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사이클 다이어리 in Thailand (오토바이 타고 태국 북부를 여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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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토사이클 다이어리 in Thailand (오토바이 타고 태국 북부를 여행하다)

여행형제 3 599

오랜만에 태사랑에 들러봅니다.

몇몇 분의 여행기를 감상하고, 저도 기록을 공유해두면 좋을 것 같아 제 글의 일부를 옮겨 적습니다.

 

작년 여행에서 글과 사진, 음악의 콘텐츠를 혼합해서 작성한 글입니다.

때문에 더 흥미가 생기시면 원글이 있는 플랫폼(브런치)에서 보실 것을 권장합니다.

 

이하의 글은 평어체임에 미리 양해의 말씀도 함께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모두가 행복하고, 안전하며, 나눔이 있는 여행이 되시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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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사이클 다이어리 in Thailand]

#Prologue. 치앙마이

 

Days before.

 

태국에 입국한 지 벌써 두 달째가 되었다. 익숙함과 지루함 속에 남부의 몇 도시를 잠시 찍고 북부의 치앙마이(Chiang Mai)로 배낭을 실었고, 무릇 서울 선비라면 사대문(이곳에는 해자로 둘러싸인 성곽이 있다) 안에 자리해야 한다는 유치한 논리로 구 시가지(Old City)에 자리를 잡았다.

 

익숙함과 지루함은 묘한 조합으로 나를 때때로 괴롭히고 사사롭게 즐거이 만들었다. 태국과 연을 맺은 것도 연수로 벌써 8년째가 되었다. 또야? 라는 물음에 어깨를 으쓱하는 것 외에 확실히 달리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간간히 혹은 몰아서 올리는 인스타그램의 사진으로 이 생활의 당위성을 슬그머니 주장해 볼 뿐이었다.

 

한국에서의 마지막(Ex-) 직장생활에 꽤나 지쳤기 때문에 휴식이 필요했고, 잠시 멈춤이 필요했다. 사실 내게 여행이라는 것은 꽤나 고행(을 사서 함)을 수반하기 때문에 역시 다시 돌아봐도 태국이어야만 했다.

 

애초에 기획한(짱구를 굴린) 기초는 이 곳에서의 한 달가량의 휴식이었지만, 또 '이왕 나온 김에-' 병이 발현하여 태국에 도착하자마자 29일 만에 비행기를 딱 10번을 탔다. 지친다, 지쳐-

 

치앙마이에 올라와서 본격적인 휴식을 실천하려니 '본격적인'을 위한 예비 단계와 기획(짱구를 굴림)이 또 와서 붙었다.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면서 체력이 돌아오는가 싶다가도 다른 하루를 주변 탐방에 쓰면 꼭 체력이 다시 방전되었다. 다소 늙은 탓이겠지.

 

치앙마이에서의 시간들은 꽤나 소비되고 낭비되었다. (원치 않는) 잠을 많이 잤고, (마음에 드는) 사진을 많이 찍지 못했다. 그래도 모든 것에는 의미가 있다- 라고 자위했지만, 현타라는 것은 역시 금세 찾아왔다.

 

핑계에는 몇 가지가 있는데:

1) 우기와 태풍이 겹쳐 연속 24일을 비가 내렸고, 2)사람의 만남과 헤어짐이 있어 쉽사리 몸을 움직이지 못하였는 데다가, 3) 동행이 있는 날에는 내 마음대로 기수를 돌리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비와 함께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도 잦아들었다. 한 달을 렌트한 콘도의 계약도 만료일이 다가왔으며, 딱 이틀을 앞서 바이크의 한 달간 렌트도 약속한 날을 채웠다. 그래도 이번에는 태국에 있으면서 면허를 땄다. 자차를 보유한 10년의 무사고 운전자에게도 야속한 국제면허(1종 보통)는 태국에서의 오토바이 운전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게 필요에 의해 완성된 나의 태국 면허증은 바이크 반납 이틀 전부터 나를 괴롭혔다.

 

"아깝지 않아?"

 

삶과 시간에는 후회가 있으면 안 된다. 아니, 적어도 그런 노력이 나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 간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고민의 시간이 길지는 않았다. 애매하게 맞물린 콘도 렌탈과 치앙마이에 남아서 해야 할 것들, 할 수 있는 일들 사이에서 가장 나를 유혹하는 수는 꼭 본디 나 같은 모습으로 귀결되었다.

 

수년만에 장기로 해외에 나와보니, 예전과 다르게 겁이 많아졌다는 걸 느꼈다. 겁이라기보다는 (일어나지 않은 일들에 대한) 생각이라고 해야 함이 옳다. 이래서 한 해라도 일찍 무엇이든 해보라고 하는지- 어른들 말씀에 고개가 끄덕여질 때마다 나의 꼰대력도 함께 상승하는 것은 아닌지가 두려워졌다.

 

'우기에 산길을? 가는 길에 오토바이라도 고장이 나면? 고작 125cc로 어디까지? 숙소도 검색이 안 되는 곳인데? 까탈스러운 배가 탈이라도 나면? 등등..'

 

걱정은 끝이 없었다. 원래 걱정에는 돈이 안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사코 돈을 들여 다시 오토바이를 한 달 더 렌탈 하기로 했다. 경험상, 벌인 일이 없으면서도 걱정만 많다는 것은 매우 그릇된 무엇이기 때문이다. 금전적 손해를 메우기 위한 인간의 노력과 열정은 구태여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잘 안다. 생산성은 자연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수개월간 멈춰진 글쓰기가 다시 시작된 것으로 원금(지출)에 대한 손익은 충분하다고 생각이 된다.

 

며칠의 나들이가 될지, 한주가 될지, 한달이 될지는 전적으로 마음과 운(날씨, 컨디션, etc.)에 달렸다. 마음이야 이제 정했으나 운이야 알 수가 없다.

 

역시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 인생이 그렇다면, 또 인생이 들려줄 (지멋대로의) 이야기를 향해 그저 시동을 걸어보는 수밖에. 지갑이 얇아 125cc가 한계라는 것이 조금 아쉽지만 흙(수저) 투성이의 모토사이클도 잘만 간다.

 

부릉, 부릉.

 

...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in Thailand #1]

#Prologue. 치앙마이, 도이 인타논 국립공원, 매챔

 

Day 1.

 

도이 인타논(태국어: ดอยอินทนนท์, 영어: Doi Inthanon)은 동남아시아 태국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과거에는 ‘도이 루앙’(큰 산이라는 뜻), ‘도이앙카’(까마귀 연못 꼭대기라는 뜻)라는 말로 알려져 있었다. 산 아래 근처에 수많은 까마귀들이 모여드는 연못이 있는데 그러한 유래에서 생겨난 이름이다. 도이 인타논이라는 이름은 인타위차야논 왕에 의해 하사 받은 것으로 그는 치앙마이의 마지막 왕이었다. (출처: 위키백과)

 

'태국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가장 높은 산. 가장.'

 

최고를 향한 변종적 갈망은 역설적으로 일(하나)도 최고인 항목이 없기 때문에 생겨났다. 자존감과 열등감의 공생에 의한 뮤턴트(X-Men)랄까. 못하는 일이 그리 없는 편이나, 특출 나게 최고인 것도 없다. 우리 형(Jon)께서는 일찍이 이런 얕지만 너른 나의 재능에 대해 일종의 저주(Curse)라고 평하셨다. 물론 반론할 수 있는 말이 없었기 때문에 그저 웃어넘겼을 따름이었다.

 

여하튼. 가장 높다고 해서 간 것은 아니다. 사실 그냥 가려는 길에 가장 높은 산이 있었을 뿐. 정상으로 향하는 동선이 나의 방향과 같았을지? 아쉽게도 내 길은 정상과는 조금 방향이 달랐다. 정상을 찍고 내 방향으로 내려가려고 보니 정상에는 군사기지(Post)가 있어 일방향으로만 들어갔다가 나올 수 있었다. 조금 돌아가기는 하지만 그래도 '가장' 높은 곳이 지척이라고 하니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일이다. 고봉에 오르고 산골 마을인 매챔에서 하루를 머물기로 한다.

 

출발 예정일 약 이틀 전부터 짐을 고민하고 또 꾸렸건만 최종적인 모양새는 어지간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배낭의 무게, 전생의 업보라고 하는데 도대체 무슨 죄를 지은 것인지 사뭇 궁금하다. 결국 전날 새벽 2시 반에야 잠에 들어 체크아웃 시간을 딱 40분 남기고 일어났다. 부스스한 머리를 벅벅 긁으며 힘들게 뜬 실눈에는 성격대로 정돈된 방 안에 덩그러니 놓인,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은 가방이 하나 보일 뿐이었다.

 

부랴부랴 샤워를 하고 1분도 틀림이 없이 꼭 체크아웃 시간을 맞추었다. 입주자를 가족같이 여긴다는 수(Su)는 그녀의 말을 두 달여간 꼭 같이 지켰다. 월세자의 처지이면서도 오고 가며 꽤나 집주인을 챙겼다. 정돈이 습관인 생활에 불필요한 청소를 꼭 1주일마다 돈을 들였고, 요구르트가 3개, 도넛도 12개나 바쳤다. 우리는 무엇보다 각자의 목적이 적절하게 달성된 이후부터는 나름의 정성을 다해 관계를 쌓았다. 사람 사는 일이 다 그렇지 않나. 그리하여 남들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각별한 정을 나누고 집을 떠나게 되었다. 아쉽게도 자리를 비운 그녀 대신 그녀의 아들이 대신 키를 건네받았지만, 결국 다시 치앙마이로 돌아와야 하므로 큰 아쉬움은 없었다.

 

식사시간이 애매할 것 같아 아예 점심(아점)을 먹고 출발하기로 한다. 집 앞에도 역시 두 달여를 꾸준하게 들락거린 국숫집이 하나 있어 그리로 갔다. 항상 새로움을 갈망하여 떠나는 여행자이면서도, 익숙함의 소중함은 누구보다 잘 아는 편이다. 그런 연유로 국숫집 사장 내외와도 좋은 관계가 되었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는 치앙마이에서 먹은 국수(Thai Noodles) 중에서 최고로 친다. 이유 없이 정성을 바치는 경우는 사실 없는 것이다.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

 

당분간 치앙마이 근교를 여행할 것, 산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하니 조심하라고 재차 이른다. 웃으며 돌아오면 다시 보자, 다시 안 돌아오면 사고(Accident)가 난 것이다- 라고 하니 두 부부가 함께 애정 어린 웃음을 지으며 손사래를 친다. 사고가 나도 큰 병원이 여기 있으므로 돌아올 것이다. 하하..

 

좀 더 편안한 주행을 위해서 휴대폰 거치대를 샀다. 저 가방을 메고 오토바이를 타면 마치 벽돌공이 된 듯한 기분이기 때문에, 주행 중 멈춰 서서 길을 재차 확인하지 않아도 되는 편의성은 아무리 생각해도 390밧의 가치를 20배 이상 소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항동(Hang Dong)이라는 지역으로 일단 내려가서 도이 인타논 국립공원으로 진입하는 루트다. 항동까지의 도로는 일전에 몇 번 타 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무난한 출발이 되었다. 다만 가방이 딱 스타트를 끊은 지 3분 후부터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는데, 가방의 사이드(Side)에 찔러 넣은 요가매트가 바람의 저항을 받아서 자꾸만 중심이 흔들렸다. 30분도 채 되지 않아 '모토사이클 다이어리'에 대한 나의 마음도 끊임없이 펄럭이며 흔들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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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치앙마이로 돌아오기까지의 여정을 하나의 매거진으로 발행해 두었습니다.

링크를 첨부합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motordia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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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Road, Northern Thailand, 2018)

3 Comments
만삼님 2019.10.26 22:31  
폰거치대는 바이크 샾에서 해주셨나요? 아님 따로?
클래식s 2019.10.26 23:18  
거치대는 따로 사시고, 바이크 정비하는 곳 아무곳이나 가서 렌치나 스패너로 조여달라고 하면 됩니다.
여행형제 2019.10.28 13:19  
클래식s님의 답변과 같습니다. 저는 설치가 손쉬운 제품을 사서 직접 달았어요. 다만 주행하면서 흙먼지가 정말 많기 때문에 휴대폰 케이스를 별도로 쓰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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