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표로 부터의 이탈 - 61. 5천년 전에 꾸는 꿈 in 푸켕, 씨엥쿠앙
나는 내 아버지가 그리 했던 것 처럼 바위를 깍아 항아리를
만든다.
전쟁이 없는 날은 이웃의 친척들과 이 바위산에 올라
내 키보다 더 높은 바위를 찾아 땅을 파낸 다음
정과 망치로 겉을 다듬고
다시 안을 파낸다.
세 사람이 스무날을 깍고 파면
마을의 우두머리가 어디로 옮겨야하는지 알려주는데
디게 전쟁때 잡혀온 노예가 평평한 곳 까지, 그 다음에는 소가 끄는 수레가 능선을 따라 항아리를 옮긴다.
오십일의 밤낮을 옮겼다는 무용담도 들은 적이 있다.
항아리는 열명의 노예와 바꿀 만큼 귀하다. 대게 힘있는 사람들의 사체를 보호하기 위해 쓰여지는데,
죽은 몸이 더럽혀지면 영혼마저 더러워진다는 주술사의 말이 맞는 것 같다.
간밤 희한한 꿈을 꾼다.
불을 다루는 신들일까.
우리와는 다른 옷으로 온몸을 감싼 그들은 모두 불을 가지고 있다.
우리와는 다른 길고 고운 머릿결을 가졌고
우리와는 다른 조금 큰 몸집에 얼굴색은 아주 밝았다.
우리와는 다른 말을 하였고
우리와는 다른 몸짓을 한다.
불을 가진 그들은 엄청 큰 회색의 네모난 집을 돌더니
금빛의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 앞에 꿇어앉아 불과 꽃을 바친다.
한동안 손을 모으고 무언가를 읊는다.
그러함에도 황금빛 사람들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아마 황금빛 사람들은 우리의 우두머리보다 더 힘있는 사람인 것 같다.
그런데도 그 힘이 두렵기 보다는 평온하게 느껴진다.
상상도 못한 사람들과 풍경이지만 전혀 낯설지 않다.
닭울음 소리에 꿈을 깬다.
벌써 마지막에 본 그녀의 달콤한 향기가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