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표를 찾아서 - 19. 이 즈음에는 in 꽁로
12월 초의 꽁로에는,
여전히 조용하고
여전히 작위적이지 않고
여전히 조화롭지만,
12월 초의 꽁로에는 담배를 심는 바쁜 농부의
호흡이,
바쁜 농부의 호흡을 따라가는 농기계음이,
골을 타고 쉴틈없이 불어오는 바람이,
바람이 가져오는 서늘한 기운이,
서늘함이 만든 궁색함이,
궁색함 이면에 따라붙은 적막함이,
마른 바람에 흙먼지가 쌓이듯
그렇게 쌓여가는 12월 초의 꽁로에는
여전히 조용하고 작위적이지 않고 조화로운 그 속에서
감기따위에는 지지 않는 미스킴 남매의 건강함이,
미스터리로 나를 기억해주는 동네 처자들의 친근함이,
시집가도 될 만큼 웃자란 기억소 꼬맹이들의 순수함이,
모든 것이 즐거운 십대들의 풋풋함이,
세상의 시간에 관계없이 그렇게 쌓여가는 꽁로에서
오랫도록 박제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