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짧았던 태국 3박5일 - 3. 방콕팔래스 호텔과 카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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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짧았던 태국 3박5일 - 3. 방콕팔래스 호텔과 카오산

오이풀 7 2312

호텔 안은 겉보기보단 깔끔하니 괜찮았다.

로비에서 체크인 하는데 의외로 또 시간이 걸린다.

우리까지 모두 3팀이 체크인을 하는데 호텔 직원들 엄청 바쁜 척하며

오래오래 걸려서 일처리를 한다.

그렇게 한 게 실수 투성이다.

디럭스룸인데 수페리어룸으로 줘서 다시 방 바꾸고 조식권을 3박 9장 줘야 하는데

6장만 줬다. 난 멋모르고 알아서 줬으려니 했는데 남편이 디럭스룸 맞냐 확인하고

조식권도 다시 세어보고 더 달라고 해서 다 받았다.

뭐야, 괜히 바쁜 척만 하면서 순 엉터리잖아.

동남아에선 이런 일 몇 번 겪어봐서 꼭 확인을 해야 한다네.

평소엔 덜렁이인데 이럴 땐 세심하구만.

역시 든든한 남편.


방으로 들어가니 트윈 베드에 엑스트라 베드 하나 더 넣어서 어찌나 좁은지

이거 디럭스룸 맞나 싶다. 인테리어도 그렇고.

게다가 그 엑스트라 베드는 매트리스가 다 꺼졌다.

창문으로 내려다보니 호텔 수영장에 서양인들 보이고 바로 담장 옆이 고속도로여서

거의 매연 속에서 수영하는 꼴이다.

나도 수영장 별로 안 가고 싶어진다.

그걸 보더니 남편 다시 한번 무너진다.

나야 뭐 이 호텔 원래 더 심한데 리모델링 해서 그나마 이 정도라는 정보가 있었기 땜에

원체 기대가 없었다.

호텔 기대하지 말라니까 뭘 그리 실망을 하구 그랴, 싼 게 그렇지 뭐.

그러나 남편의 호텔에 대한 실망은 나중에 파타야 1박2일 투어를 선택하는

원인이 되었음을 곧 알 수 있었으니...


방에서 간단히 짐 풀고 동대문에서 투어 예약하고 카오산 구경도 할 겸

호텔을 나섰다.

호텔 입구에 죽치고 기다리는 택시도 있었으나 흥정을 하려고 해서 모두 지나치고

길가로 나오니 쌔고 쌘 게 택시다.

지나가는 택시 잡아 “미터 오케이?” 하니 “오케이”한다.

“방람푸 카오산 로드?” 하니 간단다.

한 70바트 나왔나? 팁겸 해서 100바트 주고 내림.

동대문은 람부뜨리 거리에 있어 프린트 해간 지도 보고 쉽게 찾음.

밤인데도 엄청 후덥지근하고 덥다.

거리엔 거의 서양인들이고 노점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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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부뜨리 거리


근데 동대문 사장님 파타야 1일 투어를 이제는 안 한다며

파타야 가려면 3000바트 짜리 1박2일 투어를 하라 하신다.


내 머릿속에선 그러면 뭐 파타야는 바다도 별로라는데 포기하고

깐짜나부리 1일투어 하던가 시내 왕궁, 사원 보던가 하는 대안이 떠올랐으나

남편 굳이 파타야를 가잔다.

그러면 셋이서 9000바트 내고 호텔 1박 그냥 날리는 건데 하니,

그깟 매연 속에 있는 호텔 1박 날리면 어떠냐는 거다.

파랑새가 바다에도 못 들어가면 너무 억울할 거라며.

허나 정작 아들은 아무렇게나 해도 좋다는디.

자기가 방콕 팔래스에서 묵기 싫어서 저러는 거다.

평소 같으면 내 주장을 할 테지만 여기까지 와서 티격거리기는 싫어서

그래 그럼 그러세요 했는데 나중엔 이 결정을 둘다 후회하게 되는 사태가...--;


다음날 아유타야까지 투어 신청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거리를 구경하기로 한다.

일단 꼬치부터 하나씩 먹어 주고. 하나에 10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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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먹은 꼬치 냠냠~


람부뜨리를 나와 길따라 걸어가니 카오산이 나온다.

카오산을 걷는데 파랑새 정신이 없어 한다.

북적대고 시끄럽고 꿈속처럼 정신이 멍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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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카오산


그래, 이젠 저녁을 먹어야지.

카오산 부근 식당 프린트 한 것 중 버거킹 근처 샴바라로 가기로 하고

골목으로 찾아 들어가니 현지인 아줌마들이 우리끼리 하는 소리를 듣고

“샴바라”하며 손가락으로 가르쳐준다.

친절도 하시지.


샴바라는 작은 마당? 정원?이 있고 신발벗고 들어가는 특이한 구조.

에어컨이 나와 좀 시원하다.

손님은 별로 없었다. 우리 말고 현지인 한 테이블.

직원 엄청 친절하고 영어를 잘 한다.

메뉴보고 헤매다가 헬로 태국을 꺼내어 새우볶음밥, 볶음국수, 치킨덮밥을

태국말로 읽어주니 알아듣는다. 거기에 씽 한병, 파랑새는 파인애플 쥬스.

기다리는 동안 주인인 듯한 분이 오셔서 가족사진도 찍어주고 분위기 좋다.

그러다 직원이 다시 오더니 유창한 영어로 뭐라 뭐라 길게 얘기를 한다.

중간에 finish만 알아들었다.

너무 영어를 잘 해도 못 알아듣는 우리. 흑.

근데 우리 아들 “엄마, 파인애플 주스 안 된대.” 한다.

그래서 레모네이드로 바꿈.

어떻게 알았니 하니 대충 그런 얘기 같았다고.

우리보다 잘 알아듣는 아들이 기특하기만 하다.

그냥 노우 파인애플 주스 할 것이지 뭘 그리 길게 말하냐고.ㅠㅠ


음식은 깔끔하고 맛나고 아주 만족스러웠다.

역시 사전 정보가 빛을 발한다니까. 열심히 준비한 보람이 있다.

특히 새우볶음밥이 아주 맛있었다.

근데 배고파 열심히 먹느라고 음식 사진을 못 찍었다.

사진찍기가 취미인 아들도 먹는 거 앞에서는 직분을 잊어버리고 바로 무너진다.

볶음국수는 땅콩도 들어가고 고소하니 다 좋은데 너무 단 게 흠이라면 흠이다.

이때는 아직 몰랐던 것이다, 태국 음식이 거의 다 달다는 사실을.

음식값은 310바트. 친절맨 직원에게 팁 30바트 주고 나왔다.


밥까지 먹고 나니 한밤중, 피곤이 몰려오지만

내일 파타야 가려면 조리나 샌들을 사놔야 했다.

카오산은 이미 관광지화 되었는지 너무들 비싸게 부른다.

샌들이 보통 500바트 내외. 50바트 이상은 절대 안 깍아준다.

더 깍아 부르면 주인들 쳐다도 안 보고 돌아서고 손님 간다고 잡는 거 절

대 없다.

개인적으로 카오산에서 쇼핑은 비추다.

이 시점에서 남편 엄청 짜증낸다, 그냥 500바트 주고 사버리자고.

안 되지, 그 값이면 한겨울에 한국에서 사는 것보다 비싼 건데.

수박쥬스 20바트씩 주고 마시면서 돌다돌다 결국 람부뜨리로 다시 와서

조리 150바트짜리 2개 간신히 샀다.

카오산에 비하면 양반이기도 하거니와 남편이 더 이상 실랑이 벌이기 싫다고

그냥 사자고 해서 한푼도 안 깍고 그냥 300바트 다 줌.

밤은 늦고 피곤은 하고 그깟 조리 2개 사기가 이리 힘들 줄이야.

나 수영복도 모자도 없는디, 수영복 사자는 얘기는 하지도 못함.

지친데다 고를 시간도 없다. 에라, 모르겠다.

편의점에서 물, 과자, 샴푸를 사들고 택시 잡아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59바트 나왔는데 잔돈이 없어 100바트 주니 택시기사 엄청 싱글벙글이다.

샤워하고 자려는데 아들은 피곤한데도 일기 쓴다고 고집부리더니 결국 다 쓰고 잔다.

내일 동대문에 9시 반까지 가니 그래도 이른 시간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이렇게 태국에서 첫날밤이 가고...

7 Comments
월야광랑 2007.02.24 10:18  
 
후후후...
가셔서 안방마님과 머슴놀이라도 하시지 그러셨어요. ^>^
오이풀님은 안방마님, 부군께서는 머슴... ^>^
사실 호텔이 마음에 안 들면, 좀 기분이 상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호텔은 거의 잠만 자게 되니까 라고 생각하면,
밖에서 즐겁게 놀 수 있을건데... ^>^
오이풀 2007.02.24 15:01  
  저희집은요,
남들이 남편을 머슴, 절 마님으로 착각하지만
실제론 제가 무수리, 남편은 왕자님이랍니다.ㅠㅠ;;

저도 마님노릇 하고파요~
순진무구녀 2007.02.25 11:24  
  와~ 사진으로 보이는 람부뜨리 거리가 눈에 선합니다~
ㅋㅋㅋ
오이풀 2007.02.25 13:35  
  울 아들이 찍었답니다,^^
서울미인 2007.02.25 16:01  
  ㅎㅎ 아들 키운 보람 있으셨겠네요. 저도 매일 태국 배낭여행을 꿈꾼답니다.
고구마 2007.02.26 12:22  
  샴바라 가셨군요. 오옷~ 제가 먹는 이야기에 후기 올린적이 있는데, 혹시 그것 보고 가셨는지....
실망하셨으면 어쩌나 싶어 조마조마 했는데, 만족하셨다니 다행이에요.
전반적으로 태국음식에 설탕이 많이 들어가기도 하구, 팟타이는 저도 쿠킹 스쿨에서 만들어본적이 있는데 정말 설탕양이 장난아니게 많이 들어가더라구요.
단 음식 싫어하시는 분들은 한 접시 다 못비우시는듯 해요.
오이풀 2007.02.26 13:21  
  네, 고구마님 올리신 정보 보고 찾아갔어요.^^
컵쿤 카~

다음엔 팟타이에 "설탕 빼주세요" 할까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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