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시고 여러 해프닝도 거르지않고 죽 써주셔서 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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