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표로 부터의 이탈 - 6. 여전히 높고 쓸쓸하고 추운 at 푸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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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표로 부터의 이탈 - 6. 여전히 높고 쓸쓸하고 추운 at 푸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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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처럼 여전히 높고 쓸쓸하고 추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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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서 쓸쓸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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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서 춥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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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해서 높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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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해서 춥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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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워서 높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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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워서 쓸쓸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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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높고 쓸쓸하고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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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미터의 높이에 있는 세갈래의 길 끝에는 제법 시끄러운 세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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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푸쿤은 쉽게 지나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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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을 타고 온 바람마저도 스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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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모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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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쌓이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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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풍경이 된 쓸쓸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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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실려온 추위만 쌓이고 또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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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사는 사람보다 파는 사람이 많은 시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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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판을 벌인 부모대신 국수를 파는 오누이에게 길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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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면 따뜻한지? 어디로 가면 쓸쓸하지 않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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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질문에 선명한 미소만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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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면 더욱 쓸쓸하고 추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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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더욱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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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산안개를 따라 만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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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갈래길에서 나눠지는 차가운 바람줄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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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굣길을 깔려있는 오래된 언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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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킵 국수에 담긴 맵고 신 쓸쓸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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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나는 익숙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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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의 미소에서 답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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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높고 더 쓸쓸하고 더 추운 곳에서 답을 확인해봐야겠다.




10 Comments
크레카멜 2019.02.27 13:51  

사진 멋집니다
장면들에 해석도 멋지시고..
살라푸콘 게하에서 하루 잣는데
벽난로가 있더라고요
카시로 안내려오고 왼쪽길로 계속 더 들어가시나바요
역류 2019.02.27 14:39  
홍윤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루 머물고 딸기농장에서 이틀째 야영중입니다.
저는 계속 북진할 것 같아요^^
필리핀 2019.02.27 16:24  
사진은 하나도 안 춥고 안 쓸쓸해 보이는데...
역류님 댁에 보일러 놔드려야겠네요...ㅋㅋㅋ
역류 2019.02.27 18:54  
보일러  놔주세요. 제발요~~~
danny3858 2019.02.27 17:01  
좋군요
다름대로 6번정도 남부 북부를 여행했기에 이름을 들으면 대충 감을 잡는다고 생각했는데 푸쿤이란 지명은 낯서네요
아마도 몇번을 여행을 했든 전 익숙한 도시들에서 그저 익숙한 음식을 먹었던 그런 여행이 아니였나 생각해봅니다
사진이 좋습니다
여건이 되면 당장이라고 다시 가보고 싶은 곳,,,그리운 곳,,,
님의 사진과 님의 짧막한 글을 통해서 위안을 얻습니다
자주 자주 올려주세요
오늘 처음 님의 블로그에도 가봤는데 라오스말고도 여러나라를 여행하시나봅니다
역류 2019.02.27 19:11  
익숙한 여행이면 또 어떻겠습니까^^
예전에는 그랬고 요즘은 익숙한 라오스만 여행하고 있습니다.
어랍쇼 2019.02.28 13:42  
글때문인지 사진때문인지 정말 전체적으로 차갑고 쓸쓸하게 느껴지네요.
하다못해 국수까지 쓸쓸하다니 ㅎㅎ
그래도 라오스 ...벗어날 수록 참 매력적이네요.
역류 2019.02.28 15:12  
어디엔가 따뜻한  구석은 그래도 있겠죠? 못찾고 있든지 혹은 그닥 관심이 없든지.라오스는 벗어날 수록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것 같아요~~~
neo9 2019.03.03 00:10  
갈곳이 생겨브럿네요.
역류 2019.03.04 21:51  
가셔서 세상의 온기를 나눠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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