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표로 부터의 이탈 - 6. 여전히 높고 쓸쓸하고 추운 at 푸쿤
그때처럼 여전히 높고 쓸쓸하고 추운...
높아서 쓸쓸하거나
높아서 춥거나
쓸쓸해서 높거나
쓸쓸해서 춥거나
추워서 높거나
추워서 쓸쓸하거나,
아직도 높고 쓸쓸하고 춥다.
1300미터의 높이에 있는 세갈래의 길 끝에는 제법 시끄러운 세상이 있다.
그래서 푸쿤은 쉽게 지나치는 곳이다.
골을 타고 온 바람마저도 스쳐간다.
언어가 모이지도,
기억이 쌓이지도 않는다.
일상의 풍경이 된 쓸쓸함과
바람에 실려온 추위만 쌓이고 또 쌓인다.
여전히 사는 사람보다 파는 사람이 많은 시장에서
술판을 벌인 부모대신 국수를 파는 오누이에게 길을 묻는다.
어디로 가면 따뜻한지? 어디로 가면 쓸쓸하지 않은지?
어리석은 질문에 선명한 미소만 얻는다.
밤이 되면 더욱 쓸쓸하고 추워진다.
하늘은 더욱 높아진다.
이른 아침, 산안개를 따라 만난 것은
세갈래길에서 나눠지는 차가운 바람줄기들,
등굣길을 깔려있는 오래된 언어들,
2천킵 국수에 담긴 맵고 신 쓸쓸함들,
어느새 나는 익숙해진다,
남매의 미소에서 답을 얻는다.
더 높고 더 쓸쓸하고 더 추운 곳에서 답을 확인해봐야겠다.