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짧았던 태국 3박5일 - 4.농눗빌리지와 알카자쇼
아침에 일어나 로비에 있는 식당으로 가보니
이미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뷔페로 여러 종류가 많아서 먹을 만했다.
남편과 아들 든든히 배를 채운다.
둘다 아침밥 꼭 먹어야 하는 체질로 밥 안주면 회사고 학교고
안 가려는 스타일들이다.
난 아침엔 원래 적게 먹는지라 가볍게 먹고.
김치에 태국식 젓갈을 넣은 듯 좀 달달했으나
나름대로 맛나서 많이 가져다 먹음.
택시타고 동대문으로 가니 투어 가려는 사람들이 속속 들어온다.
9시반까지 오랬지만 출발은 10시 15분쯤 한다.
작은 봉고에 골목을 돌며 우리 3식구, 총각 2명, 처자 2명,
커플 2명이 탔다.
1박2일 동안 같이 투어하는 우리 팀이다.
좀 자며 얘기하며 파타야 도착.
역시 방콕보다는 바람도 시원히 불고 공기도 좋다.
코알라 느낌의 홍익비치 하우스 사장님 반갑게 맞아 주신다.
친절하고 입담이 아주 재미있는 분이다.
좀 뒤에 친정아버님 모시고 온 남매분 가족이 따로 합류했다.
방은 크고 깨끗하고 방콕 팔래스보다 쾌적하다.
방바닥에 타일이 깔려 있어 특이했다.
점심은 한식.
홍익비치 하우스에선 이틀내내 한식으로 준다.
밥줄 때 서빙해주는 현지인 아줌마가 계셨다.
우리 파랑새, 집에서부터 연습한 “컵쿤 캅”을 이분께
처음 시도해봤는데 글쎄 마치 태국아이처럼
두손모아 정중하게 고개까지 숙이며
“컵쿤 캅!” 을 하는 게 아닌가?
아줌마 기특하다는 듯 활짝 웃으며 그 다음부턴
눈만 마주쳐도 아이한테 따뜻한 미소로 응답하신다.
파랑새 이날 일기장엔 컵쿤캅을 하고나니
훨씬 태국사람과 친해진 느낌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런 게 여행으로 배우는 공부가 아닐까.
그 다음부턴 컵쿤캅이 잘도 나온다.
첫날 비행기에선 쑥쓰러워서 못 하겠다더니.
밥 먹고 첫 코스는 농눗 빌리지.
육교 같은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는 정원 풍경이 일품이다.
정말 아름답게 잘 꾸며 놓았다.
옥의 티라면 정원이 전부 인공적이라는 점.
전통공연중 한장면
사진도 많이 찍고 태국 전통공연도 보고
코끼리쇼도 보고 나름 즐겁게 보낸 곳이다.
환상적인 정원
코끼리쇼 볼 때 두 번째 줄에 앉았는데
코끼리에게 바나나 주라고 바나나를 40바트에 판다.
파랑새도 코끼리 다가올 때마다 바나나 먹이려고 달려갔건만
너무 많은 아이들이 몰려서 서로 주려고 난리니
매번 주지 못하고 실망한 얼굴로 그냥 돌아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오는 코끼리들
너무 많이 주니까 코끼리가 다 받아 먹지도 못한다.
나중에 쇼 다 끝나고 나서 드디어 소원성취!
바나나 주고 싶으면 맨 앞줄에 앉아야 한다.
정원 구경 끝나고 만나는 장소에 가니 아직 시간이 남았는데도
우리 팀 총각, 처자들 벌써 와 있다.
아무래도 20대들에겐 정원 구경이 그리 매력적인 코스는 아닌가보다.
우리 가족은 시간이 남았으니까
알뜰하게 옆의 난정원까지 다 둘러보고
사진찍고 출발 5분전에 봉고로 돌아가니 이미 다들
차안에 타고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네.
안 늦었는데도 불구하고 괜히 우리가 늦은 거 같은 분위기.
이 동작빠른 친구들 땜에 이틀내내 우리 가족이
항상 늦는 사람들처럼 되어 버렸다.
실은 늘 약속시간 5분전에 돌아왔는데도 말이다.
그때 그분들, 우리 늦은 거 아네요~
숙소로 돌아가 저녁 먹고 알카자쇼를 보고
워킹스트리트엘 간단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초등생 아이가 있는지라
좀 망설여졌다.
사장님, 아이가 봐도 별 무리 없다고는 하시지만
굳이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지는 않은 코스다.
끝까지 싫다고 하기도 그래서 그냥 가기로 했다.
숙소에서 시내까지 가는 길에 사장님,
파타야에 대해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신다.
은퇴한 서양 노인들이 정착해서
현지인 여성들과 함께 사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 등등.
사장님은 그런 서양노인들 나쁘게만 보지 말고
불쌍하게 봐줄 수 있다 그러신다.
그런 얘기 들으며 나는 서양 노인들은
물가 싼 나라에 정착해서 노년을 즐긴다 하지만
그들을 상대하는 이 나라 여성들의 인생은 뭔가 하는
씁쓸한 생각을 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이차를 뛰어넘는 진실한 관계도 있을 테지만 말이다,
그 커플들이 진심으로 서로가 좋아서 같이 사는 걸까?
노인들이 같이 사는 현지인 여성들을
아내로 여기기는 할까?
같이 살면서 밥해주고 빨래 해주고 치다꺼리 하다가
노인이 세상을 뜨고 나면 이 여성들의 인생은
어찌 되는 건가...
자세한 사정이야 잘 모르겠지만
내 눈엔 확실히 서양 노인네들보단
외국의 돈 있는 노인들에게 자기 삶을 기대는
현지인 여성들이 더 안돼 보인다.
그런저런 상념 끝에 알카자쇼장에 도착하여
쇼를 봤다.
쇼는 그런대로 볼만 했지만
어설픈 장고춤, 부채춤은 차라리 안 하는 게 나을 뻔했다.
역시 아이 데리고 가기에 좋은 곳은 아니다.
아이도 별로 재미를 못 느끼고 요란한 무대에 정신없어 한다.
워킹스트릿 입구
워킹스트릿에 있는 태국식 맥도날드
워킹스트릿 끝 해변가에 꼬치파는 노점이 있어
몇 개 사들고 숙소로 돌아와 캔맥주와 꼬치로 건배하고
둘째날 밤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